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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라남의 열풍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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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6,104회 작성일 22-08-26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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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편

 

15

함북지구 중요공장기업소들을 료해하고 돌아온 리명국은 오후 첫시간에 김정일동지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집무실에는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 몇명이 먼저 와있었다. 그들도 지방에 파견되여 실태료해를 하고 돌아온 일군들이였다.

리명국은 성문화된 실태자료를 그이께 올리였다.

《문건은 후에 보기로 하고 먼저 말을 들어봅시다. 함북지구의 실태는 어떻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앞으로 걸어나오며 물으시였다.

리명국은 좀자리며 선뜻 입을 열지 못하였다. 그이께 기쁨을 드릴수 있는 소식은 얼마 없고 거의 모두가 그이의 마음을 괴롭힐 문제들이였기때문이였다.

《일없소. 솔직히 다 말하시오.》

리명국은 눈을 내리깔고 긴 한숨을 내그었다. 그는 하는수없이 보고 듣고 느낀바를 요약하여 말씀올리였다.

함북지구의 많은 공장, 기업소들은 생산을 정상화하지 못하고있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콕스탄반입이 동결되여 김책제철소의 불이 꺼져버릴 위험에 처한것이였다. 아예 기계를 멈추고 문을 닫아버린 공장들도 있었다.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를 비롯한 몇개의 공장, 기업소들만이 전기와 자재가 모자라는 최악의 조건에서도 기계를 멈추지 않고 기적적으로 생산을 정상화하고있었다. 그와 같은 공장, 기업소들을 보면 례외없이 책임일군들이 투신력, 장악력, 전개력이 있었고 반대로 생산을 멈추고 앉아뭉개는 공장, 기업소들에는 거의 다 책임일군들에게 문제가 걸려있었다. 법칙적으로 나타난 이러한 현상은 《고난의 행군》의 운명이 간부들에게 달려있다는것을 명백히 반증해주었다.

리명국은 자료를 한껏 압축하여 보고를 드렸지만 한시간가까이 시간이 걸렸다.

그이께서는 시종 아무 말씀이 없이 주의깊이 들으시였다. 그러나 리명국이 말씀을 올리는 동안 그이의 표정은 자주 변화되였다.

미소가 어리던 눈에 분노의 섬광이 번뜩이는가 하면 쓰라린 련민의 정에 물기가 어리기도 하고 그러다가는 불현듯 열정의 광채를 내뿜기도 하였다.

리명국의 이야기는 그이께서 지금 처음 알게 되신 이야기가 아니였고 처음 들으시는 소식도 아니였다. 그이께서는 이미 다 알고있는 문제를 다시금 확인해보실뿐이였다.

《수고했습니다. 이번에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와 룡성기계련합기업소에도 들려보았습니까?》

《예, 잠간 들려보았습니다. 강충현소장과 탁석준동무가 로상에서 장군님을 만나뵈온 이야기를 해서 저도 같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금 그들은 장군님의 말씀대로 라남주변에서 형석광과 주물용모래를 찾아보려고 하는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금야지구 소금밭건설장에도 들려보았습니다.》

《그래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얼굴빛을 밝히며 리명국을 돌아보시였다.

《그곳 돌격대원들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후날 《광명성제염소》라고 불리우게 된 그 소금밭은 금야강과 덕지강이 합쳐 바다로 흘러드는 만앞에 제방을 쌓고 건설하는 수백헥타르의 면적을 가진 방대한 소금밭이였다. 이제 그들은 거의 100리나 되는 제방을 쌓아야 했다. 그러자면 거기에 수십만립방메터의 토량과 돌을 날라야 했다. 수십, 수백만립방의 흙을 쳐내여 물도랑을 내며 깊이 박힌 갈뿌리를 모조리 뽑아없애고 소금판을 다지면서 내부제방공사를 해야 하는 이 건설공사는 그 규모와 내용으로 보아 서해갑문건설에 못지 않는 거창한 대자연개조사업이였다.

《이렇게 공사량은 방대하고 난관은 한두가지가 아닌데 그들이 손에 쥔것은 맞들이와 질통, 함마와 정대, 곡괭이와 삽뿐입니다. 역시 그들도 식량난을 겪고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신심에 넘쳐 있고 사기충천해서 바다와 맞서 싸우고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 인민이요!》

김정일동지께서 안광을 빛내이며 일군들을 둘러보시였다. 리명국은 그이의 강렬한 눈빛으로 하여 방안이 환히 밝아지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리 인민이 어떤 인민인가 하는것은 극심한 식량난, 자재난을 겪으면서도 지난해와 올해에 건설해놓은 대규모적인 경제문화시설들만 보아도 알수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건설해놓은 시설물들을 하나하나 꼽으시였다.

