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2009년 제15회 > 통일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통일게시판

장편소설 2009년 제15회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14,041회 작성일 23-03-29 02:27

본문

1284642159_1VXB98yM_2009EB8584_EC9EA5ED8EB8EC868CEC84A4.jpg

15

 

내각에서는 전원회의가 열리고있었다.

회의에는 공업부문 상들과 주요공장, 기업소의 지배인들이 참가했다.

회의참가자들은 회의시작전에 사무국이 제출한 문건을 받아보았다. 그 문건에는 현재의 경제성과들이 수자로 반영되여있고 다음분기의 과업들이 제시되여있었다. 문건만 보아도 분기간에 일어난 거창한 변혁이 보이는것 같았다.

주저앉다싶이 했던 경제가 전후복구건설때처럼 움쭉움쭉 일어서기 시작하는것이 알렸다. 금속, 전력, 석탄, 철도운수는 물론 기계, 화학, 채취를 비롯한 전반적공업부문에서 얼마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생산적앙양이 일어나고있었다. 그래서인지 회의의 분위기도 지난 시기와는 달랐다.

어째서인지 총리는 회의에 참가하지 않았는데 그 리유를 아는 사람이 불과 몇명되지 않았다.

회의는 호소와 구호적인 색채가 다분히 느껴지던 이전과는 달리 극히 실무적으로, 겉봐서는 매우 메마르게 진행되고있었다.

체소하고 딱딱하게 생긴 강선지배인이 첫 토론을 하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그 어떤 감정도 섞이지 않았다. 그는 아직 다른 야금기업소들의 생산이 활성화되지 못한 조건에서 강선이 엄청나게 늘어난 철강재의 수요를 도맡아안고있다싶이 하고있는 사실을 수자를 들어 말했다.

이전에는 이만한 실적이면 호기있게 웨쳤을것이다.

실적이란 무엇인가! 한차지, 두차지로 계산되는 눈금인가, 무드기 쌓인 강편의 높이인가.

실적, 그것은 말이 아니라 해놓은 일을 놓고 조국앞에 자신을 세우는 인간의 깨끗한 량심의 총화이며 청높은 구호만이 아니라 무한한 헌신으로 혁명앞에 떳떳이 선 전사의 모습이 비낀 거울이다! 라고…

그러나 지금의 그의 토론에는 《멋진》말이 없었다. 그는 하면 된다라는 정신의 밑바탕에는 해야 한다라는 사상적각오가 고동친다, 새로운 과업은 반드시 수행될것이다라는 간단한 말로 결의를 다지고 토론을 끝내면서 한가지 제기하였다.

파철을 보장해달라, 로앞에 서있는 우리가 파철을 해결할수야 없지 않는가, 분담과 계산을 똑바로 하자.

다음은 재령광산의 고수머리지배인이 연단에 나섰다.

우리는 며칠전에 광산에 오신 장군님으로부터 한달동안에 광구의 물을 풀데 대한 국방위원회명령을 받았다. 내각과 함께 받은 명령이다. 내각은 이미 우리 광산에 따로 전력선을 끌어주고 황해남도 농촌의 양수기를 동원해주었다. 남은것은 우리 몫이다. 한달동안에 물을 푸지 못하면 우리가 목을 내놓겠다.

지배인이 긴목을 빼들고 고수머리를 흔들었지만 누구도 웃지 않았다. 웃을 겨를도 없었다.

이때 강민혁이 연단에서 내려가려는 그를 멈춰세우고 《한달이면 언제까지인가?》라고 물었다. 그리고는 어깨에 걸치고있던 외투(전력대책련합지휘부 책임자로 된 다음부터 그는 짧은 모직외투를 입고다니였다.)가 불편한듯 활 벗어 의자뒤에 아무렇게나 꿍져놓고 자그마한 수첩에다 왼손으로 날자를 적어놓고는 지배인을 연단에서 내려보냈다.

