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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선의 아침 제1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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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4,897회 작성일 20-01-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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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jpg

제  5  장

 

군사위원회확대회의가 시작된지도 벌써 퍼그나 시간이 흘렀다. 회의분위기는 자못 심각하다.

조선의 도시들을 지도우에서 없애겠다고 장담하며 전례없는 공중타격을 개시한 클라크의 새로운 도발에 대처하기 위한 문제들이 진지하게 론의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군사위원회위원들을 둘러보시였다.

《그럼 의견이 있거나 제기할것이 있으면 말하시오.》

남일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적들이 우리의 후방에 대한 급작스런 집중공습을 단행하면서도 정전담판을 중단하지 않는것은 클라크가 근 한해째 전선에서 앉아뭉갠 릿지웨이와 다른 자기의 영상을 돋구려는데 중요한 리유가 있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우선 우리의 후방을 전면타격하여 전시생산시설들을 무력화시킨 후 이른바 〈영예로운 정전〉을 추구하기 위한 심산같습니다.

한편으로는 공중타격의 뒤받침속에 불의의 동서해안 상륙작전과 같은 전선형편을 획변시키는 돌발적인 군사행동을 은밀히 추진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헌영이 헛기침을 하며 일어섰다.

《남일총참모장이 미극동군사령부의 새로운 전략적목적을 어느 정도 예리하게, 간결하게 추려서 분석했다고 인정합니다.

공중타격으로 상대방의 전반적국력을 약화시키는것, 이것 역시 미국이 상투적으로 써먹는 하나의 수법인바 그 목적은 정전담판의 주도권을 쥐려는데 있다는것이 명백합니다. 아이젠하워가 6개월설을 내놓은 후 클라크가 임명된 리면을 중시한다면 지난해 두차례의 공세에 맥이 빠진 미제가 다시 서방세력의 강력한 비난을 불러올수 있는 새로운 군사작전을 준비한다는 설은 과학성도 객관성도 없다고 봅니다.》

박헌영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최용건보위상이 엄엄한 목소리로 반박했다.

《박헌영외무상의 말은 미제의 강도적본성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같소.

저들에게 유리한 국면에서 전쟁을 종식시키려고 날뛰는 미제가 단순히 비행대 타격으로만 그칠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 이미전에 시사하셨지만 클라크의 도시소멸이요 뭐요 하는 나발은 우리 땅을 재더미로 만드는것과 함께 자기의 재임기간을 두드러지게 할 새로운 군사적공세의 전주곡이요.》

그가 말을 끝내기 바쁘게 전선사령부 군사위원 김익이 일어섰다. 삭주고급군관휴양소에서 방금 돌아와서인지 얼굴에 기름기가 돌았다.

문득 김일성동지께서는 적들의 테로로 부상을 입고 고생하는 박정덕군단장을 삭주휴양소에 떠나보낸 일이 상기되시였다.

박정덕이 부상자리가 다 나았다고 못가겠다고 하는것을 억지다짐으로 떠나보내시였다.

김익의 쟁쟁한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저 역시 보위상동지와 같은 견해입니다. 이로부터 저는 전선사령부군사위원으로서 전선사령부의 실태를 놓고 말씀드리고저 합니다. 지난 기간 사업을 돌이켜볼 때 저를 비롯한 전선사령부 일군들의 결함이 많았습니다. 그 결함들에 대해서는… 시간상 략하기로 하고 당면하게는 적들의 새로운 모험적인 군사작전이 예견되는 조건에서 전선지휘일군들을 보다 능력있는 사람들로 꾸리는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익동무, 그 문제는 여기서 론하는것이 아닙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익의 제의에 공감이 가셨으나 회의성격과 참가대상을 고려하여 이렇게 눌러놓으시고 말씀을 이으시였다.

《여기서 토론하는것은 최용건동무도 말했지만 적들의 새로운 움직임에 대처하여 당적, 국가적으로 밀고나가야 할 사업내용입니다. 토론들을 계속합시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홍명희, 박정애, 정준택 등 여러 일군들의 토론을 주의깊게 들으시면서 한편으로 김익의 제의를 생각하셨다.

전선사령부 일군들의 인사사업문제는 오래전부터 생각하여오신 문제였다.

박정덕!

그이께서는 74군단을 박정덕에게 맡길 때부터 전선사령부를 생각하며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이끌어주시였다.

박정덕의 군사적천품을 포착하신것은 이미 전쟁전부터였고 그뒤 전투들에서 더욱 확신하시였다.

박정덕이 54사에 있을 때 벌린 영산시가전투가 그 반증으로 될것이였다.