1995년에는 김종태전기관차종합기업소 절연물생산기지, 청류다리와 금릉동굴을 비롯하여 무려 50여개나 되는 기념비적인 건물을 일떠세웠다. 올해 상반년도만 하여도 3월5일저수지, 안변청년발전소(제1단계건설완공) 등 수십개의 대규모구조물과 경제문화시설들을 건설하였다.

《비서동무, 동해지구소금밭건설은 조건이 좋은 때에도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던 공사입니다. 그런데 가장 어려운 〈고난의 행군〉시기에 도안의 전체 인민이 하겠다고 궐기해나섰습니다. 나는 이런 인민을 가지고있기때문에 적들이 아무리 준동해도 눈섭하나 까딱하지 않습니다. 이런 좋은 인민들을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것이 가슴이 아픕니다. 나는 요즘 앉으나 서나 어떻게 하면 우리 인민들을 배불리 먹일수 있겠는가, 어떻게 하면 더 잘 살수 있게 하겠는가 하는 생각뿐입니다. 그러면서도 눈물을 삼키며 농촌이나 공장, 기업소보다도 군부대들을 더 많이 찾아다닙니다.》

리명국은 가슴이 뭉클하였다.

《비서동무!》

리명국은 그이의 부르심을 받고 머리를 쳐들었다.

《피로하겠지만 이제 나하고 같이 령등탄광으로 가봅시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말씀이여서 리명국은 어리둥절해있었다.

《생각나오? 거기 당비서한테 몇달후에 다시 와보겠다고 하지 않았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부관에게 박웅민대장도 부르라고 하시였다. 몇달전 그 봄날에 수행했던 일군들을 다 데리고 가실 작정인듯 싶었다.

×

김정일동지를 모신 일행은 낮 3시경에 령등탄광근처에 이르렀다. 뜨거운 8월의 땡볕에 령등산의 메부리와 바위츠렁들도 땀을 흘리고있는듯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탄광마을과 초간히 떨어진 외딴뜸에 호젓이 서있는 그 집, 석달전에 들리셨던 그 회색기와집 옆길에 차를 멈추게 하시였다.

마당에 가꾼 터밭에 키높이 서있는 푸른 강냉이그루마다에 비자루같은 이삭이 누런 수염을 늘어뜨리고있었다.

리명국은 탄광마을어귀에 나붙은 《혁명적군인정신을 따라배우자!》라는 구호판에 먼저 시선이 갔다.

김정일동지께서도 그 구호를 한참 지켜보시였다.

몇달사이에 탄광마을의 모습은 일신되였다. 검은 석탄빛이 올라있던 아빠트벽체들은 눈처럼 하얗고 널판자가 부러져나갔던 유치원 미끄럼대는 알룩달룩 곱게 단청을 올리였는데 거기서 어린이들이 웃고 떠들며 미끄럼질을 하고있었다. 먼지와 검부레기들이 날리던 공원은 록음이 짙었다.

《탄광마을을 깨끗하게 잘 꾸렸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관에게 탄광당비서를 데려오라고 이르시고 터밭의 강냉이오사리를 벗겨보시였다. 흰 대문이같은 강냉이알이 촘촘히 박혀있었다. 강냉이를 여러번 따먹었는지 이삭은 없이 오사리겉잎만 붙어있는 강냉이대들이 곳곳에 보이였다.

이해에도 봄에는 가물이 들고 여름에는 보리장마철부터 무더기비가 자주 내려 큰물피해를 입었지만 온 나라 농토를 이 터밭처럼 가꾸면 자연재해와 흉년을 모르는 땅으로 되지 않을가싶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하얗게 회칠을 한 살림집을 바라보시였다.

부엌문에 붕어대가리처럼 생긴 자물쇠가 걸려있는데 방문 웃벽에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 다녀가신 집》이라고 새긴 붉은 바탕의 현판이 붙어있었다.

그이께서는 시계를 들여다보시였다. 여기에 머물러계실 시간은 30분밖에 되지 않으니 오늘도 집주인을 만나보지 못할것 같으시였다.

탄광당비서를 데리러 갔던 부관이 돌아왔다. 그러나 그와 함께 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그전에 보시였던 당비서가 아니라 이제 마흔살 될가말가한 체소한 사람이였다.

그는 김정일동지께 깊이 허리굽혀 인사를 드리고 탄광당위원회 부비서 아무개라고 자기를 소개하였다.

《당비서와 지배인은 모두 갱안에 들어갔기때문에 부비서동물 데리고 왔습니다.》

부관이 당비서를 데려오지 못한 사연을 말씀올리였다.

