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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와 서울의 비슷하지만 다른 요즘 거리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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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그네
댓글 1건 조회 1,764회 작성일 11-06-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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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한국처럼 밤새 술 푸고 하는 문화가 거의 전무합니다.
술집이라고 해봐야 펍이 전분데, 11시면 마지막 주문 받고 11시 반이면 문 닫습니다.
그보다 더 늦게 밤새 영업하는 집들은 도시 다운타운에 관광객 용으로 몇군데 있는 게 고작이죠.
이 나라는 퀘벡주를 빼면 맥주조차 리쿼샵에서만 팔기 때문에 수퍼에 가도 알콜 한방울 없죠.
이민 온 한국 남자들중에 이걸 힘들어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대신 운동시설과 여건이 좋아 4계절 운동하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여름엔 사이클러들과 산악자전거가 겨울엔 스키와 보드가 그리고 어딜 가나 수영 및
모든 체육을 즐길수 있는 체육관과 운동장이 완비 되어 있습니다. 야구와 미식축구와
축구와 럭비등등 여름 내내 운동경기가 끊이질 않습니다. 동계올림픽과 하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정말 희귀한 몇번의 경우에 캐나다 인이 있는 건 이런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같은 서양식 음식을 먹지만 캐나다인들은 미국인에 비해
살찐 사람이 드물고 소위 몸짱들이 즐비합니다.

하지만 운동좋아하는 이 나라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건 누가 뭐래도 아이스하키죠.
아이스 하키의 종주국답게 전국민이 아이스하키 하면 뻑 갑니다.
오죽하면 지난 밴쿠버 동계올림픽때도 무엇을 올림픽개최의 성공으로 볼거냐는
설문에 밴쿠버 시민과 캐나다 사람의 60%가 하키 금메달을 꼽았습니다.
(다행히도 여자남자 모두 하키에서 금메달을 따냈긴 했지만, 못땄으면 난리 났겠죠)

푹푹 찌는 여름에 웬 아이스 하키얘기냐 하시겠지만, 요즘 밴쿠버는 아이스하키때문에
전도시가 지난 올림픽 때보다 더 난리가 났습니다. 바로 이곳을 홈으로 하는 밴쿠버 커낙스팀이
NHL하키 결승전에 올라 어제 3승을 따내고 우승컵을 위해 마지막 1승만을 남겨놨기 때문이죠.

스탠리 컵이라 불리는 NHL하키리그의 우승컵을 따내는 일은 참으로 지난합니다.
각 15개 팀으로 이뤄진 동서 컨퍼런스에서 각각 8개팀이 플레이오프를 그것도 매번
7전 4선승제로 치르기 때문에 정규시즌에서 1위를 해도 스탠리 컵 결승에 오를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더구나 밴쿠버 커낙스 팀은 지난 70년 창단한 이래 거의 40년 동안
24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단 한번도 우승을 차지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두번의 결승전에 나가서 모두 뉴욕팀에게 패했었지요.

최근 들어 NHL은 미국팀들이 주도하는 형편이고 전체 30개 팀중에 고작 6개뿐인
캐나다가 스탠리 컵을 들어본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캐나다에서
제법 하키좀 한다는 유망 선수들은 죄 미국이 그동안 달러로 데려갔었거든요.
밴쿠버 커낙스 역시도 리그에서 정상급의 팀이고 우승후보이긴 하지만 늘 후보일뿐,
최근들어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번번히 시카고 블랙혹스에게 져서 탈락하곤 했는데,
올시즌 커낙스팀이 시즌 초반부터 1위로 치고나가더니, 웨스턴 컨퍼런스에서 챔피언을,
이후 승승장구 연승을 하며 결승에 올랐으니 밴쿠버 시민들과 비씨주 주민들이 흥분하는
건 당연하겠지요. 평소에 감정 표현을 자제하는 편인 영국적 기질이 무색할 열광입니다.

