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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이면, 똥 치운 김에 대청소를 하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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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2,514회 작성일 14-06-2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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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끝물이 다 되어가는 금요일, 애 엄마와 아이들이 집을 비운 사이 제 아침 '작업'이 시작됩니다. 아빠의 능력을 보여주리라, 하면서 제일 먼저 시작한 건 설겆이. 그리고 대대적인 청소 작업이 시작됩니다. 아버지께서 TV에 연결하시겠다고 거금 들여 잘못 사오셔서, 환불을 하려 하셨으나 영수증을 분실하는 바람에 제게 '영구 무상 임차' 되어버린 Bose 3 스피커는 잔잔한 쇼팽을 흘리고 있습니다. 진공청소기 돌리고, 스위퍼로 깨끗하게 마루바닥을 닦아 놓고... 이 일을 마치는 데 두 시간이 걸립니다. 아직 내가 해 놓으려고 마음먹은 일들의 절반이나 했을까? 그래도 일단 마루바닥에서 좋은 냄새가 나고, 스피커로 울려나오는 쇼팽이 다시 마루바닥과 천장에 울리며 사람을 릴랙스 모드로 이끌어 갑니다. 

 

이럴 때 차 한잔을 마시는거야. 

 

고산차를 우려내어 잠시 휴식 모드로 갑니다. 아침에 일어나 어젯밤에 뭔가를 잘못 먹은 강아지가 마루에 실례를 했던 것을 계기로 시작했던 청소는, 처음엔 무지 귀찮았으나 점점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듯 합니다.  잠시 청소를 멈춘 동안 강아지를 뒷마당에 내 보냈더니 다시 뭔가를 묻혀 와서 잘 닦아 놓은 바닥에 흘립니다. 귀찮은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왕에 한 작업이 제대로 마무리가 되려면 다시 치워야 합니다. 강아지 수건으로 잘 닦아 놓고 - 어젯밤에 비가 와서 그랬던 모양입니다 - "너, 조금 있으면 목욕할 줄 알아!" 라고 하면서 나이 열 다섯이 되어 장수만세를 부르고 계신 사람이 씌우다시피 한 강아지에게 협박을 가해 소파 위에서 자게 만들어 놓은 다음에 다시 작업을 시작합니다. 쇼팽은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유튜브엔 참 들을 음악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즐겁게 작업을 하다가 이런 생각을 합니다. 청소란 게 참 신기하다고. 시작하기까지가 귀찮지, 일단 한참 청소를 하다 보면 눈에 안 띄던 더러움들이 드러납니다. 지금까지 무심코 넘겼던 더러움들이 자기 모습을 드러내면, 그것을 닦아 내는 것은 비교적 쉽습니다. 물론 사방에 이런 작은 더러움들이 있고, 그걸 닦아내는 건 귀찮지만, 그래도 이 일을 하고 나면 마음이 뿌듯해지고, 집이 예뻐집니다. 큰 청소를 마치고 나면 디테일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 법. 구석구석 닦아내는 작업들이 나름 보람있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 강아지 똥을 마루에서 발견한 후 분노 모드 비슷하게 대청소를 시작했지만, 어쩌면 역사도 이렇게 비슷할까요. 이번에 한국을 시끌시끌하게 했던 문창극 사태야 말로 제가 똥을 발견했던 것과 비슷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기회에 대대적인 청소를 하고, 친일의 더러운 자국들을 하나하나씩 지워가는 작업이 이뤄진다면,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적폐'들이 점점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정홍원을 다시 총리 자리에 앉힌 것은 똥 치운 자리에 쓰레기 덮어 놓은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한국의 오늘날의 사회 모습이 이렇게 된 것의 근본은 분명히 친일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차제에 친일의 역사를 모두 낱낱이 벗기고 그 자국을 근본적으로 닦아 내고 나면 대한민국은 분명히 지금보다 더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자... 아무튼 애들과 아내가 돌아오기 전에, 열심히 집안의 적폐를 몰아내고 나면 모두들 행복해 하겠지요.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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