적들이 견고한 성벽에 의지하여 완강히 방어하자 아군 2개련대의 공격이 좌절되였다. 전방을 감시하던 박정덕은 즉시 정황을 판단하고 수류탄배낭을 진 한개 중대의 인원을 은밀히 익측으로 기동시켜 성벽밑으로 파견하였다.

습격조는 대낮에 성벽밑으로 접근하여 산개한후 배낭을 풀어놓고 연방 수류탄을 성벽너머로 던져넣었다. 적들은 어딘가 가까이에 기동한 아군이 박격포탄을 퍼붓는줄 알고 기겁하여 대피함으로써 방어화력밀도가 뚝 떨어졌다. 련대들은 일제히 진격하여 성벽을 넘어 영산시가로 돌입하였다. 기지가 있고 작전전술적감각이 예민한 이런 전투일화들은 그에게서 수없이 찾아볼수 있다. 지난해 《하기공세》때 자신께서 확신하신 미제침략군의 주타격방향을 군사지형학적견지에서, 전략전술적견지에서 제일먼저 깨달은 사람도 박정덕이였고 서천을 근점으로 한 서해안의 전략적방어지대를 형성할 때도 자신의 의도와 구상을 가장 정확히 리해하고 철저히 관철한 사람이 박정덕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 점을 중시하시였다.

(…조국과 혁명에 대한 충직성으로 보나 작전전술적두뇌, 지휘관다운 완강성과 전개력으로 보나 오늘의 첨예한 정세에서 능히 전선사령부를 이끌수 있는 적임자이다.

최고사령부의 전략적구상과 작전전술적의도를 관철하는데서 그는 우리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것이다. 동지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믿음이 간다. 우리가 품을 들여 그를 키운것이 백번 옳았다!

적들은 이런 명석하고 젊은 공격형의 군사지휘관이 전선사령부에 파견되면 몹시 신경을 쓸것이다. 어쩌면 돌발적이라 볼수 있는 이러한 지휘관임명이 지금 새로운 군사적공세를 급속도로 준비하고있는 적들의 두뇌진에 혼란을 조성케 할것이다.

분명 적들은 놀랄것이며 그 의미를 분석평가하고 그 대응책을 수립하는데 시간을 소비하고 머리를 짜낼것이다. 물론 이러한 반응을 노리는것이 기본은 아니지만 이것역시 우리에게는 필요한것으로 된다.

기본은 그가 최고사령부의 작전적의도와 구상을 받들어 전선군단들을 잘 지휘할수 있다는 여기에 있다. 박정덕!)

회의토론은 마지막으로 방학세가 반간첩투쟁과 관련한 문제를 언급하는것으로 끝났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회의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진것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근엄한 기색으로 회의장안을 둘러보시였다.

《동지들, 오늘 우리는 미극동군사령부의 돌발적인 새로운 군사적움직임에 대처한 중요한 문제들을 토의하였습니다.

클라크의 공중타격작전과 그 리면에 숨어있는 음흉한 기도를 분석해보면 우리가 정초에 세운 전략적로선이 정당하며 그것을 계속 완강하게 관철해나가는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됩니다.

전선과 후방을 계속 강화해나가야 합니다. 특히 우리의 종심에 대한 미제의 공중타격이 강화된만큼 후방을 더욱 튼튼히 다져나가야 합니다. 당원들과 인민들을 궐기시키고 전시증산투쟁에로 더 힘있게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조성된 정세에 맞게 전선사령부를 강화하는 문제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여러차례 언급했지만 우리는 미제침략군과의 대격전을 앞두고 전선과 후방을 공고히 하고 자체의 힘을 키우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인차 우리는 후방에 대한 료해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끝난 후 김일성동지께서는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하는 김일과 함께 최고사령부로 돌아오시였다.

《김일동무, 계획대로 래일부터 평안북도를 돌아보겠소. 우리가 그사이 후방강화를 위해서 많은 품을 들였는데 실태를 료해하고 대책을 세우는것이 필요합니다. 당원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공장과 농촌, 소개지에 나가있는 대학들도 찾아봐야겠소. 겸해서 지휘관양성을 맡은 군관학교들도 돌아보겠소.》

김일성동지께서는 웃저고리를 벗으시였다. 삼복철이라 밤날씨까지도 무더웠다. 그이께서는 나무침대에 걸터앉으시였다.

《장군님, 무더위가 좀 숙은 다음 떠나시지 않겠습니까?…》

김일이 장판바닥에 퍼더앉으며 걱정어린 눈길을 든다.

