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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설 <새나라> 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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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5,612회 작성일 15-11-2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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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에는 흰구름송이들이 태평스레 떠있고 땅우에는 흰옷입은 사람들이 창광산으로, 모란봉으로 흰구름처럼 밀려가고있었다.

가루개를 넘어가는 승용차는 길을 메우는 사람들때문에 속도를 놓지 못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경적도 울리지 못하게 하시였다. 오늘은 운전사도 부관도 어딘가 씨쁘등한 표정이였다. 해방된 조국에서 처음 맞게 되는 수리날이여서 장군님과 김정숙동지를 한자리에 모시고 하루만이라도 즐거운 휴식의 한때를 보내려고 어제부터 그 준비사업을 슬슬 해놓았댔는데 장군님께서는 오늘 아침 보통강개수공사장에 나가보시겠다고 말씀하시였던것이다. 그이께서는 공사장에 나가 일하실 작정으로 로동화를 신고나서시였다. 리병설은 장군님의 차림새를 보며 수리놀이준비를 해놓았으니 오늘 하루만이라도 피로를 푸시라고 말씀드릴수조차 없었다.

지금 승용차 뒤좌석에 앉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운전사나 리병설의 속상한 마음은 짐작도 못하신듯 모란봉으로 밀려가는 사람들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보고계시였다. 아직은 살림들이 넉넉치 않겠지만 그래도 명절음식들을 있는껏 꾸려가지고 활개짓하며 오가는 인민들을 보시는것이 그이에게는 행복이였고 휴식이였다. 이런 기쁨을 맛보기 위해서라면 평생 단 하루의 휴식도 없이 일해도 여한이 없을것 같으시였다.

승용차가 공사장가까이 당도했을 때 그이의 기쁨은 또 다른 광경으로 하여 곱절이나 커지시였다. 온 공사장에 건설자들이 하얗게 덮여있었던것이다. 한여름의 폭양아래 살갗을 구리빛으로 태우며 영차! 영차! 목고를 메고 달리는 사람들을 보시느라니 가슴이 뿌듯해지시였다. 인민이라는 신성한 존재에 대한 다함없는 존경이랄가, 믿음이랄가… 하여튼 그 순간 김일성동지께서는 새 나라, 새 인간들의 새 모습을 보시며 감동이상의 격정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운전사동무, 어때? 오늘 여기에 나오지 않았으면 이런 기쁨을 어떻게 맛보겠소. 보라구, 우리 인민들이 얼마나 장한가!》

그이께서는 아까부터 운전사나 부관의 안타까와하는 마음을 다 헤아려보시였던것이다. 운전사는 열적게 웃었다.

《장군님! 전 오늘같은 날은 공사장이 텅 비여있을줄 알았습니다.》

아침부터 공사장에 나와있던 리주연을 비롯한 지휘부일군들이 장군님한테로 달려왔다. 시인 리찬도 질통을 벗어던지고 양복저고리를 팔에 꿰며 황황히 달려와 장군님께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공사지휘부일군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시다가 리찬을 알아보시였다.

《리찬선생이 <애국제방가>와 같은 노래를 창작하는 비결을 알만합니다. 그렇게 질통을 지고 건설자들과 같이 일하느라면 그들의 숨결을 진실하게 느낄수 있지요.》

《이건 김정숙녀사께서 저에게 가르쳐주신 창작방법입니다. 예전에는 멀찍이 서서 눈으로 보기만 하고 글을 썼지만 이렇게 직접 땀을 흘려보니 인민들의 애국열기를 더 잘 느낄수 있었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나도 오늘같은 날까지 애국의 땀을 바쳐가는 인민들에 대한 송가를 짓고싶은 심정입니다.》

장군님의 말씀을 들으며 리찬은 설레이는 격정을 누를수 없었다. 인민은 아직도 조국을 찾아주시고 인민의 나라를 일떠세우시려 헌신분투하시는 절세의 애국자 김일성장군님에 대한 송가 한편 변변히 지어드리지 못하고있는데 장군님께서는 오히려 인민에 대한 송가를 짓고싶다고 하신다. 오랜 세월 인민의 목에 메여있던 식민지노예의 멍에를 벗겨주시고 인민의 정권을 세워주시고 토지개혁을 실시하여 농민들의 숙원을 풀어주신것이 과연 장군님께서 인민에게 바치신 송가가 아니란 말인가? 평양을 수해로부터 보위하고 토성랑인민들의 재난을 막아주시려고 나라사정이 그토록 어려운 때 이 거대한 공사를 펼쳐놓은것이 장군님께서 인민에게 바치시는 송가가 아니란 말인가. 송가라면 이보다 더 위대하고 뜨겁고 진정한 노래가 무엇이란 말인가.…

김일성동지께서 나오셨다는 소식이 퍼지자 공사장은 《만세!》의 함성으로 끓어번졌다.

리주연은 도인민위원회 일군들도 전부 공사장에 나왔다고 자랑스레 말씀드리고나서 덧붙였다.

