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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침몰 백주년에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침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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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2,185회 작성일 12-04-1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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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5일, 타이타닉 호가 침몰한 지 100년이 되는 날이어서 영미권 매체들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타이타닉에 관한 기사들이 실리고 있습니다. 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는 3D로 재편집되어 상영되고 있습니다.

이미 영화가 한참 인기였을 때도 타이타닉의 위용은 상당히 알려져 있었지만, 이 배는 그때까지 나온 여객선 중에서도 가장 호화로운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지난 여름, 가족들 모두가 멕시코 크루즈를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그 배를 생각해보면 타이타닉의 위용이 어땠을까 상상이 갑니다.

타이타닉의 침몰 원인은 빙산과의 충돌이었던 것을 많은 이들이 이젠 알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빙산과 정면으로 충돌했었으면 피해가 오히려 적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큰 배가 가라앉게 된 것은 측면을 찢긴 것이었습니다. 수밀격벽들로 막힌 공간들에도 물이 들어차면서 균형을 잃게 된 것이지요. 그러면서 선미가 먼저 가라앉고, 이어 선수가 들리면서 반동강이 나게 됩니다. 영화에서 이 과정을 잘 그려놓아서 보면서 섬찟할 정도였죠.

레이건과 대처 집권 이후 세계 자본주의의 트렌드가 되어 왔던 그 신자유주의는 등장하고 나서 기존의 자본주의의 40년만에 체제 자체에 금이 가도록 만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 자본주의는 이른바 자유주의 중상주의 체제 아래서 급속한 발전을 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식민지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수탈과, 자본주의 세계 국가들의 무한경쟁을 바탕으로 만든 성장이었고, 이는 결국 자유무역을 외쳤던 많은 국가들이 다시 보호무역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시장 자체를 위축시켰고, 이후 여기서 쌓인 모순은 원료공급지 및 시장 확보를 위한 경쟁으로 이어져 결국 세계대전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풀려나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근세 들어 자기에 대한 아픈 개혁을 해 나가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단지 자기모순을 제거했을 뿐 아니라 기존엔 없었던 복지 개념을 도입함으로서 성장의 성과들을 생산과정에 참여한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눠가질 수 있도록 해 왔습니다. 그러나 성장으로만 그 이윤이 보장되는 기업세력은 정치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결국 정책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기업도, 또 효율도 보장되지 않는다며 복지정책에 대한 대대적인 삭감을 요구합니다. 그들의 요구대로 이른바 '유연성'이 확보된 지 한 세대가 넘었습니다. 지금 드디어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자본이 아무런 제약 없이 이동하는 이 사회에서, 또 물류 역시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이름으로 자유로운(관세 없는) 유통이 보장되고, 여기에 무조건 강한 나라의 제도가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것이 가능한 이 체제에서, 강대국과 약소국의 구별 없이 사회는 마치 복지의 수밀격벽이 하나하나씩 침수하여 점점 가라앉는 것과 같은 모양이 됩니다.

이런 사회의 수밀격벽의 침수가 복지 철폐 및 무관세 개방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되면, 결국은 국가라는 체제엔 금융자본들의 욕망이라는 바닷물이 들어찰 수 밖에 없고, 결국 사회라는 배는 침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복지의 확보는 수밀격벽의 확보와 다름 없는 것입니다. 국가와 사회라는 시스템이 제대로 순항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인 것입니다. 말 그대로 국가가 욕망의 무게를 못 이기고 반동강이 되어버린다면, 그때는 잘 사는 사람도, 못 사는 사람도 모두 함께 침몰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때는, 구명보트는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타이타닉 침몰 백주년,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사회안전망의 붕괴를 보고 있습니다. 이것을 그 자리로 돌려 놓고 사회를 안전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였지만, 기대를 걸었던 4.11 선거에서는 결국 이 사회를 보다 나은 방향으로 돌려놓지 못했습니다. 이제 우리에겐 한 번의 기회가 남아 있습니다. 다음 대선에서 욕망보다는 사회의 안전망 체제를 보장할 수 있는 사람과 그런 세력에게 대권을 넘겨주어야 사회가 안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극단적으로 배를 아예 갈아타는 방법도 있겠습니다만, 지금 우리가 탄 배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면, 최소한 더 이상의 침수는 막고 수리는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모두의 목숨과 운명이 걸린 문제다 생각하고 정치에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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