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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청년들의 특이한 사랑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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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10,931회 작성일 17-11-1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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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청년들의 특이한 사랑관 (1)

 

인생말년에 조국을 방문한 나는 세계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볼수 없는 놀라운 사실들을 수많이 목격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깊은 감명을 받아안은것이 북청년들의 특이한 사랑관, 결혼관이라고 할수 있다.

주체사상탑, 과학기술전당, 중앙동물원을 비롯해서 여러 대상들에 대한 참관을 이어가던 어느날 나는 미래과학자거리의 어느 식당앞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떠들썩하는 광경이 눈에 띄여 저도모르게 그곳으로 걸음을 옮기였다.

북에서는 사람들이 매일과 같이 기아에 허덕이고있다는 서방의 선전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지라 혹시 그들이 먹을것을 얻으려고 식당앞에 모여든것이 아닌가 하는 속된 생각도 없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의 예측은 너무도 빗나갔다.

알고보니 이제 곧 그 식당에서 결혼식이 진행되는데 신랑신부의 친척들과 동료들, 같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과 이웃들이 청춘남녀의 결혼을 축하해주려고 모여왔다는것이였다.

결혼식의 주인공들을 기다리며 사람들은 신랑이 어릴 때부터 남달리 총명했고 지금도 사람들속에서 신망이 높다거니, 신부의 마음씨 또한 비단결 같다거니 하며 신랑신부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유쾌하게 웃고 떠들며 이구동성으로 신랑신부에 대한 자랑을 끝없이 펼쳐놓는 그 모습에 내 마음도 절로 즐거워져 나는 시간이 가더라도 결혼식을 꼭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였다.

드디여 신랑신부가 탄 뻐스가 도착하였다.

신랑신부가 뻐스에서 내려서기도 전에 사람들모두가 그들에게 달려가 꽃다발을 안겨주고 꽃보라를 뿌려주며 축하해주었다. 나도 그들속에 끼워 신랑신부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신랑신부는 삽시에 꽃속에 묻혀버렸다.

그런데 다음 순간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신랑신부의 모습을 본 나의 마음은 실망과 동정감에 휩싸였다.

신랑의 곁에 서있어야 할 신부가 밀차에 앉아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있었던것이다.



(제발로 걷지도 못하는 장애인의 결혼식이라... 신랑의 경력과 재능에 대해서는 누구나 칭찬을 아끼지 않던데 그런 청년이 어째서 하필이면 장애인처녀와 짝을 뭇는단 말인가?)

잘 리해가 되지 않았다.

솔직히 그때 나는 많은 사람들이 축복해주는 신랑신부의 모습이 왜서인지 측은하게만 느껴졌다.

청춘남녀들의 사랑이나 결합이 경제적관계, 리기적타산에 기초하는 서방세계의 사고와 현실에 익숙되여온 나에게는 장애인신부에게 장가를 드는 신랑이 그 어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일정한 대가를 담보로 결합하리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에 대한 일종의 동정심이 우러났다.

(결국 저 결혼식은 《비극적결합》이라고밖에는 달리볼수 없지 않는가. 그런데 이 사람들은 뭐가 좋아서 저렇듯 열렬한 축복을 보내는것인가. 몰라서인가? 아니면 동정심에서인가?)

이런 생각으로 저도모르게 기분이 쓸쓸해졌지만 나는 결혼식과정을 좀더 지켜보고싶어 사람들의 물결에 휩쓸려 결혼식장으로 들어섰다. (계속)


재유럽동포 정룡현



북청년들의 특이한 사랑관 (2)

 

결혼식장에서 《축복하노라》의 노래소리에 맞추어 박수갈채가 연방 터지고 축하의 노래들이 울리였지만 나는 그 현란한 축하와 떠들썩한 웃음뒤에 숨겨진 신랑의 《기구한 운명》에 대한 생각으로 서글픔을 금할수 없었다.

이때 결혼식장을 울리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나의 생각을 흔들어깨웠다.

그는 사회주의 화목한 대가정에 또 한쌍의 원앙새부부를 이룬 신랑신부를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서두를 떼고는 신랑신부의 간단한 경력을 소개하였다.

최전연에서 군사복무를 하던 신부는 군사임무수행중 뜻하지 않은 일로 두 다리를 잃어 영예군인이 되였다고 하였다. 신랑은 대학을 졸업한 전도유망한 기계기술자인데 숱한 멋쟁이처녀들의 청혼도 마다하고 조국보위의 길에서 청춘을 빛내인 영예군인의 한생의 길동무가 될것을 결심했다는것이다. 그러면서 사회자는 이들의 사랑이야말로 키워주고 내세워주고 참되게 살라고 손잡아 이끌어준 어머니조국을 받드는 길에서 맺어진 가장 순결하고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의 말에 사람들모두가 우렁찬 박수갈채로 신랑신부의 앞날을 축복하였다.