《공사지휘부에서도 오늘은 휴식을 예견했댔습니다. 그런데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이 자원적으로 달려나왔습니다. 오늘은 작업구간이나 책임량을 제정해준것도 없는데 그저 맞다들리는데서 땀을 흘리는 판입니다. 그야말로 진짜애국로동입니다.》

《정말 그렇소!》

김일성동지께서 걸음을 멈추신 곳은 선교4리 건국로력대가 일하는 곳이였다. 건로대원들은 일하던 차림그대로 장군님을 에워쌌다. 그들속에는 임성민도 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선교4리위원장의 인사를 받으시며 다정히 물으시였다.

《오늘은 수리날인데 왜 쉬지 않고 나왔습니까?》

리위원장은 허리를 쭉 펴며 대답올렸다.

《장군님! 건국이 바쁜 때에 수리날이라 해서 꼭 놀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봅니다. 우리 동무들은 당장 장마가 닥치겠는데 이 제방에 흙 한삽이라도 더 쌓아서 하루빨리 공사를 완공하는것이 옳다고 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리위원장의 흙묻은 손을 굳게 잡아주시며 그의 대답을 긍정해주시였다.

《동무들의 생각이 옳습니다. 우리에게는 오늘의 하루가 장래의 백날과 맞먹습니다. 우리는 남들이 한걸음 걸을 때에 열걸음, 백걸음씩 내달려 하루빨리 살기 좋은 락원을 일떠세워야 합니다.》

계속하여 그이께서는 둘러선 로동자들에게 생활형편을 물으시였다.

《생활이 어렵겠는데 점심밥이랑 제대로 싸가지고 나왔습니까?》

누구도 선뜻 대답을 못했다. 자기들의 점심밥까지 걱정해주시는 장군님앞에서 모두 목이 꽉 메였던것이다.

리위원장이 얼른 한발 나섰다.

《장군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린… 우린 일없습니다.》

그러나 김일성동지의 안색은 밝아지지 않으시였다. 자식에게 줄것이 있을 때 어머니는 기쁜 법이다. 자식에게 줄것이 없을 때 어머니는 괴로운 법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지금 그 괴로움을 느끼고계시였다.

요즘이 보리고개여서 절량세대들이 생겨나고있다는것을 그이께서는 알고계시였다. 그래서 이미전에 식량을 해결해오도록 해외에까지 일군들을 파견하시였는데 그쪽에서 떠나보낸 식량이 며칠안에 도착하게 되여있었다.

《조금만 더 견딥시다. 오늘은 비록 어렵지만 앞으로는 모두가 잘살 날이 꼭 옵니다.》

그이께서는 로동자들에게 고무적인 말씀을 해주시며 주변에 멎어있는 토운차를 바라보시였다. 강복판에서 제방까지 레루를 놓고 광차바퀴우에 큼직한 궤짝처럼 나무로 짠 통을 올려놓았는데 한립방은 잘 담을것 같았다.

《여기서는 소기계화가 실현되였구만. 저 밀차는 자체로 만든것입니까?》

《예. 우리 선교4리대대는 곡산공장과 조선화학공장로동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리위원장은 제 자랑을 하는것 같아 말끝을 얼버무렸다.

《역시 로동계급은 모든데서 앞장이로구만.》

김일성동지께서는 공사장에 기계화를 적극 도입할데 대해 말씀하시면서 공사장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둔덕진 곳에 오르시였다. 높은데서 내려다보니 공사장은 온통 구뎅이천지였다. 저마끔 자기 맡은 구간의 토량을 처리하다보니 구뎅이와 구뎅이사이에는 경계뚝이 생기고 그러다보니 공사가 시작되여 보름가까이 되여오지만 새 통수로의 형태도 잡지 못하고있었다. 당장 보리장마가 시작되겠는데 하루빨리 새 통수로를 째서 봉수산기슭으로 꺾어돌린 물길에 련결시키지 못한다면 올해에도 홍수피해를 입을수 있었다.

어쩐지 그이께서는 저 구뎅이를 가로막고있는 경계선들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낡은 사상의 증거물처럼 생각되시였다. 구뎅이와 구뎅이를 가로막은 하나의 경계뚝이 허물어지면 보다 큰 구뎅이가 될것이고 그렇게 서로서로 가로막은 경계뚝들을 다 없애버리면 새 통수로가 형성될것이 아닌가.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도 그렇게 하나로 합쳐지면 인민정권이라는 새 통수로를 따라 부강한 독립국가건설이라는 대하로 용용히 흘러갈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일하면 언제 통수로가 열리겠는가.

시공방법에 문제가 있다던 리주연의 우려가 공연한것이 아니였다.

장군님께서는 뒤켠에 서있는 김운상을 손짓해부르시였다.

《김운상동무, 여기로 나오시오.》

운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머리를 들지 못하고 장군님가까이로 다가섰다.

하숙집에 찾아왔던 리주연과 함께 공사장에 다시 온 날부터 밤잠을 잊고사는 김운상이였다.

그동안 흘린 땀이면 본의아니게 생겼던 인생의 얼룩이 지워지고도 남았으련만 그는 어느 하루도 수문설계때문에 발편잠을 자지 못했다.

