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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라남의 열풍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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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7,567회 작성일 22-08-03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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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13

이날도 주혁민은 저녁부터 목욕탕건설장에 나와 일판에 끼여들었다.

벌써 밤 열시 가까이 되였으나 건설장은 활기를 띠고 흥성거리였다. 단조직장옆 들메나무에 매달아놓은 확성기에서 《도라지타령》이 멋들어지게 울려나왔다. 외등이 켜있는 건설장에서는 마당닦기가 한창이였다. 굴착기가 와르릉거리며 돌아가는 속에서 한쪽에선 마당을 공그느라 삽질, 곡괭이질을 하고 또 한쪽에선 잔토와 오물을 처리하느라 목도군들이 어기영 어기영 건드러지게 소리를 먹이며 지나가고 지나왔다.

창광원식목욕탕건설을 시작한지 20일사이에 벌써 벽체를 세우고 지붕까지 얹어놓아 밖에서 보면 건물이 거의다 완공된것처럼 보이였다. 여느 생산직장에서와 같이 3교대제로 24시간 쉬지 않고 공사를 다그쳐서 사실상 서너달분 작업량을 20일동안에 해제꼈었다. 여기에는 풍부한 건설경험을 가지고있는 주혁민의 능숙한 작업조직과 함께 냅다 다그어대는 완력이 은을 냈다고 말할수 있었다.

이날 저녁 주혁민은 자기 키와 비슷한 건설직장의 한 로동자와 짝을 무어 목도채를 메고 다니였다. 큰 가마니짝에 깨진 벽돌이며 몰탈찌꺼기따위의 오물을 백키로는 실히 되게 듬뿍 담아가지고 어기영소리를 맞추면서 스무고패나 다니였다. 그의 작업복잔등은 땀물로 화락하니 젖어있었다.

이 밤에 그는 불안과 울화증을 묵새기느라 일부러 무거운 목도채를 메고다니며 기름과 땀을 뺐다. 요즘 그의 기분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가 팔을 걷고 나선 목욕탕건물은 부쩍부쩍 기세좋게 일어서고있지만 기본생산직장들에서는 큰 변화가 없이 종전 그대로 침체된 상태가 계속되고있어 속에서 불이 일었다.

기술자협의회때 해결방도를 찾지 못하고 넘어온 걸린 문제들을 20일 가까이 지나도록 아직 풀지 못하고 그냥 앉아뭉개고있으니 안타까운 일이였다. 지금 제일 문제로 되고있는것이 중형가공직장에서 맡은 마광기대치차 4대를 깎는것인데 20일동안에 한대도 깎지 못한채 우물우물 거부기걸음을 하고있었다.

이해도 이제는 두달밖에 남지 않았으니 그대로 방임해두면 1990년도 대상설비생산계획을 못한다는 말이 나올수 있었다.

그래서 오늘 주혁민은 당위원회사무실에서 하루총화를 끝낸 뒤 직장장과 기술부서 책임자들을 목욕탕건설장에 끌고나와 한바탕 욕을 해댔었다.

《동무네 이 목욕탕건설장을 좀 보라! 그전에는 일곱달, 여덟달 걸려도 못한다던 목욕탕건설이 한달도 안되는 사이에 저렇게 완공단계에 들어서게 되였다. 그런데 생산직장들에선 계속 앉아뭉개고있다. 마광기대치차 4대를 깎자면 넉달이상 걸려야 한다고 우는 소리를 하지만 건설직장동무들처럼 일하면 그 4대를 이미 다 깎았을것이다. 다른게 없다. 동무네 직장장들이 이신작칙하지 않는데 있다.》