금속공업상이 토론에 참가했다. 그는 금속공업의 현실태에 대하여 간단히 언급하였다. 이전 같으면 제기되는 애로조건에 대하여 지루할 정도로 장황하게 설명했을것이다.

야금이야말로 체통값을 하느라고 그러는지 제기되는 난문제들도 엄청난 돈덩어리를 요구하는 큼직큼직한것들로서 듣기만 해도 허리가 휘친할 정도이다.

상은 만장을 얼핏 바라보고는 인차 수첩을 펼쳐들고 야금공장들의 현실태를 수자를 들어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말을 될수록이면 함축하여 말하고 본론에 들어갔다.

《보는바와 같이 선철과 강철생산과제가 간단치 않습니다. 내각이 이러한 과제를 준것은 응당한것입니다. 그런데 주체철생산이 활성화되지 못한 조건에서 아직은 김철과 같이 철생산의 큰몫을 맡고있는 기업소가 불가피하게 콕스탄에 매달릴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부총리동지와도 토론하였습니다. 그러나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있습니다. 수입통로 자체가 막혔으니 대답할수 없을것입니다. 그렇다구 성자체가 어째보겠다는 공담이야 할수 없지 않습니까?》

그는 이 말을 하면서 집행자인 강민혁이가 아니라 주석단에 주런히 앉아있는 내각의 상무성원들인 부총리들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을 느낀 부총리들이 각이한 표정을 지었으나 그들모두의 마음속에는 누구나 다 하나의 난감한 생각뿐이였다.

상이 강민혁이쪽을 보지 않은것은 그와는 지난 밤에 전화로 이 문제를 토의하였으나 그 토의가 대안이 없이 끝났기때문이였다.

내각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하여 최종결정권을 가지는 전원회의에서까지 똑똑한 대책이 없다면?… 상이 말을 끊고 기다렸으나 부총리중 누구도 선뜻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회의참가자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어렵지 않게 알았으며 자기들도 그러루한 문제를 안고있는것으로 하여 가슴이 답답하였다.

《성강에 내려간 부상동무에게서는 소식이 없소?》

강민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직 이렇다할 견해를 세우지 못하고있습니다.》

상은 부총리가 무엇을 념두에 두고 묻는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리성민을 통하여 주체철전망에 대한 금속공업성의 견해를 똑바로 알자는것일것이다. 주체철로 강철생산공정을 새롭게 꾸린다는것은 결국 삼화철을 생산에 전면적으로 받아들인다는것을 의미하며 이렇게 되는 경우 구태여 콕스에 크게 발목을 잡히지 않아도 될것이다. 이렇듯 중대한 문제이기때문에 리성민부상도 결심을 바재일것이다.

상은 마치 자기가 대답을 채근받기라도 한것처럼 땀을 훔치며 연단에서 내려갔다.

다음은 전력공업상이 나왔다. 그는 전력의 총생산량과 수요를 수자로 대비하고나서 당의 방침대로 발전소들이 실수률을 높이고 사고를 없애며 송전체계를 끊임없이 개선해나가고있으나 공업이 활성화되고 여기에 저마끔 전력을 망탕 끌어가는 바람에 전압과 주파수가 떨어져 전력계통에서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이 말을 하는 그의 얼굴에 공포의 빛이 어린듯 하였다.

그의 심정이 리해되였다.

그는 전력대책련합지휘부(전력공업성청사에 사무실을 두고있음.)에 자주 나오는 강민혁에게 자기가 유격구의 식량부장과 같은 처지에 있다고 솔직한 고백을 하였다.

지금의 자기의 처지가 쌀을 알로 세여서 나누어주어야 했던 유격구식량부장의 처지와 같다는것이다.