《장군님! 용서하십시오. 제가 그만 설계를…》

《됐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운상에게 수문설계와 관련된 일은 내색하지 않으시고 새 통수로를 가리키시였다.

《저 제방의 길이가 얼마요?》

《1 800m입니다.》

《강폭은?》

《50m입니다.》

《깊이는 7m지요?》

《예.》

그이께서는 둘러선 일군들에게 생각하신바를 터놓으시였다.

《지금은 강바닥굴착과 제방쌓는 작업을 전면적으로 벌려놓고있는데 그렇게 하면 장마철전에 통수로를 낼수 없습니다. 내 생각엔 통수로를 빨리 내기 위해서는 제방과 제방사이 강중심에서 좌우 5m씩 10m너비로 파서 그 흙으로 먼저 량쪽제방을 쌓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무릎을 꺾고앉으시여 땅우에 그림을 그려가시며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시였다.

먼저 새 통수로를 전구간에 10m폭과 7m깊이로 배수로를 열어놓은 다음 점차 강폭도 넓히고 제방을 높여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도 나고 도중에 장마가 지더라도 이미 파놓은 배수로가 있어 웬만한 보리장마는 견딜수 있을것이다. 그렇게 되면 저 보기 흉한 구뎅이들도 자연히 없어질것이다.

《어떻습니까?》

일군들은 얼굴을 붉히며 대답을 못했다. 듣고보니 단순하고 명백한데 자기들은 공사를 전반적으로 밀고나갈 생각에만 빠져있었던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일군들이 납득되였다면 마음놓인다고 하시면서 김운상에게 수문설계에 대해 물으시였다.

《운상동무가 수문설계를 처음 하다보니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것 같은데 어쨌든 본래의 강줄기를 살리는 방향에서 수문을 설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머지않은 앞날에 구보통강을 운하로 만들어 보통강일대를 인민의 문화휴식터로 잘 꾸리자고 합니다.》

장군님께서는 나무꼬챙이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시며 수문설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시였다.

《나도 기술적인 문제는 잘 모르겠지만 중요한것은 수문의 바닥높이를 잘 정하는것이라고 봅니다. 그러자면 보통강의 한해평균 강수량을 계산해서 강물이 일년내내 구보통강으로도 흐르고 개수보통강으로도 흐르게 해야 합니다. 만약 장마철에 물이 범람하면 구보통강의 물량은 수문으로 조절할수 있지 않습니까?》

얼핏 들어봐도 쉽게 납득되는 말씀이였다. 이 단순한 리치를 나는 왜 처음부터 어렵게만 생각했댔을가. 운상은 기술자로서의 부끄러움보다 자책감으로 하여 얼굴을 들수 없었다. 장군님께서 보통강을 두고 얼마나 마음쓰시였으면, 평양을 얼마나 사랑하시였으면…

《장군님, 저는 건축가는 고사하고 평양에서 살 자격조차 없는 놈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운상의 손을 다정히 잡아주시였다.

《됐습니다. 우리 손잡고 평양을 민주조선의 수도로 잘 꾸려봅시다. 앞으로도 일감이 생기면 난 운상동무부터 찾겠습니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공사장을 한바퀴 돌아보시고 다시 선교4리작업장으로 오시여 웃저고리를 벗으시였다.

《이젠 일이나 합시다. 난 지금 막 일을 하고싶어서 못 견디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장혁수가 올리는 삽을 받아드시고 경계뚝에 삽날을 박으시였다.

《리위원장동무, 로동계급은 이런 일에서도 앞장서야 합니다. 경계뚝을 없애면 마음들도 넓어질겁니다.》

그러시고는 착공식날처럼 면내의가 화락해지도록 땀을 흘리시였다. 너도나도 장군님께서 담아주시는 흙을 나르겠다고 줄을 서는판이여서 일군들은 로동자들을 눈짓으로 쫓아버리려고 했지만 누구도 그런 영광을 마다하려 하지 않았다.

어느새 선교4리와 선교3리의 경계뚝은 다 없어지고 선교3리와 선교2리의 뚝이 허물어지고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경계뚝에 삽날을 박으려 하지 않던 사람들이 자기들의 창피한 꼴을 감추려는듯 걸싸게 뚝을 허물어내렸다. 한때는 민주당이다 신민당이다 다투던 사람들도 아무데나 질통을 돌려대고 흙을 담았다. 너도나도 경계뚝을 허물어내리니 벌집처럼 구멍만 숭숭하던 작업장은 어느덧 통수로형태가 잡히기 시작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잠시 허리를 펴시고 시원스레 넓어지는 작업장을 만족한 시선으로 바라보시였다.

(얼마나 좋은가. 나라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처럼 마음과 마음을 합쳐 하나로 뭉칠 때 민주주의민족통일전선은 더한층 강화될것이고 자주독립국가의 토대도 튼튼해질것이다.)

장군님께서는 쉴참에 로동자들과 마주 앉으시여 모두다 힘을 합쳐 공사를 하루빨리 끝낼데 대해 다시 강조하시였다.

