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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 불멸의 력사 장편소설 번영의 길 제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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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6,924회 작성일 20-02-26 03:11

본문


01.jpg


제 

 

결   단

 

 

1

 

수도의 거리들은 기쁨과 환희로 설레고있었다.

전승경축대회가 성대하게 열렸던 광장과 모란봉기슭을 비롯하여 시내의 곳곳에는 송진 내밴 판자와 생나무냄새가 풍기는 합판으로 야외무대들이 가설되였고 예술인들과 예술소조원들은 전승경축공연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시내의 높고 낮은 산발들과 언덕들에서는 포병들이 전승의 축포를 쏘아 올릴 차비를 하며 가슴들을 들먹이였다.

그 시각, 적들의 폭격으로 동평양쪽 경간 하나가 강물속에 뭉청 내려앉은 대동교로 까만색 승용차한대가 들어서고있었다. 무너져내린 경간에는 림시로 쇠바줄을 늘이고 통나무와 널판자를 깔아서 자동차들이 다니게 하였다. 승용차가 쇠바줄구간에 들어서자 통나무다리는 서서히 아래로 처져 내리기 시작하였다. 이해 여름의 첫 장마로 불어난 강물이 다리아래에서 거품을 뿜어올리며 무섭게 소용돌이치고있었다.

다리를 건느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사품치는 강물을 향해 미끄러져내리는 승용차를 불안에 찬 눈길로 바라보았다.

《좀 조용들 하라구.》

누구인가 성난 목소리로 푼수없이 웃고 떠드는 젊은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승용차가 쇠바줄구간의 중간지점을 넘어서자 아래로 처져내리던 다리는 다시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혀를 찼다.

승용차는 대동교를 건너 정백동을 지나 강남읍으로 가는 큰길에 들어섰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창아래의 손잡이를 잡으시고 무거운 시름에 잠겨계시였다.

지금 그이께서 하셔야 할 일들은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우선 나라에 수립된 전시체제를 새로운 평화적환경에 맞게 개편하는데서 나서는 긴급한 문제들을 처리하셔야 했고 이와 관련한 문화선전사업방향을 제시해주셔야 하였다. 그리고 전쟁승리와 관련하여 평양에 주재하고있은 여러 나라 외교사절들이 올리는 축하의 인사도 받으셔야 하였다.

그러나 전승광장의 그 군중대회장에서 10여만 군중의 끓어넘치는 환호성을 접하셨을 때, 광장변두리에 불에 그슬린 벽체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이전 백화점건물이며 절반나마 무너져내리고 기와장들이 통채로 훌렁 벗겨져 날아난 대동문의 처참한 형체를 보셨을 때, 부러진 전선대들과 헝클어진 전선줄들, 여기저기 나딩구는 콩크리트잔해들을 보셨을 때 그이께서는 그 모든 일보다 더 중요하고 긴급한 일이 자신을 기다리고있다는것을 절감하시였다.

그리하여 그이께서는 오후의 긴장한 일정을 모두 뒤로 미루고 강남요업공장으로 가는 이 길에 오르신것이였다.

불볕에 달아오를데로 달아오른 승용차는 여전히 고르로운 발동소리를 울리며 흙먼지가 풀썩풀썩 이는 도로를 따라 달리고있었다. 전승경축대회에 참가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활기에 찬 모습들도 이제는 모두 뒤로 물러가고 그들의 떠들썩한 말소리도 웃음소리도 더는 들려오지 않았다. 한여름의 폭양이 내려쪼이는 수도 교외는 녹아붙은듯 고요하였다.

승용차는 어느덧 두단섬쪽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가까이 하고있었다.

그이께서는 차가 갈림길목에 이르렀을 때 문득 운전사에게 큰길로 가지 말고 두단섬쪽으로 질러가자고 하시였다.

《수령님, 그 길은 좁고 험해서 승용차가 통과하기 힘들것 같습니다.》

주인홍부관이 고개를 돌리고 그이께 말씀올렸다.