주혁민이 부아가 나서 이렇게 직장장들을 다불러 세웠는데 마광기대치차를 맡은 중형가공직장장이 얼굴을 찌플사하고 서있더니 땅이나 파고 벽돌을 쌓는 건설작업과 쇠이발을 정밀하게 깎는 치절작업이 어디 같은가고 푸념하듯 말하였다. 그러자 설계사업소 독고소장이 자못 신중한 표정으로 사실이 그렇다고, 건설직장과는 대비할수 없는 일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주혁민은 그 말에 참지 못하고 동무네 건설이 그렇게 쉬워서 여태 못하고있었는가, 틀려먹었다, 머리를 써서 해결방도를 찾아내고 군중을 발동시켜 혁신을 일으킬 생각은 하지 않고 잔뜩 팔짱을 끼고앉아 이죽거리기나 하고있으니 무슨 일이 되겠는가, 이렇게 소리를 치고는 기분이 나빠 더 말하지 않고 일판에 뛰여들어 목도채를 멨던것이다. 그때부터 한시간 남짓이 교대도 하지 않고 줄곧 목도를 했었다. 그는 힘든 육체로동으로, 온몸을 적시는 땀으로 가슴에 가득찬 울화를 가시여내고싶었다.

《자, 또 왔수다. 곡상으루 담아주.》

또 한고패 하고 돌아온 주혁민은 오물더미곁에서 삽질하는 사람들을 다그어댔다.

주혁민이네 뒤에도 목도군들이 여러명 늘어서서 기다리였다. 세명이 가래질을 해서 오물을 퍼담아주는데 가래채를 잡은 나이지긋한 사람은 조금도 서두르지 않고 해학적인 나무타령을 건드러지게 하면서 슬금슬금 가래채를 놀리였다.

그놈의 가래채 손맛 좋구나

무슨 나무로 만들었느냐

바람 솔솔 소나무 칼로 베여 피나무

십리 절반 오리나무 달가운데 계수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우리 아기 자작나무

목에 걸려 가시나무 방귀뀐다 뽕나무

《하하하, 이 친구 걸작이로구나. 그 나무타령 확성기로 불어야겠다, 하하하.》

《책임비서동지! 웃을새가 없습니다. 곡상으루 담았으니 어서 가십시오.》

주혁민은 허리를 굽혀 목도채에 어깨를 들이댔다.

《어여여차! 올라간다.》

주혁민은 소리치며 허리를 폈다. 어찌나 흙을 많이 담았는지 목도채가 휘친하면서 굵게 꼰 새끼줄이 끊어질듯 뿌지직 소리를 냈다.

《어기영!》

주혁민이 굵직한 저음으로 소리를 뽑으며 한발을 내짚었다.

《어기영!》

저쪽의 젊은 로동자가 두어음계 높은 소리로 화답을 하며 발을 내짚었다.

《어기영 어기영.》

두사람은 발을 맞추어 긴 그림자를 끌면서 마당을 걸어갔다.

목도채가 썩살이 진 어깨를 내리누르고 100키로 남짓한 흙짐이 허리와 다리를 압박하였다. 10여메터 지나자 이마에 땀이 내돋고 어깨가 쑤시였다.

《어기영 어기영.》

50메터 지나자 앞에 시커먼 구뎅이가 눈에 띄였다.

《자, 놓고…》

주혁민의 신호소리와 함께 오물을 담은 가마니짝이 천천히 땅에 내려앉았다.

《에익, 나도 책임비서 그만두구 건설직장이나 하나 맡아가지고 일했으면 좋겠다.》

주혁민이 이마의 땀을 씻으며 중얼거리였다.

《책임비서동지두 무슨 그런 약한 소릴 하십니까.》

력기선수처럼 웃몸이 탄탄한 젊은 목도짝패가 밉지 않게 눈을 흘기였다.

《너무 속이 타서 그래. 자, 쏟고…》

두사람은 한쪽 목도줄을 들어 구뎅이에 오물을 쏟아넣고 돌아섰다.

《동무 생각엔 어떻소. 생산직장들에서 왜 불이 일지 않는것 같소? 금년도 두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거 정말 야단났소.》

주혁민은 빈가마니줄을 목도채에 걸어메고 오면서 청년에게 속타는 소리를 하였다.

