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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시대 제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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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1,680회 작성일 19-10-2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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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4.jpg

(제 7 회)

제 2 장

2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예정보다 몇시간 앞당겨 수풍에 도착하시였다. 그이께서는 김책을 만나시지 못한채 삭주읍에서부터 수행한 군 책임일군들과 함께 수풍언제에 오르시였다.

하얀 송이구름이 떠있는 맑고 푸른 가을하늘에서 정오의 해빛이 곧추 내리비치고있었다.

살색가을외투에 재빛중절모를 쓰신 장군님께서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언제의 중심부에서 사방을 둘러보시였다.

동쪽켠으로 망망한 수풍호가 바라보이고 서쪽으로는 하늘을 치받듯이 서있는 거창한 발전기관실들과 전기철탑들 그리고 조선, 중국의 광활한 산야와 강줄기들이 한눈에 안겨왔다.

여기 삭주군일대는 아버님이신 김형직선생님과 선생님의 뜻을 받들어 독립운동의 길을 헤쳐간 오동진, 공영, 리관린의 발자취가 어려있는 곳이였다.

아버님께서 청수동회의를 지도하신 오동진의 고향집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공영의 고향 벽동도 수풍호를 따라 올라가면 인차 가닿을수 있는 압록강연안마을이였다. 독립군 녀걸 리관린도 삭주태생이였다.

그리운 그 사람들이 지금은 여기에 없다. 아버님도 안계시고 오동진, 공영도 독립의 한을 품고 저세상으로 갔다. 길림에서 마지막으로 보신 리관린은 생사안위를 알수 없으시였다. 살아있으면 해방의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도 선참으로 저 압록강을 뛰여넘어 고향으로 돌아올 녀걸이였다.

삭주읍에 있는 그의 오랍동생들도 누이의 소식을 바이 모르고있었다.

장군님의 마음은 이래저래 무겁고 심란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삭주읍거리에서 초신마저 못 신고 맨발로 다니는 어린이들을 여러명 보시였다.

더욱 참을수 없는 일은 큰 수력발전소를 끼고있는 삭주군에 전기불을 못 보고 고콜불로 살아가는 산골마을이 적지 않은것이였다. 일제는 저들의 치부와 대륙침략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수풍의 전기를 멀리 중국의 대련 안산에까지 보내면서도 지척에 있는 삭주, 창성, 벽동 등 압록강연안 산지방에는 전기선을 늘이지 못하게 하였다.

그이께서 인민들과 담화를 해보시니 삭주군에만도 도소재지는 물론 군소재지에도 못 가보고 죽은 사람들이 적지 않으며 아직까지 기차, 자동차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도 군내 간부들은 해방전에 비하면 이 고장 사람들의 생활이 룡으로 됐다고 노상 자랑하고있었다. 이제는 굶는 집이 없어지고 배울 나이의 어린이들은 거의 다 학교에 다니며 누구나가 다 병이 나면 병원에서 무상이나 다름없는 눅은 값으로 치료를 받고있다는것이였다. 물론 그것이 터무니없는 말은 아니지만 일군들은 인민생활에 대해 과장하고 분식하기를 좋아하였다.

일부 어린이들이 헌옷에 발벗고 다니는것은 길쌈도 안하고 짚신 한컬레도 삼아신기 싫어하는 게으름때문이라고 하였다.

산골사람들속에는 되는대로 망탕 살아가는 낡은 습성이 있는것도 사실이였다.

장군님께서는 시름에 잠겨 언제우를 천천히 거니시였다.

흰 물새 한마리가 호수 상공에서 긴 원을 그리면서 그 무슨 간절한 사연을 아뢰이듯 끼륵끼륵 우짖고있었다.

장군님께서 시계를 들여다보고 삭주군 책임일군들에게 말씀하시였다.

《열두시가 조금 넘었는데 발전소 기관실들을 돌아보면서 군사업에 대해 토론을 더 해봅시다.》

그이의 부관이 기관실 관리공에게 알리려고 언제밑으로 달려내려갔다.

얼마후 장군님께서 1호발전기실마당에 들어서시자 선통을 받은 젊은 관리공이 출입문앞에서 대기하고있었다.

《수고합니다. 기관실을 구경하러 왔습니다.》

관리공은 천톤무게의 산악같은 수차와 발전기들이 소란스럽게 돌아가는 그 험한 기관실로 어찌 장군님을 모시고 들어가랴싶어 주저하는것 같았다.

