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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별의 세계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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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6,158회 작성일 22-11-0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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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장

6

눈물이 말라버린 녀자, 기쁨과 사랑을 잃어버린 녀자 - 김화순이 만나본 조아라는 바로 그런 비참한 운명을 지닌 녀성이였다. 한뉘 그늘속에서만 살아온탓에 속은 병들어있었다. 처음엔 그리도 젊고 아름다와 보였는데 자기의 심중을 헤쳐놓았을 때 그 녀자는 이미 고뇌에 시든 한 늙은이로밖엔 달리 볼수 없었다. 그 녀자의 두눈에 하도 절망적인 오뇌가 비껴있어 마주 보기가 섬찍할 지경이였다.

화순은 창문가에 그린듯이 서있었다. 항구쪽에서 자주 배고동소리가 울려왔다. 그처럼 쉼없이 크고 작은 배들이 드나들건만 조아라가 눈물로 찾는 《님실은 배》는 없다.…

시서늘한 가을밤의 해풍이 열려진 창문으로 흘러들었다. 밤하늘은 여전히 희끄무레했고(북유럽에서만 볼수 있는) 가까스로 빛을 내는 별들은 슬프게 깜박이였다.

화순은 끝내 잠들지 못하고 전화로 도꾜를 찾았다. 곧 도꾜의 인권정보쎈터가 나왔다. 바로 그곳에서 조선의 통일지지일본위원회의 주최로 비전향장기수들의 송환을 촉구하는 모임이 열리고있는것이다. 그 모임에 동생 정순이를 단장으로 하는 비전향장기수들가족대표단이 참가하고있다.

인권정보쎈터에서 동포처녀가 전화를 받았다.

《아 그러세요. 김정순단장말이죠? 예, 다이야몬드호텔 3 208호실에 들었어요. 아니, 제가 알아보죠. 아직 여기 계셔요.》

얼마후 정순이가 《언니가?》 하고 소리쳤다.

《응, 나야.》 화순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아직 자지 않구 있니?》

《자다니, 지금 몇신데?!…》

《오, 그렇지, 여긴 밤이지만…》

《벌써 네데를란드까지 갔어?》 개방적인 성미를 가진 정순이여서 벅적 떠들기 시작했다. 《그러니 로씨야, 도이췰란드일정까지 다 끝내구?… 잘했어. 나두 눈코뜰새 없이 일하지뭐. 벌써 종교계인사들의 회합에도 참가했구 간담회, 기자회견, 상봉모임… 계속 연설이야. 그건 그렇구 언니, 나 어제밤 아버지와 또 전활 했어요. 응, 조국에서 보내준 사랑의 보약을 받아안구 막 울었대. 고마운 그 마음 꼭 전해달라구 하면서 또 울구… 뇌졸중후유증때문에 말이 어눌해지구 또 계속 울기만 하시니… 남주야선생이 곁에서 아버지를 너무 흥분시키지 말라구 해서 길게는 말못했어요. 나두 자꾸만 눈물이… 그러지 말자구 하면서두 어떻게 참아!》

문득 화순은 《울어봤으면, 실컷 울어봤으면!》하고 부르짖던 조아라가 상기되였다. 그리하여 저도모르게 《울어봤으면!…》하고 그 녀자의 말을 되뇌이였다.

《무슨 소리야, 언니?!》 도꾜의 정순이가 놀라서 물었다. 《언닌 또 뭣때메 울고싶다는거야, 응?!…》

《그렇게 울고싶어 몸부림치는 한 동포녀성을 방금 만나봤구나.》

《언니!》 정순이가 정색해서 말했다. 《지금 무슨 허튼 생각을 하구있어요? 조국에서 그처럼 어려운 사정이면서두 우릴 이렇게 세번, 네번 비행기를 태워보내는 그 뜻을 벌써 잊고있는게 아니예요?》

《그걸 왜 잊겠니. 그래서 더 생각이 깊어지는게 아니겠니. 그 동포녀성말이야. 우리 아버지랑 지리산에 함께 있었댔구나. 그 얘긴 집에 돌아가서 하기루 하구… 참 남주야선생에게 내 인살 전해줘.》

《지금 옆에서 듣구있어요. 나랑 같이.》

《그래?!… 주야선생, 고마워요. 우리 아버님은 물론 수많은 비전향장기수들께 편지랑 생활필수품이랑 보내주구 또 자기의 저금까지 다 털어서 도와주신다는걸 우린 잘 알고있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총련중앙녀맹부부장 남주야녀성은 활달하면서도 진지하고 세련된 일군이였다. 진동판을 울리는 그 녀자의 목소리는 물기에 젖은듯 했다.

《무슨 그런 말씀 다 하세요. 우리가 뭐 남인가요. 경애하는 장군님을 어버이로 모신 한가정, 한식솔 아니예요. 더우기 우리 장군님께서 그리도 마음쓰시는 비전향장기수들인데 무언들 가리겠나요. 할수 있는껏 다 바치는거죠. 본분인걸요. 그렇지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화순은 그 말밖에 더 할것이 없었다.

《참》 남주야가 물었다. 《이자 말한 동포녀성말예요. 울고싶어 몸부림친다는!… 예, 예. 그 녀성에 대해 좀 더 말씀해주세요.》

《예, 그러죠. 사실 그 녀성은 한때 지리산빨찌산에서…》

갑자기 혀를 깨물었다. 하마트면 변절자의 이름이 나올번 했던것이다. 아니, 아니다. 추악한 변절자 차일평과 조아라를 결부시키고싶지 않다. 그 불행한 녀성을 보호해주는게 응당할것이다. 하여 화순은 급히 말을 돌렸다.

《지리산빨찌산에 들어가 있었다더군요. 7살때… 이름은 조아라, 네데를란드 로테르담시에서 살고있어요. 나이?… 쉰세살, 예, 우리 아버님께서도 잘 아신다해요. 인연이 깊었더군요. 하지만 지금은… 불행하더군요. 그럴만 한 일이 있어요.》

남주야는 더 캐묻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아라, 조아라… 그랬군요.》 하였을뿐이였다.

전화가 끝났지만 화순은 여전히 잠들지 못하고 창가에 박혀있었다. 또다시 화제에 올렸던 조아라가 떠나지 않고 그에게 매달려있었다. 울고싶어하는 녀성, 울고싶어도 울지 못하는 녀성… 하다면 눈물이란 무엇인가?…

눈물없이는 사랑을 말할수 없다. 눈물없이는 진정 기쁨도 행복도 알지 못한다.…

×

화순은 정순의 일행보다 1주일이나 늦어 귀국했다. 비행장에 내리자바람으로 조아라에 대해 또 묻는 사람이 있었다. 당중앙위원회 권형일비서가 그 녀자의 일에 대단히 관심하고있다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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