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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시대 제2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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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074회 작성일 19-11-0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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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 장

6

 

1947년 6월 7일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북구 미림리에 나가 인민들과 함께 모를 꽂으시였다.

이날 《시앙식》을 조직한 평남도인민위원회 위원장 리주연은 그이를 모시고 모를 꽂은 감격을 개인기록장에 적어두어 그때에 있었던 일들이 오늘까지 구체적으로 전해지게 되였다. 기록장에는 이렇게 씌여있었다. (앞부분은 생략)

《…오랜 옛날부터 벼농사를 해온 우리 나라에서는 모내기를 시작 할 때면 한해 농사가 잘되기를 축수해서 시앙식을 하는 풍습이 있다. 이날에는 온 동네가 떨쳐나와 정성껏 시앙식장을 꾸려놓고 〈우순풍조시화년풍(비바람 고르로이 때맞춰 불어내려 풍년들어주시옵소서)이라는 제문을 외우며 식을 지낸 다음 동네 좌상로인들이 보는 앞에서 모내기를 시작하군 하였다.

나는 김일성장군님을 모시고 시앙식을 성대히 하기로 결심하였다. 옛날의 미신적인 행사와는 달리 시앙식개회사와 축하연설들을 밤을 새워 준비하고 청년들을 동원시켜 시앙식장을 화려하게 꾸려놓았다.

오후 3시 드디여 김일성장군님께서 북조선인민위원회 일군들을 인솔하시고 미림벌에 나오시였다.

시앙식장에 모여있던 수백명 군중들이 환호성을 올리였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달려와 인사를 올리는 나에게 군중대회를 하는것처럼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였는가고 물으시였다. 나는 시앙식을 하고 모내기를 하겠다고 아뢰이였다.

동무들이 시앙식을 하고 모내기를 하기로 하였다는데 그런 격식을 차리면서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모내기를 할 사람들에게 모내는 방법이나 잘 대주고 인차 모내기를 하는것이 좋겠습니다.

장군님께서는 벌써 구두를 벗고 바지가랭이를 걷어올리시였다. 누구인가 그이께 고무장화를 가져다드리였다.

허허허… 장화를 신고 모내기를 하는것을 어데서 보았습니까. 모내기를 하는데는 맨발이 좋습니다.

이때 동네로인들이 밀려와 그이께 정중히 인사를 올리였다.

장군님, 옛날에도 어진 임금이 시앙식장에 내려와 백성들이 모를 내는 모양을 보아준 일은 있었소이다만 임금이 논판에 들어서는 법은 없었소이다. 하오니 모춤을 드시는 일은 삼가하시고 변변치 못하게 꾸렸소이다만 저 차일을 친곳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모내는양을 보아주시면 최상의 영광으로 생각하겠소이다.

장군님께서는 좌상로인의 손을 따뜻이 잡아쥐시였다. 로인님, 저는 임금이 아니라 이 나라 인민의 아들입니다. 저의 할아버지도 농민입니다. 저는 항일무장투쟁을 할 때 조국을 해방하고 농민들이 제 땅에서 농사를 마음껏 짓게 하려고 늘 생각하였는데 오늘 이렇게 해방된 조국에서 땅의 주인이 된 농민들과 함께 모내기를 하게 되니 참으로 감개가 깊어집니다. 로인님들이 저 웃자리에 앉아서 젊은 사람들이 모내는것을 보아주십시오.

장군님께서는 그러시고 나에게 조를 무어가지고 경쟁적으로 모내기를 하면 성수가 나서 힘든줄 모르고 일하게 되며 작업능률도 오를것이라고 하시였다.

이렇게 되여 네 패가 논배미를 하나씩 잡고 모내기경쟁을 시작하였다. 어디선가 꽹과리를 울려주었다.

나는 북조선인민위원회일군들조에 섞여서 장군님과 함께 모를 꽂았다. 이것은 력사이래 있어보지 못한 새 민주조선의 빛나는 〈시앙식이였다.

나는 이 나라 농민들에게 기울이시는 장군님의 뜨거운 애정을 온 육신으로 느끼며 한뜸두뜸 푸른 수를 놓듯이 모를 꽂아나갔다.

문득 나의 뇌리에 지난 4월 12일부 로동신문에 실린 격동적인 기사가 상기되였다.

푸르러라 문수산, 김일성장군님을 모시고 진행한 식이 끝나자 사람들은 대렬도 정연히 오늘의 식수지 문수봉〉, 〈문수봉으로 달려올라갔다.

이날 특히 김일성위원장께서는 검은 옷 상쾌한 차림을 하고 현장에 오시였다.

지난해 5월 21일 저 보통강개수공사장에서 평양시민들과 더불어 몸소 시민들의 신발을 걱정하면서 진흙판에 삽을 박던 장군님의 모습은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 생생하다.

장군은 어느덧 맡은 한줄을 심으시였다.

〈아, 줄이 비뚤어졌나부다.〉 옆에서 비뚤게 나무모를 꽂으며 뒤따르는 일군에게 지적하신다. 그 일군의 온몸에는 땀이 배였다.

쉬는 시간에 장군은 물을 마시고나시여 사방을 휘둘러보신다. 오래동안 왜놈들의 침략과 착취로 페허가 된 강토로 하여 몹시도 슬퍼하는 빛이 보인다.

