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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글을 쓰는 이유 (이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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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138회 작성일 19-07-02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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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리 말을 많이 하는가. 
새삼스레 내 페이스북을 들여다 본다. 거의 매일 글을 올리고 페친 글을 읽는다. 나는 페이스북에 중독되었는가. 나는 사회에 대해 왜 이리 많은 발언을 쏟아내는가. 내가 원래 이리 말이 많은 사람인가. 나를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내가 수줍음 많고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걸 매우 싫어한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결함이 많은 자라는 것을...

그런데도 어줍잖게 내가 자꾸 말을 하는 이유는, 내가 사는 이 사회가 우리의 삶을 규정하는 이런 절박한 물음들에 대해 답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 그 대답을 듣고 싶은 것이다.

- 이대로 대책 없이 상품을 마구 생산해내도 되는 걸까. 이로 인한 환경문제를 어찌할 것인가. 이대로 가서 우리 인류는 도대체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 앞으로도 계속 북에 있는 동족을 증오하면서 살아야만 하는가. 분단으로 인한 경제적, 정신적...손실이 너무도 크다. 분단이 강제하는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여기 사는 이들은 정신적으로 심각한 장애를 입고 있다. 또한 우린 분단으로 인해 미국에 대한 식민지적 종속을 감내하고 있다. 
- 앞으로도 계속 저 야만의 제국 미국에 굴종하면서, 내 땅에서 그들을 상전으로 모시고 하인노릇하며 살아야 하는가. 이 치욕과 열패감을 내 자식들에게도 강요해야 하는가. 
-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일하지 않으면 굶는다. 일자리는 개인에게는 생존이고 사회에게는 기본적 의무이다. 그런데 왜 이 사회에서는 젊은이나 늙은이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이리 고통받고 있는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곤경에 처한 이들을 왜 국가는 방치하는가.
-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왜 처절한 경쟁을 강요하는가. 경쟁에서의 패배는 구조적으로 피할 수 없다. 선착순 뺑뺑이처럼...예컨대 하위 70%(?)는 반드시 패배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왜 그 하위 70%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가. 그 하위에 있는 사람들은 자학, 자살하거나 정신이 돌거나, 수평폭력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다. 왜 사회는 구조적인 문제를 풀기는커녕, 그 원인을 우울증과 정신분열로 몰아 개인 탓을 하게 하는가. 
- 국가는 왜 일관되게 재벌 등 가진 자들의 편만 드는가. 신성한 노동으로 이 나라를 떠받치는 절대다수 노동자, 농민....들은 왜 끊임없이 탄압당하고 생존의 벼랑에 몰리는가. 
- 세월호, 천안함 사건에서 보듯...왜 국가는 백성들에게 왜 그리 숨기며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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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사회가 답해야할 물음들은 열거 불가능하도록 숱하게 많다.

그러나 난 석연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이 나라를 굴리는 자들은 암묵적으로 말한다. “묻지 마라. 우리는 이대로 간다” 나는 다시 묻는다. 정말 이대로 가면 되는 것인가.

그들은 대답하지 않는다. 설령 대답하더라도 본질을 가리고 속인다.

숱한 문제들을 만들어내는 근원을 찾아 올라가면 내가 보기에 결국 두 가지 문제에 가 닿는다. 하나는 자본주의 그 자체, 또 하나는 70년 이상 지속되면서 이 땅에 있는 사람들을 정신적 장애아로 만들고 엄청난 희생과 식민지적 굴욕을 감수하게 만든 분단이다.

그런 이유로 나는 자본주의 너머의 세상을 꿈꿔야하고 이 땅에서 분단체제를 허물어 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천변만화의 갖가지 얼굴로 등장하는 갖가지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들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그 문제들로 인해 대대로 여기서 살아야 할 우리 자식들은 실로 고통스런 삶을 살아야만 할 것이다. 젊은이들이 아이를 안 낳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오는가, 다행스럽게도 요즘 분단체체의 철옹성에 균열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진실로 그리 될까...설레임과 우려가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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