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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구질구질 나도 알지만 폼으로 정치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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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1,691회 작성일 11-08-1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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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구질구질 나도 알지만 폼으로 정치 안된다”
“진보, 탐미주의…국민들 살만한가보다 판단할 수도”
민일성 기자 | newsface21@gmail.com 
11.08.17 13:07 | 최종 수정시간 11.08.1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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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통합진보정당 건설 논의와 관련 “내가 구질구질하다는 거 안다. 국민참여당, 남루하다. 안다”고 토로했다. 

유 대표는 17일자로 보도된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정치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는 빛나는 이상을 추구하지만 속살을 보면 구질구질하고 남루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의 상황을 이같이 표현했다. 이날 인터뷰는 14일 오전 국민참여당 대표실에서 진행됐다. 

<레디앙>은 진보신당, 사회당 등 진보정당의 입장을 많이 반영해온 인터넷매체로 그간 유 대표와 참여당의 진보통합정당 가세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기사를 집중적으로 게재해왔다. 그러나 16, 17일 이틀간 유 대표와의 장시간에 걸친 인터뷰 전문을 3편으로 나눠 보도했다. 매회 수십개의 댓글이 달렸지만 아이피 주소를 살펴보면 몇몇 사람이 아이디를 여러개로 바꿔가며 도배식으로 댓글을 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광호 편집국장의 질문을 통해 드러난 진보진영의 기본 인식과 한국 정치상황에 대한 시각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유 대표는 최근 난관에 봉착한 통합진보정당 건설 논의를 놓고 ‘참여당 반대파’ 설득을 위한 정면 승부에 나섰다. 지난 10일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과 공개 대담을 한 데 이어 15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함께 8.15범국민대회에 참석해 유 대표와의 공개 토론을 거부해온 조승수 대표와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눴다. 16일 밤에는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김병기 편집국장과 저녁 술자리를 함께 했다.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는 참여정부와 국민참여당, 자신을 바라보는 진보진영의 시각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 더 나아가 진보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유 대표는 그간 살얼음 같은 통합논의 때문에 진보에 대한 노무현 지지자들의 생각을 꾹꾹 눌러왔었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정치일정에서 문조차 열어주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 되자 이같이 정면 승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서영석 전 <데일리서프라이즈> 대표는 16일 <라디오21>에서 “진보신당을 대변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는 매체가 유 대표와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진보신당 길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서 전 대표는 “진보신당도 여론조사 해보라고 하라. 아마 무서워서 못할 거다”라며 “댓들이나 다는 소수의 울트라레프트들은 목소리는 크지만 숫자는 얼마 안될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념 사랑은 높으면서 실천자는 ‘~빠’라고 비아냥거려”

유 대표는 인터뷰 마지막편에서 “지금 이 상황, 국민참여당이 얼마나 초라하나? 초대받지도 않았는데 와서 문 앞에서 ‘들어가면 안될까요?’ 그러고 있다. 구질구질하고 멋없다”며 “왜 이렇게 초라하고 남루하고 구질구질하냐면, 사람이라는 것이 그렇게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고 자신의 정치관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가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인간이란 존재가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이지 않다. 모두 불안정하고 모순덩어리다”며 “국가권력을 두고 다투는 정치라는 사업은 그 속에서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내가 탐미주의를 얘기한 것은 그냥 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도 그런 기질이 많았고, 진보로 올수록 그게 커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그렇게 하면 정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필요하면 자존심을 굽히고, 던지고, 때로는 속으로 갑갑해도 뭔가 일을 도모하기 위해 필요하면 자기 입장을 바꿔야 한다”며 “그렇게 안하면 사람들 속에서, 장터에서 저자거리에서 정치 못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정치하는 사람도 다 그러한 이유가 있다. 그 점을 진보가 살펴주었으면 좋겠다”며 유 대표는 “그래야 사람들 속에서 진보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호소했다. 그는 “칼 같이 자르고, 평가하고, 판단해버리면 이루어질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며 “폼 안 난다, 솔직히”라고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또 참여정부에 대한 신자유주의 낙인을 빨갱이 딱지 씌우기로 비유하면서 유 대표는 “우리가 다 친북이고 종북이 아닌 것처럼 순수한 형태에 ‘ism’이 어디 있는가?”라며 “대통령이 국민 일부에만 맞는 정책 패키지를 선택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유 대표는 “정책에 대해 비판을 받을 수 있고, 그것을 우리는 인정한다”면서도 “그런데 ‘당신은 신자유주의다’는 얘기를 들을 때 나는 극우주의자들에게 ‘빨갱이다’라는 말을 듣는 기분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어느 신자유주의자가 장기보험을 도입하고 노인들에게 돈을 나눠주고,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제에 동의하나?”라며 “신자유주의 추종자라는 것은 사상적으로 어떤 사람에 대해 심판을 내리는 것이다. 아주 비민주적이다”고 비민주적인 종북 논란과 같은 상황임을 주장했다. 

