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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라남의 열풍 60 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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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4,680회 작성일 22-09-21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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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편

 

12

 

북방에서는 벌써 아침이면 서리가 내리고 저녁이면 음산한 바람이 겨울을 예고하듯 휘파람소리를 내며 길거리와 집마당들에 마른 먼지와 가랑잎들을 날리였다.

11월 6일 아침, 수봉작업장으로 가는 길에도 서리가 내려 검은색 포장도로가 희끗희끗해졌다.

해가 떠오르자 까만 승용차 한대가 수봉쪽으로 가는 언덕길을 치달아올랐다.

김정일동지를 모신 승용차였다. 그 뒤로 여러대의 승용차들이 따랐다.

그이께서는 주의깊이 차창밖을 내다보고계시였다.

새벽에는 진서리가 내렸지만 지금은 파아란 하늘에서 내리비치는 해빛이 사뭇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넓은잎나무들이 우거진 산들은 푸른 빛을 바래고 누렇게 번져졌으나 몇점 남아있는 단풍잎으로 하여 마치 황금색바탕에 붉은 꽃을 수놓은듯 아름다왔다.

며칠전부터 함북지구에 대한 현지지도를 시작하신 그이께서는 지금 《93기》의 가동실태를 알아보러 가시는 길이였다.

2001년은 이제 두달밖에 남지 않았다. 새 세기가 시작되는 이 한해에 그이께서는 참으로 많은 길을 걸으시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시였다. 북으로 반도의 끝점, 두만강 양의마을과 남으로 분계선마을, 동해연선과 서해기슭 그 어디에도 가보시지 않은곳이 없었다.

국내뿐아니라 상해, 베이징, 하바롭스크, 옴스크, 모스크바, 뻬쩨르부르그 등 아시아, 유럽의 광활한 대륙을 밟으시였다.

그이께서 만나보신 외국인들만 하여도 뿌찐대통령을 비롯한 로씨야의 정치, 경제, 과학문화부문의 일군들, 강택민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인사들, 유럽동맹수석대표들을 비롯한 서방인물들 수백수천명을 헤아리였다.

새 세기 첫해인 2001년에 어찌하여 그이께서 그렇듯 분주히 먼길을 다니며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셨던가?

그이께서는 멀고 먼 길을 다니시며 새 세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고있고 21세기에 우리가 어떻게 살고 투쟁하여야 하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시였다. 그리고 지나간 20세기를 재검토해보시였다.

지금도 그이께서는 인류가 걸어간 20세기의 로정속에 비친 우리 민족의 력사, 조선의 모습을 돌이켜보고 계시였다.

지금으로부터 100년전, 우리 민족은 치욕스러운 망국의 예종소리를 들으며 19세기를 보내고 20세기를 맞이하였다.

그이의 눈앞에는 피비린내나는 렬강들의 각축전속에서 승냥이들의 먹이로, 희생물로 되는 20세기초 조선의 슬픈 모습이 비치였다.

민족의 수난으로 하여 수령님께서는 열네살 어린 나이에 광복투쟁의 길에 나서야 하시였다. 그때부터 수령님께서는 중중첩첩한 역경의 천산만악을 넘어 조국을 찾고 자주화의 길을 열어놓으시였다.

그 길에서 수령님께서는 겪을수 있는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으시였다.

1991년 가을 수령님께서 포평나루를 찾아보고 하신 말씀이 지금 그이의 귀에 쟁쟁히 울리였다.

《포평나루에서 압록강을 바라보느라니 감개가 무량했습니다. 압록강물처럼 세월은 쉼없이 흘렀습니다. 조국광복을 한지도 반세기가 되였는데 아직 나라를 통일하지 못했고 동유럽사회주의나라들이 다 무너졌습니다. 나는 늙었는데 험난한 앞길이 앞에 놓여있습니다. 이 무거운 짐이 이제 김정일동지의 어깨에 다 지워지게 되였습니다. 지난해 가을 라남에 가서 5월10일공장 동무들한테 〈HM기〉를 개발할데 대한 과업을 주면서 오늘 과업은 내가 주지만 총화는 21세기에 가서 김정일동지앞에서 지어야 할것이다, 나는 어디까지나 20세기사람이지 21세기사람이 아니라고 했더니 모두 울면서 야단을 했습니다. 내 말을 부정하려고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인데는 어찌할수 없습니다. 21세기는 김정일동지가 맡아야 합니다.》

수령님의 그 말씀이 지금도 그이의 귀가에서 쟁쟁히 울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 어깨에 민족대국상의 슬픔과 《고난의 행군》의 무거운 짐을 메고 20세기의 마지막년대를 넘으시였다.