《아니요. 이르다고 생각할 때가 늦을수도 있소. 후방이 중요합니다. 지금 적들의 움직임은 그걸 보여주고있소. 폭풍전야의 정적이나 같소.…》

김일성동지께서는 침대에서 일어서시였다. 뙤창쪽으로 다가가시였다. 뙤창이 담바우산쪽으로 나있어 바람이 조금도 통하지 않는다. 이 여름은 지독히도 무덥다.

《장군님, 요즘 폭격이 심한데 차행군은 밤에만 하셨으면 합니다.》

김일은 무엇이 안심치 않은지 그냥 얼굴주름을 펴지 못한다.

《김일동무, 박정덕이한테선 소식이 왔소?》

《남일동무와 제가 매일 전화련계를 가집니다. 그 동무가 지금 장군님께서 주신 작전문건들을 직심스레 연구하느라 병치료는 영 안중에 없는것 같습니다.》

《그럼 좀 욕을 해줄걸 그랬소.… 날씨가 덥구만… 김일동문… 어떻게 생각하오?…》

김일성동지께서는 생각짙은 눈길로 김일을 바라보시였다.

김일의 얼굴에 경건한 표정이 깃든다.

《장군님, 더 말씀 안하셔도 제 다 압니다.

장군님생각이 천백번 옳으십니다. 박정덕동무를 전선사령부로 파견해야 합니다.》

《김일동무도 남의 속을 들여다보는덴 귀신이구만.

고맙소. 혁명동지들사이의 믿음이란 그래서 귀중한거요.

우리 전선을 당의 의도대로 움직이자면 일군이 중요합니다. 이제는 때가 온것 같소. 치렬한 격전을 앞두고 전선사령부를 강화해야 합니다. 조국과 혁명에 대한 자각이 투철하고 군사적안목과 작전적수완이 있는 공격형의 지휘관을 파견할 시기가 왔습니다.

나의 생각은 말이요, 박정덕동무를 전선에 내보내면 우리의 구상과 의도대로 전선군단들의 사업이 펴이는것과 함께 지금 새로운 공세를 준비하는 적들에게도 하나의 타격으로 될수 있다는거요.》

《장군님, 미극동군사령부가 경악할것입니다. 통보자료들을 분석해보면 장군님의 예견대로 서천지역에 대한 기습상륙작전의 실패가 적들의 군통수부교체를 가속화시켰다는것이 확인되였습니다. 공격형의 지휘관을 파견하신 장군님의 깊은 의도가 명중하였습니다.》

《물론 그것도 작용했겠지만 우리 당이 제시한 서해안의 전략적방어지대형성이 기본입니다.

박정덕이 그간 수고했소. 전번에 불의의 사태가 조성됐지만 그가 대담하게 결심하고 대책을 세워 서천을 지켰거든. 김일동무, 혁명에서 간부가 중요하오. 전쟁에서는 그것이 더 뚜렷이 나타나오. 인재를 바로 쓰는것이 전쟁승리의 중요한 요인중의 하나이거든… 이건 혁명동지에 대한 관점문제입니다. 우리야 지금껏 한명두명 동지를 얻고 그들을 끝까지 믿으며 혁명을 해오지 않았소…》

《동지… 정말 짧은 말이지만 깊은 뜻이… 가슴을 칩니다.…》

김일이 사색에 잠겨 웅얼거렸다.

《동지에 대한 믿음, 동지에 대한 사랑! 이게 바로 우리 혁명가들의 인생이고 행복이요. 이것만 있으면 전쟁이 다 뭐겠소.… 김일동무, 갑자기 저 원동에서 김책동무를 처음 만났던 그때가 생각나누만.…》

《장군님, 눈에 흙이 들어간들 그 순간을… 김책동지랑 눈판에 누워 장군님을 모신 행복으로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밤을 새우던 그때가 어제같습니다.》

《참 잊을수 없는 시절이요. 김책이… 안길이… 강건이…

김일동무, 더운데 밖에 나가 바람이나 쏘이기요.》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일의 어깨우에 손을 얹으시고 숙소밖을 나서시였다.

별이 총총한 한여름의 밤이였다.

 

×

 

룡천군 장산리(현재의 지명)의 당원들은 김매기를 일찍 끝내고 저녁에 회의실에 모여앉아 모내기총화와 김매기 보장대책을 위한 당세포회의를 하고있었다.

