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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없는 이와 약한 이를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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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그네
댓글 2건 조회 1,871회 작성일 11-05-2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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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는 없는 이와 약한 이를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캐나다는 땅덩어리에 비해 인구수가 적은 관계로 도로들도 미국에 비하면 좁고 허름한
편입니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교차로에 별도의 좌회전 라인과 구간이 설정되어 있는
데 비해 캐나다는 도심 그것도 교통의 흐름이 많은 곳을 제외하면 통상의 2차선 도로에서
대부분의 좌회전은 비보호로 알아서 해야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물론 차량의 흐름이 미
국보단 많지 않으니 크게 불편하지는 않지만 붐비는 시간이 되면 정체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요. 더구나 도로의 보수나 공사구간에선 더더욱 심합니다. 게다가 캐나다는 이웃나라
미국과는 달리 이런 종류의 공사는 한도 끝도 없이 오래 걸리기로 유명합니다. 워낙 일할
사람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건축이나 토목공사에 대한 규제와 규정이 까다로워 정말로
규정대로 제대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풍토(준공검사가 엄청 까다롭죠)인데다가 또
일하는 스타일들도 다분히 느긋해 성질 급한 한국 사람들 관점으로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고 한 달이면 족한 공사를 반년씩 끄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나쁘게 말하면 아주 게을
러 터졌습니다.

  그런데 이들 도로의 공사현장에는 꼭 도로통제를 담당하는 인원들이 배치되어 있는데,
우리 관점으론 별것도 아닌 공사현장에서도 꼭 도로 양쪽에 두 명씩 그것도 늘 여성들이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안전개념이 희박한 대한민국에서는 보기 드문 이러한 현상은
사실 북미주에선 일반화된 모습이고 미국의 커뮤니티 컬리지에선 공사구간에서의 도로
통제를 따로 가르치는 과목이 개설되어 있을 정도로 전문화된 분야이기는 하지만 미국도
캐나다처럼 이 일을 하는 사람이 꼭 여성은 아닙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공사구간의 도로통제 담당자는 반드시 여성이어야 하고 그것도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싱글맘들만 가능합니다. 인구가 적어서 매년 적지 않은 수의
이민을 받아들이고 있고 여성과 남성의 일이 크게 구분되지 않으며, 캐나다 남자들
5명만 모이면 집하나 짓는 것은 문제도 없다고 할 만큼 DIY가 발달해 있고 또 그만큼
이나 엄청나게 다양한 DIY 관련 쇼핑몰이 활성화된 나라 캐나다. 그만큼 사람 쓰는
값이 비싸 배관공(이 나라에선 가장 현금을 많이 만지시는 짭짤한 블루칼러 직종이기도
하죠)한번 부르면 기둥뿌리 뽑힌다는 농담을 해대는 나라에서 왜 이런 독점권을 여성들
그것도 싱글맘들에게 주는 것일까요?

  어찌 보면 이것은 낭비라고 생각할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처럼 도로가 넓지
않는 이 나라에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신호등과 같은 보조 신호체계가 부족하기에 자칫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 더구나 캐나다는 노동법이 엄격
해 해가 지고 난 후의 야간작업은 정말로 긴급한 상황(그래서 웬만한 공사는 거의 석달이
면 빨리 끝난거고 반년이면 보통, 심하면 1년도 더하기 일쑤랍니다)이 아니면 거의 하질
않기 때문에 퇴근 후에는 애들을 돌봐야 하는 싱글맘들에게는 적합한 일이기도 합니다.
또 일정수준의 과정만 이수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기에 싱글맘 대부분이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일도 쉽지는 않습니다.

  하루 종일 뙤약볕에서 서있는 거 쉽지 않지요. 비가 많이 오는 비씨주의 경우는 온종일
젖은 채로 있어야 하기도 하고요. 차들이 휭휭 지나다니는 상황에서 늘 위험을 감수해야
하니깐요. 하지만 적어도 이 일을 하는 캐나다의 여성들은 최소한 자신이 일하면서 아이
를 키우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녀들 대부분이 먼저 손
을 흔들면 캐나다인 특유의 여유와 미소로 응대하고 여성이 도로통제를 함으로 해서 정체
가 되더라도 짜증을 내는 것도 다소간 누그러지는 효과도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이유야 어쨌건 아이를 홀로 키워야 하는 여성들이 고정된 정규직을 가지고 계속 사회
생활을 유지하면서 육아를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캐나다의 이러한 정책 때문인지는 몰라도
옆 나라 미국은 캐나다를 소비에트 소셜리스트 리퍼블릭 오브 캐나다(Soviet Socialist
Republic of Canada)라고 비꼬기까지 한답니다. 하지만 미국에 비해 의료보험료가 같은
수입 대비 캐나다 시민들은 고작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고 미국과는 달리 까다로운 옵션
이나 의보가 책임지지 않는 항목이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국 인구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이 나라가 적지 않게 미국경제에 의존하고 미국경제와 연계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보다 먼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붕괴의 충격과 불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것은 우연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최근 들어 캐나다는 정규직의 숫자가 다소 증가했
고 비씨주의 경우는 2002년부터 집계했던 홈리스들의 쉼터에 처음으로 숫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네요. 주택경기가 아직도 바닥을 기는 서북미주들에 비하면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는 최근 들어 주택을 새로 신축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고 미국의 거대 소매체인인
타겟이 새롭게 캐나다에 100여개의 지점망을 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밴쿠버 도심에
5개의 지점을 개설(이 때문에 소규모 캐나다 소매 자영업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이에 대한 규제가 비시주 다음 선거의 이슈가 될 듯도 합니다) 한 것을 보면 이미 미
달러화보다 강세인 캐나다의 구매력이 지금의 미국보다 더 매력적임을 입증하는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하여간 그래서 이래저래 재밌는 나랍니다.

