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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마지막 국정연설, 그리고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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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14,180회 작성일 16-01-13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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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지켜봤습니다. 처음부터 보지 못해서 나중에 유튜브를 통해 다시 한 번 들었습니다. 참 여러 번의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버니 샌더스와 엘리자베스 워런이 몇 번이고 클로즈 업으로 잡힐 때, 세상이 조금씩은 바뀌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특히 한 시간이 채 되지 않은 이번 연설에서 마지막에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오바마가 지금까지 얼마나 '마이너리티 대통령'으로서 머조리티인 공화당의 발목잡기에 시달렸었는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우리에게도 그런 비슷한 마이너리티 대통령이 있었기에. 

임기 마지막 국정연설이기에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자기가 지금까지 해 온 일들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고 환경이나 의료, 이민자 문제 등 민감한 문제가 나올 때는 의사당 안에 존재하는 긴장감이 그대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연설의 달인답게, 오바마는 이런저런 농담으로 분위기를 환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바로 얼마 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의 임기 동안에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하게 거론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의도된 북한에 대한 무시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통해 미국과 직접 대화를 노리고 있는 것이지만, 북한의 이런 의도를 알면서도 쉽게 협상 테이블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그의 연설에서 강조된 것처럼, 북한보다는 IS 가 더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북한은 통제가 되진 않지만 IS 처럼 예측불허의, 시스템이 전혀 없는 상황은 아니라는 인식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굳이 한 가지 덧붙이자면, 미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B-52 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서 돌리는 에어 쇼 한 번으로 자기의 몫은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폭격기가 이미 한반도 상공에 뜰 경우, 중국과 러시아는 이걸 다 들여다보고 있고, 이것이 적대적인지 아닌지도 이미 해석했을 겁니다. B-52 의 출격은 B-29 폭격기의 가공할 위력을 겪어보고 눈으로 본 한국의 노령 보수층에게 강고하게 박근혜 지지율을 받쳐주는 심정적 무기가 될 망정, 그것이 진짜 미국의 군사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냥 에어쇼인거지요.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다양성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리고 종교 문제로 이민을 막으려 하는 시도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할 때 카메라가 이슬람 이민자의 얼굴을 비칠 때였습니다. 이슬람은 폭력적인 종교라는 이데올로기가 깔리는 이 때, 의회 연설에 이슬람 이민자 대표들을 불러 앉힌것을 보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거기에서 왜 우리는 세월호 유가족들과 일제 강점기 성 착취 희생자 분들을 볼 수 없는 걸까요. 오바마는 아직도 자기의 개혁이 진행형임을 강조하며 그것을 적극적인 대화, 그리고 타협으로 이끌어 나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쟁점이 많지만 그것들은 열띤, 적극적이지만 건설적인 토론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타협의 자세가 한국 대통령에게 보여지지 않는 것, 이걸 굳이 비교하는 것도  글의 글자수만 늘리는 꼴이겠지요. 

정치에서 진심어린 대화와 타협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오바마의 마지막 국정연설을 지켜본 제가 다시 한국의 대통령 기자회견을 봤을 때, 느껴지는 건 갑갑함 뿐이었습니다. 정치는 실종되고, 정권은 폭주하는 한국, 이걸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생각해봤지만, 역시 가능한 건 '시민들의 자각과 연대'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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