창문에 담요를 꼼꼼히 친 무더운 방안에는 카바이드불을 켜놓았으나 불빛은 아래쪽만 희미하게 비칠뿐 그림자가 진 웃쪽은 어둑컴컴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 웃방문을 조용히 여실 때는 세포위원장이 보고를 방금 시작하려던 참이였다.

방안의 당원들은 웃기관에서 어느 간부가 오는가하여 앞으로 나오라고 권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사양하시며 뒤켠 삿자리에 허물없이 앉으시였다.

거의 모두가 녀성당원들이였다.

준엄하고 무자비한 이 전쟁의 다른 한 측면을 가혹하게 실감할수 있는 모습이였다.

우리의 녀성동지들, 근면하고 이악하고 성실한 조선의 녀성들…

전시 농촌의 첫 녀성보잡이선구자 김남희, 어린 처녀의 소행에 감동되여 그에게 격려의 편지를 보내신 일이 떠오르시였다, 이제는 녀성보잡이운동이 대중적으로 벌어져 이해 봄에 황해도에서만도 수천명의 녀성보잡이가 나왔다.

전국을 휩쓸고있는 《풀베기협조대》, 《다수확그루빠》, 《전시공동로력대》를 이루고있는것도 대부분 녀성들이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어쩐지 속이 알싸하시였다.

우리의 연약한 녀인들이 이 전쟁의 한쪽 기둥을 떠이고있다.

전쟁전에는 동자질과 길쌈이나 하고 기껏해야 일터들에서 남성들의 일손을 돕던 그들이 이 전쟁에서 력사의 거인들로 자라났다.

조국을 지키려는 인민대중의 자각된 힘이란 얼마나 큰것인가. 그것은 뜨거운 조국애에 그 억센 뿌리를 두고있다. 그것은 변할수 없는 우리 민족의 생명선이였다.

보고가 끝나자 분명 젊은듯한 녀성이 처음엔 몹시 어려워하는것 같더니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토론을 계속한다.

《… 모내기에서 앞장섰던것처럼 김매기에서도 우리 당원들이 앞서나가야 합니다. 우리들자신이 앞설뿐만아니라 농민들을 도와주고 더 잘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겨리반, 품앗이반들에 우리 세포당원들이 스스로 한명씩 들어가서 농사를 잘 짓는것이 전선의 용사들을 힘있게 돕는 길이고 전쟁의 승리를 앞당기는 길이라는것을 차근차근 대주고 우리가 이악하게 일한다면 농민들이 다 따라나설것입니다.

우리가 가꾸고 거두어들이는 쌀 한톨한톨이 전선에서 미제침략자들과 피흘리며 싸우는 우리 남편들에게 그대로 힘이 된다고 생각하면 전 정말 잠이 오지 않습니다. 우리모두 힘을 합쳐 설사 밭에서 쓰러지더라도 농사를 잘 지어 전선에서 싸우는 남정네들에게 더 많은 쌀을 보내줍시다.

전 이걸 당결정에 박아넣자는것을 제기합니다.…》

얼마나 담차고 기특한 녀성, 얼마나 영악하고 속깊은 녀성당원인가, 저들은 이 전쟁을 수수방관하는것이 아니라 자기들의 생활로, 굴함없이 주인이 되여 기어이 이기려는 전인민적인 위업으로 감수하고있다. 이것을 클라크제씨들은 모를것이다.

력사적으로 놓고봐도 전쟁이 민족의 리해관계로 승화된 전인민적인 항전으로 될 때 반드시 승리를 낳군 했다.

불같은 토론들이 계속되였다.

회의휴식시간이 되자 김일성동지께서는 녀자들은 뒤에 앉는 법인가, 앞에 나가 앉으라고 말씀하시였다.

이때에야 당원들은 그분이 김일성장군님이신줄을 알고 감격하여 우러르며 미처 인사도 못드리고 주춤거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당원들의 심중을 헤아리시고 소탈하게 웃으시면서 《쉬는 시간인데 밖에 나가 바람이나 쏘입시다.》라고 하시며 먼저 밖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당원들도 그이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농촌의 여름밤은 무더위가 한결 숙어들고 시서늘한 바람새마저 있다.

그이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이 마당을 거니시였다.

민주선전실앞에서 다가오는 부관들에게 손짓을 하시고 정자나무가 서있는 마당 왼켠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세포위원장이 몇걸음 떨어져 조용히 따라온다. 어디선가 비행기소리가 으르릉거리는데 그것을 누르는 한줄기의 풍금소리가 귀전에 들려온다. 귀맛 좋은 화음에 실린 부드러운 선률이 농촌의 밤공기를 흔든다.

이윽고 녀인들의 맑은 노래소리가 울려나왔다.

