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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야전렬차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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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3,290회 작성일 22-12-12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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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 회

26

 

평양시주변 협동농장에서 열매남새와 가을남새재배정형을 료해하고난 채성림총리는 승용차에 올랐다. 차문을 닫으려던 채성림은 미심결에 관리위원장을 손짓해불렀다.

《관리위원장동무, 농장남새포전들에 그만하면 분수식관수를 괜찮게 하는것 같은데 전기설비들이 말썽을 부리지 않소?》

《우리 농장 양수장 전동기들은 그만하면 고장없이 만가동하고있습니다.》

키가 꺽두룩한 관리위원장이 자신있게 대답했다.

《농장에 전기기술자가 있는거구만.》

《이렇다 하게 기술자는 아닙니다. 사실 그전에는 양수장 전동기들이 쩍하면 멎군 했는데 봄에 연구사가 와서 흑연전기솔을 달아준 다음부터는 무탈하게 돌고있습니다.》

채성림은 짚이는데가 있어 관리위원장에게 말했다.

《양수장에 가봅시다. 차에 타오.》

《어제 온 비에 길이 질어서 차가 양수장까지 가지 못합니다.》

《가는데까지 가고 걸읍시다.》

승용차는 노란 개꼬리가 삐져나온 강냉이밭옆의 큰길을 따라 얼마간 달리다가 양배추포전사이길에서 멈춰섰다. 차에서 내린 관리위원장은 소달구지바퀴에 시뻘건 진창이 깊숙이 패인 험한 길앞에서 난처해했다.

《총리동지, 제가 양수장에 가서 전공을 데려오겠습니다.》

《아니, 내가 직접 가서 눈으로 보겠소. 확인해야 할게 있다구. 관리위원장, 앞서오.》

몇걸음 못 가서 구두창에 걸쭉한 진탕이 달라붙었다.

채성림은 구두를 신고온것을 후회했다. 공장, 기업소나 농촌에 료해지도사업을 나가면 대체로 깨끗한 현장의 포장길을 다니면서 형편을 알아보고 대책적문제를 협의하는것으로 그쳤다. 농장포전의 진탕길도 가림없이 아무데나 다닐수 있게 차에 장화도 마련해두었어야 했다. 현지료해를 구체적으로 하자면 사전준비를 더 세밀히 해야 할것이였다.

탄광에 내려가면 석탄을 캐는 막장에도 들어간다는 자세로 준비를 해야지 전번처럼 탄광에서 챙겨주는 작업복과 로동보호물자를 착용해서는 안될것이였다. 그런 정도로 자세가 바르고 몸을 아낌없이 내대야 경제를 책임진 일군으로서 량심이 괴롭지 않을것이다.

채성림은 구두창에 달라붙은 진흙을 나무꼬챙이로 몇번이나 떼버리고 바지가랭이에 풀씨들이 달라붙어가지고 양수장에 당도하였다. 마력이 큰 전동기 석대가 들어앉은 양수장안에는 전동기 돌아가는 소음이 꽉 찼다. 뙤약별이 쪼이는 밖은 무더웠으나 찬물을 퍼올려서 그런지 양수장안은 서늘하고 눅눅한 물비린내가 서렸다.

《양수전동기들에 어떤 흑연전기솔을 쓰는지 알고싶어왔소. 전에는 동솔을 썼겠지?》

채성림은 작업모를 쓴 로동자풍의 나이들어보이는 양수공에게 담배가치를 권했다.

《총리동지, 동솔은 수입산흑연솔이 없어 대용품으로 썼습니다. 전동기활동환에 동솔을 설치하면 전력소비가 많은데다가 불꽃이 일고 마찰이 심해 손을 대면 뜨거울 정도로 전동기가 열이 납니다. 동솔이 쓸리면서 탄 산화동가루가 고정자권선에 달라붙는데 쩍하면 고장이 나군 했습니다. 그러던걸 작년에 흑연제작소 연구사가 우리 양수장에 와서 자기네가 만든 흑연솔을 전동기활동환에 달아주었습니다.》

《흑연솔을 가지고온 연구사가 녀자지?》

채성림이 물었다.

《예, 키가 크고 나이도 많은것 같습니다.》

《그 흑연솔의 성능이 어떻던가?》

《수입산흑연솔이 아니여서 미타하게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그때부터 전동기소음이 싹 없어지고 열도 안 납니다. 불꽃조차 일지 않아서 두어달 지난 다음 전동기를 멈춰세우고 흑연솔을 떼보니 조금도 마모되지 않았습니다. 수입산흑연솔이 울고갈 정도로 성능이 좋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우리 나라 연구사가 그렇게 좋은 흑연솔을 만들었다는게 놀랍습니다. 흑연솔이라는게 담배곽보다 작아도 이 큰 전동기에서는 심장부위나 같습니다.》

양수공의 말이 길어지는걸 보고 관리위원장이 한마디 삐쳤다.

《총리동지, 이 동무는 양수전동기들이 무탈하게 도는게 너무 고마와서 래달 추석이 지난 다음에 햇쌀과 돼지를 싣고 흑연제작소에 찾아가겠다고 합니다. 관리위원회에서도 승낙했습니다.》

채성림은 기뻤다. 론난이 많은 천연흑연솔에 대한 이보다 객관적이고 긍정적인 평가는 있을상싶지 않았다.

《잘 생각했습니다. 천연흑연제작소에 사의를 표하는것도 도리지. 그 동무들이 흑연자원을 가공해서 나라에 막대한 리익을 주고 장군님께 기쁨을 드리겠다고 얼마나 고심분투하는지 모른다오. 그 녀성연구사가 흑연제작소 소장인데 20년나마 흑연솔을 연구하느라 집에 변변한 가산도 없다고 하오. 그는 동무네 농장 양수전동기들만 아니고 평양시주변의 농장들과 공장, 기업소들의 전기설비들에 가산을 팔아 만든 흑연솔을 그저 설치해주었습니다.》

채성림은 지금에 와서 최성숙소장이 공장, 기업소들에 설치한 천연흑연솔들에 대한 시험반영도 알아볼 때가 되였다고 생각했다. 천연흑연솔의 성능실태는 장군님께서 몹시 기다리시는 소식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천연흑연솔의 품질상태를 알고싶으시여 전달에도 내각에 전화를 걸어오시였다. 그때 채성림은 흑연솔시험이 일정한 기간을 경과해야 한다고 말씀올렸다.

《총리동무, 내가 너무 조급해한다고 생각지 마시오. 천연흑연솔이 나라의 흑연공업창설전망과 관계되지만 그보다는 성능이 나쁘다는 결과가 나와 최성숙소장을 절망에 빠뜨리지 않을가 걱정되여 그럽니다.》

채성림은 귀전에 사뭇 울리는듯싶은 장군님의 말씀을 상기해보고는 정신이 펀뜻 들었다. 경제문제, 창조사업문제를 대함에 있어 경제실무적측면보다 사람문제를 앞에 놓고 사색하시고 인간에 대한 사랑과 신뢰감으로 해결을 보시는 장군님의 숭고한 사업관점에 머리가 숙어지였다.

그는 내각에 도착하는 즉시로 해당 부서에 천연흑연솔을 시험설치한 공장, 기업소들과 탄광들에 나가 료해하도록 과업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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