《허허.》

그이께서는 자신의 요구를 선뜻 따르려 하지 않는 주인홍을 탓할 대신에 너그럽게 웃으시였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소년로동으로 잔뼈가 굵어온 주인홍은 나이 한살을 불쿼가지고 인민군대에 입대하였다. 그는 경위대군관들가운데서 나이가 제일 어린축이였다. 게다가 성격이 쾌활하고 눈썰미가 빨랐으며 판단이 예리하고 날파람이 있어 수령님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있었다. 그래서인지 주인홍은 다른 사람이라면 주저하는 문제도 서슴없이 그이께 말씀드리군 하였다.

《통과하기가 힘들면 차를 밀고서라도 가야지. 그래도 안되면 걸어서 가고. 전쟁때를 벌써 잊었나? 강원도에 갔을 때는 이보다도 몇배 더 험한 길을 갔었지. 바지가랭이를 걷어올리고 얼음물을 건느지 않았나.》

주인홍은 더이상 말씀을 드리지 못하였다.

차는 지름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주인홍이 걱정한것이 우연하지 않다는것이 인차 알리였다. 지름길은 대동강동뚝우로 이어졌는데 그 길은 자동차는 고사하고 달구지도 별반 다녀본적이 없는듯 잡초가 길길이 자라고 웅뎅이마다에는 비물이 고여있었다.

문득 왼쪽바퀴가 물웅뎅이에 빠진듯 차가 갑자기 한쪽으로 기울떡 하더니 앞으로 나가지 못하였다. 차는 숨가쁜 발동소리를 지르며 몇번 앞뒤로 용을 쓴다음에야 가까스로 앞으로 빠져나갔다. 그런데 얼마 못가서 다시 오른쪽바퀴가 웅뎅이에 빠졌다. 운전사가 가스답판을 밟자 뒤바퀴가 헛돌면서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하였다.

《앗!》

주인홍의 입에서 불시에 놀람과 불안이 뒤섞인 소리가 새여나왔다. 동뚝밑에서 누런 강물이 소용돌이치고있었다.

《수령님, 이제라도 큰길로 돌아갑시다.》

주인홍이 그이께 다급하게 말씀올리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웃으며 너무 걱정말라고, 용팔(운전사)동무는 이런 길로도 차를 곧잘 몬다고 오히려 주인홍을 위안하여주시였다.

차는 좀처럼 웅뎅이에서 빠져나올줄 몰랐다.

주인홍은 차문을 열고 밖에 나와 차를 밀기 시작하였다. 차는 꽁무니를 휘저으며 용을 쓸 때마다 웅뎅이에서 금시 빠져나올것처럼 우로 솟구쳐 올라서다가도 인차 제자리로 미끄러져내리군 하였다.

어느사이 그이께서 차뒤에 나와계시였다. 뒤따르던 승용차들에서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인 정준택과 그밖의 여러 수행원들이 내려 모두 차에 달라붙었다.

그이께서 차에 다가서시자 수행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말씀드렸다.

《수령님, 그만두십시오. 차는 저희들이 밀겠습니다.》

《허허, 종이장도 맞들면 가볍다는데 힘을 합쳐 밀어봅시다. 자! 하나, 둘, 영차!》

그이께서 구령을 주시였다.

승용차는 몇번 차체를 부르르 떨며 용을 쓰더니 순간적으로 물웅뎅이에서 빠져나왔다.

《정준택동무는 제창 내 차를 타고갑시다.》

그이께서 정준택앞에 차문을 열어주며 말씀하시였다. 하지만 정준택은 머뭇거리며 얼른 차에 오르지 못하였다. 그이께서 차에 올라 다시한번 재촉해서야 정준택은 그이의 옆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차는 다시 동뚝우의 풀덤불속에 희미하게 드러난 오솔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하였다. 《천천히, 천천히 몰라구.》

그이께서 운전사에게 주의를 주시였다. 승용차는 거의나 발동소리를 죽이고 동뚝길로 미끄러져갔다.