 

백두산말기에 백학이 너울너울

해방된 강산에 뻐꾸기 뻐꾹뻐꾹

 

《풍금을 타는 동무가 교원입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세포위원장을 돌아보시였다.

《아닙니다. 이곳 농민입니다.》

《음… 써클원이구만.》

김일성동지께서는 미소를 지으시였다.

《아까 회의에서 첫 토론을 하던 전무순동무인데 남동생이 전선에서 싸우고있습니다.》

《참 좋은 동무들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또다시 사색에 잠기시여 천천히 마당가를 거니시였다.

밝고 명랑한 녀성들의 노래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먼곳에서 울리던 둔중한 비행기소리는 노래소리에 묻혀 사라지고만다.

《밭갈이노래》에 이어 농촌녀성당원들은 또다시 씩씩하게 《조국보위의 노래》를 합창으로 불렀다.

회의를 계속하자고 하시며 앞자리에 나오신 김일성동지께서는 믿음어린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시였다.

《동무들, 나는 오늘 이곳 리세포당원들의 회의에 참가하여 큰 힘을 얻었습니다. 오늘 특히 첫 토론을 한 녀성동무가 토론을 아주 잘했습니다. 옳습니다. 그런 각오와 결심만 가지면 못해낼 일이 없습니다. 논머리에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농사를 잘 지어 전선에서 싸우고있는 남편과 오빠들에게 더 많은 식량을 보내겠다는 결심이 얼마나 좋습니까. 전선에서 싸우고있는 인민군대들이 저 녀성동무의 토론을 들었으면 더욱 용기백배해서 미국놈들을 한놈이라도 더 많이 잡을것입니다. 농촌에서의 전시식량증산투쟁은 우리의 정의의 투쟁을 승리에로 힘있게 떠밀어주는 추동력입니다. 전시식량증산은 전선의 군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당은 후방도 전선이라는 구호를 내놓은것입니다.

나는 오늘 우리 농촌당원들의 모습에서 싸우는 조선의 기상을 보았고 이 엄혹한 전쟁을 통하여 투쟁과 열정, 락관주의로 일관된 우리 인민의 비등된 애국주의를 보았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계속하여 당세포총회때 자기비판과 호상비판을 잘해야 발전할수 있다고, 약이 써도 먹듯이 결함은 비판으로 고쳐야 한다고 웃으며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마을의 식량사정도 알아보시고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를 구체적으로 의논하여주시면서 당원들이 학습도 꾸준히 하고 《정치지식》을 비롯한 당출판물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가르쳐주시였다.

밤이 깊도록 당원들과 무릎을 마주하시고 생활의 구석구석까지 돌보아주신 그이께서는 재삼 당부하시였다.

《전쟁의 승리를 위하여서는 농사를 잘 지어야 합니다. 전선에서 싸우고있는 아들딸들에게 식량을 더 많이 보내주는것이 우리 농민들의 첫째가는 과업입니다. 우리는 전쟁으로 인하여 부닥치는 온갖 애로와 난관을 헤쳐나가면서 반드시 식량을 더많이 생산하여야 하겠습니다.

나는 장산리당원들이 나라의 주인된 자각을 안고 우리 전사들과 온 나라 인민들의 애국주의에 발맞추어 전시식량증산에서 언제나 앞장서리라고 확신합니다.》

당원들이 눈물을 흘리며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고 환호를 올렸다. 그 박수와 환호는 김일성동지께서 승용차에 오르실 때까지 오래도록 메아리쳤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룡천읍갈림길에서 차를 평양쪽으로 돌리려는 김명수에게 조용히 이르시였다.

《책임부관동무, 신의주방향으로 가야겠소!》

《장군님, 이젠 밤이 퍽 깊었습니다.》

김명수는 울상이 되여 돌아보았다.

《락원기계제작소에 들렸다가 저 삭주휴양소로 갑시다.》

《아니, 삭주고급군관 휴양소까지 말입니까? 장군님!…》

김일성동지께서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시며 눈을 감으시였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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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0

《거기 박정덕동무랑 가있지. 삭주온천이 위장에는 좋은데 부상자리는 어떤지 모르겠소. 갔던김에 폭격당한 수풍발전소도 돌아봐야 하겠소. 그곳 로동계급이 지금 억척같이 일떠서 파괴된 발전소를 보수하고있소. 지배인동무랑 눈이 까매서 우릴 기다릴거요.》

《?!…》

《그리고 김동무도 눈을 좀 붙이오. 눈에 피발이 섰구만. 공정수와 교대하라구…》

《장군님…》

군용차가 방향을 꺾자 선두차와 후위차들이 영문을 몰라 갈팡질팡하다가 급기야 따라서는것이 어스크레한 밤빛에 얼핏 안겨든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시 눈을 감으시였다. 기다렸다는듯 피곤이 온몸에 무겁게 실린다.