《글쎄 말입니다. 책임비서동지가 처음 왔을 때는 모두 멋있는 당비서가 왔다고 신바람이 나서 들썩거리였는데 그후 다시 쑥 기여들어가고말았습니다. 지금 일이 안되는것도 다 전 당비서와 지배인이 합심하지 못했던 후과이지요. 말하자면 후유증이지요, 허허허.》

《후유증?… 웃는 소리로라도 그런 말 하지 마오. 오늘 안되는 일을 전 당비서한테 뒤집어씌우면 되겠소. 롱담으로라도 다신 그런 소리 하지 마오.》

주혁민은 정색을 짓고 엄하게 말하였다.

왜 일이 안될가? 생산직장들에서 왜 불이 일지 않을가? 하고 내심으로 생각한 주혁민은 며칠전 리명국부부장이 라남에 와서 한말을 새겨보았다.

《처음엔 책임비서에 대한 좋은 말들이 내 귀에 들리군 했는데 요즘엔 좋지 못한 뛰뛰한 소리들이 들립니다. 행정대행과 완력행사가 심하답니다.》

리명국은 이것이 사실에 맞지 않는 말일수도 있으나 참고해보라고 조언을 주고갔었다.

《여 강동무, 내가 행정대행을 하고 완력행사를 한다는 말이 떠도는데 동무 생각엔 어때? 좀 솔직히 말해보라.》

《책임비서동지두 별데 신경을 다 쓰십니다. 일이 안되니 행정대행을 할수도 있고 가끔 완력행사두 할수 있지요. 책임비서동지만큼 소탈한분이 어디 있습니까. 저하구두 이렇게 흠없이 친구처럼 이야기하시지 않습니까.》

《강동무, 그러지 말고 솔직한 말을 하오. 그래야 내가 고치지 않겠나.》

《솔직한 말을 합니다. 전번 기술자협의회를 하고난 다음부터 일부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합니다. 지배인을 제껴놓고 혼자서 독판을 치더라고… 그리고 주물부직장장을 다불러세우는데 무섭더라구요. 그래 그만 한 욕두 못하겠습니까.》

주혁민은 그날의 광경을 눈앞에 그려보았다. 강동무의 말대로 그만 한 욕도 못하겠는가. 그리고 그날은 말이 기술자협의회이지 당위원회주최로 조직한 당, 행정, 기술일군 및 기술자협의회였다. 그것을 략칭해서 기술자협의회라고 했었다.

협의회의 성격을 잘 인식시키지 못한게 하나의 실책이 아니였을가? 그래서 행정을 대행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가?

주혁민은 내내 생각이 복잡하였다. 그는 잔토와 오물더미가 다 없어질 때까지 한시간 좋이 목도를 하고 건설장을 나섰다.

3교대작업을 하는 생산직장들을 돌아보려는것이다. 그는 건설장곁에 있는 단조직장부터 들어가보려다가 지배인이 가있는 주물직장쪽으로 발길을 돌리였다.

건설장옆으로 난 구내길로 얼마쯤 걸어가던 그는 전극작업장 혼합기곁에서 사람의 그림자가 얼른거리는것을 보고 멎어섰다. 그림자는 혼합기옆으로 돌아서 주강직장쪽으로 갔다. 그는 오성오기술부기사장이였다.

주혁민은 전극작업장을 사이비자력갱생기지요 뭐요 하며 쓴외보듯 해온 오성오가 어둠속에서 남모르게 전극생산현장을 돌아보고가는것이 이상스럽게 생각되였다.

주혁민은 전극생산기지에 대해 시비하는 오성오를 몇번 호되게 비판해준적도 있엇다. 전극작업장에서 생산하는 전극의 질이 나쁘다고 삐뚠소리만 하지 말고 동무자신이 질좋은 전극이 나올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하였다.

(자책을 느끼고 전극작업반을 도와주려는 모양이군.)

주혁민은 좋게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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