도로를 달리다보면 이 도시 사람들이 커낙스를 응원하는 오랜 전통인 깃발을 단 차들이
눈에 띄게 늘었고 깃발과 팀의 로고가 새겨진 물품은 재고를 채워넣기가 무섭게 품절됩니다.
심지어 경기시간이 되면 아예 거리엔 다니는 사람과 차가 거의 없어질 정돕니다.
뿐만 아니라 아예 중심가인 조지아 스트리트는 경기가 벌어지는 날이면 시민들의 자발적인
거리 응원이 펼쳐졌고 결국 시당국은 아예 경기날엔 오후2시부터 도로를 폐쇄하고 응원공간을
따로 만들어놨을 정돕니다. 다운타운은 물론 여기저기 사람들이 모일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응원을 펼칠수 있도록 대형스크린과 각종 편의시설들이 마련중입니다. 커뮤니티 센터나
체육관에 온 동네 주민들이 모두 모여 커낙스를 연호하며 응원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덕분에 요즘 길거리 음식카트들은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매상이 거의 5,6배나 증가했으니까요.
리쿼샵들도 경기가 시작되기 전날부터 맥주와 안주거리를 사가는 시민들로 붐빕니다.
서부 지역에서 펼쳐지는 오랜만의 결승전을 보러 오는 미국 관광객들도 늘어나서 요즘
이 일대 호텔들과 관광업소들도 나름 재미를 보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최근 들어 캐나다 달러가 미국달러보다 강세인지는 몰라도 마니토바의 위니펙이
NHL 하키팀을 창단키로 결정한데 이어 커낙스의 상승세로 요즘 캐나다는 하키때문에
행복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딱 우리 2002년 월드컵 길거리 응원을 보는 기분입니다.

요즘 서울의 거리들도 이렇게 사람이 채워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등록금 반값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무능,
날로 가중되어가는 민생고 때문에 발생한 또다른 자발적 시위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분명 우리는 2002년 시청과 광화문 그리고 전국의 거리거리에서
뜨겁게 '대한민국'을 연호하면서 자발적이고 흥겨운 응원의 문화를 향유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왜 무엇때문에 도로 87년 6월의 비장한 그 때 그시절로 돌아가버렸는지
한번쯤은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어쩌다가 이렇게 된건지요?

지구 반대편에선 여전히 자발적인 응원과 시민의 권리를 나름 향유하며
축제의 마당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한때 누렸던 그 즐거웠던
거리의 응원문화대신 또다시 촛불을 들어야 하는 이 현실에 대해서 지금 우리는
분명히 반면교사해야 할 뭔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비슷하지만 그 속내는 사뭇 다른 두 도시의 요즘 거리 풍경을 지켜보면서
서둘러 내조국이 2002년의 흥겹고 감동적이었던 길거리의 풍경을 회복하길 기원합니다.

이래서 투표 잘하셔야 합니다.

캐나다시민들이 지금 이런 흥겨운 거리응원을 즐기는 밑바닥에는
닥치고 무조건 지지, 우리 지역사람은 뭔짓을 해도 밀어주는 식의 3류 정치의식이나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혹세무민하는 조중동과 같은 언론으로 위장한 찌라시들의
선전선동따위는 애초부터 발붙일 수 없는 정치문화와 언론기반이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고
시민을 속이거나 기만하는 정치인은 가차없이 표로 응징하는 야무진 시민정신이 함께 하고
있음을 우리도 좀 배웁시다. 이럴땐! 그래야 지금의 밴쿠버처럼 흥겨운 축제도 즐기면서
술 한잔 마실수도 있을 거 아니겠습니까?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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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뱅쿠버 시내는 정말 축제를 즐길 만한 분위기로군요.
사람 사는 곳 어디나 사람 사는 듯 살아가야 하는데
요즘의 세상은 그런 분위기가 다 죽어버렸습니다.

선거 제대로 하고
제대로 된 정치인 뽑고
선거로 인한 개혁 없이는 그런 축제다운 축제도 즐기지 못하고 사는 것이
우리 인생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 사는 듯 살아가는
2002년에 이미 이루었던 그런 세상을 회복하기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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