벌서 근 열흘째 그이께서는 평안북도지구를 돌아보고계시였다. 아니 그이의 현지지도는 지난 5월에도 이달에 들어서서도 계속되시였다. 원화리에서 돌아오신 이틀후 경공업부문 일군협의회를 소집하시였다. 원화리를 돌아보실 때 농민들이 성냥이 발라 고생한다는 사실을 아시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한 대책을 세워주시기 위해 소집하신 협의회였다.

전달 말에는 조선인민군 제951군부대 1중대를 돌아보시고 전사들과 함께 갱도작업을 하시였고 이달초에는 인민군부상병들에게 집단적으로 수혈하고 군기기금을 헌납한 강원도 회양고급중학교 교직원, 학생들에게 감사편지를 보내시였다. 다음날은 강동군 시족면을 돌아보시며 농작물비배관리정형을 료해하시였고 세계평화리사회 집행위원회위원일행을 접견하시였다.

정전담판문제, 김책군사학원조직문제, 중앙기관들과 하부통계기관들과의 련락강화, 조기작물현물세의 일부 사항면제를 비롯하여 일련의 중요문제들을 토의한 내각 13차전원회의, 농업현물세개정방향에 대한 지시… 전선군단들과의 부단한 교신, 전화련계… 그리고 철도, 과학원, 교육기관들, 내무성과 도시건설부문 지도…

이 열흘동안 평안북도를 현지지도하시며 그이께서는 큰 힘을 얻으시였다. 김책공업대학소개지를 돌아보시며 민족기술간부를 많이 양성하여 전쟁승리에 이바지할것을 호소하시였다. 그날로 정주군 고덕면 갈현리 일군을 만나시여 전시식량증산투쟁과 전선원호사업을 강화하고 전사자, 피살자, 인민군후방가족들과의 사업을 잘 할데 대하여 가르치시였다. 식사까지 건느시고 조선로동당 중앙당학교를 찾으시였다. 그에 이어 구성군 관서면 신흥리당세포총회를 지도하시면서 당세포의 전투적기능과 역할을 높일데 대하여 강조하시였다. 신의주종합목장을 돌아보시며 나라의 축산업발전을 위해 종축토대를 튼튼히 갖출데 대하여 일깨워주시고 조선인민군 제884공군부대를 현지지도하시였다. 그들의 공중전투를 직접 보시면서 위훈을 평가하시였다. 그것이 어제 있은 일이다.

하지만 일단 떠나신 이 길을 돌려세울수 없으시였다. 후방이자 전선이다. 후방이 든든해야 전선이 철벽으로 다져진다.

… 이윽고 그이께서 타신 차는 서북방향의 어둠속으로 녹아들었다.

 

×

 

《그》는 자기가 이곳에서 오래 지체할수 없다는것을 잘 알고있었다. 벌써 차가 고장난척하면서 기관실덮개를 열어놓은지 몇분이 지나갔다.

이제 조금만 더 지체하면 호송군인이 눈치챌수도 있었다. 다행히 상감령을 떠날 때 련락임무를 받은 구면친구 황계광을 호송인원으로 붙여달라고 하길 잘했다. 뭐 특별한 리유가 있어서도 아니였다. 그저 영민하고 순박한 황계광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만약 나에게 저 사랑스러운 청년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한다면,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 나의 손이 떨리지 않을가?…)

떨릴것이다. 아직 《그》가 지옥으로 보낸 사람들속에는 면목이 있는 인물은 없었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였다. 만일 임무수행에 지장이 된다면 세살난 아이라도 목을 눌러야 하는것이 《그》의 직분이였고 또《그》가 살수 있는 유일한 길이였다.

《그》는 그런 경우도 수없이 체험하였다. 하지만 저 청년만은? 《그》는 자주 이 다정하고 의협심이 있는 황계광옆에 나약하고 가냘픈 자기 딸을 세워보군 하였다. 그러면 얼음같이 찬 가슴이 봄비에 젖은듯 따뜻해지고 이름할수 없는 행복감이 전신을 짜릿하게 훑으며 지나가는것이였다.

