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2009년 제24회 > 통일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통일게시판

장편소설 2009년 제24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7,716회 작성일 23-04-14 04:57

본문


20230413212849_2290edca5499115bcf77fedea535c62b_0kmx.jpg


24

 

리성민의 주관하에 사고심의가 진행되였다.

심의에는 련합기업소의 모체공장은 물론 산하의 공장, 기업소들, 모체안의 분공장과 직장들(말이 직장이지 하나의 기업소와 맞먹는 큰 단위들이다.)의 직장장, 초급당비서들로부터 주요생산단위 작업반장과 세포비서에 이르기까지 수백명이 참가했다.

주체철생산공정을 꾸리는 사업은 규모가 크고 공사가 방대하기때문에 련합기업소 산하단위들이 다 동원된 조건에서 공정한 심의가 이루어지자면 그들의 의견도 들어보아야 했다.

이것은 기업소일군들의 요구이자 리성민부상이 바라던바이기도 했다.

앞줄에는 사고료해조가 앉았는데 그들속에는 야금계의 권위있는 일군들과 학계의 실력자들도 보였다.

리성민과 지배인 그리고 전진광책임비서가 앉은 앞탁마이크가 놓인 가운데자리가 비여있었는데 그것은 강민혁부총리가 앉을 자리였다.

심의가 시작되기 직전 내각에서 긴급전화가 와 자리를 비우면서 먼저 시작하라고 하여 사고심의가 시작되였다. 사고경위에 대한 개괄발언을 새로 임명된 젊은 기사장이 하였다.

기사장은 자기 발언에서 될수록이면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피해상황을 구체적수자와 사실을 들어 렬거하였는데 참가자들은 놀라운 그 수자에 한동안 입이 얼어붙었다. 처음부터 무표정한 얼굴로 덤덤히 앉아있던 리철지배인의 얼굴도 컴컴하게 질려드는것 같았다. 사고심의는 처벌을 동반한다. 엄중성정도에 따라 법적제재도 각오해야 한다.

먼저 앞줄에 앉았던 료해조의 한 일군이 말을 뗐는데 그는 최근 비콕스제철법을 지향하는 세계야금계의 추세와 우리 나라 야금계의 구체적실정을 장황하게 대비한 다음 기본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성강에서 추진하고있는 주체철생산방법은 회전로에 생구단광을 먹이고 그 배출물을 직접 산소용융시켜 정련로에서 강철을 생산하는 매우 독창적인 공법입니다.

세계적추이로 볼 때도 앞선 공법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또한 구조가 간편하고 생산공정이 합리적이며 생산부지가 줄어드는 등 실리적측면에서도 많은 우점을 가지고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측면에서는 아직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우리가 료해해본데 의하면 사고는 철질슬라크형성에 있었습니다. 그것이 슬라크와 분리될 때 물과 접촉하면서 폭발이 일어났고 결과는 엄중한 사고까지 났습니다.》

여기서 잠시 말을 끊고 누구인가 찾아낼듯이 눈더듬하던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문제는 철성분이 왜 높은가 하는것입니다. 그것은 회전로에서 환원행정을 잘 진행시키지 못하여 산소용융로슬라크에 철산화물이 많이 포함된 상태에서 배출되였기때문입니다. 따라서 사고원인은 여기서 찾아보아야 한다고 봅니다.

한마디 더 첨부한다면 얼마전 서부지구의 ××제철소에서는 배소구단광에 의한 삼화철생산을 성공시켰습니다. 그 우월성은 성강동무들도 잘 알기때문에 더 상기시키지 않겠습니다.》

말은 점잖게 하였지만 결국 배소구단광을 받아들이지 않고 왜 생구단광을 고집하냐는 힐난이였다.

잇달아 몇명이 더 일어났지만 론조는 류사했다.