《여보 상동무, 우는 소리를 작작하오!》

강민혁이 큰소리로 그의 토론을 중도에 그만두게 하고나서 좀 누그러진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한계렬전투영웅을 생각하란 말이요. 그가 뭐랬소, 조국의 고지는 나의 고지이다, 한치도 적들에게 내줄수 없다.… 상동무, 조금만 견지하오. 동무도 알다싶이 지금 큼직큼직한 발전소들이 건설되고있지 않는가. 그리고…》

강민혁은 경수로전망까지 말할가 하다가 아직은 널리 떠들것이 못되여서 그만두었다.

다음으로 전원회의에서는 남흥과 흥남의 가스화대상건설과 2. 8비날론문제가 중요하게 토의되였다.

이 대상들은 인민생활과 직접 잇닿아있는것으로 하여 이해의 주타격전선이라고 할수 있었고 더우기 이해의 계획작성때 김정일동지께서 크게 주목을 돌리신 대상이라는 의미에서도 그러했다.

이 대상들은 전국의 수많은 공장, 기업소들과 련결되여있었는데 가장 큰 련관단위들로서는 락원기계, 대안중기계, 룡성기계 등이였다.

남흥은 나라의 서쪽에 흥남과 2. 8비날론은 나라의 동쪽에 위치하고있어서 사람들은 이 두 지역의 대상건설을 서부전선, 동부전선이라고 하였다. 지역적의미에서 락원기계와 대안중기계는 서부전선에 속하였고 룡성기계는 동부전선에 속하였다.

내각은 이 두 전선에 현지지휘부, 말하자면 전선지휘부를 설치하고 전국가적인 총동원전을 벌리였다.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이 지휘부를 가리켜 동부전선, 서부전선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해의 대고조전투를 하나의 전역으로 보는 그들의 전투의식의 반영이라고 할수 있었다.

흥남비료공장 지배인출신인 공업부장이 연단에 나서서 두 전선의 형편에 대해 말하였다. 키가 자그마하고 이마가 벗어져서 편안치 않게 보였지만 그의 성격은 매우 서글서글하고 광채가 있는 두눈에서는 언제나 신심이 반짝이고있었다. 그는 열점지대라고 할수 있는 두 전선형편을 매우 락관적으로 말하였다.

그의 말은 사실이였다. 지금 이 전선들에서는 당이 기대한대로 정신력이 무섭게 폭발하고있었으며 대상건설이 빠르게 추진되고있었다. 신문과 방송, 내각사무국의 통보를 통해 그 사실을 알고있는 회의참가자들은 공업부장의 말을 만족스럽게 들었으며 주타격전선의 형편이 좋은데 대해 기쁨을 금치 못하였다.

기본전선에 대한 토의가 성과적으로 끝나자 강민혁은 전반적경제전역에서 나타나고있는 몇가지 편향적인 문제들을 지적하는것으로 회의를 결속하였다.

회의를 끝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강민혁이 한숨 돌리려는데 문기척소리가 나더니 리성민이 불쑥 들어섰다.

《성민동무가 어떻게?》

리성민이 성강에 내려간 후 처음 만나보는 강민혁이였다.

《성강에서는 언제 올라왔소?》

《지금 올라오는 길입니다.》

두사람은 부총리방의 커다란 앞탁에 마주앉았다. 서로 상대방의 얼굴을 바라볼뿐 누구도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상하가 사업상 마주앉는 경우 화제의 키는 상급이 잡기마련이지만 강민혁은 리성민의 얼굴만 마주보았다.

그새 몹시 축간 리성민의 얼굴이 모든것을 말해주고있었다.

강민혁도 주체철생산체계를 새로 꾸리는 사업이 여의치 못하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차라리 리성민의 입에서 실망스러운 소리를 듣지 않는게 나을것 같았다.

《그 손은 어찌된 일입니까?》

리성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강민혁은 얼결에 붕대가 감긴 손을 치우며 《엉?》하고 그를 바라보았을뿐 대답하려 하지 않았다.