굵직한 검정테의 도수높은 안경을 끼고 그이의 옆자리에 앉은 정준택은 착잡한 심정에 잠겨있었다. 정준택은 그이께서 국가계획위원회가 비준에 제기한 전후인민경제복구발전계획을 이미 보셨으리라는것을 조금도 의심치 않았다. 수령님께서 정준택에게 전후인민경제복구발전계획을 세우라고 처음으로 과업을 주신것은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전략적인 일시적후퇴가 끝나고 전쟁의 전환적국면이 마련되던 때였다.

정준택은 처음에 그이의 말씀을 리해조차 못하였다. 그래서 그이께 전쟁이 한창인 때에 전후복구안을 세우라는가고 다시 문의하기까지 하였다.

《전쟁은 어차피 우리의 승리로 끝날터인데 복구계획을 미리미리 세워두는것이 좋습니다.》

수령님께서 웃으며 하신 말씀이였다.

감격과 격동에 휩싸인 정준택은 국가계획위원회의 기본력량을 동원하여 전후복구안작성에 달라붙었다. 이번에 비준에 제기한 전후복구안은 바로 이렇게 마련된것이였다.

정준택은 수령님께서 전승경축대회장주석단에서 내리며 찾으실 때 전후복구안에 대한 무슨 말씀이 계시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그저 강남요업공장으로 같이 나가보자고만 하시였다. 정준택은 그이께서 전승전야에 조업을 앞두고 적들의 폭격으로 몹시 파괴당한 강남요업공장의 복구정형을 시급히 알아보려고 그리로 나가신다고만 생각했다. 그이의 승용차가 큰길을 버리고 동뚝길로 방향을 돌렸을 때에도 정준택은 그이께서 시간이 너무도 급하여 지름길을 잡는것으로만 단정했었다. 그런데 지름길은 큰길로 가느니보다 오히려 시간이 더 걸렸고 게다가 그이께서는 자기를 옆에 앉히고 운전사더러는 오히려 차를 천천히 몰라고 몇번이나 주의를 주시는것이였다.

(무슨 일일가?)

정준택은 영문을 알수 없었다. 차가 흔들리는데도 무릎우에 두손을 포개얹고 단정한 자세로 앉아있던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그이께서 계획문건을 두고 무슨 말씀인가 하시기만을 기다렸다. 복구건설이 시작되고있 지금 그 문건완성이 얼마나 절박한 과제로 나서고있는가를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여전히 한마디 말씀도 하지 않고 차창밖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승용차는 어느덧 두단섬을 옆으로 끼고 달리였다.

《전쟁을 겪었지만 올해 남새작황이 좋소.》

두단섬의 남새포전들을 유심히 살펴보시던 그이께서 말씀을 시작하시였다.

《나는 어렸을 때 자주 쪽배를 타고 이곳 두단섬에 오군 했소. 두단섬에는 고모 한분이 살고있었는데 남새농사를 아주 잘했소. 무더운 여름날 그 집을 찾으면 밭에서 노랗게 익은 참외를 따서 먹으라고 주었지. 애들 주먹만한 작은 참외였는데 달기가 보통이 아니였소. 그때의 참외맛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소.

이전부터 두단섬에서는 오이, 쑥갓을 비롯하여 남새가 잘되였소. 그래서 여기 섬사람들은 대부분 남새농사를 해서 근근히 살아갔소. 두단섬은 확실히 남새농사에 알맞춤하오. 그러니 이곳은 수도시민들을 위한 남새공급기지로서 아주 전망이 좋다고 말할수 있소. 그렇지 않습니까?》

문득 그이께서 정준택을 돌아보며 물으시였다.

《예, 대동강을 끼고있어 수송조건도 유리합니다.》

정준택이 말씀올리였다.

