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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참여, 한국의 기형적 민주주의를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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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642회 작성일 11-10-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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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많이 차졌습니다. 낮엔 맑은 날씨지만,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설 때면 깜깜하고, 또 안개도 잔뜩 껴 있습니다. 원래 지금쯤은 비가 내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런 조금 시애틀같지 않은 날씨도 괜찮습니다. 아니, 저는 이런 날을 사랑합니다. 언덕에서 안개가 흘러내려가는 것이 눈으로 보이는 날. 이런 날이면 커피향도 함께 흐르고, 뭔지 모를 낭만도 가득 가득 올라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오전 여섯 시가 넘어 있었습니다. 사실, 며칠을 밤 열두시 넘기며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가 새벽 네 시 정도면 일어나 다시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앉았었으니, 몸이 피곤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의 전철 출근 장면을 보면서 그냥 피식 웃음을 흘리면서, 잘 되겠네 하면서 뿌듯함을 좀 즐기다가 자리에 누웠는데, 그 며칠간의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왔던 모양입니다. 평소엔 늦어도 네 시 반이면 일어났는데, 여섯 시가 넘어서 일어날 정도였으니.

자, 아직 마음 놓을 수는 없지만... FTA 문제도 있고, 또 지금 박원순 변호사의 당선에 큰 역할을 한 나는 꼼수다 멤버들에 대한 경찰수사가 시작됐다는 말을 들으면서 아직도 말로만 겸허한 한나라당의 모습을 다시한번 확인하면서, 이번 투표에 참여했던 그 젊은 세대들이 나꼼수를 지킬 뿐 아니라 우리가 가카 치세 이래 잃어버린 수많은 민주주의의 과실들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 눈을 더 부릅떠야 한다는 생각을 안할 수 없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견제'는 절대권력의 폭주를 막는 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삼권 분립이 명확하지 않은 변칙적인 민주주의 - 그나마 박정희 전두환이 지배하던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해도 - 아래서, 입법부와 사법부가 제 구실을 하기는커녕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의 거수기로 전락하고, 사법부는 공정한 잣대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자기의 권력을 이용하여 검찰들에게 기소청탁을 하는 판사도 있다는 이야기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즉, 이런 상황들은 아직 우리의 민주주의가 다 자라지 않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구사회의 의회민주주의 역사보다는 훨씬 젊은 우리가 벌써 의회민주주의를 뛰어넘어 직접민주주의에 가까운 상황들을 구현해 내었던 기억들 - 광화문과 시청광장을 가득 메웠던 그 촛불들과, 투표를 하나의 축제로 만들어버리는 인증샷의 물결들 같은 것 - 을 생각해본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역시 젊은 세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부터 시작되고, 그것은 거의 '기적'과 같은 일들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물론 우리 젊은이들의 유례없는 절망적인 상황 때문에도 이런 반발은 일어나지만, 문제는 그것을 희망으로 바꾸는 단초는 바로 '참여'부터 시작된다는 자각의 부재가 우리에게 체념으로 머물러 있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이번 선거는 바로 그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하나의 신호탄이었을 겁니다.

우리에겐 아직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가장 가까이엔 FTA, 그리고 총선과 대선 문제 등의 정치적 문제지만,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많은 문제들은 결국 우리 모두가 '참여하는 것'으로 바꿔내고 바로잡아갈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를 바라는 몸짓들이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이 될 때, 저들 기득권들도 우리를 그들의 권력의 근원이며 주인으로, 그제서야 여기게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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