그이께서는 차창을 내다보시였다.

벌써 승용차의 시창으로는 수봉작업장의 푸른 지붕이 비쳐왔다.

 

이 시각 오성오는 작업장 마당끝에 서서 이깔나무숲사이로 곧추 뻗은 포장도로를 내다보고있었다. 그는 뛰노는 심장을 진정시킬수 없었다. 마당에는 이른 새벽에 먼저 수봉작업장에 도착한 중앙과 도의 10여명 간부들이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의 세 책임일군과 함께 나란히 서서 김정일동지를 기다리고있었다.

9시 30분 마침내 숲속 포장도로에 석대의 까만 승용차가 나타났다. 나무우듬지들을 스치며 내리비치는 아침해빛에 까만 차체와 시창이 눈부시게 번뜩이였다.

오성오는 승용차를 향해 내달리였다.

승용차는 마당에 들어서기전에 멎어섰다.

달려가던 오성오도 우뚝 멎어섰다. 귀가에서 가쁜 숨소리가 들려 얼핏 돌아보니 주혁민과 최강철이도 뒤따라 달려와 서있었다.

차문이 열리였다. 번쩍! 눈을 부시는 그 빛은 김정일동지의 안광이였다.

《장군님!》

오성오는 달려갔다. 의식적인 걸음이 아니라 거의 본능에 가까운 움직임이였다.

《잘들 있었소. 동무네 세사람은 그저 늘 붙어다니누만. 허허허.》

수수한 잠바를 입으신 김정일동지께서 호탕하게 웃으며 걸어오시였다. 그이의 뒤로 당중앙위원회의 비서들, 인민무력부의 군사일군들이 따라왔다.

그이께서는 그들을 돌아보며 《리명국비서동물 제외하곤 모두 초면이겠군. 이 동무들이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 지배인, 책임비서, 기사장들이요.》하고 친히 소개해주시였다.

《지배인동무, 우리가 보낸 500명의 제대군인들이 일을 잘합니까?》

김정일동지께서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오성오에게 물으시였다.

《예, 벌써 기계를 맡아서 돌리는 동무들이 많습니다. 자기들은 장군님의 파견원이라고 하면서 으시대기도 합니다.》

《파견원? 허허허, 우리가 파견했으니 파견원이지.》

김정일동지께서는 무력부장을 돌아보며 웃으시였다.

그러자 주혁민이 제대군인들을 자랑하였다.

《그 동무들이 파견원답게 행동합니다. 규률있고 절도있고… 저희들이 많이 배웁니다.》

《일을 잘한다니 됐습니다. 이젠 날도 쌀쌀해지는데 그들에게 솜옷을 해입힙시다. 솜을 두툼하게 넣어서 500명 전체 제대군인들에게 일식으로 해입힙시다. 그리고 래년 봄에는 공장대학에도 보내고… 그들이 바로 라남기계공장의 미래입니다. 21세기의 주인들입니다.》

《장군님, 고맙습니다.》

오성오는 두툼한 솜옷으로 일색한 500명 제대군인들의 름름한 모습을 눈앞에 그려보며 그이께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드리였다.

이윽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여러 수행일군들과 함께 지배인의 안내를 받으며 먼저 프레스작업장으로 들어가시였다.

철의 거물들인 여러대의 650톤프레스들과 300톤프레스들이 한창 가동하고있었다. 그것들이 묵직한 장수발을 들었다 내려놓을 때마다 여러가지 모양의 금속소재들이 찍혀져 적재장소로 흘러가군 하였다.

오성오는 렬을 맞추어선 프레스들도 김정일동지를 맞이한 크나큰 영광으로 하여 격정을 누르지 못하고 흥겨운 다리춤을 추는것만 같았다.

《지난해 여름에 왔을 땐 프레스가 한대밖에 없었는데 이젠 숱한 프레스가 장단을 치면서 춤을 춥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프레스직장에 잠시 지체하고 《93기》작업장으로 향하시였다.

오성오는 오늘에야 드디여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게 되였구나 하는 생각에 뻐근해오는 가슴을 누르면서 행복과 영광을 음미하듯 천천히 작업장문을 열었다.

순간 20명 가까운 수행일군들이 동시에 눈을 흡뜨면서 탄성을 올리였다.

줄지어 늘어선 《93기》의 눈부신 모습이 그들을 경탄케 한것이다.

퉁, 퉁, 퉁, 퉁…

LK를 연해연방 분출구로 내리떨구는 소리가 작업장의 천정과 벽에 공명되여 장엄한 음향을 일으키고있었다.