《부총리동지, 한가지 비판해도 일없겠습니까?》

리성민이 생뚱같은 말을 꺼냈다.

《비판?》

《예.》

《하오.》

강민혁은 다행이다싶어 화제에 끌려드는데 리성민은 히죽이 웃을뿐 인차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뭔데?》

강민혁이 재촉하였다.

《담배를 태우겠습니다.》

《그렇게 하오.》

강민혁은 자기 담배갑에서 한대 꺼내주면서 좀 긴장한 표정을 짓고 그의 비판을 기다렸다.

《성강에 딸이 있지요?》

《딸?》

《이름은 강선경, 연구사.》

《동무가 그 앨 어떻게 아오?》

강선경이 강민혁부총리의 딸이라는것을 아는 사람은 책임비서 전진광과 기사장 리철밖에 없었다.

《다 아는 방법이 있지요. 선경이에게 너무 관심이 없는것 같습니다.》

《?!》

《처녀인데 색다른 옷도 필요할게구 객지생활에 돈도 좀 있어야 할게 아닙니까. 출장비라야 몇푼 되겠다구…》

그 말에 느껴지는것이 있었다.

강민혁도 눈을 감고 사는것은 아니였다. 거리에 나서면 화려한 옷차림을 한 처녀들이 자주 눈에 띄운다. 딸이 나이차갈수록 이런 옷차림은 더 자주 눈길을 끌어당긴다.

로동현장에서 일을 할지라도 처녀들의 경우에는 옷차림에 매우 신경을 쓴다. 작업복도 마음에 드는 천을 사서 형태는 작업복이지만 멋을 부려 만들어 입는다. 일단 작업복을 벗은 다음에는 꽃밭이다. 명절날 같은 때에는 더욱 희한하다.

산야에 피는 꽃처럼 울긋불긋 저마다 미를 돋군다. 지어는 머리에까지 색다른 치장을 해야 만족해한다. 한두끼쯤 건느는것도 화려한 치장이면 충분히 보상된다. 하지만 선경의 경우에는 달랐다.

어쩌다 집에 와서 허드레일을 할 때 보면 성강에서 내준 천으로 지은듯 한 작업복이 전부다. 값눅은 천으로 지은 양복과 솜외투, 사철 신게 되여있는 비닐신발이 일상옷차림의 전부다. 늘 보면서도 딸애의 소박한 품성으로 여기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강민혁이다.

어느날 속옷을 갈아입으려고 집에 들어갔던 강민혁은 여느때없이 딸생각이 났다. 대소한이 되여오는데 객지에서 얼지 않는지?

그는 딸의 옷장을 뒤지였다. 인편에 보내줄수도 있고 소포로 보낼수도 있었다. 그러나 맞춤한 옷가지가 없었다. 제 어머니가 건사했는가싶어 안해가 쓰던 방을 둘러보았으나 거기에도 보낼만 한것이 없었다. 그때에야 딸이 필요한것은 가져갔을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는 지금껏 잊고있었다.

듣고보니 딸에게 죄를 지었다. 어머니가 없는 지금 딸을 돌봐줄 사람은 아버지인데 그 아버지란 사람이 거의 무관심하니 말이다.

문득 선경이 일여덟살되던 해 일이 생각났다.

그때 강민혁은 일이 바빠 학부형회의에 참가하지 못한것으로 하여 딸애의 원망을 샀다. 어머니까지 앓다나니 선경이만 외토리로 학교에 갔다 한다.

발을 동동 구르며 우는 딸에게 강민혁은 오는 생일날에는 온 가족이 옥류관에 가자고 마음을 띄워 겨우 얼려놓았다.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생일날 밤늦어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를 기다리다 지친 딸애는 잠들어있었다.

아버지의 빈 약속때문에 생일날 딸애의 저녁밥까지 굶겼던것이다.

마음어진 안해도 이때만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저승에 간 안해가 이승을 볼수만 있다면 또다시 눈물을 흘렸을것이다.