《우리도 배소구단광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실지로 그 기지를 꾸리기 위한 사업도 하구있구요. 하지만 우리가 하는 방법이 실리적측면에서 훨씬 우월하다는것이 증명된 이상 무엇때문에 뒤걸음을 치겠습니까?》

젊은 기사장이 침착한 목소리로 성강의 립장을 밝혔다.

뒤자리에 멀찍이 떨어져앉았던 누구인가 자리를 차고 벌떡 일어나 목청을 높였다.

얼굴에 울기가 오른걸 보니 어지간히 흥분한것 같았다.

《동문 누구요?》

리성민이 못마땅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공무직장장입니다. 사고의 원인은 우리에게도 있습니다. 슬라크와 쇠물이 잘 분리되지 않는것은 로의 밀페상태와도 련관이 있습니다. 설비생산의 많은 부분을 우리 공무직장이 담당한 조건에서…》

《동무, 자살적인 말은 하지도 마오. 동무네가 아무리 애쓴다고 해도 로의 제작수준을 높일것 같소? 한개 로를 만들자면 숱한 대상기관들이 설비를 담당해야 하오. 한마디로 로는 나라의 경제위력의 총체라고 할수 있소. 이불깃을 보고 발펴라고 어림도 없는 소린 하지도 마오.》

리성민은 단마디로 그의 말을 일축해버렸다.

장내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벌떡벌떡 일어서는 사람들을 전진광책임비서가 손을 들어 제지시키며 말했다.

《우리 이 자리에서 방법의 우렬은 론하지 맙시다. 사고심의이니만치 사고의 동기와 과정, 결과를 정확히 분석하여 책임한계를 가름으로써 두번다시 사고를 내지 말자는데 목적이 있는것만큼 문제를 명백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리성민은 리철지배인쪽으로 얼핏 눈길을 돌렸다떼며 말했다.

《여러 동무들이 말했지만 사고는 충분히 환원되지 못한 철성분이 슬라크에 들어갔기때문에 일어났습니다. 하다면 성강사람들은 단순한 이 리치 하나 몰랐는가? 말해보시오.》

《알았지요.》

리철이 퉁명스럽게 한마디 했다.

뭇눈길들이 일시에 그에게로 향했다. 너무도 대답이 태연스러웠던것이다.

《알고도 시험을 계속했단 말이요?》

리성민의 어성이 높아졌다.

《방법이 없지요. 폭발현상은 수백번도 더 일어났습니다. 정확히는 마지막으로 일어난 폭발이 217번째입니다. 오죽했으면 폭발과 관련하여 웃지 못할 희비극까지 일어났겠습니까?》

리철의 말에 장내에 가벼운 웃음이 비껴갔다.

그 희비극은 리성민도 알고있는 이야기였다.

폭발사고가 일어난 다음날 아침이였다. 5월17일공장의 이름난 씨름군인 설비반장이 성이 독같이 나서 키가 꺽두룩한 웬 젊은 녀석의 멱살을 거머쥐고 지배인방에 나타났다.

《지배인동무, 로를 폭파시킨 범인을 잡았수다.》

《?》

지배인 리철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있는데 때마침 방에 와있던 책임비서 전진광이 한마디 했다.

《여보, 거 멱살이나 좀 놓고 말하기요. 숨이 막혀 말이나 하겠소?》

그제야 반장은 손아귀를 풀며 자초지종을 말하기 시작했다.

로가 폭발하기 직전이였다. 현장휴계실책상우에 엉치를 깔고앉아 두다리를 흔들대던 한 녀석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로가 폭발한다, 폭발한다 하며 정신나간것처럼 중얼대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에 폭발이 일어났다.

《보시오. 로가 폭발하는것을 미리 알면서도 말 안한게 범인이 아니란말이요?!》

몸이 황소같은 반장은 범잡은 포수처럼 득의만면하여 넙적한 두손바닥을 맞비볐다.

《여보 그것도 말이라구 하오?》

리철이 하도 어이없어 빈입만 다시는데 전진광이 탕 책상을 치며 노성을 터뜨렸다.

