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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의원님, 아픕니다. 너무 아픕니다 (양정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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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중
댓글 1건 조회 1,703회 작성일 11-06-24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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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저에게 아주 특별한 분입니다. 민주화운동으로 감옥에 갔다 온 다음 시민단체에서 1년가량 활동하다가 미디어 전문기자로 처음 직장생활 시작한 곳이 <미디어오늘>의 전신인 <언론노보>였습니다. 그 때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권영길 의원이었습니다. 저에겐 첫 직장의 첫 상사였던 셈입니다.

권 의원은 제게 직장 상사를 넘어 운동의 스승이자, 기자 대선배였습니다. 제 젊은 날의 많은 추억은 그 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남은 한 학기를 마칠 생각이 전혀 없는 저를 설득해 대학을 졸업하도록 설득한 이도 권 의원이었습니다. 그 분을 모시고 6년 가까이 생활했고, 그 6년은 매일 매일을 가족보다 오래 마주한 기간이었습니다. 또 권 의원은 아버지 같은 형님, 형님 같은 아버지처럼 따뜻한 분이었습니다.

2002년, 제가 노무현 후보 캠프로 가기 전에 가장 먼저 상의 드린 분도 권 의원이었습니다. 권 의원 자신이 대선 후보였는데도 저를 붙잡기는커녕, 아무런 서운함이나 망설임 없이 “잘 생각했다”며 “노 후보는 훌륭한 정치인이니 가서 잘 모시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줄 만큼 대인이었습니다. 지금도 저에게 가끔씩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고 해 주시는 고마운 분입니다.

그런 권 의원이 22일 가장 권영길다운 감동의 정치를 보여줬습니다. 권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포함해 향후 건설될 통합 진보정당에서 어떤 당직과 공직도 맡지 않고 백의종군하며 오직 통합의 길에 몸을 던지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심 없이 대의와 명분으로 정치를 하는 원로로서의 모범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말씀 중에, 마음에 걸리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개인적 관계에도 불구하고 그 대목을 정중하게 해명하는 것이, 참여정부에 몸담았던 저의 도리인 것 같습니다. (아마 권 의원도 저의 이런 처지를 기꺼이 이해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권 의원은 “우리와 정치철학이 대립했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 군사정권 시절보다 더 많은 노동자와 진보정치 운동가들이 구속되었다”며 “이런 문제들이 반드시 논의되고 청산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군사정권 시절 때보다 더 많은 진보정치 운동가들이 구석됐다는 말씀은 무슨 통계를 근거로 한 것인지, 저로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다만 구속 노동자 부분은 그런 말씀을 하실 만합니다. 그렇다해도 그 말씀은 ‘통계적 사실’일지언정 ‘사회적 진실’은 아닙니다.
<구속노동자후원회>라는 단체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김영삼 정부 때 구속된 노동자 수는 632명입니다. 김대중 정부 때는 892명, 노무현 정부 때는 1052명입니다. 법무부나 대검 통계자료는 아직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군사정권 시절 구속 노동자 수도 파악해 보고 있는 중입니다. 숫자로만 보면 이전 민간 정부보다 구속노동자 수가 많은 건 사실일 수 있습니다.

아마 권 의원은 위의 통계를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신 걸로 보입니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난 통계엔 중요한 ‘진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당장 이명박 정권과 비교를 해 볼까요. 이명박 정부 하에서 구속된 노동자 수는 오히려 참여정부 때보다 많지 않을 겁니다. 역시 <구속노동자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집권 1년차인 2008년 138명이 구속됐습니다. 구속자 수만을 단순 비교하자면 집권 첫 해에 204명이 구속된 노무현 정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참여정부가 더 나쁜 것일까요. 노동자들은 더 살만해 진걸까요.

동의할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가장 큰 이유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노동계의 기대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노동자의 벗’ ‘노동인권 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에게 노동계는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때까지 풀지 못했던 많은 난제를 일시에 해결하길 원했습니다. 노동계는 이전 정부부터 누적돼 있던 구조적 문제들까지 참여정부에서 모두 풀어보려 했습니다. 목표와 요구치는 높았고 쟁점은 광범위했습니다.

투쟁이 분출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 파업이 줄을 이었습니다. 화물연대, 철도파업, 조흥은행 파업 등이 모두 그런 케이스입니다. 엄혹한 군사정권이나 이명박 정권 하에서라면 일어나지 못했거나 일어나기 힘들었을 큰 싸움이 쉬지 않고 일어났습니다.