《비판하라구, 비판해. 내가 요새 확실히 허둥거리고있소!》하고 자책하던 강민혁이 문득 물었다.

《그런데 우리 딸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있소?》

《다 아는 방법이 있지요.》

리성민은 능청스럽게 웃었다.

《선경이를 계속 성강에 둬두겠습니까. 이젠 나이도 있는데.》

《성강이 어떻다고?》

강민혁은 리성민의 이야기를 더 듣고싶었으나 그의 앞에는 지금 걱정거리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이야기를 들려주어 고맙소. 그러나 그 이야기는 그만하고 부상동무,》

《예.》

《김책제철소의 콕스탄재고량이 얼마나 되오?》

《다 걷어모으면 석달분은 됩니다.》

《한동안은 견디겠구만.》

《그 다음은 무슨 방도가 있습니까?》

《방도?》

강민혁은 리성민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것을 자기에게 묻느냐는 표정이였다. 그것을 느꼈는지 리성민도 더 말하지 않았다.

《아직은 없소. 그러나…》

이때 강민혁에게는 하나의 큰 기대가 있었다.

그것은 김정일동지께서 콕스탄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계시면서도 콕스탄이 없이는 불가능한 새로운 선철생산과제를 비준하시였다는 사실이였다.

이것은 강민혁이로 하여금 그이께서 콕스탄해결방도를 마련하시리라는 기대를 가지게 했다. 전반적인 안목으로 현실을 보고 세계적인 판도에서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시는 그이이시였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은 가볍지 못했다. 그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또다시 그이의 어깨에 짐을 얹어드리게 되였다는 자책감때문이였다. 어려운 일이 제기될 때마다 그이의 존안을 바라보는것이 습관처럼 되였다고 자신을 나무라면서도 번마다 그 습관이 살아나는것을 피할수 없었다.

어디 콕스탄 하나뿐인가. 무역성에서는 중요경제전선들에 필요한 수입물자도 들여오지 못하는 형편이였다.

그 모든 짐이 이제 또 그이의 어깨우에 실릴것이다.

《부상동무,》

강민혁은 심중한 어조로 말했다.

《장군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콕스와 리혼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콕스가 죽었다고 생각합시다. 그러면 방도가 나질거요. 성강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것을 잊지 마시오. 야금공업의 생명이 거기에 있다는것을 명심해야겠소.》

《노력하겠습니다.》

어쩐지 대답이 석연치 못해보였다.

하지만 장담보다는 듣기가 편안했다. 책임적인 대답일수록 심중한것이 좋다.

강민혁은 더 의논할것이 없다는것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벌써 자정이 되여오고있었다. 이때 윤진병이 몇권의 도서들을 들고 기척없이 들어섰다.

《아직 퇴근하지 않고있었습니까?》

《퇴근하자던 참이였습니다.》

윤진병은 부총리의 책상우에다 가지고 온 도서들을 놓고 선자리에서 말했다.

《오늘회의가 잘된것 같습니다.》

《허, 총리동지를 대신하자니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강민혁은 윤진병이 가져온 도서가운데서 한권을 집어들고 표제를 들여다보았다.

《<우리 수령님과 내각>이군요!》

《예, 몇권 만들어 당에 올렸습니다. 부총리동지도 보십시오.》

《봐야지요! 좀 앉으십시오.》

강민혁은 의자를 당겨놓으며 그와 마주앉았다.

《전 오늘 수령님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윤진병도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수령님께서는 내각회의때마다 자그마한 수첩을 펼쳐놓으시고 하나하나 따지셨지요. 기계공장지배인을 할 때이니 부총리동지도 잘 아시겠지만 나도 공장당비서로 그런 회의에 참가해서 땀을 빼군 했습니다.》

그때는 누구나 다 그러했다.

강민혁도 그때 일을 잊지 않고있었다. 잊을수 없었다.