《그러니 우리가 전쟁시기에 큰 벽돌공장을 두단섬에 앉히려다가 원암벌로 옮긴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요. 가만, 저기 보이는것이 당재언덕이 아닙니까?》

그이께서 차창 왼편으로 락타등과 같이 느슨히 물결쳐간 재등을 가리키시였다.

《당재가 옳습니다.》

《큰길쪽에서 볼 때보다 여기 동뚝길에서 보니 당재언덕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있다는것이 알립니다.》

승용차는 운하를 끼고 천천히 움직였다. 그 운하는 일제가 한때 두단섬에다 군수공장을 세우려고 파놓은것이였다. 이곳을 륙지와 차단해서 군사비밀을 지켜보자는 심산에서였다.

승용차는 운하에 놓인 갑문다리를 넘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운하를 주의깊이 내려다보시였다. 운하의 폭이며 물깊이를 가늠해보시는것 같았다.

정준택은 비로소 그이께서 큰길을 버리고 불편한 동뚝길을 잡으신것이 리유없는 일이 아니라는것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그이께서는 강남요업공장의 생산전망문제를 놓고 여러가지로 생각을 기울이시는것이 틀림없었다. 정준택은 전후복구안에서 예견한 강남요업공장의 벽돌생산문제를 놓고 무엇인가 놓친것이 있는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딱히 짐작할수 없었다.

승용차는 갑문다리를 조금 지나 동뚝에 멎어섰다.

《저기 보이는것이 소성로들이 아닙니까?》

차에서 내리신 그이께서는 뙈기밭들이 널리고 잡관목들이 드문드문 자라고있 공지에 일떠선 소성로들을 바라보며 물으시였다.

《예, 소성로들입니다.》

정준택이 그이의 곁에 다가서며 말씀올리였다.

《전번 폭격때 소성로들이 몹시 파괴되였다고 하더니 벌써 다 복구한것 같구만.》

혼자소리로 말씀하시는 그이이 얼굴에 미소가 피여올랐다.

그이께서는 동뚝아래로 내려가시였다. 수행원들이 요업공장쪽으로 뻗은 뒤길이 없는가를 살피였다. 잠시후 공장후문으로 이어진 논뚝길을 찾아내였다. 동뚝에 섰을 때는 시원한 강바람이 스치여 그렇게까지 무더운줄을 몰랐는데 논뚝길에 내려서니 대번에 눅눅한 열기가 숨을 꺽 막히게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앞장에서 논뚝길을 걸으시였다. 그이께서는 닫긴옷상의의 목단추 하나를 터놓으시였다.

해가 서편으로 퍼그나 기울어졌으나 7월의 폭양은 조금도 수그러들줄 몰랐다. 지지는듯한 불볕은 살점을 사정없이 콕콕 배겨드는듯 싶었다.

《수령님, 여기 부채가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사양하지 않고 부채를 받으셨으나 부채질은 하지 않으시였다. 후문을 거쳐 공장에 들어서신 그이께서는 넓은 부지를 차지한 구내를 주의깊이 둘러보시였다.

불을 지핀듯한 소성로들과 건설중에 있는 소성로들이 보였다. 여기저기에 아직 구워내지 못한 벽돌무지들이 쌓여있었다. 메워버린지 얼마 안되는듯 생흙이 드러난 폭탄구뎅이자리들과 깨여진 벽돌쪼각들만이 이 공장도 적들의 폭격을 혹심하게 받았다는것을 상기시켜주고있었다. 멀리 정문쪽에 오색기들이 꽂혀있었고 가설무대가 설치되고있었다. 전승의 명절기분은 여기에서도 느낄수 있었다.

《모두 군중대회장에 갔다가 아직 도착하지 못한것 같습니다.》

정준택이 그이께 말씀올리는데 소성로건설장쪽에서 한사람이 달려왔다. 견장을 뗀 자리가 파랗게 돋보이는 반군복차림의 공장지배인이였다.

《공장을 복구하느라고 수고가 많았습니다.》 그이께서 지배인과 인사를 나누며 말씀하시였다.

