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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테러의 공포마케팅과 공포정치의 정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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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1건 조회 2,703회 작성일 13-04-1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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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마라톤은 우리와도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1947년 서윤복 선수의 우승을 비롯, 1950년 함기용, 송길윤, 최윤칠 선수의 1, 2, 3위 재패, 그리고 2001년 이봉주 선수의 이 대회 재패는 마라톤 강국으로서의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기도 했습니다.

보스턴이란 도시 자체도 미국의 독립운동의 계기이자 상징인 '보스턴 티파티'의 무대이며, 그 때문에도 우리에겐 더욱 친밀감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 도시엔 한인들도 잘 아는 하버드 대학이 있습니다. 필라델피아, 뉴욕과 더불어 미국 동부의 아취가 살아 숨쉬는 이 도시에서 매년 열리는 이 마라톤에서 끔찍한 테러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폭탄이 터져 몇 명이 죽고 백 수십 명이 다치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미국 경찰은 사건 발생 이후 24시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이 사건의 배후를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테러로 숨진 사람들에게 명복을 빌며, 부상당한 이들의 쾌유를 바랍니다.

이 테러가 미 국내 문제인가 혹은 국제단체의 소행인가에 대해서도 아무런 단서도 없는 상태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짐작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국제 테러단체의 소행이라면, 아마 이슬람계 테러리스트의 소행이라는 짐작을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문제는 이 대회가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것이며, 만일 배후가 드러날 경우 국제적인 지탄과 심지어는 직접적인 보복을 피할 수 없다는 면에서, 국제적 테러라기보다는 오히려 미 국내 테러단체 혹은 개인의 소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 봅니다.

이 사건은 여러 면에서 1995년 일어난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파 사건과 많은 면에서 닮아 있습니다. 당시 이 사건을 일으킨 티모시 멕베이는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꽤 떨어진 곳에서 과속 운전을 하다 적발됐고, 여기서부터 꼬투리가 잡혀 범행 전모가 드러납니다. 만일 그가 과속 단속을 당하지 않았다면 이 사건의 범인은 찾지 못했을 겁니다. 그는 사제 폭탄을 실은 트럭을 오클라호마 소재 연방청사 앞에 세워놓고 이를 폭파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피해자는 '불특정 다수'였습니다. 이른바 '소프트 타겟 테러' 였던 것이지요. 이번 보스턴 마라톤 역시 소프트 타겟들을 노린 테러라는 점에서 당시 연방청사 테러와 유사점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수사는 계속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의문은 '왜?'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은 바로 이 '왜?'라는 면을 더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만일 이것이 국제적 테러라면, 그 배후는 일단 알 카에다부터 시작해서 추측 가능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나 단체일 것이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근본적 원인은 미국의 일방적 패권주의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중동정책이 이스라엘 지지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계속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국내 문제라면 복잡해집니다. 요즘 오바마 행정부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공화당에 대한 정치적 블로우, 총기 규제 문제에 대해 불만을 가진 세력 혹은 개인이 저지른 일일수도 있고, 단지 사회에 대해 불만이 많은 사람들, 혹은 과거 유너바머 같은 개인이 아무런 세력의 관계 없이 단독으로 저지른 이른바 '론 울프'식 테러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게 제일 무서운 거죠. 밝혀지지 않는 이상 피맛을 본 그 개인은 계속해서 같은 일을 저지를 수 있으니.

미국 전체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존 알렌 무하마드와 리 말보의 이른바 '하이웨이 저격사건'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익명의 개인이 대중에 대해 저지르는 테러는 이를 저지르는 실체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가장 공포스러웠습니다. 당장 길을 가다가, 운전을 하다가,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다가, 그저 일상을 살아가다가 갑자기 맞아야 하는 테러의 공포. 이번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에서도 그 익명의 공포가 느껴집니다.

결국 이런 공포들은 사회 전체를 바꿔놓는다는데 그 무서움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9.11은 우리가 비행기를 타는 방법을 완전히 바꿔 놓았고, 관공서를 출입하는 방법도 바꿔 놓았습니다. 우리는 지금 기꺼이 비행기를 타기 위해 신발을 벗습니다. 그러잖아도 과거부터 경찰국가였던 미국은 시민의 기본권이 더욱 축소되어 버린 상태가 됐습니다. 테러의 공포는 그런 공권력의 횡포를 정당화 시켜 버리기까지 한 것입니다.

이번 사건이 개인 사이코패스가 저지른 것이라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까지 드는 것은 요즘 상황이 그렇게 하 수상하기 때문입니다. 테러는 공포마케팅입니다. 요즘처럼 예산 부족으로 군 예산 감축이 심화될 때, 이런 사건들이 터져 놓으면 어떤 연쇄반응을 가져올 것인가를 생각하면 그 결과는 참으로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당장 이건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기도 합니다. 남북한이 함께 조장하는 공포마케팅은 우리를 지금 전쟁 발발의 문턱까지 가져다 놓지 않았습니까.

결국 사회 안에서의 배려, 그리고 국제 관계에서도 이 '배려'가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게 인간사회라면 정글과 다를바가 없고, 그렇다면 약소국이나 사회적 약자들은 자기들의 의견을 내 놓을 수 있는 방법이 극단적인 것으로 치우쳐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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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보님의 댓글

업보 작성일

테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회가 온전한 사회일 수가 없다.

불교적 업보개념에서 본다면 무언가 원인이 있기때문인 것인 바..
그 궁극적 원인이 무엇인지를 모두가 찬찬히 돌이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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