그제서야 나는 북에서 청춘남녀들이 영예군인들과 짝을 뭇고 일생을 같이한다던 말이 떠오르면서 그것이 결코 거짓은 아니로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결합이 어떤 대가를 바라고 이루어졌을것이라는 예측과 신랑에 대한 동정심만은 마음속에서 가셔지지 않았다.

허나 신랑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서 나는 자신이 너무도 엄청난 억측을 하였으며 신랑에 대한 동정심은 공연한, 아니 그보다는 신랑에게 죄되는것임을 깨달았다.

신랑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처녀는 두 다리를 잃은 후 일생을 혼자 살기로 마음먹었었다고 한다. 자기때문에 다른 사람을 희생시킬수 없다는 리유에서였다. 그래서 자기 아들이 몇번이고 찾아가 사랑을 고백할 때마다 단호히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자기는 그 어떤 동정이 아니라 조국을 위해 자기 한몸을 서슴없이 내댄 동무의 높은 정신세계에 반했다, 나를 받아들이는것이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우리 시대 청춘들을 욕되게 하는것이라고 하면서 진정을 터쳐 끝끝내 처녀의 심장을 움직였다는것이다.

그 어머니는 조국을 위해 자기의 청춘을 아낌없이 바친 영예군인들과 일생을 같이하는 청년이 어찌 우리 아들 하나뿐이겠는가, 우리 나라 사회주의제도하에서는 꽃나이처녀들이, 또 끌끌한 미남자들이 영예군인의 한생의 길동무가 되여주는것이 례사로운 일로 되고있다고,내 아들도 그들중의 한사람이라는것이 긍지스럽다고 웃으며 이야기하는것이였다.


 

- 영예군인결혼식 (공화국에서는 처녀들이 영예군인과 일생을 같이하는것이 례사로운 일로 된다고 한다.) -


그 이야기는 나의 가슴을 이름할수 없는 격정에 휩싸이게 했다.

마치 어느 성전에 나오는 사랑의 신화를 보고 듣는것만 같았고 신랑신부가 사랑의 천사들로 안겨왔다.

내가 사는 서방세계에서는 모든것이 돈에 의해 규제된다. 돈이 없으면 사랑도 결혼도 무의미한것으로 되는 그 사회에서는 백만장자의 자손이 아니고서는 불구자들이 결혼에 대해 상상조차 할수 없다.

그런데 조국의 청년들은 그런 리기적타산이란 전혀 없이 조국을 위해 바쳐진 청춘시절과 정신세계를 귀히 여기며 사랑을 하고 일생을 같이하고있으니 세상에 이처럼 고상하고 아름다운 사랑관을 지닌 청년들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토록 깨끗한 청춘남녀들의 사랑에 대해 순간이나마 오해했던 자신이 죄스럽기 그지없었다.

나는 지금껏 많은 결혼식들에 참석해봤지만 그처럼 뜻이 깊은 결혼식에 참가하기는 처음이였다.

재산이나 명예의 높이가 아니라 애국심의 높이, 정신세계의 높이를 사랑의 기준으로 삼는 북의 청년들앞에 절로 머리가 숙어짐을 어찌할수가 없었다.

하나의 물방울에 온 우주가 비낀다고 이날의 결혼식이야기 하나만으로도 이북청년들이 어떤 사랑관을 지니고 사는가에 대해 충분히 리해할수 있으리라고 본다.

정말이지 북의 청년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순결하고 진실하며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는 청년들이다.

그 어느 나라 청년들도 따를수 없는 고상한 정신세계를 체현한 청년들이 무성한 숲을 이루고있기에 공화국이 그 어떤 횡포와 광란, 위협과 회유에도 끄떡없이 기적과 승리를 창조하며 용기백배 전진하는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재유럽동포 정룡현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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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하나님의 댓글

우리는하나 작성일

정말 애절한 사연들이군요.
정말 굶어죽는다는 아니지만 '2층식당'도 있고 평양의 거리가 아주 정겹군요.

참으로 순수 충절이 넘치는 사연들인데, 그럼 과연 북조선 사회는, 또 윗 지도층은 과연 이들과 같이 순수하고 부정부패가 없는 사회인지 궁금하군요.

듣기로는, 국경에서나 어디던지 몇푼 쥐어주면 모든 것이 통과될수 있어 남조선 저리가라라고  하던데???

탈북도 돈주면 다 할 수 있다고...

저들이 어떤 압력이나 조건없이 순수 충절의 마음으로 쉽지 않은 결정을 하는 것은 젊은 날 그럴 수도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회가 그렇지 못하다면 저들은 이용만 당하는 것은 아닌지???

남조선에서도 마찬가지로 입만 열면 '대한민국' '나라와 조국'을 위해서 '희생'하라는 것을 강요해 오지 않았나요??? 의미 없는 희생은 결국 후유증을 낳는다고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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