《저 실없는 녀석을 당장 이 방에서 내쫓아버리오. 그리고 반장도 할일이 없으면 글 한자라도 더 들여다보던가.》

그들이 비실비실 뒤걸음쳐 방에서 나가자 전진광이 침중한 어조로 말했다.

《얼마나 폭발이 자주 났으면 저런 희떠운 소리까지 했겠소.》

일은 이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소문은 굉장히 나서 한동안은 무슨 큰 범인이나 잡은것처럼 떠들다가 그것이 밝혀지자 이번에는 익살궂은 용해공들이 설비반장을 무슨 공이나 세운 사람처럼 춰주는 시늉을 하는 바람에 그들은 머리를 못 들고 다녔다.

《웃을 일이 아닙니다.》

전진광이 장내를 둘러보며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수백수십차례에 걸치는 폭발은 우리가 미지의 세계를 헤치며 들어가는 한치한치의 피어린 싸움이였습니다. 주체철완성에로 가는 길에 남긴 우리들의 발자욱이였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마지막종착점까지 거의 왔습니다.》

전진광은 리철의 앞에 놓인 자그마한 수첩 하나를 들어보였다.

《여기엔 5월17일공장의 기사장동무와 그를 조력한 한 처녀연구사가 폭발이 일어나는 마지막순간에 기록한 수자들이 적혀있습니다. 폭발당시 철성분함유량의 최대수치를 기록한것입니다. 이제 그 수치만 낮추는 기술문제를 해결하면 됩니다. 그것이 간단치 않다는것을 나는 압니다. 하지만 우린 꼭 해낼겁니다.》

《그러니 결국 위험을 동반한다는것을 미리 알고있으면서도 엄중한 사고를 냈다는건데

앞줄에 앉았던 료해조의 누구인가 하는 소리였다.

전진광이 그쪽을 향해 엄한 눈길을 던졌다.

《알고있었습니다. 위험을 동반한다는걸!그래도 우린 해야 했습니다. 그걸 피했다면 이 책임비서는 여기에 앉아있을 필요도 없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장내가 긴장해졌다. 아니, 엄숙해졌다고 해야 할것이다.

리성민이 우정 기침을 하며 마이크를 끌어갔다.

《책임비서동무, 당일군이 그런 사고까지 일일이 다 책임질수야 없지요.》

그러나 전진광은 단호했다.

《아니 책임져야 합니다. 성강에서 벌어지는 크고작은 모든 일을 책임비서인 내가 모를리 없고 그것을 알면서도 용인했다면 그리고 앞장섰다면 그자체가 책임이 아닐가요. 우리 장군님께서는 현시기 우리 당일군들은 생산도 사람도 다 책임질것을 바라고계십니다.》

리성민이 억지로 웃음을 지어보였다.

《좋습니다. 성강에서 이렇게 나오는 이상 오늘 사고심의는 일단 여기서 끝마치는것이 옳을가봅니다. 하지만 명백히 해둘것은 사고방지대책이 완전히 설 때까지 시험을 중지하는 그것입니다. 차후지시는 우에서 내려갈것입니다.》

책임비서인 전진광이까지 완강하게 나오는 바람에 사고심의결과가 뻔해진 조건에서 리성민은 서둘러 사고심의를 결속하고 자리를 떴다.

사고심의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헤여지기 전에 리철은 모였던김에 잠간 휴식하고 제창 일생산총화회의로 넘어가자고 하였다.

이 회의는 본래 일주일에 한번씩 열리던 생산참모회의였는데 리철이 새로 지배인으로 임명되면서 전진광과의 토의하에 하루에 한번씩 저녁시간에 진행되는 기업소적인 일생산총화회의로 변했으며 당, 행정, 근로단체일군들이 다 참가하는 련합회의로 하루도 번짐없이 진행되고있었다.

휴식후 일생산총화를 시작하려는데 강민혁이 흥분한 얼굴로 나타났다.