〈나무를 심읍시다. 이렇게 십년만 심으면 됩니다.〉

고국을 사랑하시는 장군님의 애국열은 이 한마디말속에 찾아볼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두달전 문수봉에서 있은 일이였다. 그때 장군님의 옆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나무모를 꽂은 사람이 나, 리주연이였다.

멀리서 장군님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저- 전기처장동무, 너무 덤빈다. 올가을 대풍이 들어 농민들 춤추는걸 생각하며 기술규정을 지킵시다.〉

오늘도 그 몇마디 말씀에서 나는 이 나라 농민들에 대한 장군님의 사랑을 찾아보고있었다.

리문도는 땀을 뻘뻘 흘린다.

저 전기처장동문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있을가?

지주의 아들인 그는 오늘 처음으로 논판에 들어서보는지 모른다. 그는 지금 낟알에 스며있는 농민들의 피땀에 대하여, 우리 민족의 굶음의 력사와 땅을 받는 수백만 농민들의 기쁨에 대하여, 끼마다 대하는 밥상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는것이 아닐가?

나의 바른쪽옆에서는 오기섭이 낑낑 갑자르는 소리를 내며 힘들게 모를 꽂고있었다. 자기의 평생은 로조, 농조운동으로 장식되여있다고 자처하는 그의 경력에 비추어보면 모꽂는 솜씨가 너무도 서툴렀다.

농사도 하고 소작쟁의도 많이 했다는 저 사람이 어찌하여 농민들의 일손을 돕는 학생들을 잡아떼여 탄광굴속으로 들여보냈단 말인가? 해방후 1년반동안 너무도 많은 과오와 엄청난 재구지를 저지르고도 장군님의 관대한 처분으로 아직도 북조선인민위원회 로동국장의 중책을 맡고있는 오기섭!

(저 사람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있을가? 진심으로 자기반성을 하고있을가?)

〈평남도위원장동무!〉

〈예!〉

장군님의 부르심에 나는 생각에서 깨여났다.

〈개천 절골관개공사와 안주수리공사를 끝냈다지요?〉

장군님께서 모를 꽂아나가며 물으시였다.

〈그렇습니다. 모내기가 끝나면 곧 준공식을 하자고 합니다.〉

나는 모든 국장들이 듣도록 뻐기며 대답을 올렸다. 그러자 기획국장이 동을 달았다. 〈장군님! 올해에 전국적으로 관개공사를 많이 해서 6월초 현재 밭파종면적은 2만정보 증대되고 논파종면적은 3만 5천정보 증대됐습니다.〉

정준택기획국장은 지난해에 농사가 잘되여 애국미와 현물세량곡들을 일부 절량농민들에게 대여해주고도 15 000톤이상이나 저축하고있다고 기뻐하였다. 한편 지난 5월 27일에 일부 국가상품가격들을 인하할데 대한 북조선인민위원회결정 제138호가 채택되여 전국이 흥성거리고있다고 하였다.

모두가 즐거운 기분에 떠있었지만 장군님께서는 오히려 안색을 흐리시였다. 〈우리 인민들이 지난날 하도 못살다보니 물가가 조금 내려간걸 보구 그렇게 기뻐합니다. 사실은 가슴아픈 일입니다.

우리 간부들이 거기에 만족해서는 안됩니다. 15 000톤의 쌀을 저축했다고 하는데 그걸 가지고는 가난을 구제할수 없습니다. 적어도 50만톤정도 쌀을 저축해야 소시민들에게 눅은 값으로 쌀을 팔아줄수 있습니다. 금년가을엔 어떻게 하나 식량문제를 해결합시다. 그런데 한강토에서 사는 남조선인민들은

장군님께서는 말씀을 잇지 못하시였다.

남조선인민들에 대한 장군님의 깊은 관심에 우리모두는 마음이 무거워져 묵묵히 모를 꽂았다.

나는 남조선의 황페화된 농토들과 연기가 멎어버린 숨죽은 공장들을 그려보았다.

지난 4월 16일부 〈동아일보〉는 남조선의 전반적공업의 생산고가 해방전에 비해 엄청나게 떨어져 〈만약 아무런 대책이 없이 이 상태가 계속되면 남조선공업은 전면적파산에 직면하지 않을가 우려된다.〉고 비명을 올리였다.

장군님께서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동무들,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도 우리는 농사를 잘 짓고 1947년 인민경제계획을 초과완수하야 합니다. 다 알겠지만 무기휴회로 들어갔던 쏘미공동위원회가 지난 5월 21일 서울에서 재개되였습니다. 우리가 상반년도계획총화를 하게 되는 6월 30일부터는 평양에서 쏘미공동위원회사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그보다 앞서 6일 16일에는 즉 이제 9일후에는 전기료금부채문제로 남조선의 전기관계자들과 미군정을 평양에 끌어내다 공식회담을 하게 됩니다.〉

〈그렇습니까?〉

모두가 놀라며 허리를 폈다.

〈우리 측에서는 누가 회담에 참가합니까?〉

누구인가 성급히 물었다.

〈그야 물어불게 있소. 늘 전기세문제로 나한테 못살게 졸라댄 리문도전기처장이지. 허허허.》

일시에 모든 시선이 리문도에게 쏠리였다. 때마침 논두렁에서 꽹과리가 울리였다. 중간휴식을 알리는 신호였다.》(뒤부분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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