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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에 몰려드는 내 친구들, 그 이름들이 웅변하는 한국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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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2건 조회 2,478회 작성일 14-10-11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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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에 뭐 이것저것 받아놓은 것이 많았던지, 이런 것들 중에서 뭘 지우나 하는 고민을 했었고, 잘 안쓰는 어플들을 다 찾아 지웠습니다. 그리고 나서 받은 메신저 텔레그램. 예, 뒤늦게 요즘 '유행'인 망명 대열에 합류한 것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현상 하나. 내 뒤로도 망명하는 친구들이 있었는지, 친구가 새로 가입했을 때 알려주는 기능이 달린 텔레그램은 계속해 제 친구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보여 주었고, 그 덕에 저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친구들과 연락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카카오톡에 서로 연락처는 남겨 둬도 명절에나 연락하지 서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느낌으로 지내는 친구들도 꽤 되는 상황인데, 텔레그램은 그런 친구들이 다시 제게 연락을 해 오는 상황을 만들었고, 저도 다른 친구들에게 연락을 할 수 있는, 그런 재밌는 상황을 만들어 냈습니다. "어, 너도 왔구나. 근데 잘 지냈어?" 

 

"시절이 참 수상하다." 한 친구가 텔레그램으로 전해 온 이야기입니다. 내가 아는 한, 그 친구는 절대로 정치에 민감하지도 않고, 그저 가족과 직장에 충실한 모범 가장일 뿐입니다. 이런 친구가 제게 보내온 텔레그램 내용은 그랬습니다. "갑갑하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정말 이 땅이 싫다. 넌 좋겠다." 

 

친구에게 답신을 날렸습니다. "이런 날이 올 거란 걸 몰랐냐. 이명박이 집권하는 순간에 이미 이런 비슷한 꼴들이 날 거라고 생각은 했었다." 그래, 투표 안 한 사람들, 생각없이 그 당시에 한나라당에 표 던진 사람들, 과연 어떤 식으로 지금 그 결과를 돌려받고 있는가를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제 친구들 중에서 제게 미국 생활이 어떻냐고 비교적 진지하게 물어봐오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한국이 그만큼 살기 힘들다는 것이겠지요. 

 

1960-70년대에 한국인들의 대량 이민이 이뤄졌었습니다. 그때 적지 않은 수는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을 보고 싶어서, 미국 시민권을 받은 후 고향에 가 보고 싶다는 실향민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수가 박정희 치하가 답답하기에 미국을 선택했다는 사람들, 그리고 정말 먹고 살기 힘들어서 미국행을 택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선택의 여지가 없이, 부모님의 결정으로 미국에 오게 됐지만, 요즘은 아버지의 고집이 나를 살렸구나, 그런 생각까지도 합니다. 

 

사회가 갑갑해지고, 평범한 사람들이 답답함을 느끼는 사회... 설상가상 경제까지도 양극화로 인해 없는 사람들은 더욱 힘들어지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 리 없겠지요. 지금 들어온 텔레그램을 보니 다시 친구 몇 명이 신규 가입자 명단에 올라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언론 상황, 그리고 그 답답함의 실상은 바로 그 친구들의 이름이 계속해 늘어나는 것 자체가 웅변하고 있습니다. 

 

 

시애틀에서...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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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그러고보니 저도 텔레그램 친구들이 많이 늘었군요.  한 주일 전에 가입해뒀는데.  한데 막상 대화는 한 번밖에 못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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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가용님의 댓글

갯가용 작성일

고국이 잘 되어야 할텐테 그렇지 못한듯하여 안타깝습니다.
현상태로는 희망이 없어 보이니..무언가 큰 변혁이 있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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