그는 방금 차철군의 전화까지 받고오는 길이였다.

복잡하게 얽힌 내각사업을 실꾸리 풀듯 하나하나 헤쳐가며 해당한 지시를 주고있는데 차철군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간단한 문안인사가 오고간 후 차철군은 무척 신중한 어조로 말했다.

《장군님께서는 성강에서 일어난 사고때문에 걱정이 크시오. 그리구 동무때문에도 마음쓰시였소.》

《말해주오,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강민혁의 마음은 한껏 조여들었다.

《그래서가 아니요. 장군님께서는 딸때문에 속이 새까맣게 탈 동무가 사고현장까지 돌아보자니 오죽했겠는가고 하시면서 동무가 성강에 갈 때 빈손으로 보내서 마음에 걸렸댔는데 자신께서 살구술을 보내겠으니 성강동무들에게 전해달라고, 부총리가 직접 부어주면 더 의의가 있을것이라고 뜻깊은 말씀을 하시였소.》

《장군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단 말이지요.》

《그렇소.》

《…》

《왜 말이 없소?》

《무슨 말을 한단 말이요. 그저 숨이 활 나간다고나 할지.》

강민혁은 사고심의에는 크게 주의를 돌리지 않았다. 일하자는 사람들을 놓고 책임한계나 따져서는 뭘하겠는가. 사고심의에 참가하여 어깨를 처뜨릴 성강동무들 보기도 딱한노릇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랐다.

《동지들!》

강민혁은 회의장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을 시작했다.

《난 방금전에 성강로동계급에게 하신 위대한 장군님의 은정깊은 말씀을 전달받았습니다.》

장내가 삽시에 정숙해졌다.

강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탁상마이크를 손에 들고 입가까이에 댔다. 그리고는 정중한 어조로 또박또박 말했다.

《위대한 정일장군님께서는 제가 여기로 내려올 때 빈손으로 내려보낸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하시면서 자신께서 준비하신 살구술이 있으니 그것을 성강동무들에게 전달해달라고 하시였습니다.》

순간 회의장에는 우뢰와 같은 박수소리가 울렸다.

강민혁은 자리에 앉지 않고 계속하였다.

《동지들, 오늘의 대고조는 적들과의 투쟁을 동반하고있습니다. 적들은 우리에 대한 봉쇄환을 풀지 않았으며 더욱 조이려 하고있습니다. 우리 내각으로서도 이 봉쇄환을 뚫고 전략물자인 원유와 콕스탄을 들여올 방도를 찾지 못하고있을 때 동무들이 앞장서 그 출로를 열어나가고있습니다. 이것이 대견하여, 이것이 기쁘시여 장군님께서는 그토록 은정을 베푸시는데 우린 사고소식밖에 올리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 순간 기쁨보다 마음의 아픔으로 더 괴롭습니다. 찬눈비를 맞지 마시라… 험한길 걷지 마시라… 조금만이라도 쉬시라… 매일, 매 순간 마음속으로 아뢰이고 노래불러 바랐건만 그 소원을 백분의 하나도 이루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가슴이 답답합니다.》

강민혁은 손에 쥐고있던 마이크를 떨구듯 놓고앉았다.

앉았다기보다 그의 몸이 무너졌다. 무너지듯 주저앉은 그는 회의참가자들이 다음말을 기다리고있었건만 머리를 숙인채 까딱 않고있었다.

이때 그는 안해의 사망, 딸의 부상을 두고 그이와 맺어진 정의 세계에 휩싸여있었다. 그는 쏟아지려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았다. 권혁에게 세상에서 제일 고운 꽃을 안겨주자고 하셨다는 장군님의 그 말씀.

눈물은 큰것이 아니라 작은것에서도 나오는 법이다.

이윽고 강민혁은 머리를 쳐들었다.