건반을 재빨리 누르는 손풍금수처럼 유압조절손잡이를 번갈아 누르는 기대공의 날랜 동작, 소재를 압착하며 돌아가는 강철굴대들.

푸른 신호등을 비치며 힘있게 직선운동을 하는 왕복대들…

오성오의 눈에서 갑자기 굵은 물방울이 소낙비처럼 쏟아져내렸다. 그는 일찌기 이렇게 눈물을 흘려본적이 없었다.

기쁨의 눈물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출입문가에 서서 천천히 안경을 벗으시였다. 그리고 오래도록 말씀이 없으시였다.

왜 말씀이 없으실가? 여러대의 《93기》가 소리치며 돌아가는데 왜 저렇게 어두운 표정을 짓고 서계실가?

불현듯 하나의 아픈 생각이 오성오의 머리를 쳤다. 그것은 1990년 9월 1일 라남의 로동계급들에게 《HM기》를 총화하는 날에는 자신께서 못올수도 있다고 하신 어버이수령님의 말씀이였다.

아, 그때 롱조의 말씀으로 들은것이 현실로 될줄이야 어찌 알았으랴. 그렇다. 장군님께서는 지금 수령님께 《93기》를 보여드리지 못한것이 가슴아파 안경을 벗으시였을것이다. 눈물이 앞을 가리워…

김정일동지께서 걸음을 옮기시였다.

1호기대앞에 서서 기계를 쓸어만지면서 귀를 기울이시였다. 부드러운 《93기》의 노래를 들으시는듯 했다. 회전운동을 하는 강철굴대, 직선운동을 하는 왕복대, 반짝반짝 미소를 짓는 신호등…

김정일동지께서는 첫 기대에서 마지막기대까지 아무 말씀없이 하나하나 기대를 쓸어만지면서 두번이나 왕복하시였다.

퉁, 퉁, 퉁, 퉁… 그이께서 걸어가시는 길에서 LK는 명쾌한 음향을 울리며 반출구로 련이어 뿜어져나왔다.

그이께서는 세번째로 다시 걸어가 보시였다. 이번에는 매 기대에서 몇분씩 멈춰서서 초침의 움직임을 보며 LK제품이 쏟아져나오는 시간을 재여보시였다. 어김없이 3분에 하나씩 떨어져나왔다. 모든 기대를 하나도 빠짐없이 시간을 측정하시느라 오랜 시간 기대사이를 걸어다니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 마지막기대에서 1호기대로 되짚어 돌아와 네번째로 다시 걸어가려고 하실 때 지배인, 책임비서, 기사장이 동시에 그이의 앞에 나섰다.

《장군님, 이젠 그만 하십시오.》

《아니, 한번만 더 보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번에는 매개 기대들을 어루만지면서 더욱더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세월을 톺아오르듯 무겁게 발을 내짚으시였다. 마지막기대까지 걸어가시였다가 또 그렇게 천천히 되짚어 걸어오시였다.

오성오는 그이께 걸상을 가져다드리였다.

《장군님!…》

《아니야! 내 한번 더 보겠소.》

그이께서는 또다시 마지막기대까지 걸어갔다 돌아오시였다.

《지배인동무, 제품이 저렇게 뚤렁뚤렁 바닥에 떨어져도 아무런 손상이 없이 0.001미리메터의 정밀도를 보장합니까?》

《그렇습니다. 장군님! 그 어떤 타격에도 끄떡없습니다. 최상의 강도를 보장하는 제품입니다.》

오성오는 머리를 쳐들고 힘있게 대답을 올리였다.

《지배인동무, 수고했소. 나는 오늘 대단히 기쁩니다. 참으로 만족스럽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성오의 등을 두드려주며 아름다운 음향과 눈부신 광채로 가득찬 넓은 작업장을 둘러보시였다.

《동무들, 내가 오늘 왜 기뻐하는가? 〈93기〉를 보고 기뻐하는가? 물론 그것때문이기도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책임비서, 지배인, 기사장을 더 가까이 오라고 이르시고 말씀을 이으시였다.

《20세기초에 우리 나라엔 기계공장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고작 있다는것은 농쟁기를 벼리는 야장간뿐이였습니다. 참으로 약소민족이였습니다. 그러니 승냥이가 토끼를 잡아먹듯이 어렵지 않게 일제가 우리 나라를 먹어치웠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우리 나라가 인공별을 띄우는 나라가 되고 〈93기〉를 비롯한 최첨단기계들을 개발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동무들! 보시오. 저기에 생명의 원리가 적혀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맨 가까이에 서있는 시험《93기》의 자호를 가리키시였다. 그 기계 한쪽 벽에는 《실력》이라는 자호가 새겨있고 다른 한쪽 벽에는 《애국》이라는 자호가 새겨있었다.

