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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싸워야 한다 (손종준) 항일빨찌산참가자들의 회상기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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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009회 작성일 19-09-05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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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싸워야 한다

손종준              

 

안도성시에서 북서방향으로 큰길을 따라가면 대사하와 류수촌이 있다. 이곳에서 고동하를 따라 북동방향으로 가면 만보툰이란곳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다시 동남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자그마한 내를 따라 골짜기로 들어가 울창한 수림을 뚫고 마천령을 넘어서 나지막한 산줄기들을 횡단하여 동쪽으로 빠지면 옛 유격근거지였던 처창즈골에 떨어지게 된다. 이 처창즈골을 중심에 두고 사방으로 밀림지대가 쭉 뻗어있다.

1940년 이른봄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친솔하신 조선인민혁명군부대들은 이 밀림에 의거하면서 적극적인 전투행동을 전개하여 적에게 심대한 타격을 가했다. 결과 동만에서도 《치안이 유지된다.》고 호언하던 놈들의 선전내막을 까밝히고 공포에 떨게 하는 반면에 인민들에게는 혁명승리에 대한 확신을 안겨주었다. 당시 우리는 거의 매일밤 하나씩의 집단부락을 습격하여 그곳에 주둔하고있는 적들을 소멸하였던것이다.

만보툰을 습격한것도 바로 이때의 일이다. 어느날 김일성동지께서는 오백룡련대장에게 만보툰에 둥지를 틀고있는 적경찰과 자위단을 습격소멸함으로써 적의 후방을 교란하며 식량을 로획할것을 명령하셨다.

명령을 받은 우리 련대는 수림속으로 행군을 계속하여 만보툰에서 남쪽으로 약 3km 떨어진 밀림속에 집결하였다. 이른아침 련대장동지는 만보툰의 서쪽과 동쪽고지에 망원초를 파견하였다.

망원초의 임무는 낮사이에 적의 병력이 만보툰에 증강되지나 않는가 하는것을 감시하는데 있었다.

련대장동지는 이미 인민들로부터 수집한 자료에 의하여 만보툰에 무장경관과 자위단 약 80명이 있다는것을 알고있었던것이다. 밤이 되였다. 망원초들의 보고에 의하면 낮사이에는 적들이 증강되지 않았다는것이다.