경제지도일군들은 물감장사군이 되여야 한다시던 수령님의 말씀이 아직 귀에 쟁쟁했다.

수령님께서는 깐깐히 실리를 따지시였고 수많은 경제대상들을 빠짐없이 장악하고 틈이 없이 하나하나 대책을 강구해주시였다.

경제관리에서의 정규화, 규범화를 얼마나 강조하셨던가.

그때에 비추어보면 지금의 내각사업은 에누리가 많고 너무도 쉽게 진행되고있다.

수령님을 모시고 경제사업을 하던 나날들을 돌이켜보는 강민혁의 가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책을 보겠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이것부터 보겠습니다. 그리고 수령님께서 하시던대로 하겠습니다.》

왼손으로 불편스레 책을 들었다놓았다 하는 강민혁을 보면서 윤진병이 물었다.

댓글목록

profile_image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왼손으로 불편스레 책을 들었다놓았다 하는 강민혁을 보면서 윤진병이 물었다.

《상한 손은 일없습니까?》

《뭘 크게 상하진 않았으니… 전 이번에 막장에 들어가 탄부들과 같이 일해보면서 그들의 일이 매우 힘들다는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석탄이 긴장하다고 속만 앓았지 그속에 슴배인 탄부들의 땀은 보지 못했습니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탄이 걸렸습니다. 어델 가나 손 내미는건 탄입니다. 석탄은 공업의 식량이라고 하신 수령님의 교시의 의미가 새삼스러워집니다.》

《그래서 우리 수령님께서는 조금만 젊었으면 자신께서도 탄을 캐시겠다고 하셨지요.》

《이번에 장군님께서도 그 말씀을 외우시였습니다. 그러시면서 시간만 허락한다면 자신께서도 탄을 캐고싶다고 하시였습니다.》

《우리 죄가 큽니다. 탄광실태를 알면서도 손접고있었으니…》

윤진병은 무겁게 숨을 내쉬였다.

《저도 손은 좀 다쳤지만 체험은 컸습니다.》

강민혁은 책을 펼치였고 윤진병은 그냥 앉아있었다.

이윽고 강민혁이 책에서 시선을 들고 윤진병에게 물었다.

《할말이 있습니까?》

《총리동지 말입니다. 그는 안주탄광에 나가서 물을 푸고있습니다. 내각에서 별도의 조건을 지어주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강민혁이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이건 총리동지자신의 요구이기도 합니다.》

얼마전 김정일동지께서는 침수된 재령광산과 안주탄광을 현지에서 지도하시였다. 그때 그이께서는 재령광산과는 달리 안주탄광에서는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하시였다. 탄광지배인은 한달동안에 침수된 탄광을 건질수 있겠는가라는 그이의 물으심에 우물거리면서 조건이 보장되면 해보겠다고 대답올렸다.

몹시 노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돌아오시는 길에 내각을 되게 비판하시였다. 내각은 탄광을 이 꼴로 만들어놓고 뭘했는가. 제집 아궁에 물이 찬다면 가만있겠는가. 내각이 팔짱끼고있으면 누가 물을 퍼주기라도 한단 말인가. 숱한 내각일군들이 있으면서 어쩌면 탄광을 이 꼴로 만들어놓았는가.

그이께서 내각사업에 대하여 이처럼 엄한 말씀이 계시기는 이번이 처음이였다.

윤진병이 말했다.

《위대한장군님의 의도를 옳게 알아야 할것 같습니다.》

《일군들에 대한 경종이지요. 특히 내각일군들에 대한…》

장군님을 모시고 안주탄광을 다녀온 강민혁은 그날의 자책감이 몰려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서 총리동지가 중요공장, 기업소들에 일군들을 파견하고 안주탄광은 자신이 직접 맡기로 하고 떠났습니다. 떠나면서 말했습니다.