《우리는 맨주먹으로 빈터우에서 새 민주조선건설을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식량사정도 어렵고 공장도 제대로 돌아가지 못해서 삽 한가락 변변히 만들어내지 못하고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조선건설의 중심지인 평양을 제힘으로 꾸려나가야 합니다.

이 공사가 완공되면 평양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홍수피해로부터 보호하게 되고 여러분들이 마음놓고 민주주의국가건설과 생산활동에 참가하게 됩니다. 여러분들은 오늘같은 날에도 쉬지 않고 공사장에 나왔는데 그 마음이면 장마철전에 능히 공사를 끝낼수 있습니다.》

장군님께서는 우리 조국이 외세에 의하여 둘로 갈라지게 된 엄중한 정세에 대해 지적하시고 북조선에서 제반 민주개혁들을 실시하고 자체의 힘으로 건국위업들을 실현해나간다면 조선의 자주적통일정부수립을 앞당기는것으로 된다고 말씀하시였다. 그러시면서 1단계공사기간이 열흘정도 남았으니 그때까지 배수로파기에 력량을 집중하여 돌격전을 벌려야 하며 공산당원들이 돌격운동의 앞장에 설데 대해 가르치시였다.

작업은 다시 시작되였고 장군님을 모시고 일하는 건설자들의 기세는 산이라도 떠옮길듯 충천하였다. 지금까지 강연회랑을 통해서 이 공사가 단순한 토목로동이 아니라는것을 알고있었지만 장군님말씀을 직접 듣고나니 자기들이 하는 일이 거창하고 중요한 건국사업이라는것을 더 잘 깨달았던것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점심때가 되여서야 아쉬운 마음으로 일손을 놓으시였다. 웃저고리를 입으신 장군님께서는 점심시간을 리용하여 가까이에 있는 가설막들을 돌아보자고 하시였다. 가설막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시던 그이께서는 음료수통을 들고 현장으로 나오는 위생복차림의 처녀들과 맞다들리시였다.

《오, 현장치료대 의사선생들인게로구만.》

《그렇습니다. 휴식시간과 점심시간마다 끓인물을 내오군 합니다.》

리주연이 자랑을 담아 보고드렸다. 공사 총책임자인 그로서는 마음씨 착한 현장치료대처녀들을 장군님앞에 내세우고싶었던것이다.

너무도 뜻밖에 김일성장군님을 뵙게 된 수영이와 간호원처녀는 하마트면 음료수통을 떨굴번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처녀들의 인사를 받으시며 그들에게 다가가시였다.

《어느 병원에서 나왔습니까?》

《제1인민병원입니다.》

수영이가 대답올렸다.

《그 병원에도 의사손이 모자랄텐데 공사장에 나와서 치료도 할래 음료수도 끓일래 정말 수고합니다. 건설자들을 위해주는 선생에게 진심으로 인사를 드립니다.》

수영은 그만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 허둥거렸다. 장군님께서 오히려 자기에게 인사를 하시다니 이런 법도 있는가.

김일성동지께서는 어쩔바를 몰라하는 처녀의사를 기특하게 여기시며 소탈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나도 물 한고뿌 주겠소?》

아닌게아니라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갈증이 나시였다. 수영은 그제야 제 할바를 찾은듯 얼른 물고뿌를 잡았다. 그러다가 다시 멈칫했다. 어쩌나… 새 고뿌가 아니여서… 숱한 건설자들의 손이 닿았던 물고뿌로 어떻게 감히 김일성장군님께 물을 떠올린단 말인가. 치료실에도 새 고뿌는 없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하긴 아무리 상상력이 있다 한들 이런 일이 있을줄 어찌 알겠는가.

장군님께서는 머뭇거리는 처녀의 안타까운 심정을 헤아려보시였다.

《일없소, 어서 주오.》

수영은 할수없이 허리를 굽혀 물을 뜬 다음 빠드득소리를 내면서 고뿌를 닦았다. 그리고는 물을 조심히 버리고 새 물을 떠서 또 닦았다.

두번, 세번…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불결한것이 묻어있을것 같아 마음이 조여졌다.

《허, 그러다 물을 다 버리겠소. 내가 괜한 소리를 했는가?》

수영은 장군님의 재촉을 받고서야 얼른 밑굽을 훔치고 정중히 물을 떠드렸다.

장군님께서는 물고뿌를 단번에 쭉 기울이시였다. 소금을 몇알 넣었는지 알릴듯말듯 짭짤한 맛이 돌았다. 장군님께서는 하얀 사기물고뿌며 짭짤한 물맛에서도 건설자들에게 고이는 처녀의사의 정성을 읽으시며 빈고뿌를 내미시였다.

《물맛이 괜찮소. 땀을 많이 흘리는 건설자들에겐 맹물보다 이렇게 소금을 넣는게 좋지. 앞으로는 끓인물을 식혀서 시원한 오이랭국이나 보리차를 만들어주도록 해보오. 보리차를 마시면 배탈도 안나고 근기가 있어서 건설자들이 좋아할거요.》

수영은 자기 귀를 의심하였다. 차라니?… 건설자들에게 차를 대접한단 말씀인가? 그때까지만 하여도 차문화는 상류가정들에서나 볼수 있는것이고 일반사람들에게는 낯이 설었었다. 그런데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장군님께서는 리주연에게 보리를 보내주겠다고 하시며 그걸 가루내여 차를 만드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시였다.

