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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통령의 ‘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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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돼지
댓글 1건 조회 2,002회 작성일 11-04-06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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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밥을 사기로 했는데 그가 지갑을 안가져왔다며 날더러 밥을 사라면? 갑자기 밥맛이 떨어지고, 삼겹살 2인분을 추가하는 대신 공깃밥을 시키면서 식사를 마치려 할 것이다. 거기에 더해 그 친구를 당분간 만나지 말자는 결심을 할지도 모른다. 이게 보통 사람의 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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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보온병 안상수입니다.” 한나라당 대표 안상수가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말을 했다는 기사를 보고 놀라 자빠질 뻔했다. ‘보온병 안상수’는 안 대표가 북의 연평도 도발 현장에서 주운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우기다 붙여진 별명으로, ‘성웅 이순신’ 같은 말과 달리 그를 조롱하는 뜻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그 장면이 YTN의 돌발영상에 나가자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격렬히 항의한 바 있는데, 그런 걸 보면 자신도 그게 놀리는 의미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걸 부끄러워하고 지금이라도 입대해야겠다는 계기로 삼는 대신 자신의 인지도를 올리는 용도로 사용했다니 그 도량이 정말 놀랍지 않은가? 정치인의 도량은 우리 같은 일반인과 차원이 다르다는 걸 그때 알았다.

이런 안 대표의 도량도 엄기영씨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미국산 쇠고기에 광우병 위험이 있다는 의 보도로 MBC가 현 정권의 탄압을 받을 때 MBC 사장이 바로 엄기영이었다. 그게 어느 정도였느냐면 “1980년대의 보도지침처럼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간섭”을 했고 “엄 사장을 앞에 세워놓고 무능하다고 면박까지 주”는 등 “모욕감을 안겨줄 정도로 심했다”. 견디다 못한 엄씨는 2010년 2월 사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나고 만다.

보통 사람 같으면 정부·여당에 복수의 칼을 갈아도 모자랄 테지만, 엄씨의 도량은 그런 차원을 넘어섰다. 작년 7월의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방문해 격려하는 활동을 했고, 올해 3월 한나라당에 입당한 데 이어 4월 재·보선에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후보로 출마를 하는 걸 보라. 이 정도 도량이면 정치권에서도 크게 성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이 둘의 도량을 다 합쳐도 현 대통령에 미치지는 못한다. 혹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시위 2년 뒤 “시위한 사람들이 반성하지 않는다”며 짜증을 부리고, 천안함 1주기 때는 “당시 북의 주장에 동조한 이들 중 누구도 잘못을 빌지 않는다”며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인 점 등을 근거로 “대통령에게 도량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도량의 대상을 타인에게 한정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자기 자신에게 너그러운 것까지 포함시킨다면 대통령님을 따라갈 자는 지구상에 없다. 공약으로 내걸었던 충청권 과학벨트가 사실상 백지화됐을 때 대통령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선거 유세 때는 충청도에서 표를 얻으려고 제가 관심이 많았겠죠.” 보통 사람 같으면 이럴 때 쥐구멍을 찾겠지만, 대통령의 말에선 전혀 미안한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

역시 대선 공약인 동남권 신공항이 끝내 백지화되자 대통령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구가 실연을 당하든지 했을 때, 즉 자기 책임이 아닌 일에 대해서만 이런 말을 쓴다. 다음날 발표된 담화문에도 “이런 사업을 책임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할 수 없다”고 되어 있으니, 이번 사태의 책임을 대통령에게 묻는 게 부당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 대통령님은 자신에게 한없이 관대한 분이다. 이런 도량이 그를 이 시대에 가장 성공한 정치인으로 만들었을 터이므로, 정치인으로 성공하려는 이들은 대통령의 도량을 우선적으로 배우는 게 좋겠다. 자신에 대한 도량을 특히 더.

2011-04-05 19:38:47                           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경향신문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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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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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여 ..양아치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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