따라서 핵심은 참여정부가 합법적인 쟁의나 파업에 대해서조차 탄압을 했거나 무리한 인신구속을 했느냐를 따져보는 게 중요할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기대가 크면 요구도 높은 법이고, 실망도 큰 법입니다. 높은 기대와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하지만 정부가 수용할 수 있는 선이 있고,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한계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건 어느 정부가 들어서도 편차는 있을지언정 정부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비슷한 고충을 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했습니다. 대부분 사안을 청와대가 직접 챙기기까지 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노동 이슈를, 평생을 노동인권 변호사로 살아온 문재인수석에게 맡겼습니다. 가급적 요구를 경청하고 풀어보려 했습니다. 그러나 위법행위에 대해선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역시 어느 정부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한번 가정을 해 볼까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집권을 했습니다. 이전 정부보다 훨씬 친(親)노동 정책을 추구할 것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노동계를 100% 만족시킬 수 있을까요. 노동계가 바뀌지 않는 한, 결코 아닐 겁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것은 그들에게도 예외가 아닐 테니까요.

전국 각지에서 대형 파업이 벌어질 겁니다. 그 가운데 상당수는 불법일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어떻게 할까요. 마지막까지 대화를 할 겁니다. 최대한 요구를 들어주려 할 겁니다. 그래도 노동계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더 큰 투쟁을 이어갑니다. 그들도 참여정부와 똑같은 딜레마에 처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물리력을 앞세우는 의사표시에 대해 무조건 관용으로 일관하면서 버틸 재간이 있는 정부는 없습니다.

만일 군사정권 시절이나 이명박 정권에서 노동계가 그 많은 대형파업을 계속 벌이고 그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 때처럼 ‘화염병 시위’ ‘불법점거’가 동원됐다면, 아니 그 반만 했어도 구속자 수는 상상을 초월했을 겁니다. 수치의 빈틈은 이겁니다.
<구속노동자후원회> 이광열 사무국장의 말을 인용해 봅니다. “이명박 정권에서의 구속자 수만을 단순 비교하자면 노무현 정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권의 탄압이 훨씬 더 심각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탄압의 양상 때문이다.”

물론 참여정부가 노동문제를 무조건 잘했다고 우기려는 건 아닙니다. 성과도 있었지만 한계도 있었습니다.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건 노동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서로 냉정하게 돌아보고 차분하게 각각의 잘못을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구원(舊怨)을 털어내고 힘을 합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중요한 건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객관적 진실을 토대로 성찰하는 일입니다. 거두절미하고 수치상의 통계만 가지고 노무현 정부를 군사독재나 이명박 정부와 단순 비교하는 일은 좋은 방식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제 진보도 전략적이어야 합니다. 공존의 지혜를 찾아야 합니다. 소탐대실의 우를 범해선 안 됩니다.
존경하는 대선배의 여러 말씀 가운데 굳이 한 대목을 괜히 꼬투리 잡는 게 결코 아닙니다. 몇 가지 문제에 관해 진보진영이 늘 서운해하는 단골 이슈입니다. 앞으로 야권 대통합 과정에서도 계속 등장할 의제입니다. 그 부분을 미리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중요하게 보는 겁니다.

참여정부 노동정책의 성공과 실패사례를 놓고 차분하게 비교해 공감대를 이뤄가는 과정이 중요하지 노동정책 자체를 한 마디로 잘라 군사정권과 비교하거나 이명박 정권과 비교해서는 공존의 지혜를 찾기 어렵습니다. 마지막 자존심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종북’이라는 단어 하나가 민노당과 진보신당 사이의 마음을 가르듯 말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권영길 의원 뿐 아니라 민주노동당에도 애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이숙정 의원 문제가 생겼을 때, 소수정당 진보정당 여성이라고 해서 들이대는 과도한 비난여론의 부조리함을 홀로 제기할 때, 사실 많은 욕을 먹을 것을 감수했습니다. 이번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 부탁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민주노동당도 만년야당이 아니라, 늘 집권을 전제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말하면 정말 좋겠습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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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툰님의 댓글

폰툰 작성일

끊임없이 좋은 시각을 표출해주는 양정철 이 분이 나는 좋아라.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한국이 그나마 살아있게 된다.

사람이 모든 점에서 완벽할 수 없다. 강점이 많은 사람이 그만큼 단점이나 헛점도 많다.
최소 양정철 이 분만큼 예의와 절제를 갖추고 문제를 지적해 준다면
왠만한 정상적 사람이라면 그런 지적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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