수영이네와 헤여지신 후 김일성동지께서 맨먼저 들리신 곳은 평양곡산공장로동자들의 가설막이였다.

강변에 림시로 지은 가설막에는 맨땅에 판자를 깔고 그우에 가마니짝을 펴놓았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안색을 흐리시였다.

《다른 가설막들도 온돌을 놓지 않았습니까? 내가 전번에 로동자들의 숙소에 온돌을 놓아주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왜 집행하지 않았습니까?》

그이께서는 일군들에게 엄하게 질책하시였다.

《이런 맨땅에서 자면 밤에 습기가 올라오고 또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이면 감기에 걸릴수 있다는걸 타산해야 할게 아닙니까? 우리야 인민정권기관의 일군들인데 건설자들의 생활에 무관심해서야 되겠습니까?》

그이의 비판을 받고서야 일군들은 가설막의 온돌문제가 왜 장군님을 노엽혔는지, 그것이 얼마나 엄중한 잘못인지를 깨달았다.

《모든 가설막들에 온돌을 놓은 정형을 주연동무가 나에게 직접 보고해야겠습니다.》

점심때가 퍼그나 지나서야 김일성동지께서는 공사장을 떠나시였다. 떠나시기 전에 그이께서는 장혁수를 따로 부르시였다.

장혁수는 장군님으로부터 엄한 추궁을 받을것을 각오했는지 풀이 죽어있었다. 그러나 장군님께서는 전혀 뜻밖의 질문을 하시였다.

《혁수동무, 기림리의 정혜녀성을 어떻게 생각하오?》

혁수는 너무나 당황해서 대답을 올릴수 없었다.

《난 그 녀성이 저녁늦도록 공사장에서 혼자 일했다는 그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그가 좋은 녀성이라고 생각하오. 물론 난 간섭하자는게 아니요. 그저 동무가 하루빨리 새생활을 꾸렸으면 해서 그러는거요.》

김일성동지께서는 장혁수의 생활이 마음에 걸리시여 가볍게 한숨을 지으시였다. 저 숱한 건설자들속에는 분명 그 녀성도 있을것이라고 그이께서는 믿으시였다. 혁수를 친동생처럼 생각하시는 그이께서는 그 녀성의 얼굴이라도 보고싶으시였지만 이제 그 녀성을 여기로 불러오면 어딘가 억지감이 생길것 같아 애써 마음을 다잡으시였다.

《혁수동무, 우리가 이 공사를 하는것도 모든 사람들이 그늘없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건설하자는데 있는거요. 울분만 안고 살아서는 새로운 시대를 호흡할수 없소.》

장군님의 뜨거운 말씀을 페부로 빨아들이느라니 장혁수의 온몸은 격정으로 달아올랐다. 승용차를 바래우고나서도 장혁수는 망두석처럼 길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있었다.

안해와 자식을 잃은 뒤부터 그는 새 가정을 이루는 문제를 한번도 깊이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제 한몸도 건사하기 힘든 주제에, 그래서 사랑하는 안해와 자식을 지켜주지도 못한 주제에 또 무슨 불행을 당하자고 새 가정을 꾸린단 말인가. 모진 세상에서 한가정의 세대주구실을 하기에는 자기 힘이 너무나 무력하다는것을 인정할수밖에 없었던 혁수였다. 그것이 사나이로서 최대의 수치라는걸 모르는바 아니지만 다르게 사는 법은 배울수 없었다. 그러나 해방은 가장 무기력한 존재인줄만 알았던 자기에게도 무궁무진한 힘이 있다는것을 깨우쳐주었고 자기의 앞날에 무한한 행복의 가능성이 있다는것을 인식시켜주었다. 뭇별이 총총한 밤마다 무섭게 밀려드는 외로움으로 한숨지을 때면 예전과는 다르게 살자고, 남들처럼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당당하게 소리치는 마음속의 또 다른 자기를 보는듯싶었다. 그때마다 그는 봄싹처럼 빠끔히 머리를 내미는 새 가정에 대한 미련을 아쉬운 마음으로 밟아버리군 했다.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자기의 마음속 상처를 들여다보시고 그토록 가슴아파하시면서 하루빨리 새생활을 꾸려야 마음을 놓겠다고 말씀하시는것이였다. 친부모의 따뜻한 사랑이 배인 장군님의 말씀은 혁수로 하여금 가슴깊이 눌리워있던 새생활에 대한 욕망이 머리를 쳐들게 해주었다.

(정말 그 녀자가 혼자 사는 녀자라면…)

그는 삽자루를 움켜쥐고 공사장 한복판으로 걸어갔다. 머리가 무거울 때는 일이상 좋은 약이 없었다.



