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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야전렬차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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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693회 작성일 22-12-0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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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 회


18

 

5월의 밤하늘에 널린 새벽별들이 여직껏 잠에 취해 파릿파릿한 빛을 뿜고있다.

고요속에 잠긴 평양역홈에는 차칸지붕이 이슬에 함씬 젖은 야전렬차가 대기하고있었다.

조금전에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동지께서는 중화인민공화국 비공식방문의 길에 오르신 위대한 장군님을 바래드리기 위해 렬차에 오르시였다.

《희천발전소 룡림언제콩크리트치기를 끝냈다는 보고를 받고 기쁜 마음으로 조국을 떠나게 되였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렬차집무실의 간편한 앞차탁을 사이에 두고 김정은동지와 마주앉으시였다.

《공사를 시작한지 700일만에 끝낸셈이구만. 군사에 바쁜 대장이 그새 룡림언제건설에 많은 관심을 돌렸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장자강상류의 심산중에 드디여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을 룡림언제에 가보고싶은 생각이 간절하시였다. 《백번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승리의 돌파구를 열자!》고 웨치며 령하 30도의 강추위를 이겨내고 눈비속에서 공사를 다그쳐온 군인건설자들의 불굴의 투쟁모습이 선히 떠오르시였다.

자신께서 2009년 3월 25일 산새 우짖는 그 협곡을 다녀간 다음날부터 군인건설자들은 가물막이전투를 불이 번쩍나게 해제꼈으며 가배수로형성은 석달도 안 걸렸다. 언제기초굴착공사, 언제좌우안암반굴착, 기본언제콩크리트치기에서 우리의 군인건설자들은 세계수력발전소건설력사에 없는 상상을 초월하는 기적을 창조하였다. 그들의 영웅적투쟁정신, 비상한 애국열의에 무어라 감사를 주었으면 좋을것인가.

《이제는 수령님의 탄생 100돐이 되는 2012년까지 희천발전소건설을 끝낼수 있는 확고한 전망이 열렸소.》

김정일동지의 안광에서는 미소가 떠날줄 모르시였다.

그러나 김정은동지께서는 마음이 가볍지 못하시였다. 그이의 심신을 번거롭게 하는것은 작별의 서운하신 감정보다도 수만리 머나먼 외국방문의 길로 장군님을 떠나보내시는데서 오는 걱정과 념려로 해서였다.

며칠전에 김정은동지께서는 병원원장과 주치의사를 불러 장군님의 건강에 만전을 기하도록 당부하시였다. 다행히 혈압과 맥박을 비롯한 순환기계통에 우발적인 증상을 나타낼수 있는 요소들은 겨울철에 비해 안정된 정상수치를 기록하고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검진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해도 광활한 중화대지로 방문의 대장정을 하시느라면 일흔고개를 눈앞에 두신 장군님의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것이였다.

《날 바래주는 대장의 마음이 썩 편안한것 같지 않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따뜻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걱정마오. 내 대장이 말한대로 방문기간 절대 무리하지 않겠소, 약도 꼭꼭 먹고. 중국사람들이야 원체 우릴 극진히 환대하지 않소.》

《장군님… 몸조심하시고 렬차로정을 편안히 잡으십시오.》

《그러지. 이번엔 국내 강행군현지지도도 아니니 쉬염쉬염 다니겠소. 낮에쯤 북청땅에 내렸다가 두만강으로 가느라면 그닥 피곤하지 않을거요.》

《북청에 가보시겠습니까?》

《지금 북청, 덕성지구에 사과꽃이 한창 피였을거요. 룡전과수농장이랑 들려봐야지. 근래에 와서 대동강과수종합농장과 과일군, 고산과수농장들이 키낮은사과나무를 심어 번창하고있는데 거기 우리 나라 과수의 고향 북청땅에선 어쩌고있는지. 가본지도 한 10년 된것 같습니다. 2002년 여름에 갔을 때 북청사람들에게 산지사과밭전통을 깨고 기계화할수 있게 평지에 현대적인 키낮은사과나무밭을 조성하라고 일렀는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소. 걸린 문제들이 없지 않을겁니다.》

렬차집무실에는 잠시 정적이 깃들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대장동지에게 국사를 맡기고 떠나시는것으로 하여 마음이 평온하였고 당부할 말씀도 별반 없으시였다. 혈기넘치고 예지가 번뜩이는 김정은동지를 조용히 바라보는것만으로도 기쁘시였다.

