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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 해적’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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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1,709회 작성일 12-09-1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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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 해적’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
9월10일이면 한국인 선원 4명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지 500일이 된다(제259호 커버스토리 참조). 현재 선박 회사가 해적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염려가 커지고 있다.
newsdaybox_top.gif [260호] 2012년 09월 03일 (월) 11:26:32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newsdaybox_dn.gif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에게 선박이 피랍되면 어느 나라건 딜레마에 빠진다. ‘생명 구조가 먼저냐, 납치·테러 단체와의 협상은 없다는 원칙이 먼저냐’가 그것이다. 국가와 해당 선박 회사는 이를 두고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한다.

어느 나라건 피랍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해적과의 전면 협상에 나서는 경우는 없다. 해적과의 협상은 주로 선박 회사가 나서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국가가 사건에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적과의 협상이 잘될 수 있도록 측면에서 지원하며 협상 과정을 예의 주시한다. 자국민 보호를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협상 최전선에 있는 선박 회사는 해적과의 협상에 전문가를 고용한다. 현재 소말리아 해적에 선박이 피랍된 한 선박 회사를 대신해 협상을 진행 중인 영국 출신 해적 협상 전문가 데이비드 씨(가명)의 하루 일과는 이메일을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통상 그는 하루에 두서너 번 협상 중인 해적 측과 이메일·팩스를 주고받는다. 그는 “해적과의 소통경로를 일원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끈질기게 대화를 이어가야 하며 때로는 작전상 며칠간 침묵도 지킨다. 나의 경우 협상 자체가 장기간 유지되는 상태를 만들지는 않는다. 소말리아 해적과의 협상은 최소 두 달에서 서너 달 안에 빨리 해치워야 양쪽이 만족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Reuter=Newsis
2009년 1월 유조선 시리우스 스타호의 선박 회사 측이 보낸 헬기에서 현금이 투하되고 있다.

배 크고 선적물 고가면 협상금 커져


데이비드 씨는 그동안 이런 능력을 발휘하며 해적으로 인한 각종 선박 납치 사건의 협상을 담당해왔다. 그의 고객에는 그리스, 사우디아라비아, 덴마크 등 여러 나라가 포함돼 있다. 전 세계 어느 나라 선박이든, 일단 배가 해적들에게 납치되면 그는 최소한 24시간 안에 가방을 들고 그 지역으로 날아간다. 주로 호텔이나 선박 회사 본사에 머무르며 고객의 배를 납치한 해적들과 협상을 벌인다. 쟁점은 몸값이다. “해적은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 하고 나의 고객들은 가능하면 최대한 가격을 낮추려 한다. 최초 선박이 납치되고 며칠 지나면 해적들이 먼저 협상 금액을 제시한다”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런 다음부터는 “이 금액에 서로 동의할 수 있도록 해적과의 연락 라인을 유지하며 마라톤 싸움에 들어간다”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협상금은 어떻게 책정될까. 해적들은 선박과 선원을 납치하자마자 바로 견적  작업에 들어간다. 해적은 선박 안의 선적서류 등을 챙겨 화물의 가치를 파악하며 시가를 정한다. 그 작업에 길게는 일주일가량 걸리기도 한다. 배가 크면 클수록, 배 안에 선적된 내용물이 고가일수록 협상금은 커진다. 예를 들어 거대한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은 해적들이 가장 선호한다. 2010년 피랍되었던 삼호 드림호의 경우 당시 사상 최대의 몸값으로 총 900만~950만 달러(100억원 상당)를 지불했다. 그 이유는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인 삼호드림호에 1억7000만 달러(약 1900억원) 상당의 원유가 실렸기 때문에 몸값도 그만큼 비싸진 것이다. 같은 해 풀려난 그리스 초대형 유조선 마란 센타우루스호도 몸값이 550만~700만 달러(약 62억~79억원)였다.

해적이 이렇게 배의 크기와 내용물에 따라 견적을 내는 사이 배는 소말리아 인근 해상으로 강제 이동된다. 해적들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주와 접촉해 협상에 나선다. 선적 화물의 가치 등을 정확히 파악한 해적들은 협상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렇게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때부터 협상 전문가의 ‘활약’이 시작된다. 협상은 위성전화나 팩스, 이메일을 통해 진행된다. 또한 초반 협상에서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선원들의 국적이다. 다양한 국적일수록 복잡해진다. 해적들은 ‘상품 가치’가 높은 선진국 출신 선원들을 구별해내 육지로 이동시켜 특별 관리한다. 국적이 다양할수록 군사작전을 통한 구출도 쉽지 않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교통정리가 끝나면 해적들은 선박 회사 측의 협상 전문가와 본격적인 몸값 이야기를 하길 바란다. 해적과 선주와의 협상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또 다른 협상 전문가 파히드 하산 씨는 “해적들은 항상 중재자를 통해 협상하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이제는 거의 모든 해적과의 협상에 협상 전문가가 참여하는 추세다. 2008년 소말리아 해역에서 납치되었던 덴마크 상선 CEC 퓨처호는 해적과의 협상을 68일 만에 성공적으로 끝낸 사례로 꼽힌다. 이 선박의 선사인 클리퍼 그룹은 피랍 사건이 발생하자 즉시 영국인 협상 전문가를 고용해 협상에 나섰다. 당초 해적이 이들에게 불렀던 금액은 무려 700만 달러(약 79억원)였다. 벌크 위주의 선사인 클리퍼 그룹이 덴마크에서도 큰 해운 회사임을 알아차린 해적이 선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높은 금액을 부른 것이다. 이때부터 협상 전문가는 해적 측과 협상가를 낮추기 위한 본게임에 들어갔다.