44

 

그때까지만 해도 평양지방에서는 수리날을 크게 쇠는 풍습이 있었다. 제일 성황을 이루는것은 그네뛰기였다. 수리날이라고 하면 의례히 그네가 련상되고 여느날에도 그네줄을 잡으면 수리날이 떠오를만큼 수리날과 그네는 뗄수없이 련결되여있었다. 그래서 수리날이면 창광산이나 모란봉의 놀이터들에서 남정네들보다 녀자들이 더 활기를 띠고 하늘공중 날아오른 그네를 보며 온 한해 마음속에 쌓였던 시름거리들을 가셔버리군 했다.

그런데 봉수산골짜기의 서재골에는 그네터도 씨름터도 없는데 올해따라 수리놀이를 한다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것은 공사장에 일하러 나오는 사람들을 홀려내기 위해 구진배와 로이문이 파놓은 함정이였다. 로이문은 공사지휘부의 이름으로 삼천리악단의 악사들까지 초청하였고 봉수국수집주인을 꼬드겨 펑퍼짐한 곳에 제법 차일까지 쳐놓고 고기굽는 냄새를 피우게 했다. 대타령이나 평천리쪽에서 넘어오던 사람들은 지휘부에서 한턱 낸다는 바람에 봉수산고개를 넘지 못하고 먹자판에 끼여앉았다. 그들속에는 명덕이도 섞여있었다.

그네터도 씨름터도 없으니 그저 부어라 마셔라 하는 판이였다. 한쪽에서는 악사들이 깽깽이를 켜고 한쪽에서는 주정뱅이들이 술을 마시느라 저마끔 고아대고 또 한쪽에서는 얼근해진 누군가가 비린청으로 《수심가》 한곡조를 뽑고있었다.

그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이 놀음판의 위험성을 냄새맡지 못하고있었다. 얼굴이 숯불처럼 벌개진 남정이 앉은자리에서 《매화가》타령을 엮어댄다.

명덕은 놀음판의 분위기에 잠기지 못하고 처음부터 한쪽구석에 따로 앉아 막걸리사발만 기울였다. 그동안 그는 로이문의 소개로 봉수산중턱을 헐어서 남교제방의 장석을 보장하는 발파대에서 일해왔었다. 이제 사흘만 더 하면 의무적으로 동원되여야 했던 열이틀을 채우게 된다.

그런데 어제 로이문이 찾아와 공사가 끝날 때까지 여기서 일하라는것이였다. 집형편이 허락치 않아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했더니 제말만 잘 들으면 돈도 생긴다는것이였다.

《어떻게요?》

로이문은 사방을 두리번거리고나서 겨우 알아들을만 하게 속살거렸다.

《자네한테만 말해주겠는데 다른 사람들한텐 절대 말하지 말라구. 금광업자들한텐 다이나마이트나 도화선이 금값이야. 자네야 그걸 다루는 사람이 아닌가. 금을 다루면서도 돈걱정을 하다니, 원…》

명덕은 덴겁을 했다. 폭약에 대한 출고규정은 엄격했던것이다. 설사 규정이 엄격하지 않다 해도 나라재산을 도적질할수야 없지 않는가.

《정신나갔소?》

로이문은 되박이마를 살살 긁으며 고지식한 명덕을 비웃었다.

《그럼 죽사발이나 기울이며 살아보게나, 흥! 궁하면 원님 망건값도 잘라먹는댔어. 임자 봉수국수집 외상값도 처리 못했지?》

명덕은 아연해졌다. 로이문이 자기를 국수집으로 데리고갈 때마다 일을 잘하라고 한턱 내는줄만 알았는데… 하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으랴.

(내가 미련한 놈이지.)

장혁수와 싸운 뒤부터 명덕은 로이문과 마주서는것을 될수록 피해왔다. 그와 마주서면 왜서인지 선밥먹은 놈처럼 속이 편안치 않았던것이다.

그날 명덕은 로이문의 말을 그대로 믿고 장혁수에게 주먹맛을 보이려다가 반대로 톡톡히 얻어맞았었다. 그때에는 후날 장혁수를 단단히 복수하려고 벼르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에는 공사장에 삐라가 뿌려지고 나쁜 놈들이 현장책임자를 모해하려고 책동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였다. 어제 자기가 얻어맞은것을 누가 본 사람이 없겠는데 삐라까지 나도는걸 보면 나쁜 놈들 작간이 틀림없는것 같았다. 제일먼저 짚이는것이 로이문이였다. 명덕은 즉시에 로이문을 찾아가 따지려다가 주저앉고말았다. 어제 점심에 로이문은 봉수국수집에 남아있었으니 자기가 싸우는걸 보지도 못했을것이다. 그는 나쁜 사람일수 없다. 누이와 현장책임자사이에 있은 일까지 대주면서 걱정하지 않았는가. 가만!… 누이를 만나보자. 그러면 사실을 구체적으로 알수 있을것이다. 현장책임자가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 누이가 증명해줄것이다. 명덕은 일이 끝나자 림시렬차를 타지 않고 누이네 집으로 갔다.

누이는 동생이 오래간만에 왔다고 반가와하건만 명덕은 푸르딩딩해서 토방에 걸터앉으며 따졌다.