《장군님, 제가 여기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기관실은 들어가실데가 못됩니다.》

《설명이나 들어서야 되겠소. 수풍에 와서 발전기실도 못 보고 간다면 소경 선보기와 같지, 허허허. 어서 안내하시오.》

관리공은 주밋주밋하다가 내키지 않는듯 한숨을 쉬며 출입문을 열어드렸다. 어디선가 솨솨 하는 소란스러운 물소리가 들려왔다.

출입문복도 한끝에 중간문이 있었다. 그 문으로 들어가서 바른쪽에 수차실이 있고 왼쪽에 발전기실이 있다고 하였다.

《순서대로 보시자면 수차실부터 봐야 하는데 소리가 굉장히 요란합니다.》

관리공은 참관하러 온 사람들이 준비없이 뭣모르고 수차실에 들어가다가 요란한 물소리와 기계소리에 놀라서 뛰쳐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하였다.

관리공이 수차실문을 열자 과연 굉장한 물소리가 금시 지붕과 벽을 무너뜨릴것 같았다.

직경이 10여메터는 될상싶은 거대한 철관으로 강물처럼 쏟아져나오는 물이 천톤의 무게를 가진 산악같은 수차를 돌리고있었다. 저수지의 물이 바로 그 철관으로 초당 천여톤이 쏟아져나온다.

산도 밀어낼것 같은 거대한 수력에 의해 수차의 긴 날개가 빙빙 돌아가면서 솨솨 쿵쿵 요란한 괴성을 질러댔다. 철관으로 쏟아져나오는 요란한 물소리와 격류에 부딪쳐 몸부림치며 내지르는 천톤 수차의 어마어마한 괴성으로 하여 수차실에서는 사람의 목소리 같은것은 들리지 않아 대화를 나눌수 없었다.

일제시기 이 수차실건설장에서도 수백명의 조선사람들이 죽거나 병신이 되였다고 한다.

장군님께서는 아우성치는 수차를 생각깊이 오래도록 지켜보시고 발전기실로 들어가시였다.

발전기실에서는 우뢰의 메아리같은 웅글은 소리가 울리고있었다. 그것은 10만키로와트능력의 대짜배기 발전기가 거대한 철갑안에 들어앉아 회전자를 돌리는 소리였다.

발전기실에서는 대화를 나눌수 있었다.

장군님께서 관리공을 가까이 부르시였다.

《전기총국에서 내려온 오천행동무가 일을 잘합니까?》

《장군님, 그 동문 정말 성실한 동무입니다. 3호기관실 관리공인데 오늘은 후야근입니다. 그 동무가 여기 와서 발전기효률을 높이는 기술창안을 해서 지난 석달동안 우리 발전소에서 전기생산을 제일 많이 했습니다.》

《오천행이가 기술창안을 했단 말이지?》

장군님께서 무척 기뻐하시였다. 아직 김책을 만나지 못하신 그이께서는 지난 8월에 있은 일류수문사건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계시였다.

《관리공동무, 수풍발전소는 우리 나라 산업의 명줄을 쥐고있습니다. 동무가 관리하고있는 저 발전기가 멎으면 나라의 산업이 멎어버립니다. 그러니 언제나 발전기관리를 잘해서 전기생산을 정상화하여야 합니다.》

《장군님,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관리공은 군인처럼 똑바로 서서 힘있게 대답을 올렸다.

장군님께서 관리공의 어깨를 두드려주시고 삭주군 책임일군들에게 고개를 돌리시였다.

《동무들, 삭주군에서는 무엇을 잘 리용해야 인민생활을 높일수 있을것 같습니까?》

《전기라고 생각합니다.》

삭주군당 위원장이 즉시에 대답을 올렸다. 군인민위원회 위원장과 보안서장도 동감을 표시하였다.

《아니요. 점수를 매기면 보통수준을 벗어나기 힘들겠소.》

장군님께서는 고개를 저으시였다.

《고구려시기에 삭주를 압록강 왼쪽에 자리잡은 고장이라고 해서 좌물촌이라고 했습니다. 고구려사람들은 그때 벌써 좌물촌에선 물을 리용해서 물의 덕을 입어야 잘살수 있다고 했습니다. 수풍발전소도 물을 리용한것이니 적어도 천년은 내다보고 말한것 같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발전기앞으로 한걸음 다가서시였다.

《오늘 보아도 삭주군에는 조선에서 제일 큰 강과 큰 호수가 있고 당목천, 구곡천, 합수천 등 비교적 류역이 넓은 강들이 많으니 물을 잘 리용하면 전기뿐아니라 농업, 교통, 수산업 등 여러가지 문제를 다 풀수 있습니다. 삭주군은 80프로이상이 산림지역이므로 물과 나무를 종합적으로 리용할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물의 리용률이 매우 낮습니다. 그러다보니 삭주군사람들이 제일 못살고있습니다.

