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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라남의 열풍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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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3,794회 작성일 22-09-10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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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 편

2

 

북으로 들어가는 렬차가 캄캄한 어둠을 뚫으며 쾌속으로 달리고있었다.

밤이 깊어서인지 철도연선의 도시와 마을, 그 너머 동, 서, 남, 북 어디에도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푸른 전조등을 비치며 어둠속을 달리는 렬차는 마치 시작도 끝도 없는 무한한 암흑의 공간을 날으는 우주비행선을 련상시키였다.

길게 꼬리를 이은 차칸들은 모두 불이 꺼져있었으나 기관차전조등에서부터 초간히 떨어진 어느 한 차칸만이 희미한 불빛을 내비치고있었다.

뿌찐대통령의 초청에 의해 로씨야를 방문하시는 김정일동지의 렬차집무실이였다.

먼 려행을 떠나시는 이밤도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을 마주하고 앉아 여러 부문에서 제기된 문건들을 보고계시였다.

2시간동안 줄곧 문건을 들여다보신 그이께서는 손에 쥐시였던 마지크를 문건더미옆에 눕혀놓고 걸상등받이에 몸을 기대시였다.

피로가 몰려 잠간 쪽잠에 들었다가 눈을 뜨신 그이께서는 집무탁 한귀에 놓인 2001년 7월 26일부 《로동신문》을 집어드시였다.

신문웃단에 찍힌 특호활자가 눈에 밟히시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위원장 김정일동지께서 로씨야련방 웨. 웨. 뿌찐대통령의 초청에 의해 가까운 시기에 로씨야련방을 공식방문하시게 된다.》

신문을 보시던 그이께서는 가볍게 울리는 문기척소리에 고개를 드시였다.

리명국비서가 조심스레 문안으로 들어섰다.

그이께서는 집무탁에 놓인 탁상시계에 얼핏 눈을 주었다가 비서에게 말씀하시였다.

《왜 벌써 일어났소?》

《저는 푹 잤습니다. 장군님, 다음이 라남역입니다.》

라남에 도착하면 몇명의 수행일군들이 그이의 렬차집무실에 모이게 되여있었다.

《벌써 라남이요?》

움쭉 일어서신 그이께서 성큼성큼 창문가로 다가가 창가림보를 좌우로 헤쳐놓으시였다.

차창밖엔 어둠의 장막이 드리워있었다. 시야에 안겨오는것이 하나도 없고잠바옷차림을 하신 그이의 모습만이 어렴풋이 차창에 비치였다.

라남역사가 가까와오자 렬차는 점점 속도를 늦추더니 시내 중심부가 바라보이는 철길다리어방에서 멎어섰다.

차창밖 멀리에서 몇점 불빛들이 반짝이였다.

《저 불빛들이 보이는곳이 라남탄광기계련합기업소일거요.》

김정일동지께서 두팔을 가슴에 엇결으고 한쪽손으로 턱을 만지며 말씀하시였다.

《그런것 같습니다. 라남동무들이 장군님께서 언제 라남에 오시는가고 벌써 저한테 여러번 전화로 문의했습니다. 책임비서라는 량반은 성질이 급해서… 허허허.》

《내가 작년 10월에 가겠다고 약속하군 여직 못갔습니다. 비서동무도 <93기>가 돌아가는걸 아직 못봤지요.》

《예, 간다 간다 하면서 아직 못갔습니다. 그 동무들이 지금은 <93기>를 가동하면서 한편으로는 생산속도를 2분 더 단축하기 위한 시험작업을 하고있습니다. 어떻게 하나 8월중에 그 일을 다 끝내보겠다고 합니다.》

《그렇소?》

그이께서는 모든 《93기》가 3분에 하나씩 고강도제품을 생산하는 광경을 상상해보시였다.

이윽고 자강도당책임비서와 박웅민차수가 들어왔다.

《자강도당책임비서도 라남기계공장을 잘 알지. 84년 5월에 나하고 같이 그 공장에 갔댔지요?》

《그렇습니다.

수령님께서 동유럽방문을 떠나시기 바로 전날이였습니다.》

《옳소, 5월 15일이였소. 벌써 17년이 됐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회에 잠겨 말씀하시였다.

《수령님께서 늘 석탄생산문제로 걱정하시기때문에 그날 라남기계공장에 갔댔습니다.

그때 라남에서는 성능높은 유압식종합채탄기를 계렬생산하고있었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이 보고를 받고 기쁜 마음으로 동유럽려행을 떠나셨습니다.》

70고령에 6만리 대장정을 하신 17년전 수령님의 동유럽사회주의나라 방문에 대한 김정일동지의 추억도 라남땅과 깊이 련결되여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라남에서 <93기>를 모두 만들었다는 기쁜 소식을 안고 로씨야로 갑니다.》

유압식종합채탄기와 《93기》, 이 두 기계의 대조는 우리 나라 기계공업의 전진과 비약을 보여주는 직관적인 대조였다.

수령님께서는 라남에서 유압식종합채탄기를 개발한것을 보시고 거기서 제2차 전국공작기계새끼치기운동의 봉화를 지펴올리게 하시였으니 오늘은 《93기》에 기초해서 제3차 공작기계새끼치기운동의 봉화를 지펴올릴수 있지 않겠는가.

그이께서는 일군들을 둘러보며 말씀하시였다.

《1980년대에 라남동무들이 개발한 유압식채탄기가 오늘도 손색이 없습니다. 원동변강에 있는 탄광사람들이 라남에서 생산하는 종합채탄기를 몇번 요구했다고도 합니다. 이번에 로씨야방문기간에 그 문제도 토론해봐야 하겠습니다.

그들이 요구한다면 우리가 도와주어야 합니다.》

렬차가 무겁게 쇠바퀴자국을 떼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 몇시간후 새벽 5시 40분에 특별렬차는 조로 두 나라 국경선을 가로 지른 두만강 철다리입구에서 멎어섰다.

바른쪽 차창으로는 두만강너머 로씨야원동지대의 밋밋한 갈색언덕과 누런 갈대숲이 비쳐오고 왼쪽 차창으로는 먼 하늘가에 활등같이 길게 휘여진 중국광야의 지평선이 아른하게 바라보이였다.

렬차 응접탁을 마주하고 앉아 수행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 천천히 일어서시였다.

《두만강이요!》

금시 퍼지기 시작한 황금색 아침해살이 반사되여 두만강물은 푸른 빛을 담고 굼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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