《누이, 오늘 공사장에 삐라 뿌려진거 봤어?》

《응, 나쁜 놈들이 현장책임자를 헐뜯었더구나, 그 사람이 로동자들을 때렸다구.》

《그건 사실이야, 어제 내가 현장책임자와 싸웠거던.》

깜짝 놀란 누이는 두손을 가슴앞에 모두어잡고 명덕에게 다가섰다.

《너… 정말이냐?》

《그게 다 누이때문이란 말이야.》

《뭐?…》

누이는 경악에 찬 표정으로 굳어졌다. 의혹의 짙은 그늘이 정혜의 얼굴을 어둡게 해주었다.

《그게… 그게 무슨 말이냐?》

《현장책임자가 누이를 건드렸다면서? … 저녁늦게 작업장구뎅이안에 있는걸 봤다는 사람이 있어.》

《그래서?…》

《똑바로 말해줘. 현장책임자가 정말 그랬어? 사실이라면 내 진짜 가만 안 있겠어.》

《그러니까 나하구 현장책임자하구 작업장에서… 그래서… 네가 싸웠다구?…》

누이는 명덕의 말뜻을 겨우 알아들었다. 순간 누이의 얼굴에는 서리가 덮였다. 처음엔 너무 기가 막혀 말도 못하다가 드디여 격렬한 분노를 터뜨렸다.

《누가 그러던?… 누가?…》

《그럼 사실이 아니라는거야?》

《너 네 누이를 뭘루 보는거냐? 나나 현장책임자가 그렇게 너절한 사람들 같니? 누가 너더러 내 걱정 하랬어? 나는 내가 지킬수 있단 말이야!》

명덕은 당황해졌다.

《아니면 그만인데 성낼거야 있어?》

그 말이 누이를 더 격분시켰다.

《명덕아! 그렇게두 모르겠니? 난 둘째치구 너때문에 수고한 현장책임자가 모욕당하는게 분해서 그래, 분해서…》

《나때문이라구?…》

한참만에야 누이는 명덕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날 어떻게 되여 현장책임자와 같이 일하게 되였고 그 덕분에 장군님께서 착공식때 쓰시던 삽을 써보았다는것까지 빼놓지 않았다. 그 사람은 김일성장군님께서 아시는 사람이다, 그런 큰사람이 자기같은 하찮은 녀자때문에 사람들의 말밥에 오르게 되였으니 앞으로는 무슨 낯으로 그를 대하겠는가, 게다가 철없는 동생의 경거망동으로 나쁜 놈들에게 좋은 구실을 만들어주었으니 우리 형제는 현장책임자와 어떤 악연으로 얽히려는것인가. 명덕은 누이의 말을 다 듣고나서야 머리를 싸쥐였다. 이런 경우를 두고 도적이 매를 든다고 했던가? 은혜를 원쑤로 갚는다고 했던가? 현장책임자가 나를 얼마나 어리석고 시시한 놈으로 보겠는가. 그런 오해를 받으면서도 현장책임자는 구차한 변명 한마디 하지 않았었다. 확실히 그 사람은 사내대장부다운데가 있었다. 기회가 생기면 현장책임자에게 용서를 빌어야겠다고 명덕은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일은 따져볼수록 로이문의 작간질이 분명한데 그걸 증명할 재간은 없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명덕은 더 우울해지고 말수더구도 적어졌다. 지금도 명덕은 주위가 소란하건 말건 앞으로 어떻게 할것인가 하고 혼자생각에 잠겨있었다.

공사장에 그냥 남아있을것인가, 아니면 로력동원날자나 채우고는 전번에 임성민이 말한대로 공장에 들어갈것인가. 나라에서 로동자, 사무원들에게 식량공급을 해준다는데 직장에 들어가면 호구지책은 한시름 놓을수 있었다. 그런데 어떤 직장이 좋겠는지는 가늠이 가지 않았다.

노상 떠돌이생활만 해온 명덕이로서는 한직업에 안착되여 일하기가 헐할것 같지 않았던것이다.

자기 생각에만 옴해있던 그는 누군가가 뛰여오며 웨치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주변이 갑자기 조용해져서야 그는 웬일인가 하고 머리를 들었다.

등거리바람의 젊은이가 숨이 막혀 도간도간 갑자르며 골안이 떠나가게 소리쳤다.

《장군님께서… 김일성장군님께서… 공사장에 나오셨소!》

그 젊은이가 두번세번 곱씹어 웨쳐서야 사람들은 제정신이 들어 벌떡벌떡 일어섰다.

《그게 정말이야?》

저저마다 그게 사실이냐고 술렁대는데 숨가삐 달려온 젊은이는 눈앞의 광경에 기가 막히는지 분노한 목소리로 웨쳤다.

《이 등신같은것들아!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지금… 공사장에서 일을 하고계시는데 네놈들은 여기서… 에익! 이 덜돼먹은것들아! 네놈들도 사람이냐?!》

정신이 뻥해있던 명덕은 젊은이의 말을 리해하는 순간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장군님께서 공사장에 나와 일하시다니… 이것저것 생각할새 없이 그의 몸은 벌써 그 자리를 떠났다.

