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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만 잘되면 뭐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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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777회 작성일 11-06-1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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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기자님, 무슨 제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지난 번 인터뷰했던(5월 24일자 6면 보도) 김성년 씨가 신문을 보자마자 나온 반응이다. 곧이어 '겸손의 미덕'이 가득 담긴 말들을 쏟아낸다. 예상했던 대로다. "아, 그렇습니까? 그러면 선생님보다 더 훌륭하신 분을 소개해 주시면 되겠네요."

창원시 봉곡동 코오롱 아파트 앞 상가. 김성년 씨의 정보에 의하면 여기 'Nine Park'라는 프라모델점이 있고, 여기 운영하시는 분은 아이들에게 '교장선생님'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아이들이 그런 별명을 잘 안 붙이는데.' 속으로 긴가민가 하면서 가게에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이건 장사하려고 만든 곳이 아니다. 프라모델 박물관이다. 호기심 급상승. 


"안녕하세요?" 소탈해 보이는 박영구(59·사진) 씨가 반갑게 인사한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이 교장선생님이라고 부른다는데, 왜 그렇죠?" "제가 잔소리가 많아서 그런가 봅니다." 잔소리가 많다고 교장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훨씬 악독한 별명이 붙게 마련이다. 무슨 잔소리를 하는지 궁금했다.

"저는 요즘 아이들이 물질적으로는 부유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빈곤하다고 느껴요. 욕을 함부로 하고, 부모를 하대하고, 돈만 있으면 다 된다고 믿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예절교육을 좀 시켜요." 순간 아이를 쥐어박는 모습이 떠올랐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아이가 참 갖고 싶은 키트가 있으면 아이가 구해달라고 해요. 대신 저도 조건을 내걸죠. 3일 동안 부모님께 존대를 하면 3일 안에 구해주겠다. 그러면 나중에 집에서 전화가 와요. 고맙다고."

역시 예사 사람은 아니었다. "저는 부모들한테도 잔소리가 많아요. 내 새끼 하나 잘 되면 뭐 합니까? 나머지 99%가 잘못되면 내 새끼 쥐어박을텐데. 내 새끼 대신 나머지 99%가 잘 되면 내 새끼는 자연스럽게 99%의 도움을 받으며 산다고 저는 말해줘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자기 자식에게도 그럴 수 있을까?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래요. 공부 못 하는 친구들과 사귀어 놔라. 그리고 일부러 쉬운 문제도 좀 틀려라. 그래야 공부 못하는 친구들이 동질감을 느끼고, 소통할 수 있다. 그러면 훗날 으슥한 밤길을 걸어가더라도 편하게 걸을 수 있다. 반대로 그 친구들을 깔보고 무시했다면, 훗날 으슥한 밤길을 걸으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관점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그리고 저는 제가 실수했던 것들을 자꾸 아이들에게 들려줘요. 그게 성공한 얘기보다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일 결정적인 것은 신뢰를 심어줬다고 생각해요" 신뢰라. "2만 원짜리 키트가 있는데, 만 오천 원밖에 없어요. 그럴 땐." "그냥 주시는군요" "아니죠. 그건 신뢰가 아니라 적선이죠. 만 오천 원에 일단 주고, 약속을 하죠. '네가 날짜를 잡아라. 그 날짜까지 나는 네가 돈을 가져다줄 것으로 믿겠다' 라고." "아니, 그러면 돈을 가져옵니까?" "물론 돈을 가져올 수도 있고, 못 가져올 수도 있어요. 아이들이 월급쟁이가 아니니 어떻게 돈이 딱딱 맞춰 나옵니까? 돈을 가져오고 말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가 신뢰를 주면 아이도 저를 믿습니다. 그리고 커서도 누군가에게 신뢰를 주는 사람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만하면 왜 교장선생님이라고 하는지 납득이 됐다. 그건 그렇고 이 공간이 도대체 뭐하는 공간인지 들어설 때부터 미스터리였다. 50평 남짓 되는 가게(?)에 작업하는 공간이 3군데 정도 되고, 전시된 모형이 매우 많았으며, 곳곳에 책들이 수없이 꽂혀 있다. 파는 물건보다 전시품에 더 눈길이 갔다. "저는 어릴 때부터 만들기를 좋아했어요. 양철 쪼가리로 계급장을 만들어 붙이고 다녔죠." "이 가게 연 지는 얼마나 됐죠?" "이것저것 하다가 15년 전에 가게를 열었어요." "늘 혼자 이렇게 계십니까?" "아뇨, 저희는 이곳을 모델링 구락부라고 불러요. 관심 많은 사람이 모여서 작업도 하고, 붐을 일으키고자 서로 논의도 하고 그러고 있죠"

운영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역모기지론 아세요? 죽을 때 아파트 지고 갑니까? 은행에 맡기고 은행에서 주는 돈으로 유지하고 있죠. 그래도 여기가 유지되니까 마창진에서 모형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할 수 있잖아요. 내가 밑거름되면 누군가 싹을 틔울 수 있겠죠." 뭔가에 다 걸 수 있다. 멋진 일이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를 어떻게 볼까? "친구들이 그러죠. 아직도 니는 그 모형 쪼가리 조몰락거리 있냐고. 부모들도 여전히 장난감 정도로 취급을 하죠." 짐작했던 대로다. 인생을 걸었는데, 이런 취급 받으면 마음이 어떨까? "저는 낙담하지 않아요. 곧 모형 만드는 것이 문화로 취급받는 날이 올 거예요. 지금 우리 구락부에서 나온 작품을 기다리는 외국 사람들이 많아요. 요즘은 방과후 프로그램으로도 많이 물어본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내 새끼만 잘되면 뭐합니까"…아이들과 믿음으로 소통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50499 - 경남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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