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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 데이, 그리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미국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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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2,605회 작성일 13-10-14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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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 데이여서 일을 쉬었습니다. 어제가 일요일이었으니 이틀 연휴를 가진 거지요. 이번주는 수요일이 제 정규 비번날이니, 내일 하루 일 다녀오면 또 하루를 쉬게 됩니다. 내일은 이틀동안 밀린 우편물들이 잔뜩 쌓여 저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열심히 하루 일하고 나면 또 하루를 쉴 수 있다는 희망이 있군요. 

 

그런데 지호와 지원이는 오늘 정상 등교했습니다. 몇년 전만 해도 콜럼버스 데이엔 학교들도 쉬었지만, 학생들 스스로가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결국 교육구들이 자체적으로 콜럼버스 데이를 기념일로 축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특히 이곳의 원주민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이런 운동을 벌였고, 이게 확산되면서 많은 학생들이 공감하게 됐지요. 

 

콜럼버스의 이른바 '신대륙 발견'은 이 땅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었던 원주민들에겐 엄청난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원주민들에 대한 직접적인 학살은 물론, 이 땅에 살고 있던 그들을 이간질하여 그들끼리의 전쟁을 일으켜 학살을 유도하고, 북미에서는 오랫동안 이 땅의 주인이었던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학살이 대대적으로 일어났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자체의 문자를 쓰며 심지어는 나중에 개명 문물을 받아들이고 자치와 심지어는 자체 문자로 신문까지도 찍어 내던 체로키 족 같은 경우도 그랬고, 백인들과 투쟁의 길을 택했다가 서로 공존을 택했던 수우 족의 경우 '운디드 니의 학살'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사건에서 드러나듯 강제 이주와 학살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게다가 백인들이 몰고 온 전염병은 원주민들에게 학살 이상의 인명피해를 가져왔습니다. 미국 중서부 뿐 아니라 미국 개척사에서 가장 끝에 있는 이곳 워싱턴 주의 동쪽 왈라왈라 지역에서는 홍역이 퍼지자 수많은 원주민들이 죽어갔고, 이 질병 확산의 근원으로 지목된 백인 선교사 마커스 위트먼 부부와 다른 백인들이 보복 학살당하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시애틀이라는 도시 지명도 백인들과의 전쟁보다는 이들과 전쟁을 해 봤자 결국 거대한 학살의 비극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던 스쿼미시 부족 추장인 실스(혹은 세알스) 추장이 나서서 백인들과의 화평을 주창합니다. 그리고 시애틀은 비교적 평화롭게 백인들에게 양도되지만, 그 이후로 3년간의 봉기가 계속되다가 진압됐고 결국 원주민들은 지금 그들에게 할당된(혹은 제한된)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밀려나 갇힙니다.

 

일요일 아침, 성당에 갈 때마다 '퓨열럽 인디언 보호구역'을 지나가야 합니다. 인디언 보호구역이라고 해도 그들이 전통적으로 살아가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허름한 집들과 낡은 자동차들을 보면서 그들의 살아온 모습들이 대략 짐작은 갑니다. 그러나, 이들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요즘 '복수'를 하고 있습니다. 몇년 전부터 붐이 되어 온 '인디언 보호구역 내 카지노'는 부족 자치단체들이 백인들에게 가하는 새로운 복수인 셈입니다. 물론 그들의 이 특별한 '복수 활동'에 낚여(?) '봉'노릇을 해주는 한인들도 꽤 됩니다만. 이들은 여기서 얻은 돈으로 기금을 마련해 부족 장학생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고, 이 부족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적지 않은 수가 변호사가 되어 돌아와 부족을 위해 일하거나, 혹은 의사가 되는 경우들도 봤습니다. 

 

민주주의의 종주국이라 불리우는 이 나라 미국. 그러나 이 나라는 분명히 학살의 토대 위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학살의 토대엔 인종주의와 기독교 원리주의가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것은 미국의 적지 않은 지역에서 미국의 민주주의적 뿌리를 위협하는 병폐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정부가 셧다운 된 것에 대한 언론기관의 조사에서 '공화당이 잘못했다'라고 하는 반응이 80%가 넘어 나오면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잘못했다'라는 결과가 30%가 넘어 나오는 이 이상한 모습은 인종주의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보입니다. 즉, 백인이 주류인 민주당의 잘못이라고 보는 쪽은 매우 소수지만, 이걸 흑인인 '오바마 대통령'의 잘못이라고 보는 반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죠. 

 

미국은 곧 국가 자체가 디폴트가 되는가 마는가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이 나라의 가장 근본적인 갈등의 원인인 인종주의와 편견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것 때문에 미국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망신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의 인종문제만큼이나 심각한 분단의 갈등과 지역갈등의 문제를 갖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도 반면교사로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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