우리 련대는 집결지점을 떠나 만보툰에 접근하였다. 토성가까이에 접근하였을 때였다. 손태춘분대장과 나에게 성안에 은밀히 들어가 망원초들이 철수한후에 적의 《토벌대》가 증강되지 않았는가를 정찰하여오라는 명령이 하달되였다. 물론 이에 대한 계획은 전투계획당시에 수립되였던것이다. 손태춘분대장과 나는 다른 두명의 전우들과 함께 은밀히 성밑에 접근했다. 만보툰부락의 네귀에도 놈들의 높은 포대가 있었으나 우리들의 행동을 감촉하지 못하고있었다. 토성높이는 2m 남짓하였고 그우에는 4~5선의 철조망이 가설되여있었다. 우리와 함께 토성밑으로 온 전우들중에서 한 동무는 성벽에 의지하여 허리를 구부정하고 뻗쳐섰다. 우리는 그 동무의 허벅다리와 어깨를 딛고 철조망과 토성사이를 빠져 성안에 내려섰다. 그러자 토성밖에 있던 다른 한 동무가 성우에 올라와 반듯이 누웠다. 그가 누워있게 된것은 철조망때문에 서있을수도 없었거니와 우선 적들에게 발견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는 우리와 성외부와의 련락을 보장할 임무를 맡고있었던것이다. 우리가 성안에 들어선것은 밤 9시경이였다. 주위는 캄캄하고 고요하였다. 우리가 들어선곳은 사방 50m쯤 되는 공지였다. 손태춘동지와 나는 빠른 걸음으로 공지를 지난다음 한 집으로 찾아들어갔다. 당시 우리는 조직적인 련계를 가지지 못하였으므로 우선 가까이에 있는 집에 들어갔던것이다. 모두가 불을 끄고 자고있었으므로 낮은 소리로 집안사람을 깨운 다음 부락에 《토벌대》가 들어왔는가를 물어보았다. 집주인은 어둠속에서 저녁때에 《토벌대》가 들어왔다고 대답하였다. 우리는 성밑에 다시 돌아와서 그우에 누워있는 동무에게 적《토벌대》가 들어왔다는것을 우선 련대장에게 보고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행동에 대한 련대장의 명령을 기다리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한번 더 적정을 확인하여보려고 하였다. 그런데 바로 이때였다. 성 북쪽방향에서 호각소리가 나더니 그쪽으로부터 경찰과 자위단놈들이 우르르 달려나와 약 10m씩 간격을 두고 성벽에 쭉 배치되였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살피였다. 포대의 놈들도 전투준비를 하는듯 떠들썩하면서 사방에서 온통 야단이였다. 우리는 위험에 처하게 되였다. 순간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입대한후 4개월동안에 적진에서의 전투를 체험하지 못한 나는 겁이 더럭났다. 손태춘동지와 나는 적들이 배치된곳으로 빠져나갈것을 결심하고 성밑으로 은밀히 다가갔다. 이때 손태춘동지가 물홈에 빠져 첨벙하고 물소리를 내였다. 그러자 가까이에 있던 자위단 한놈이 《누구얏!》하고 고함을 질렀다. 분대장은 《나요.》하고 대답하였다. 그런데 그놈은 세번이나 연거퍼 누구냐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이때 버럭 큰소리로 《순찰대다. 왜 자꾸 묻는거야.》하고 대꾸하였다. 그러나 그놈은 계속 누구냐고 소리를 지르면서 우리쪽을 주시하고있었다. 이러는 사이에 다른 한놈이 그놈의 옆에 와서 뻗쳐섰다. 놈들은 우리의 행동을 눈치챈 모양이였다. 이때였다. 손태춘동지는 물홈에서 번쩍 올라서면서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힘차게 말하였다. 《이거 안되겠소. 선손을 쓰기요. 피값이라도 해야 될게 아니요.》 그리고는 적들에게로 몸을 돌리며 나를 보았다. 이때 분대장의 얼굴에는 비장한 결의가 어리여있었다.

분대장의 비장한 결의는 무언중 나의 가슴을 치며 죽는 한이 있더라도 놈들을 쳐부셔야 되겠다는 굳은 결의를 가다듬게 하였다. 이때 우리는 이미 주둔하고있는 무장경관과 자위단 그리고 저녁때에 들어왔다는 《토벌대》놈들을 상대로 하여 단둘이서 전투를 개시하기로 결심했던것이다. 분대장은 다시 《종준동무! 동무는 저〈누구냐〉고 하는 놈을 쏘시오. 나는 이쪽놈을 쏘겠소.》하면서 총을 겨누었다. 나도 겨누었다. 적들은 그때 우리와 10m쯤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발사순간 내가 사격한 놈은 그 자리에 푹 거꾸러졌다. 그런데 손태춘동지가 쏜놈이 죽어넘어지면서 《적이다.》하고 고함을 질렀다. 이리하여 적아간에는 치렬한 전투가 개시되였다. 우리는 동문쪽으로 뛰여가면서 성벽에 배치된 놈들과 앞에서 얼른거리는 놈들을 겨누어 련속사격을 했다. 놈들은 섰던 자리에 푹푹 거꾸러졌다. 그런데 어떤 놈들은 성벽이나 벽틈에 붙어서 집요하게 저항하였다. 우리는 맹렬한 화력으로 놈들을 한놈한놈 소멸하면서 동문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여기에 있는 4명의 적은 우리가 당도한줄도 모르고 대문에 있는 총구로 밖을 향하여 사격하고있었다. 우리는 재빠른 동작으로 적들을 일시에 소멸하였다. 우리는 대문을 열고 밖을 향하여 소리쳤다.