당시 협상 전문가는 선사 측이 고용한 사람 말고도 해적이 고용한 전문가까지 있었다. 즉 선사 측과 해적 측 협상 전문가 두 사람이 본게임을 벌인 것이다. 소말리아 해적들이 고용하는 협상 전문가는 주로 미국이나 영국 등지에서 수십 년을 살아 영어를 할 줄 아는 소말리아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클리퍼 그룹과의 협상에 나섰던 알리 무함마드라는 해적 측 협상 전문가는 소말리아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26년을 살다가 다시 소말리아로 돌아가 해적 측 협상 전문가로 일하게 된 사람이었다. 실제로 해적들에게 선박이 납치되어 소말리아 해안으로 들어오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사람들이 그처럼 영어 구사가 가능한 해적 측 협상 전문가이다. 이들은 고가의 SUV를 타고, 고급 양복을 빼입은 채 위성전화와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피랍된 선박으로 진입한다고 한다.

이렇게 협상을 시작한 양쪽 협상 전문가들은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리한 협상을 벌이곤 한다. 클리퍼 그룹과 해적과의 협상은 애초 해적이 제시한 몸값에서 무려 530만 달러나 낮춘 170만 달러(약 19억원)로 타결됐다.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선사 측 협상 전문가는 이처럼 성공적인 협상을 벌인 비결에 대해 “협상 과정의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지만 짧은 시간 안에 냉·온탕을 압축한 협상을 벌였다.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다가 어느 순간 모든 연락을 끊고 내버려두었다. 단 며칠이었지만 효과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헬기에서 투하하거나 공해상에서 몸값 전달

당시 몸값은 소말리아에서 헬리콥터로 낙하해주는 식으로 지불하기로 했다. 과거 몸값은 주로 두바이 등지에서의 은행송금 등을 통해 이뤄졌지만 최근 해적들은 절대적으로 현금을 원한다. 현금 거래는 2008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유조선 시리우스 스타호 납치 사건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배 선원들이 석방될 때 헬리콥터로 직접 현금을 투하한 바 있다. 해적들은 날로 삼엄해지는 국제사회의 경계를 피해 현금을 원하는 추세다. 그뿐 아니다. 미국 달러를 요구하며 100달러 등 특정 단위 지폐로 줄 것을 요구하거나, 2000년 이전 발행 구권만 가져올 것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기도 한다. 일단 양측이 동의한 금액과 조건에 맞는 형태로 마련된 몸값은 공해상에서 전달되거나 비행기를 통해 투하된다.

클리퍼 그룹 또한 협상이 타결되자마자 현금 170만 달러를 비행기에 싣고 코펜하겐에서 아프리카 동부 지부티까지 운송한 뒤 다시 물에 젖지 않는 캡슐에 넣어 소형 헬기에 실었다. 그런 다음 약속 장소인 소말리아 해안으로 이동해 피랍된 CEC 퓨처호 상공에 도착했다. 먼저 선원들이 안전한지 확인시키기 위해 해적들은 갑판 위에 인질들을 한 줄로 서게 했다. 헬기에 타고 있던 안전 전문가가 이들의 안전을 확인했다. 이 모든 과정에 문제가 없으면 드디어 현금이 투하된다. 그렇다고 다 끝난 것은 아니다. 해적은 위폐 감식기와 지폐 계수기 등을 구비해 철저하게 현금을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인질을 풀어준다. 이것이 해적과의 협상의 마지막 과정이다.

최근에는 협상이 장기화되는 추세다. 해적들이 원하는 몸값이 갈수록 올라가면서 선사가 이를 선뜻 지불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을 들었더라도 해적이 요구하는 몸값이 더 많은 경우가 많다. 자국민이 포함되지 않은 경우 선주가 협상에 응하지 않고 이들을 방치하기도 한다. <해적 없는 대양>(Oceans Beyond Piracy) 보고서에 따르면 선원들의 평균 납치 기간은 8개월로 나타났지만 최장 기간은 나날이 갱신되고 있다. 9월10일로 해적에 피랍된 지 500일을 맞게 되는 제미니호 한국 선원 4명을 포함해 2년이 넘어가도록 방치되고 있는 선박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질 사업을 하는 해적들이 바다에서 활개치는 한 이런 비극은 계속될 듯하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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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님의 댓글

협상 작성일

아직도 해적에 감금되어있는 한국인들이 있단 말인가?

이명박 대통령 성격에(?) 이런 상황을 절대 그냥 두고 있지는 않았을터이다.
자국민 보호와 안전을 무엇보다 귀중하게 생각하는 특출한 대통령이라
분명 돈으로 바로 협상하여 빼냈거나 아니면 특공대라도 파견했을 것이 틀림없다.

시사인은 다시 한번 재확인 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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