《최전연군부대들이 여전히 긴장된 동원태세에 있다지? 놈들의 전쟁도발책동이 즘즘할새 없구만.》

《장군님, 적들은 실전의 분위기속에서 진행한 대규모 〈독수리〉합동군사연습의 화약내가 채 가시기도 전에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열었습니다. 괴뢰합동참모본부의장과 륙해공군참모총장, 군단장급이상 군부우두머리들이 참가한 회의에서 국방부장관은 우리의 〈군사적동향〉에 따른 〈대비태세〉를 운운하면서 〈전투형군대육성〉에 모든 힘을 다하라고 고아댔습니다. 괴뢰호전광들은 얼마전에 연평도와 백령도일대에서 미국과 야합하여 해상군수지원훈련을 했고 잇달아서 많은 전투함선들과 해상초계기들까지 동원해서 련합해병대훈련을 벌리려 하고있습니다.》

《부산항에 기여든 미핵잠수함 〈미시간〉호도 그냥 웅크리고있지?》

《예, 〈미시간〉호는 1 500km의 사거리를 가진 백수십기의 〈토마호크〉 순항미싸일을 장비했습니다. 미군은 7함대에서 가장 위험한 핵선제공격잠수함인 〈미시간〉호가 그 무슨 〈평화〉와 〈교류〉를 위해 왔다고 너스레치면서 언론에 핵잠수함의 내외부를 공개하는 놀음을 벌렸습니다.》

《우리를 위협하고 괴뢰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전쟁도발책동에로 부추기는 로골적인 긴장격화행위입니다. 미국이 남조선군부를 사촉하여 서해해상에서 해병대무력의 해상사격훈련을 잇달아 벌려놓고있는것은 스쳐지나보낼수 없는 일입니다.》

《상전과 하수인이 아주 위험한 불장난을 하고있습니다. 서해해상은 〈천안〉호침몰사건과 연평도포격전사건이 있은 후 쌍방무력이 가장 첨예하게 대치한 곳인데 남조선호전광들이 바로 그 서해 5개 섬일대를 군사적도발거점으로 삼고 우리를 자극하고 충돌을 유발시킬수 있는 해상사격훈련을 하는데는 제딴의 음흉한 목적이 있다고 보아집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대장동지의 분석을 듣고싶어 몸자세를 편안히 고쳐앉으시였다.

《장군님, 괴뢰들이 요전번 해상사격훈련에 미해병대장교들을 참가시킨것이 주목을 끕니다.》

김정은동지께서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키 리졸브〉합동군사연습에서 일본주둔 미해병대는 남조선 경기도 련천일대에서 조선반도 〈유사시〉를 가상한 전개훈련을 한바탕 했습니다. 여기에 이어 미제침략군이 참가하는 괴뢰해병대의 해상사격훈련이 벌어진것은 미국과 남조선군부가 해병대무력을 북침전쟁의 선견대로 써먹기 위해 긴밀히 공모결탁하고있다는것을 말해줍니다. 미국은 이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략하는데서 〈토마호크〉순항미싸일과 해병대를 위시한 정예무력을 투입하여 집중적인 선제타격작전을 벌렸고 재미를 보았습니다.》

《옳소. 어리석은 놈들이니 우리한테도 그런 침략수법이 통하리라고 타산하고있소.》

《다른 하나 문제의 엄중성은 미국이 지난해 서해해상에서 있은 〈천안〉호침몰사건과 연평도포격전사건을 통한 정세긴장에서 상당한 어부지리를 보았다는것입니다. 미군주둔을 반대하는 일본과 남조선의 민심을 잠재우고 미, 일, 남조선 3각군사동맹의 고삐를 더욱 거머쥐고 박차를 가할수 있게 되였습니다. 서해해상은 중국과도 가깝습니다. 우리 나라 서해해상에서 군사적충돌의 총포소리는 이웃나라인 중국의 안정에 리롭지 못하다는것은 자명한 리치입니다. 미국이 일본땅의 해병대무력까지 끌어오면서 괴뢰들의 전쟁광기를 돋궈주는것은 제2, 제3의 서해해상군사적충돌을 일으키고 그 불안정주패장을 가지고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우릴 지지하지 못하게 견제하고 우리를 정치군사적으로 고립시키자는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국이 끈질기게 벌리고있는 대중국정치외교공세에 대해 상기해보시였다.