《우리 장군님께서는 성강을 믿고계십니다. 그러니 우리는 오늘의 난국을 이겨내야 합니다. 어떻게 이겨내겠는가?》

그는 이렇게 물음을 던져놓고는 자신이 대답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합심해야 합니다. 나도 오늘 사고심의소식을 들었습니다.》

강민혁은 사고심의가 끝나고 있은 휴식시간에 리철로부터 간단한 내용을 추려서 들었다.

《지배인과 책임비서가 서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섰다니 좋은 일입니다. 문제는 책임에 있는것이 아니라 합심에 있습니다.》

주석단에 앉아서 회의를 지도하고있는 강민혁의 눈앞에는 지배인과 책임비서가 손을 맞잡던 감격스러운 장면이 스쳐갔다.

그것 역시 리철에게서 들은 이야기였다. 그날의 일을 어찌나 잊을수 없었던지 그는 책임비서와 리철이 나누었던 대화를 그대로 외우고있었다.

지배인으로 임명된 리철은 며칠간 자기 방에 앉아 기업소에 대한 실태를 료해했다. 몰라서가 아니라 지배인의 눈으로 다시금 재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후 그는 책임비서 전진광과 마주앉았다.

책임비서가 먼저 입을 열었다.

《료해가 끝났습니까?》

《예.》

《어떻습니까, 료해결과가?》

《무엇보다 기술을 기본으로 틀어쥐고나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이 사업을 강조나 했지 실속있게 틀어쥐지 못했습니다.》

《같은 생각입니다. 이번 사고에서 찾아본 교훈도 기술만이 이 거대한 기업소를 일떠세울수 있으며 주체철생산체계도 완성할수 있다는것이였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견해는 하나의 극에 합치되였습니다. 행정일군의 눈으로 볼 때 당, 행정배합이 잘 안되는 단위를 보면 거의가 다 당일군이 행정일군을 무맥하게 만드는데 있었습니다.》

《허허허.》

리철의 말에 전진광은 의자에 등을 젖히며 소리내여 웃었다.

언제인가 련합기업소당위원회 부원이 일군들의 회의출석정형을 료해하다가 리철이 두번 빠진것을 보고 크게 떠들어댔던 일이 생각나서였다. 전진광이 알아보니 두번 다 생산현장에서 기사장의 결론을 받아야 할 긴급한 생산정황때문이였다.

이 사실을 놓고 전진광은 당부원을 되게 다불러댔다. 생각해보라, 이 큰 기업소에서 기사장이 관여할 일이 한두가진가? 동무는 통계원인가, 당일군인가? 동무가 회의내용을 가지고가서 알려주면 안되는가, 그러지 않아도 기사장은 두번 다 나에게 와서 회의내용을 빠짐없이 알아보았다. 언제면 그 형식주의골방에서 뛰쳐나오겠는가.

《실력이 어리면 관료주의가 따르기마련이지요. 약한 실력은 큰소리로라도 메꿔야 하니까요. 무엇때문에 행정일군의 멍에를 메고 사서 고생하겠습니까? 뒤전에 서서 키만 잡으면 될텐데.

전진광이 정색하여 한 말이였다.

《그래주시겠습니까?》

《믿으시오. 우린 직급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당원이란 사실을 생각합시다. 천둥번개칠 때는 천하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되듯이 오늘의 비상정황속에서 한마음이 되지 않을수 없습니다. 지배인동무, 난 언제나 기술에서 남들보다 떨어질가봐 마음 조여집니다.》

《원, 무슨 말씀을… 대학박사원을 나온데다가 야금계가 다 아는 박사가 아닙니까?》

《어제가 옛날로 되는 오늘입니다. 쉬지 말고 부지런히 배워야지요. 그렇다구 행정일군을 타고앉자는건 아니구… 힘껏 밀어주자는겁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저의 첫 계획을 들어보십시오. 우리 기업소에 기사, 전문가가 천여명 가깝습니다. 일제히 자격시험을 진행하자는겁니다, 한날한시에 한명도 빠짐없이. 여기에 부원이상 일군들도 참가시킵시다, 대학졸업증을 가지고있는 당, 근로단체일군들도. 그러니 책임비서나 지배인도 례외가 될수 없지요.》

《절대찬성입니다.》

《공장대학교원들로 시험관을 임명하며 감독은 우리가 합시다. 우리 두사람에 대한 시험장감독과 채점감독을 우리에게 내려와있는 부총리동지에게 부탁합시다.》

두 책임일군은 서로 손을 맞잡았다.