《책임일군들이 모두 갱안에 들어가있는걸 보니 탄부들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는것 같습니다. 부비서동무, 탄광일이 잘됩니까?》

《위대한 장군님의 은덕으로 매달 석탄생산계획을 넘쳐수행합니다.》

《석탄생산계획을 넘쳐수행하는게 무슨 내덕이겠소. 채탄공들의 덕이지.》

김정일동지께서 바른발을 조금 앞으로 내짚으며 두손을 가슴에 결으시였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보내주신 군인동무들이 저희들에게 수령결사옹위정신, 당정책결사관철의 정신,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배워주고 갔습니다.》

《허허허… 좋은것은 다 배워주고 갔구만. 어디 좀 구체적으로 말해보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밝고 인자한 웃음을 지으시였다.

《그 이야길 다 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저희들은 지금까지 전기를 보내주지 않으면 송풍기, 권양기를 돌릴수 없기때문에 갱내작업을 할수 없는것으로 알고있었습니다. 그런데 군인동무들은 전기가 오건말건, 권양기가 끌어야 할 탄차를 손으로 밀어서 운반하였습니다. 송풍기가 돌아가지 않으면 잠수모처럼 공기호스를 련결한 방독모자같은걸 쓰고 석탄을 캤습니다.

그들은 안변청년발전소건설장에 비하면 탄광에서 석탄을 캐는것은 꽃이라고 하였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군인들이 령등탄광에 와있을 때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에서 새로 만든 무연탄종합채탄기를 보내주었는데 전기사정으로 지선철도가 운영되지 않아 역에 머물러있게 되였다. 그것만 가져오면 하루에 1,500톤이상의 석탄을 캐낼수 있지만 무게가 30톤이나 되기때문에 철도화물차가 아니고는 도저히 운반할수 없었다. 그때문에 탄광사람들이 걱정하자 군인들이 뭘 걱정할게 있는가, 30도사갱에서 탄차를 밀었는데 평지에서 화차를 못밀겠는가고 하면서 30톤화물차를 수십리구간이나 밀어서 운반하였다.

《군인동무들은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관철하는 길에서 불가능이 없다고 하였는데 정말 불가능이 없었습니다.

종합채탄기로 헐하게 석탄을 캐고있고 그 석탄의 덕으로 탄광마을에서 전기불을 보는 시간이 훨씬 늘어났습니다.

군인동무들은 우리들에게 부업지운영방법까지 배워주고 갔습니다. 그래서 모든 갱들에서 자체로 군대식으로 부업지를 관리하여 남새와 고기를 보태먹고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혁명적군인정신을 따라배우는것은 결국 우리들자신의 행복, 나자신을 위한것임을 똑똑히 알게 되였습니다.》

부비서의 눈에서 물기가 번들거리였다.

리명국은 탄광마을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빠트의 하얀 벽면들, 곱게 단청을 올린 유치원 미끄럼대, 록음이 짙은 공원, 어린이들의 웃음소리… 조국의 한 구역에서는 벌써 《고난의 행군》의 돌파구가 열리고있는듯 한 느낌을 받았다.

《부비서동무, 이 집 주인이 무슨 일을 하오?》

《장군님, 3호갱 채탄공입니다.》

《채탄공! 지난 봄에 이 집 부엌에 들어가보니 수도꼭지는 녹이 쓸고 산산한 솥에는 강낭밥 한그릇이 있었소.》

김정일동지께서 안색을 흐리시였다.

《장군님, 죄송합니다. 이제는 수도물도 나오고… 또 먹는 문제도 괜찮습니다.》

부비서는 목이 메여 말끝을 흐리며 약손가락끝으로 재빨리 눈굽을 찍었다.

《겉으로 보아도 생활이 좀 나아진것 같소. 그러나 아직 멀었소. 부비서동무, 만세를 부르지 마시오. 우리 일군들이 생활을 미화분식하면서 인민들이 통강냉이를 먹는데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산다고 선전하는데 옳지 못합니다. 무엇이 부끄러워 통강냉이 먹는걸 감추겠습니까. 보시오.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 로동계급은 통강냉이를 먹으면서도 새로운 종합채탄기를 만들어 동무들에게 보내지 않았소.

적들은 이것을 보고 오히려 겁을 집어먹습니다.

부비서동무, 다시 부탁하는데 자랑을 앞세우지 마시오. 저 구호대로 진짜로 혁명적군인정신을 따라배우시오. 그럼 이젠 헤여집시다. 지난 봄엔 무거운 걸음으로 갔지만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갈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부비서의 손을 굳게 잡아주고 차에 오르시였다. 그이의 승용차는 당중앙위원회가 아니라 또다시 군부대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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