《동무들! 문을 열었소. 여기로 들어오오.》

우리는 이때에야 성 남쪽의 포대들에서 저항하는 적들과 우리 부대간에 맹렬한 화력전투가 계속되고있는것을 알았다. 적아간의 총성은 만보툰부락을 뒤엎을듯 요란하였다. 성문을 개방한 잠시후 자위단 한놈이 우리를 자기의 동료인줄 알고 《탄피가 붙어서 큰일났다.》고 떠들면서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우리는 그놈을 감쪽같이 생포하였다. 우리는 이놈에게서 《토벌대》가 들어오지 않았다는것을 알았다. 적정을 확인한 우리는 성을 넘어왔을 때 처음 물어본놈에게 속히운것을 생각하니 분하기 짝이 없었다. 흐리터분한 소리로 대답하던 그놈이 좀 수상하다고 생각했더니 바로 그놈이야말로 저주받을 인민의 반역자임이 틀림없었다. 놈의 집에서 우리가 뛰여나온 얼마후 적들이 뛰여나온것으로 봐서도 그놈이 고발한것이 틀림없었다. 사실 일제놈들은 당시 밀정들을 주민들속에 잠입시키는 일이 적지 않았던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적을 앞에 두고 이 일만 처리할수 없었다.

손태춘동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토벌대〉도 안들어왔는데 우리 둘이서 해봅세.》

나는 이에 선뜻 동의하였다. 사실 이때 우리 유격대원들은 경찰이나 자위단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것이다. 우리들은 대문을 열어놓은채로 경찰과 자위단놈들의 본부를 향하여 달려갔다. 여기에서도 6~7명의 적들이 우물거리고있었다. 우리는 그놈들을 향하여 명중사격을 퍼부었다. 5명이 죽어넘어지고 나머지는 성 북쪽으로 도망쳤다. 거리에서 아직도 우물거리고있는 적들이 있었으므로 우리는 그놈들을 소멸하기 위하여 거리로 뛰여나오면서 앞에 나타나는 적들을 향하여 련속 사격을 하였다. 우리가 얼마쯤 나왔을 때 남쪽포대에서는 적들의 사격이 잠잠해지고 사방에서 요란한 발자국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귀에 익은 말소리도 들려왔다.

우리 부대가 성안에 들어온것이였다. 손태춘동지와 나는 동무들쪽으로 막 뛰여갔다. 동무들은 우리들을 얼싸안고 《살았구나.》, 《잘 싸웠소.》하면서 기뻐 어쩔줄을 몰라했다.

우리들은 적들의 식량창고를 부시고 련대의 약 15일분 식량과 10여정의 보총과 많은 탄알들을 로획하여가지고 만보툰 동남쪽골짜기를 따라 밀림속으로 철수하였다. 살아남은 적들은 동산포대에 숨어서 퉁퉁 헛총질을 하고있었다.

행군하면서 손태춘동지와 나는 동무들에게서 이런 말들을 들었다.

《동무들이 성안에서 전투를 시작하였을 때 우리는 련대장동지의 명령으로 빨리 성안에 돌입하려고 하였소. 그런데 적들이 포대에서 완강히 저항하므로 일부 동무들은 포대의 적들과 싸우고 일부 동무들은 성에 구멍을 뚫는 작업을 하게 되였소. 한사람이 기여들어갈수 있을만한 구멍을 뚫고 우리는 그곳으로 성안에 들어갔소.》

 

*                 *

 

만보툰전투후에도 손태춘동지와 나는 오래동안 한부대에 있었다. 그는 때때로 그때를 회상하면서 《나는 그때 적들이 막 우리 주위에 모여들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가 나지 않았소. 그러나 다음순간 곤난한 환경에서도 굴하지 말고 끝까지 싸워야 하며 이렇게 함으로써만 승리를 쟁취할수 있다고 하시던 사령관동지의 말씀이 생각났소. 나는 바로 이 말씀대로 행동하였소.》하고 말하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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