나에게 별도의 조건보장을 생각지 말라, 일부 일군들은 임무를 받으면 숱한 인적, 물적랑비를 하면서 수행해놓고는 생색을 내는데 그런 특혜를 받고야 누군들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겠는가, 더는 대포로 참새를 잡는 놀음은 하지 말자 하고말입니다.》

《그것도 하나의 페단입니다.》

강민혁은 얼핏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말을 받았다.

《몇해전 내가 어느 한 산간군을 찾으니 그곳 일군들은 군의 구체적실정에도 맞지 않는 지방산업공장을 덩실하게 지어놓고 만세를 부르더군요. 실리에 맞지 않지요. 안주탄광의 경우도 마찬가지지요. 우리가 미리 힘을 분산하지 말고 안주탄광과 같이 탄맥이 집중되여있는 곳에 력량을 집중했더라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것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안주지구탄광련합기업소도 결승주로에 들어설 때가 되였다고 하시면서 안주의 로동계급은 평안남도 <안주>팀으로 다른 단위들과 결승주로에 나서서 함께 달려야 하겠다고 힘을 주시였는데 우리가 잘 도와주어야 하겠습니다. 응당 앞서 달려야 할 석탄전선인데 우리가 놓쳤댔습니다. 아니, 손맥을 놓았다고 해야지요.》

《옳은 말입니다. 장군님께서 경제사업을 지도하시면서부터 바로잡힌 일이 어데 한두가집니까. 내각만 해도 그렇지요. 나는 오늘 회의소식을 들으면서 내각사업이 많이 개선되였다는것을 느꼈습니다. 말하자면 활성화되였습니다. 내각사업의 활성화이자 경제의 활성화가 아니겠습니까. 이제 전변이 일어날것이 틀림없습니다.》

두사람은 커다란 흥분속에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이야기를 끝냈을 때는 이미 새벽이였다.

윤진병이 돌아간 다음 강민혁은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려고 쏘파에 등을 기댔으나 인차 잠들지 못했다. 느닷없이 그 어떤 불안한 예감이 잠을 쫓아버리는것이였다. 그러나 잠시 쫓겨갔던 잠은 인차 역습해와서 그를 곯아떨어지게 했다.

몇분 지나지 않아서 전화신호가 울리기 시작했다. 교환대를 거쳐서 들어오는 전화와 자동전화가 경쟁이라도 하듯 소리쳐대다가 나중에는 두 전화가 동시에 소리쳤다.

그러나 강민혁이 코고는 소리가 그 소리를 눌러버리고있었다.

몇분후에 두사람이 나타나서 마구 흔들어대서야 강민혁은 겨우 잠에서 깨여났다.

그 두사람은 전력공업상과 전력공업성의 국장이였다. 몇분동안 전화를 걸다가 직접 달려왔다는데 온몸이 땀으로 화락하게 젖어있었다.

전력공업성에서 내각까지는 대동강을 사이에 두고있으니 내각청사의 경비원에게 신분증을 보이고 들어와 강민혁의 잠든 침대머리에 서기까지는 몇분 걸리지 않았을것이다. 강민혁이 잠을 잔 시간으로 말하면 불과 30분 되나마나했을것이다.

꿈속에서처럼 바라보는 강민혁의 눈에 들어온것은 낮에 토론할 때 본 전력공업상의 공포에 질린듯 한 얼굴이였다. 강민혁은 대뜸 심상치 않은 일이 터졌다는것을 알아차렸다. 그 사실을 확증해주듯 상의 뒤에 국장이 역시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서있었다.

강민혁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며 다급히 물었다.

《사고요?》

《예.…》

《그런데 여기로 달려오면 어쩌겠다는건가? 상이란 사람이!》

강민혁이 무섭게 성이 나서 소리쳤다.

그러나 인차 자기가 허둥대고있다는것을 의식하고는 침착해지려고 애쓰며 입을 열었다.