“참여당의 정체성은 참여정부와 다른가”란 질문에 유 대표는 “참여당에 참여정부 실세가 있는가?”라며 “나는 ‘노무현의 경호실장’이라는 얘기도 듣고 실세라는 얘기도 들었지만 청와대에 비서관 한 명 추천하지 못했던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참여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많은 비난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책임 계승할 정당이 아니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정당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광호 편집국장이 “특정 개인에 대한 사랑으로 모인 정당이라면 친박연대와 다를 게 뭔가”라고 반론을 제기하자 유 대표는 “그런데 왜 진보진영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터부시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념에 대한 사랑은 높으면서 그 이념을 실천하고 실행하는 사람에게 진보진영은 비아냥거린다. ‘~빠’라고 하면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친박연대는 직업정치인들의 모임이다. 여기(참여당)는 시민들의 모임이다”고 차이를 지적한 뒤 “친박연대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은 정말 당혹스럽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건지, 비아냥거리는 건지”라고 불쾌감을 표했다. 

유 대표는 “참여당 사람들은 노 전 대통령이 경찰에 소환을 당한 날 버스 앞에 꽃잎을 뿌리던 사람들이다”며 “그 사람들이 누군가를 숭배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좌절당한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고 토로했다.

이 국장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기의 지난 10년 동안에도 국민들이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고 지적하자 유 대표는 “세상은 엄청나게 바뀌었다. 10년 동안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며 “내가 생각하는 최고치 지고지순함을 기준으로 현실을 보면 변하지 않았지만 세상은 분명 변한 것이 있다”고 반박했다. 

“큰 불 나서 난린데 우아함 추구, 무슨 의미있나”

이에 이 국장이 “하지만 양극화나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 서민들의 삶과 직결된 부분은 오히려 안 좋은 쪽으로 진행된 것도 사실이다”고 ‘양극화 심화’ 문제를 꺼내자 유 대표는 “물론 해결되지 못하거나 악화된 사실이 있다. 하지만 (진보정당이 독자노선을 해서) 뭘 이루었나? 대중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어떤 것을 이루었나?”라고 반문했다. 

유 대표는 “물론 임대차보호법 같은 것들은 역할을 했다. 이것은 국민 여론에 다수당이 수락한 측면이 있다”며 “무상급식의 대중화에 역할도 했다. 그것도 진보정당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노력도 있었다”고 진보진영에 대해 평가했다. 

이어 “그런데 너무 더디지 않는가?”라며 유 대표는 “100% 사회정의에 대한 확고한 리더십으로 정권을 잡아 해치우는 지도자 있으면 좋지만, 정작 50~60점 밖에 안 된다. 흔들리고 부패를 저지르고, 그런 지도자들이 있고, 그런 가운데 세상이 이렇게 변해왔다”고 사회 변화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유 대표는 “진보는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단숨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며 “지난한 과정을 가는데 훨씬 지혜롭게 타협하면서 때로는 굴욕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유 대표는 거듭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되니 노동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냐?”라며 “물론 참여정부 때도 노동자 중 구속자가 많았다. 하지만 참여정부 때는 누군가 단식을 하고 오랫동안 투쟁을 하면 민정실에서 가서 얘기를 나누었다”고 비교해 변화상을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어떤가? 그냥 ‘너희 다 죽어’ 아닌가?”라며 “노조가 보기에 우리에 대한 원망이 많을 수 있지만 보수나 수구가 집권하면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을 넘어 노동3권을 부정하는 양상을 띤다”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큰 불이 나서 난리인데, 좀 더 우아하고 고상하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나는 진보에 그런 탐미주의적인 열정이 있다고 본다. 누더기가 아닌 새로운 것, 좋은 것을 바란다”고 지금 진보의 모습을 평가했다. 

그는 “물론 그것은 나도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가지지 못한다”며 “나는 비판하고 싶지 않지만, 저 사람들 정말 살만한가보다라는 판단이 있을 수 있다. 이 판국에 폼나고 멋진 것만 추구하니까”라고 절박한 상황을 호소했다.

이에 이 국장이 “탐미주의라든지 폼 나는 일이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건 매도로 들릴 수 있는 것 같다”고 반박하자 유 대표는 “나는 그것을 욕구로 이해한다”며 “그런데 남루하게 사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남루하게 살겠나? 욕먹어 가면서. 나는 그 부분을 조금만 더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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