《왕아바이, 아직 멀었어요?》

《다 됐네. 임자 어디가서 물이나 한바께쯔 길어오지?》

《알겠어요.》

황계광은 날쌔게 운전칸에서 뛰여내려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친구, 이 고장을 잘 아나?》

어둠속에 대고 소리질렀다. 몇발자국 내짚던 황계광이 불쑥 뒤달려왔다.

《왕아바이, 날 뭘로 아십니까? 산밑엔 골짜기요, 거기엔 물이 있을게 아닙니까?》

《허허 참… 저 우중충한 산이 정방산이라는걸세.》

황계광이 휘파람을 불며 사라졌다.

(얼마나 싹싹하고 명민한 청년인가. 련대에서는 다들 저 젊은이를 좋아하고있다. 그리고보면 중국대륙을 평정하겠다고 수닭들처럼 맞서 싸운 모택동과 장개석의 사람됨들을 알수 있거든. 장개석은 저런 젊은이들을 몰랐기에 대만으로 쫓기운거야. 모주석은 반대로 농민들을 잘 알거든.

그런데 중국사람들이 이 전선에 나와 피를 흘리는건 무엇때문인가. 아까 상감령에서 련대정치위원의 말을 들어보면 류혈이 있었다는 거제도에도 많은 지원군포로병들이 갇혀있다지 않는가. 중국인이 흘린 피가 아직도 모자란단 말인가.

사실 내가 흘리게 하는 피는 그것의 천만분의 일도 안된다. 딸애는 이 모든걸 리해해줄것이다. 그 애는 나의 생명이고 앞날이다.…)

불쑥 사리원쪽에서 차의 불빛이 세번 번쩍이더니 이윽고 발동소리가 가까와온다.

《그》는 나사틀개를 쥔채 기관실덮개에 얼굴을 가리웠으나 온몸이 귀가 되여버렸다.

《그》는 다시 불빛이 비쳐들자 나사틀개로 차체를 세번 두드렸다.

풍차의 멎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가 이쪽으로 저벅저벅 다가왔다.

《차가 고장난지 얼마나 되였소?》

약간 서툰 중어가 들렸다.

《그》는 대답없이 다시 차체를 나사틀개로 세번 두드렸다.

검은 가죽잠바를 입은 허우대 큰 사나이가 다가와 말없이 회색꾸레미를 《그》에게 안겨주었다.

《왕동무, 일이 끝나면 무선기로 알리오.

그러면 당신에게 필요한 운행증을 떼주게 되여있소.》

《…》

《그》가 대답이 없자 정체불명의 사나이는 사나운 눈찌로 쏘아보더니 훌 가버렸다.

풍차가 옆을 지나갈 때에도 《그》는 기관실덮개밑에서 얼굴을 들지 않았다.

매캐한 배기가스가 《그》의 얼굴에 덮쳐들었다.

《그》는 머리를 들고 평양쪽으로 사라져가는 차를 악의에 차서 바라보았다.

(저자들은 누구인가? 뻐젓이 차를 타고 다니는걸 보면 분명 남쪽친구들은 아닌데… 북조선사람들속에도 동업자들이 있는셈인가?

삭주휴양소… 지도를 보면 분명 깊은 산골이다.

그곳은 마침 중국대륙으로 운수차들이 나드는 길목에서 멀지 않다.

이 무선기의 도착은 내가 하루빨리 딸에게로 돌아갈수 있는 안내지령서나 다름없다.

이자들은 왜 그 지역을 노리는가. 시간은 그들이 알려주게 되여있다. 나는 그 휴양소에 침투하여 누가 누구와 함께 있는가를 확인한 후 비행대를 호출하면 그만이다. 그 《누구》라는것은?…

하긴 내가 알바 아니다. 임무를 수행하면 그만이다.)

《그》는 어쩐지 몸이 으시시해왔다.

황계광이 헐떡거리며 달려왔다. 《그》는 기관실을 덮고 돌아섰다.

《왕아바이, 물을 가져왔어요. 야, 물이 얼마나 찬지… 세면부터 해요.》

《됐네.》

《어서요. 아직 성천까진 먼데… 제가 부어드릴가요?》

푸푸거리며 얼굴을 씻는데 찬물에 더운 눈물이 섞여든다.

《그》는 왜 자기의 눈굽에서 이런것이 떨어지는지 알수 없었다. 《그》는 그냥 두손으로 물을 받으며 머리를 짓수그렸다.