   누구보다 미국과 가까이 붙어있고 말도 같은 영어를 쓰지만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다른 게 너무도 많은 나라 캐나다. 외국 사정에 어두운 평범한 미국인들은 캐나다가
자기네 땅의 변방쯤으로 인식되곤 하지만 조금이라도 캐나다를 경험한 미국인들은 그
땅이 자신들의 나라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사고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는 게 정설이고 그러한 독특함이 미국에 흡수되지 않고
독자성을 유지해오면서 나름 번영하는 나라 캐나다를 만든 원동력이 아닌가 하여 이방인의
입장에선 흥미롭고 또 대견하기도 합니다.

   더구나 북미주에서 미국과는 달리 오랫동안 유럽식의 보편적인 복지와 분배에 대한 시
각이 트여있었고 정책적으로 이를 지속해왔으며 사회적으로도 이러한 기조에 대해서 합의
와 존중의 분위기가 유지되어 왔었기에 신자유주의의 거품이 꺼진 후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고 미국보다 더 빠르게 경기를 회복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배경에는 얼핏 자본주의의나 신자유주의의 효율적 시각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싱글맘들에 대한 특혜에 가까운 사회의 배려와 복지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닌가 하고요.



  이쯤에서 내나라 꼬락서니를 잠시 들여다보면 급우울해집니다. 요즘 들어 재벌 3세들께
서 동네 빵집과 피자집과 치킨집들의 매출이 탐이 나셔서 대형 베이커리 체인을 내고
통큰 피자니 치킨 따위를 팔고 계신다죠? 이렇게 재벌로 상징되는 가진 자들이 소위 자유
시장이라는 미명하에 근근히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약자의 영역을 마구 쑤시고 들어
오는 현상을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언제까지 허용할 셈인지 모르겠습니다.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냉혹한 법칙이 매일 적용되는 아프리카 초원에서 먹이사슬의 최정
점에 서있는 사자도 자신이 잡은 먹이를 모조리 독식하지는 않습니다. 사자의 성긴 이빨
로는 뼈와 뼈사이에 붙은 작은 살점들을 발라먹을 수 없고 혹독한 아프리카의 더위는 금
세 시체를 부패시키기에 결국 사자들이 잡은 먹이는 하이에나처럼 썩은 고기를 먹거나
이빨이 작아 작은 살점을 발라먹을 수 있는 작은 동물이나 새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것과는 달리 작금 한국의 자본주의 경제시장의 모습은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지날
수록 극소수의 강자들이 모든 것을 독식하면서 전체의 경제는 점점 더 허약해지는 악순환
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지요? 사자는 자신이 먹을 만큼만 사냥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이라는 사회의 최강자인 재벌들은 자신들이 굳이 할 이유가 없는 영역까지도 마구 잠식
해 들어가고 있는데도 심판인 국가는 나 몰라라 방관만 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무역 흑자가 몇 년째 계속 유지되고 있어도 국내의 구매력은 전혀 되살아나질
않고 내수경기는 늘상 불황을 헤매고 서민의 민생고는 갈수록 심화 되고 있습니다.
제아무리 주가가 2천포인트를 넘어서도 서민경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대기업들은 갈수록 우월한 지위와 힘을 이용해 중소기업을 쥐어짜고 있고,
그러면서도 점차로 자동화와 정보화로 인해 해마다 적지 않은 수의 인력을 구조조정이
라는 이름으로 실업자로 내몰고 있습니다. 신규채용되는 인력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고
이 때문에 청년실업은 어느새 사회의 일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하고 국가는 여전히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착취구조로 벌어들인 적지 않는 금액의 잉여이익 이 우습게도 사회에 적절
하게 재분배되거나 투자되기는커녕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만큼의 배려도 없이 죄다 재벌
들의 손에 그대로 머물러 있고 그것도 부족해 다시 그 돈은 힘없고 약한 자영업자들의
자그마한 영역을 점거하는데 재사용되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이들 재벌들이
이러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쉽게 돈을 벌면서 한국경제의 전체적인 역동성과 도전정신
은 날이 갈수록 쇠퇴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기업이라는 삼성은 20여년 전 공격적으로 반도체 분야에 투자해 오늘의 삼성을
일궜지만 지금의 삼성은 사주 이건희가 '스스로 위기다' 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주머니에
엄청나게 쌓여 있는 현금을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현실은 그 대표적
인 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소위 그들의 후계가 된다는 재벌 3세들이 새롭게 돈이 될 수
있는 도전적인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기껏해야 동네 빵집들이나 울리는 식의 안전한 곳에