《말하오, 말해. 침착하게!》

《예.…》

여전히 얼굴에서 공포를 지우지 못한 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초저녁부터 전압과 주파수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강민혁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 말을 까딱않고 듣고있었다. 그는 잔등이 식은땀으로 젖고있다는것을 느끼면서도 완강히 참고있었다. 전력의 생산과 소비가 맞지 않아 생기는 이러한 현상의 후과를 너무도 잘 알고있는 강민혁이였다.

그는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그는 그 결심의 후과로 자기에게 어떤 무서운 결과가 돌아오리라는것을 알면서도 그 결심이 흔들릴것을 두려워하였다. 그리하여 다급히 지시했다.

《비상소집을 해야겠소. 인민경제 각 부문의 경제일군들 아니, 책임일군들을 부르시오. 내각의 이름으로 아니, 총리의 이름으로!》

《알았습니다.》

상과 국장이 동시에 대답했는데 보매 그들은 강민혁의 단호한 행동에서 힘을 얻은것 같았다.

강민혁은 그들이 돌아가려 하자 어성을 높여 말했다.

《전화는 여기에도 있소. 내 방 전화를 쓰시오. 나도 여기서 전화를 하겠소. 잘 응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책임진다고 하시오!》

두사람이 동시에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고 상이 반문하였다.

《법적으로요?!》

그의 반문에 강민혁은 잠시 주춤하였다.

그도 지금 자기의 행동이 월권이라는것을 모르지 않았으며 일이 잘못되는 경우 어떤 책임이 돌아오리라는것도 잘 알고있었다.

그렇지만 단호히 언명하였다.

《그렇소, 법이요. 책임은 내가 지겠소!》

하여 곧 소집대상들전원이 부총리의 방에 모이였고 사태의 진상을 리해하고 돌아갔으며 국가적립장에서 자기 부문의 전력수요를 대담하게 줄이였다.

전력계통의 위기사태는 그날로 해소되였다.

일이 수습되였을 때 허탈에 빠진 강민혁은 자기도 모르게 침대에 쓰러져 깊은 잠에 들었다.

그가 깨여났을 때 침대머리에는 윤진병이 지켜앉아있었다.

《더 자지요.》

《아, 책임비서동무…》

강민혁이 일어나앉으며 말을 이었다. 《일이 급해서 알리지 못했습니다.》

《보고는 이미 올라갔을겝니다. 중요단위들의 전기를 잘랐으니…뭐,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문제가 제기되면 나도 같이 책임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때 침대머리 탁자우에 놓여있는 전화에서 신호가 울렸다.

문제가 생겼는가?

윤진병이 이렇게 생각하며 송수화기를 들어 귀에 대였다.

귀에 익은 내각교환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민혁부총리동지 계십니까?》

《있소.》

《전화를 바꿉니다.》

이어 다른 교환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대한장군님께서 전화를 하십니다.》

윤진병이 얼른 송화기를 손바닥으로 막으며 흥분된 어조로 강민혁에게 말했다.

《장군님께서 찾으십니다.》

윤진병이 전화를 받는것을 보고 무엇인가 예감하고있던 강민혁은 다급히 옷매무시를 바로 잡고나서 송수화기를 넘겨받아 귀에 대였다.

장군님의 우렁우렁하신 음성이 울려왔다.

《강동무요!》

《그렇습니다. 장군님, 건강하십니까?》

《나의 건강은 여전하오. 뭘 하댔소?》

《좀… 잠들었댔습니다.》

《깨워서 미안하오. 간단히 말하겠소. 일처리를 잘했소, 아주 잘 했소!》

《고맙습니다, 장군님!》

《나는 경제사업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내각에 준다고 몇번도 더 말했소. 이제야 내 말을 믿었구만, 지금까지는 아니야! 알겠소?》

전화가 끝나고 윤진병이 전화내용을 들으려고 기다렸으나 강민혁은 넓은 어깨를 떨며 오래도록 흐느껴울고있었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