(아, 아, 이제는 나도 다 되였구나. 마음이 이렇게 물러진다면 총쥔 손이 떨릴것이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나의 딸애는? 그러면 그 애는 끝장이다. 지어 모주석이래도 구해줄수 없다! 얼마나 악착한자들이라구…)

《그》는 비로소 자기의 가슴에 나약성과 함께 일찌기 느낄수 없었던 무서운 공포감이 깃드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왕아바이, 왜 그러세요? 눈에 티가 들어갔어요?》

《아닐세, 아니야!》

《그》는 허리를 펴고 괴춤에서 수건을 잡아뽑았다.

황계광이 군복앞섶을 열고 작은 병을 꺼내들었다.

《한모금 하세요. 누구에게 말하진 말라요. 이건 내가 인민군부대에 련락갔다가 그곳 간호원누이들에게서 얻은 알콜이예요. 필요할 때 쓰려구요. 몸이 으시시할 땐 제격이래요.》

《그럼 건사해두게. 전투에서 응급처치용으로도 쓸수 있지.》

황계광은 펄쩍 뛰였다.

《아니, 또 있어요. 어서 한모금만!》

《그》는 알콜과 함께 비강을 따라 흘러내리는 덥고 쩝절한것도 들이마셨다.

운수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황계광은 눈이 초롱초롱해가지고 앞을 살피며 싱글거렸다.

 



달리자 달리자 나의 자동차

길아닌 길을 찾아 포탄을 실은 차를…

 

황계광은 신이 나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조선말을 모르는 《그》는 그저 유쾌한 곡조에 끌려들뿐이였다. 어둠이 설펴지기 시작했다. 잠시후 황계광이 문득 입을 열었다.

《에이 기분나빠서…》

《왜?》

《아 글쎄 우리 대대 6중대장동지 말이예요. 전번에 련락임무를 끝내면 전투구분대에 보내준다고 하구선 또 련대로 뽑아버렸거든요.》

《그》는 히죽이 웃었다.

《그거야 임자가 날래고 성실한 모범병사가 돼서 그런게지, 안그래?》

《…》

《왜, 성났나?》

황계광이 피씩 웃었다.

《제가 반동놈들과 싸우며 토지개혁을 하다가 지원군으로 조선에 나올 때 말입니다. 홍군에서 복무하다 부상당해가지고 우리 중강 현마을 당지부 서기를 하는 작은 삼촌이 어머니와 함께 역에까지 나왔댔어요. 굉장했어요. 우리 사천성에서만도 수만명이 탄원했으니까요.

삼촌이 말하더군요. 〈계광아, 사실 조선참전은 중국을 위한 일이야. 문밖에서 적을 치는거니까. 그리고 중국사나이는 의리가 있어야 한다. 조선동지들은 중국혁명을 위해서 피를 많이 흘렸다. 복건성과 저 해남도전투때 나는 그들과 함께 싸웠는데 수십만명의 조선동지들이 전투의 맨 앞장에서 돌격했어. 모택동동지는 우리 중국의 오성홍기에는 김일성장군의 령도를 받는 조선혁명가들의 붉은 피도 깃들어있다고 하셨다. 알겠니?〉

〈명심하겠어요.〉

〈그때 한 조선청년은 우리 돌격조가 나가는 앞길에 저 박격포탄이 우박처럼 떨어지자 산을 에돌아 수류탄묶음을 안고 포진지에 날아들어 자폭했었다. 그날 그 동지가 아니였으면 지금 내가 너와 이렇게 마주 서있지도 못하지.…〉

왕아바이 들으세요?》

《듣네.》

《왕아바인 모주석의 아들이 조선전선에 나왔다가 전사한 소식을 아세요?》

《나두 들었지. 미군의 폭격에 희생됐다더군.》

황계광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는 얼핏 젊은이를 돌아보았다.

《글쎄… 팽덕회사령원동지가 모안영의 시신을 베이징으로 보내려 하자 모주석이 펄쩍 뛰셨대요. 그럼 희생된 지원군병사모두의 령구를 함께 보내라고 말이예요. 이건 사실이예요. 우리 중대장동지가 한 이야기니까요.》

《그》는 심장이 지그시 아파났다.

《참… 도량이 큰 황제이시야.》

《황제라는건?…》

황계광이 머리를 기웃거렸다.

《그저 해보는 소릴세. 그런분이니 큰 중국을 통일한게 아닌가. 확실히 손중산이나 장개석이보다 큰 인물이야.》

《체… 장개석이는 왜 꺼들이면서…》

황계광이 볼부은 소리를 했다.

《어, 내가 실언을 했네. 그놈과 대비하는게 아니지. 허허허…》

《그》는 만시름을 잊고 큰소리로 웃어댔다. 오래간만에 터쳐보는 시원한 웃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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