1960년대에는 6메터 타닝반에 《자력갱생》이라는 자호를, 1980년대에는 최신형보링반에 《봉화》라는 자호를 쇠물로 써붙인 라남의 로동계급들이 오늘은 《93기》에 《실력》과 《애국》이라는 자호를 황동광을 녹여 부각하였다.

《내가 오늘 기뻐하는것은.》하고 그이께서 황금색 자호를 가리키며 말씀하시였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멀리 앞을 내다보며 바라고 생각해온 21세기 정보시대, 선군시대의 인간전형을 보게 된것때문입니다. 높은 기술을 소유한 강철의 인간들이 아니고는 〈93기〉를 만들어낼수 없습니다. 93이라는 이 수자가 라남의 로동계급들은 백번 넘어져도 백번 일어나 싸우는 불굴의 투사들이라는것을 웅변적으로 말해주고있습니다. 이처럼 과학기술의 열풍, 선군의 열풍을 일으키는 사상기술적으로 준비된 선군시대, 정보시대의 전위들이 생겨난것이 참으로 기쁩니다.

젊어서 고생은 금 주고도 못산다고 하였는데 〈고난의 행군〉속에서 실력에서도 으뜸이요, 충실성과 인간성에 있어서도 으뜸이요, 배짱과 담력에서도 으뜸인 이런 강하고 아름다운 선군시대의 인간들이 태여났습니다. 〈고난의 행군〉은 위대한 시대와 위대한 인간들을 낳기 위한 탄생전야의 진통이였습니다.》

그이께서는 곁에 서있는 오성오의 손을 꽉 잡아주시였다.

오성오는 눈앞이 뿌옇게 흐려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선군시대의 인간! 어버이장군님께서 우리에게 얼마나 높은 칭호를 주시였는가. 우리 라남사람들이 정말 그런 인간들로 되였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항상 생명의 자양분을 주고 생의 활력을 부어주신 어버이장군님의 덕이지.)

오성오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붙안고 김정일동지께 무슨 말씀을 올릴가 생각하였다.

고맙다는 인사를 올릴가? 아니면 우리모두를 위해서 부디 건강하시라는 축원의 인사를 올릴것인가.

그러다가 그는 문득 이렇게 말씀을 올리였다.

《위대한 장군님! 저희들은 오늘의 성과에 절대로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더 크고 아름답고 힘센 〈93기〉를 개발하겠습니다. 계속 전진하고 혁신하면서 장군님의 말씀대로 혁명의 열풍을 일으키겠습니다.》

그이께서는 밝게 웃으며 오성오의 얼굴을 지켜보시였다.

《라남의 열풍을 일으키면서 앞으로 더 좋은 〈93기〉를 만들겠단말이지. 이 동무가 로력영웅인데 오늘 보니 진짜 영웅답게 일합니다. 그전에 어떤 일군은 간부사업을 하면서 이 동물 체소하다고 나무랐습니다. 사람이 체통이 크다고 일을 잘하는게 아닙니다. 여기 책임비서와 기사장도 위풍이 있거나 체격이 웅장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체통을 보는것부터가 형식주의입니다.

체격이 작아도 머리만 잘 배기면 가야 할 길을 알고 일을 잘합니다. 간부사업을 하는데서 외모나 성분을 보는 놀음을 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아직까지도 그런 경향성이 없어지지 않고있습니다.

그런 형식주의가 혁명을 말아먹습니다. 모든 지배인들이 이 지배인처럼 일해야 합니다. 이 지배인이 진짜 애국과 실력의 날개를 펼치고 21세기를 날아가는 선군시대의 영웅이며 인격자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성오의 어깨와 잔등을 또 두드려주시였다.

《장군님! 저희들이 이만큼이라도 일할수 있은것은 장군님께서 저희들을 굳게 믿어주고 적극 밀어주셨기때문에… 장군님의 품에 안겨있었기때문에…》

목이 잠겨 떠듬거리던 오성오는 끝내 어깨를 떨며 흐느낌을 터뜨리였다. 그러자 함경북도당책임비서가 동을 달아 그이께 말씀드리였다.

《이 기업소 전체 로동계급은 오직 장군님만을 믿고 모두가 일심동체가 되여 일하였습니다. 특히 책임일군들의 3위1체가 잘 보장되였습니다. 책임비서, 지배인, 기사장의 호흡과 발걸음이 딱딱 맞았습니다.》

《옳아, 라남에서 3위1체가 잘돼! 책임비서가 일을 잘했습니다. 비결은 거기에 있소. 간부들에게 모든 문제가 달려있습니다. 비서동무, 라남에 대해 쓴 작품이 뭐더라?》

김정일동지께서 당중앙위원회의 한 비서에게 물으시였다.