만 돈을 쓰는 현상은 이미 이러한 독점구조와 천민자본주의가 전체 한국 경제의 체질을
비만화하고 약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국가는 이를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것도 부족해 종부세 폐지와 법인세의 대폭
인하등등으로 사회적인 강자인 재벌들과 가진자들을 더 배려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표면
에 내세우고 있는 논리는 과거에나 통용되었을 뿐, 이미 재벌들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무역 흑자를 이뤄도 국내내수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오래된 현실이건만 저들은
여전히 대기업이 잘 돌아가면 그 떡고물이 사회 곳곳으로 퍼진다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보편적 복지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는 정책이나 의견에 대해서는
좌파적이라느니, 공짜는 없다는 식의 천민자본주의적 시각과 구시대적 빨갱이 논리를
들이대고 있습니다. 막말로 그렇게 할거면 재벌회사들이 만들어 파는 수출 제품의 스
펙과 동일한 조건에 해외 판매가와 동일한 조건으로 국내에도 판매를 하게 하던가,
아니면 외국경쟁사 제품들에게도 국내에 기회를 좀 더 주던가 해야 형평이 맞건만,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박정희 시대가 만들어 놓은 대기업 우대하면 그 이익은 곧
다시 전체 사회에 돌아온다는 말도 안 되는 구시대적 도그마에서 빠져 저들에게 가지
않아야 마땅할 우리의 몫을 착취당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98 년 환란때 저들 대기업
을 살려준 공적자금은 모두 서민들의 세금에서 나왔다는 걸 왜 우리는 망각한겁니까?

   점차로 찌질해져가고 쇠약해가는 미국에게도 어느 덧 넘사벽의 수준이 되어가고 있는
캐나다 정도의 복지와 소수와 약자에 대한 배려는 대한민국에게 바라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처럼 없는 이들과 약한 이들과 소수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고
지켜 주지 않는 사회를 계속 용인한다면 결국 한국사회는 점차 기대할 것이 없어지고
시간이 갈수록 쇠퇴할 것은 분명합니다. OECD출산율 최저라는 현실은 이를 분명하게
예고하고 있는 불길한 징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하려면 나라에는 없는 이들과
약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정부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다음 총선과 대선이 아
주 중요합니다. 언제까지 국가가 있는 자들의 편을 드는 반칙의 용인자이자 부당한
심판노릇을 하게 할 겁니까?

  
   참여정부는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복지에 대한 시각과 지평을 넓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민심은 허울 좋은 대박신화를 떠들어댄 14성장군이라는
화려한 경력의 전과자와 친일부역냉전수구들에게 권력을 내줬고 그 결과 지금 대한
민국은 점점 더 먹고 살기 힘든 나라로 전락해버렸습니다.

   싱글맘들에게 독점적 자리를 준다고 캐나다의 그 누구도 이에 대해서 좌파니 빨갱이
니 하는 소리를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캐나다 시민들 거개가 누구라도 자신 역시
언제든 사회적 약자나 소수가 될 수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이고 그럴 때 국가와
사회가 지켜준다는 믿음과 확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약자와 없는 이들을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고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은
바로 그러한 일을 하는 정부를 만들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다음부턴 제발 선거 잘합시다.
미래를 책임질 어린세대들에게 공짜 점심 준다고
빨갱이 운운하는 저렴한 인식과 본말이 전도된 아둔한 시대착오적 사고로는 절대로
선진국 못됩니다. 이런 놈들부터 영구히 퇴장시키라고 투표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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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님의 댓글

국가란 작성일

/국가는 약자와 없는 이들을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고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은
바로 그러한 일을 하는 정부를 만들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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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카게산다님의 댓글

차카게산다 작성일

너무나 옳으신 말씀! 적극 동의하고 지지합니다.
나그네님 좋은 글 늘 잘 읽고 또한 지성의 계발에 여러모로 도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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