나는 이것이 가슴이 아픕니다.》

장군님께서는 람루한 옷에 발벗고 다니는 삭주어린이들을 그려보시였다.

《내가 오늘 삭주읍에서 로인들을 몇명 만나봤습니다. 로인들이 말하기를 삭주, 창성, 벽동과 같은 산골사람들이 배만 있으면 쉽게 갈수 있는 곳도 못 가본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는 그 늙은이들에게 조그마한 기계배 하나도 보내주겠다는 말을 못하고 왔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려객선을 보내주고싶으시였으나 나라에는 한척의 려객선도 없었다.

일제는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하게 되자 조선의 여러 항구들에 있던 70여척의 기계배들을 모조리 파괴하여 바다속에 처넣었다.

우리 나라는 세면이 바다이지만 일제의 식민지정책으로 하여 조선소는 말할것도 없고 선박수리공장 하나 변변한것이 없었다. 겨우 작은 목선이나 무어쓰던 수공업적인 시설까지 왜놈들이 다 파괴하고 달아났다. 그래서 올해 년초부터 해안지대들에 조선소를 꾸리기 위한 정비사업을 시작하였지만 하나에서 열까지 곤난한것뿐이였다. 제일 막연한것은 우리 나라에 선박기사가 한명도 없는것이였다.

《나는 오늘 읍에서 로인들을 만나본 다음부터 어떻게 하면 여기 압록강연안 주민들에게 배를 보내줄수 있겠는가 생각했습니다. 여기로 오면서도 내내 그 생각을 했습니다.

김책동무가 일제시기 경상남도 진해에서 일하면서 공부하는 직공학교형식의 해원양성소를 졸업한 선박기술자 한동물 발굴했습니다. 내가 그동물 직접 만나서 압록강려객선을 만들어보라고 하겠습니다.》

문봉히라는 그 선박기술자는 일제시기 해원양성소를 졸업하였지만 왜놈들이 조선사람이라고 하여 써주지 않아서 해방전까지 선박공업부문이 아니라 어느 기관에서 보이라공질을 하였다.

그러므로 경험도 부족한 어린 기술자였다. 하지만 장군님께서는 이런 기술자이나마 발굴해낸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하시였다.

한알의 씨앗이 밀림으로 번지고 한점의 불찌가 료원의 불길로 타오르듯이 한명의 기술자, 하나의 작은 선박수리소가 선박공업의 대군단으로 번성하게 될 래일을 생각하신것이다.

《우리는 래년도부터 전반적인민경제를 계획화하자고 합니다. 계획화를 할수 없다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경제를 부흥시키자면 반드시 계획화하여야 합니다. 토론해보고 가능하면 래년도 인민경제계획에 물려서 한 50여척의 기계배를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어떻게 해서나 래년 상반년전으로 압록강려객선과 기계배들을 생산해서 압록강연안 주민들이 그것으로 려행도 하고 고기도 잡고 짐도 나르게 하자는겁니다.》

《장군님, 고맙습니다.… 저희들이… 일을 쓰게 못해서… 죄송합니다.》

군인민위원회 위원장이 목이 메여 떠듬거리며 손끝으로 눈굽을 찍었다.

《그러되 동무네 자체로도 목공조합 같은것을 몇개 조직하여 매생이, 거루배, 너벅선 같은 작은 목선들을 무어보시오. 동무들은 자나깨나 인민생활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인민들에게 유족하고 행복한 생활을 마련해주는것이 우리 당과 정권의 최고원칙, 최고목적입니다. 그밖의 모든것은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당도 정권도 군사도 교육도.》

삭주군 책임일군들은 수첩을 펼치고 장군님의 말씀을 부지런히 적었다.

장군님께서는 기관실벽에 써붙인 《11월 3일 도, 시, 군 인민위원회 위원선거에 100프로 참가하자!》라는 구호를 의미심장히 지켜보시였다.

《인민위원회를 지지하라고 저렇게 구호를 써붙이는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당, 정권기관의 일군들이 진심으로 인민의 심부름군이 되여 인민생활을 보살펴주는것입니다. 그러면 인민들은 스스로 100프로 찬성투표를 하고 우리 당과 정권을 따라오는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따라오지 않습니다.》

삭주군 책임일군들은 한손에 수첩을 받쳐들고 계속 글을 적어나갔다. 발전기도 마치 격정을 억제할수 없는듯이 우르릉 우르릉 장엄한 음향을 울리며 억차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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