협의회는 계속되고있었다.

리철이 말하고있었다. 그는 산소분리기가동정형을 말하면서 산소자 열이고 열이자 산소이다, 산소취입기술을 잘만 리용하면 막대한 열원천을 얻는것으로 된다, 특히 산소취입기술은 삼화철생산공정에서 기본적요소로 되고있다, 산소분리기는 우리 기업소의 심장이며 보배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일생산총화를 깐지고 맵짜게 하였는데 삼화철생산공정을 꾸리는 사업과 관련해서는 공정별계획을 놓고 따지고들었다. 사고심의분위기를 들어내고 삼화철생산공정을 변함없이 내밀겠다는 그의 배심이 마디마디에 옹이처럼 박혀있었다.

다음은 책임비서가 발언하였다.

그는 사고보수현장과 후방기지를 담당한 당일군들을 일으켜세우고 후방보장문제, 과외지원문제, 오리목장과 수산사업소, 부업지의 농사문제 등을 곁의 사람들이 손에 땀을 쥐게 하나하나 엄하게 따졌다.

당위원회성원들은 이 행정사업총화모임을 끝내고 돌아가서 또 당일군으로서의 당정치사업총화를 진행하여야 했다.

물론 행정기술부문 책임일군들도 지배인방에 따로 모여 더 강도높은 총화를 진행할것이다. 끝으로 지배인 리철이 삼화철로복구사업을 모를 박아 강조했다.

이날 생산총화회의에서 결속을 지배인이 하던 상례를 깨고 책임비서가 하였다.

그는 결속을 위대한 정일장군님께서 야금부문 현지지도에서 하신 말씀을 재전달하는것으로 대신했다. 그는 말씀원문을 다 전달하지 않고 주체철과 관련된 부문만을 발취하여 전달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콕스화문제를 부각시키려고 의도한것 같았다.

…콕스를 쓰는것은 돈을 불태우는것과 같다. 이러쿵저러쿵 론의만 하지 말고 비콕스화를 내밀어야 한다. 지금 시작에 지나지 않으므로 여러가지 문제가 있을수 있다. 큰길에 나가자면 골목길을 지나야 하는데 골목길을 걷기 싫다고 타발하면서 걷지 않으면 언제 가도 큰길에 나갈수 없다. 우리는 주체철생산에서 콕스와 리혼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콕스가 죽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누가 무어라고 해도 콕스를 전혀 쓰지 않는 제철법을 완성하는데 힘을 넣어야 한다.

비콕스화문제에서 한발자국도 후퇴하면 안된다. 무조건 비콕스화 하여야 한다. 콕스라는 말은 20세기의 말이다. 21세기는 금속부문에서 콕스라는 단어를 없애야 한다. 현지지도말씀전달을 마친 그가 자리에 돌아와앉자 리철이 강민혁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회의를 끝내겠다는 뜻이였다. 강민혁은 말없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도 리성민부상이 사고심의에서 사고원인이 규명되기 전까지 시험생산을 중지하라고 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원칙적으로 볼 때 부총리인 그도 부상의 립장을 지지해야겠으나 그러고싶지 않았다. 비콕스제철법은 누가 하라고 해서 하고 하지 말라고 해서 안할 문제가 아니였다.

비콕스제철법은 장군님의 뜻이고 의지이시다. 그 뜻과 의지를 결사관철하려는 로동계급의 결심을 누가 막아나선단 말인가.