미합동참모본부의장 마이크 말런은 《연평도포격사건과 관련하여 중국이 조선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는데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력설하였다. 미국회하원은 제출한 결의안에 《중국은 북조선의 호전성을 막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하며 이번 포격의 대응조치로 대조선경제지원과 에네르기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문구를 쪼아박았다. 백악관대변인은 《중국은 북조선의 호전적행동을 중지시키도록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면서 중국의 적극적역할을 이끌어내는 외교적협의가 이루어질것이라고 했다.

미국회하원에서 대북조선비난결의를 찬성다수로 가결한 그날에 제출된 미상원결의안도 《북조선의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규탄대렬에 동참할것을 요구》하였다.

《미중관계》에 관한 토론회에서 미련방상원외교위원회 위원장 죤 케리는 《북조선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중국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것을 요구》하였다. 중국을 방문한 미국방장관 게이쯔는 호금도주석과 중국국방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나는 북조선이 5년내에 대륙간탄도미싸일을 개발하게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북조선은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되고있으며 우리는 이것을 심중히 고려해야 한다.》면서 북조선의 핵능력이 《위험계선》에 도달한것을 중국이 절대로 방관시해서는 안된다고 하였다.

힐러리 클린톤 미국무장관은 미중관계에 대한 특별연설에서 《중국은 6자회담의장국이고 북한과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있으며 따라서 북한의 되돌릴수 없는 비핵화를 위한 행동을 변화시키는데서 특별한 역할을 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북한핵문제는 동북아시아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넘어서 이제는 미국의 국가적안보에 대한 도전으로 점점 확대되고있다.》고 하였다. …

《미국의 정치, 군사, 외교의 고위관리들이 줄줄이 떨쳐나 우리한테는 삿대질 못하고 대중국공세를 집요하게 벌리는것은 미국딴의 음흉한 속심이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말씀하시였다.

《조선반도의 긴장격화문제를 가지고 국제사회앞에서 중국을 난처하게 만들고 중국책임론을 추구해나가는 기본목적은 중국의 손발을 얽어매서 우리를 더욱 고립시키고 우리 나라와 중국사이의 전통적인 우호친선관계에 쐐기를 든든히 박아 깨뜨리자는데 있습니다. 대장도 알다싶이 금년은 조중우호, 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체결 50돐이 되는 해입니다. 미국이 우리를 걸고 조선반도문제에 관해 대중국공세를 벌리고 물밑교섭을 계속하고있는것은 바로 이 조약에서 기본인 제2조를 거세함으로써 조중 두 나라의 군사적협조관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자는것입니다.》

체약쌍방은 체약쌍방중 어느 일방에 대한 어떠한 국가로부터의 침략이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조치를 공동으로 취할 의무를 지닌다. 체약일방이 어떠한 한개의 국가 또는 몇개 국가들의 련합으로부터 무력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쌍방은 모든 힘을 다하여 지체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조중우호, 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의 제2조를 더듬어보시고나서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시였다.

《장군님, 미국은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중국과 맞붙게 될가봐 위구하는것 같은데 아직 우리 백두산강군의 위력을 너무도 잘 모르는것 같습니다.》

《그렇소.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얼치기전쟁을 치렀으니 진짜 강군의 주먹맛을 알턱이 없지.》

얼마후 김정일동지께서 타신 야전렬차는 새벽잠에 든 시민들이 깨날세라 기적소리도 없이 조용히 평양역을 출발하였다.

김정은동지께서는 야외등빛이 푸름한 넓다란 역홈에 홀로 서시여 손을 흔들어 장군님을 바래드리시였다. 그이께서는 야전렬차의 후미가 새벽어둠속에 사라질 때까지 서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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