《예, 텔레비죤련속극〈열망〉이 최근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작품은 이 동무들이 한 일의 몇분의 일밖에 소개되지 못한것 같습니다.》

《선전합시다. 라남을 선전합시다. 이 동무들이 추켜든 홰불을 다 바라보게 합시다.》

그이께서 안광을 번뜩이며 한손을 머리우로 들어올리시였다.

《라남의 봉화가 타오릅니다. 라남의 열풍이 휘몰아칩니다. 이것이 어떤 봉화인가, 라남의 봉화가 바로 새 세기를 밝히는 선군시대의 봉화입니다. 21세기의 봉화입니다.》

지배인은 자기 귀를 의심하였다. 책임비서도 기사장도 자기들이 무엇인가 착각하고있다고 생각하는듯 눈을 크게 뜨고 멍청히 서있었다. 수행일군들 역시 방금 들은 말씀에 대하여 믿지 못하고있는듯 의아한 표정으로 그이를 지켜보았다.

21세기의 봉화, 그것은 이 나라 북부지구에 이름없이 서있는 이 자그마한 기업소에는 어울리지 않는 너무도 큰 의미를 띤 봉화였기때문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93기》의 분출구로 쏟아져나오는 LK제품을 지켜보며 말씀을 이으시였다.

《이 동무들이 3분짜리 〈93기〉를 개발하였다는것은 그 어떤 최첨단정밀기계도 다 만들수 있다는것을 말합니다. 라남에서 정보시대 최첨단정밀기계제작의 돌파구를 열어제꼈습니다.》

그이께서는 내각의 한 책임일군을 돌아보며 《무엇이든 걸리는게 있으면 이 오성오지배인에게 부탁하시오. 그러면 다 해결해줄거요. 허허허.》하고 크게 웃으시고 정색을 지으며 수행일군들을 쭉 둘러보시였다.

《나는 40년동안 이 기업소와 련계를 가지고 일했습니다. 라남탄광기계공장의 력사에는 모든것이 다 있습니다. 수령관, 우리 당의 선군정치, 광폭정치 그리고 과학중시, 자력갱생, 계급투쟁, 3위1체, 조국통일, 당정책결사관철 모든 문제들이 최상의 높이에서 구현되고있습니다. 이 기업소에는 50년대 정신도 있고 천리마시대와 정보시대의 정신도 있습니다.

1차 공작기계새끼치기운동의 봉화도 경성, 라남에서 지펴올렸고 2차 공작기계새끼치기운동도 라남에서 발기했습니다. 이 기업소는 가장 어려웠던 20세기 90년대에도 년간계획을 매해 넘쳐 수행하였습니다. 그 어떤 과업을 맡겨주어도 다 해냈습니다. 이제 인공위성을 띄우라고 하여도 띄울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작업장을 나서려다가 다시 돌아보시였다.

《수령님께서 계셨더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런 훌륭한 기계를 수령님께 보여드리지 못한것이… 이런 훌륭한 사람들을 수령님앞에 내세우지 못한것이… 가슴아픕니다.》

그이의 안경에 물기가 뿌옇게 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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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그로부터 보름 남짓이 지난 11월 하순 라남의 로동계급은 온 나라 로동계급과 농업근로자들에게 새 세기의 봉화를 높이 추켜들고 강성대국건설에로 힘있게 떨쳐나설데 대한 호소문을 발표하였다. 하여 사람들에게 생의 활력을 부어주는 라남의 열풍이 온 나라에 퍼져나가게 되였다.

라남에서 호소문을 발표하는 날 오성오지배인은 연단에서 이렇게 토론하였다.

《라남의 봉화가 어떻게 타오르는가. 그 불은 위대한 장군님께서 끊임없이 부어주시는 생의 자양분과 활력으로 타오르는 선군의 불입니다.

그 불속에는 크게 두개의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그것은 김정일식애국심과 김정일식실력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불을 생의 불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모두의 생명은 장군님의 품과 혈맥으로 련결되여 있습니다. 따라서 장군님의 품을 떠나면 생명의 피줄이 끊어지는것과 같습니다.

장군님의 품, 이 품이 바로 생명의 원천이기에 령도자의 품을 떠나선 살수 없다고 말하는것입니다. 우리 식 사회주의의 생리가 그렇게 되여있습니다.》

그렇다. 라남의 봉화는 그이의 위대한 사랑의 열로 타오르고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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