댓글목록

profile_image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위대한장군님께서 엄중한 사고를 낸 성강일군들을 탓할 대신 이곳 로동계급에게 살구술을 보내주신것도 그들의 의기를 고무해주시기 위한것이 아니겠는가.

이젠 페회를 선언하려고 리철이 연단으로 걸어나오는데 무대뒤에서 한사람이 허리를 굽히고나와 그에게 쪽지를 전달하고 들어갔다. 연단앞에서 리철이 먼저 쪽지를 펼쳐보았다.

《지배인 보아주시오.》

얼핏 눈길을 들어 바라보니 회의장 한쪽모서리에 허리를 꺼꺼부정하고 앉아있는 리대원로인의 얼굴이 보였다. 그의 글씨였다.

제강소의 고문로장이였던 그의 밑에서 용해기술을 배운 그가 그의 글씨를 모를리 없었다. 지금도 기술협의회나 일생산총화때마다 가끔 고문로장의 자격으로 참가하는 그였다. 그는 쪽지에 이렇게 썼다.

내가 우리 집 철대문을 떼여 달아보니 150키로그람이 되였다. 우리 제강소 주택지구에 철대문을 단 집이 수두룩하니 줄잡아보아도 수천개는 될것이다. 지금 현행생산이 바쁜목이니 그 문짝도 보탬이 될것 같다. 부총리동지가 내려와있으니 의논해보길 바란다.…

리철은 연단을 떠나 책임비서에게로 가서 그것을 주고는 연단에 다시 나가서서 기다리고있었다.

한참 쪽지를 들여다보던 전진광이 아무말없이 그것을 강민혁에게 넘겨주었다. 강민혁이 퍽 오래동안 들여다보고나서 곁에 앉아있는 전진광을 묻는듯 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그가 아무러한 의사표시도 하지 않자 리철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조용한 어조로 주민들이 편리해서 단 문짝일테니 다른 방도를 찾아보자고 하고는 페회를 선언하라고 하였다.

회의를 끝내고 숙소에 돌아오니 선경이를 평양병원으로 이송하여 치료시킬데 대한 지시가 기다리고있었다.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에서 보내온 지시에는 이것은 위대한김정일동지께서 몸소 취해주신 조치라는것을 밝히고있었다.

다음날부터 지철회수전투가 벌어졌다.

지철이란 전기로에서 나온 슬라크와 그속에 섞여 흘러내린 용금이 굳어진것을 말한다. 반세기나마 바다가에 내다버린 슬라크속에 얼추 짐작해도 아마 몇만톤의 지철이 묻혀있을것이다. 이것을 다 회수하여 강철생산에 리용한다면 모름지기 철광산을 하나 거저 얻는셈이 될것이다.

문짝까지 뜯어내려던 기업소의 종업원들과 그 가족들, 김책시민들까지 지철회수전투에 떨쳐나섰는데 그 수는 무려 수만명에 달하였다.

한낮의 땡볕은 따가왔지만 사람들의 열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세차게 달아올랐다.

바로 이날 우리의 자주적권리와 평화수호의 의지를 시위하는 또 한차례의 사변적인 소식이 전해졌던것이다.

미제의 가증되는 핵위협을 종국적으로 제압할수 있는 자위적인 핵억제력이 갖추어졌다는 조선중앙통신사 보도가 발표되였다. 그날은 5월 25일이였다.

×

평화수호의 뢰성이 울렸다.

몇해를 사이에 두고 련이어 일어나는 뢰성이였다. 올해 태양절을 맞으며 인공지구위성 《광명성-2》호를 쏴올린데 이어 또다시 지하에서 울린 장엄한 뢰성은 국내는 물론 온 세계를 진감시켰다.

년초부터 조선에 쏠린 세계의 이목은 좀처럼 초점을 거둘줄 몰랐다.