골짜기아래로 난 소로길을 따라 달리다가 고쳐생각하고 봉수산중턱에서 방향을 꺾어 등성이로 올리뛰였다. 고개만 넘으면 공사장이 지척이였다. 그는 발이 땅에 닿는지도 모르고 달렸다. 새처럼 날았다. 잡관목숲이며 바위츠렁이며 가리지 않고 령마루를 향해 직선으로… 뒤축이 무너앉았던 낡은 로동화가 벗겨졌지만 그걸 찾아신을 경황이 없었다. 나무그루터기에 찔린 발바닥에서 피방울이 점점이 떨어졌지만 별로 아픈줄도 몰랐다.

그렇게 허위단심 달려왔건만 장군님께서는 방금 공사장을 떠나신 뒤였다. 명덕은 전신의 힘이 싹 빠져버려 그 자리에 허물어지고말았다. 명덕은 김일성장군님을 한번도 만나뵙지 못했다. 먼발치에서라도 그분을 만나뵙는것이 소원인데 자기에게는 그런 행운이 차례지지 않았다. 오늘도 곧장 공사장으로 나왔으면 틀림없이 장군님을 뵈올수 있었는데 놀음판에 걸려들어 일생에 다시없을 기회를 놓친것이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랴.

명덕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장군님께서 선교4리작업장에서 일하시였다니 거기에라도 가보고싶었다.

한쪽신발을 잃은채로 절뚝거리며 선교4리작업장에 찾아간 명덕은 그곳에서 임성민을 만났다. 그들은 작업구간을 무시하고 경계뚝들을 허물고있었다.

《성민형!》

《명덕아!》

《성민형, 김일성장군님을 만나뵈왔어요?》

명덕의 목소리는 눈물에 젖어있었다. 임성민은 땀에 뜬 얼굴로 말했다.

《난 장군님과 함께 일했다. 넌 어디 갔다가 인제야 왔니?》

《형님!》

명덕은 황소영각소리를 냈다. 자기가 어떤 놀음판에 끼였댔다는걸 알면 성민형이 가만있지 않을것이다. 그는 터져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삽자루를 뺏아들었다. 성난 황소처럼 고개를 숙이고 무섭게 삽질을 해댔다. 임성민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명덕은 말없이 땀만 흘렸다. 하고싶은 말들이, 머리속을 무겁게 하던 잡념들이 모두 땀으로 바뀌였다. 아무리 땀을 흘려도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는 오늘처럼 땀을 흘리고싶어서 흘려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예전에는 땀흘려 일하는게 얼마나 힘들고 분하고 억울했던가.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온몸을 땀으로 말끔히 녹여버리고싶기만 했다.

두사람은 일이 끝난 뒤 조용한 강변에 나란히 앉았다. 임성민은 그날 명덕에게 많은 말을 해주었다. 이 공사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하여, 해방된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하여, 김일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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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이 공사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하여, 해방된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하여, 김일성장군님은 어떤분이신가에 대하여…
《명덕이, 우린 해방전엔 사람값에 못 들었댔지. 그래서 도적질도 하고 싸움질도 하면서 살았지. 결코 돈이 없어서가 아니였어. 나라가 없으니 사람답게 살수 없었거던. 사람답게 살려고 발버둥치면 왜놈들이 가만 안 두었지. 그런데 장군님께서 나라를 찾아주신 덕에 우리같은 놈도 사람대접을 받게 되였지. 오늘도 장군님께서는 우리 가설막을 돌아보시면서 로동자들이 맨땅에서 자는걸 걱정해주시였어. 로동자들이 병이라도 만날가봐 꼭 온돌을 놓아주라고 말씀하셨단 말이야. 장군님께서 우릴 그렇게 아껴주시는데 우리가 장군님께서 걱정하시는 이 공사에 자기를 아껴야겠나? 아니야! 우린 제 몸을 아끼지 말아야 해! 깡그리 바쳐야 해! 명덕인 아직도 애국자가 된다는게 무슨 소린지 모르고있어.》
그 말이 옳았다. 전번에 길거리에서 임성민과 처음 만났을 때 명덕은 애국자가 돼야 한다는 말을 귀등으로 넘겼었다.
《우린 꼭 애국자가 돼야 해. 그건 김일성장군님께서 바라시기때문이야.》
명덕은 잠자코 있다가 불쑥 물었다.
《형님! 장군님을 만나뵈오려면 어떡해야 할가요?》
그 물음속에는 이제부터라도 인생길을 새롭게 걸어가려는 그의 결심이 비껴있었다. 장군님을 만나뵈올수 있는데로 가는 길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는것을 깨달았던것이다.
임성민은 명덕의 손을 힘껏 움켜쥐였다.
《장군님을 만나뵈오려면 그분께서 마음쓰시는 일터에 가있으면 돼. 장군님께서는 새 나라를 일떠세우시는 곳이면 어디든 다 찾아가시거던.》
명덕은 공사가 끝날 때까지 여기에 남아있기로 결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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