어제는 우리의 인공지구위성이 지구를 박차고 하늘로 올랐다면 오늘은 지하에서 평화수호의 뢰성이 울렸다.

이제 또 어떤 충격적인 변이 일어나겠는지.…

올해에 들어와 날과 달을 다투어 일어나는 세기적인 사변들이였다.

이 사변을 두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일군들앞에서 뜻깊은 말씀을 하시였다.

《이제는 평화가 담보되게 되였습니다.》

순간 장내는 물뿌린듯 조용해졌다.

민족사적대사변을 이룩하시고도 너무도 평범하신 어조로 말씀하시는 그이이시였다.

하지만 일군들은 그이의 말씀에서 흘러간 반만년의 력사를 그려보는듯싶어 흥분된 마음을 금치 못했다.

수난많고 곡절많은 이 나라의 력사였다.

대대로 전란에 부대끼면서도 남의 나라 지경너머로는 화살촉 하나 날려보내지 못한 인민이였다. 중세이후부터는 조공짐을 바리바리 싣고 대국들을 향해 구슬픈 행각을 하면서도 멍이 든 가슴만 두드려야 했던 이 나라 인민이였다.

근대사만 헤쳐보아도 《시일야방성대곡》의 처절한 곡성이 산과 들을 누비며 메아리쳤건만 륙혈포의 총성 하나 시원히 올려보지 못한채 비분의 눈물만 휘뿌려야 했던 이 땅, 이 민족이였다. 그랬던 우리 인민이 빼앗겼던 나라를 되찾고 오늘은 평화수호의 항구적인 담보까지 가지게 되였다.

그것은 김정일동지께서 걷고걸으신 선군혁명령도의 고귀한 결실이였다.

그이께서는 이러한 민족사적사변을 평화라는 한마디로 표현하시였다.

《평화!…》

그이께서도 감개무량하신듯 입속으로 뇌이시였다.

누구나 바라마지 않으면서도 쉽게는 손에 넣을수 없는 평화의 보검이였다. 이 나라, 이 겨레를 지켜주고 빛내줄 민족의 재보였다.

언제부터였던지.

지금 그이의 생각은 해방후 평천병기공장을 찾으셨던 그날로 소급해가고계시였다.

그날 어버이수령님께서는 몸소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생산한 기관단총사격을 하시였다.

목표를 향하여 불줄기를 날리던 사격소리는 멎었지만 수령님께서는 좀처럼 사격좌지앞에서 일어서지 못하시였다.

웬일인지 곁에 서계시던 어머님께서 자신의 손을 꼭 잡아주시였다.

격정으로 떨리시는 수령님의 어깨를 보시였던것이다.

수령님께서는 내심의 격정을 참고계시였다.

그 시각 수령님께서는 흘러간 이 나라의 수난사를 그려보셨을것이다.

한자루의 총을 얻기 위해 목숨바친 열혈청년들의 꽃나이도 세여보시였을것이다.

만주광야에 상석도 없이 묻고온 투사들의 모습도 떠오르시였을것이다.

어머님도 조용히 눈굽을 훔치시였다.

수령님을 모시고 항일의 혈전만리길을 헤쳐오신 어머님이시였다.

그날의 기관단총소리가 오늘은 평화수호의 뢰성으로 이어졌다.

그 뢰성을 수령님께서 들으셨으면 얼마나 기뻐하셨으랴 하는 생각에 그이의 가슴은 뜨겁게 젖어드셨다.

나라에 좋은 일이 생길 때마다, 사변적인 경사가 일어날 때마다 사무치게 그리워지시는 수령님이시였다.

《이제는 그 누구도 우리를 건드리지 못할겁니다.》

일군들은 그이께서 선언하듯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흘러간 5천년력사가 소리치며 일떠서는 모습을 보는듯싶어 저저마다 마음속 격정을 소리없이 터쳤다.

오! 수난많던 땅이여, 안녕하시라. 그리고 천만년 번영하시라!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