《오면서 다시 자세히 보았는데 확실히 여기 원암벌에다 벽돌공장을 건설하기를 잘했습니다. 벽돌을 구워낼수 있는 원토도 그만하면 풍부하다고 말할수 있습니다. 당재언덕의 원토만 가지고도 벽돌을 몇십년은 잘 생산할수 있을것입니다.》

그이께서는 허리에 두손을 얹으시고 만족하신 눈길로 잡관목이 듬성듬성 자라고있 당재언덕을 다시 바라보시였다.

언덕 한쪽 귀퉁이가 조금 허물어져내렸는데 동뚝길에서는 보이지 않던것이였다. 벽돌을 다량생산하려고 원토를 파낸 자리가 분명하였다. 사실 공장구내에는 자연건조시키고있 벽돌더미들이 한벌 뒤덮여있었다. 그것만 보아도 당재언덕의 원토가 얼마나 풍부한가를 넉근히 짐작할수 있었다.

《벽돌을 다량생산하면 운반이 걸릴수 있는데 그것도 륙로는 물론 대동강물길로도 하면 크게 걸릴것이 없습니다. 공장전망이 아주 좋습니다.》

그이께서 지배인과 수원들을 둘러보며 말씀하시였다. 그것은 정준택이 공장지도일군들과 여러차례 공장전망문제를 토론하면서도 미처 타산하지 못한 점들이였다. 하긴 큰길로 하여 공장정문으로만 드나든 정준택이로서는 그 모든 유리한 점들을 다 가려볼수 없었다.

그는 이곳 요업공장의 벽돌생산계획수자를 타산하면서 유리점들을 미처 다 헤아려보지 못하였다는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끼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이번에 비준에 제기한 전후복구안에도 빈구석들이 많을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불안이 처음으로 그의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그 불안은 일단 스며들기 시작하자 그의 심중에서 조금도 떨어질줄 모르고 점점 크게 번져가며 그를 괴롭혔다.

 

한여름의 불볕은 사정없이 내려쪼이였다. 공장남쪽변두리의 조금 둔덕질사한 곳에 버드나무 두그루가 서있었는데 거기서라면 공장일경도 환히 내려다보이고 또 시원한 그늘도 져서 좋을것 같았다. 하지만 수령님께서는 그 쪽이 아니라 그 반대쪽인 소성로쪽으로 걸음을 옮기시였다. 재티가 내려앉은 메마른 땅은 타는듯한 열기를 내뿜고있었다.

《방금 벽돌을 구워낸 로여서 가까이 갈 형편이 못됩니다. 뜨겁습니다.》

지배인이 그이께 말씀올리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벌써 벽돌을 구워냈는가고 반가와하시면서 오히려 걸음을 더 빨리 하여 소성로앞으로 다가가시였다.

문짝을 활짝 열어제낀 소성로안에는 열이 고르롭게 가도록 귀를 맞추어 어긋맞게 쌓아놓은 벽돌이 꽉 차있었다.

그이께서는 허리를 굽히고 로안을 유심히 들여다보시였다. 로안에는 아직도 열이 있다는것이 알리였다. 그때 로안에서 무슨 소리인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그이께서도 들으시였고 수원들도 다 들었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

《누구요?》

지배인이 소리쳤다. 그때 로안의 어둑시그레한 구석쪽에서 키가 큰 퉁투무레한 사람이 벙어리장갑을 낀 손에 벽돌을 들고 환히 웃으며 나왔다. 땀으로 범벅이 되고 재티까지 들쓴 얼굴은 누구인지 인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첫눈에 그를 알아보시였다.

《홍건동무!》

그이께서 거의나 소리치다싶이 부르시였다. 그는 우리 나라의 초대 화학건재공업상인 백홍건이였다.

《수령님!》

백홍건은 벽돌장을 든채 그이께로 달려왔다.

《무슨 일이요? 왜 로속에 들어갔댔소?》

《수령님, 성공입니다. 굴뚝없이 생산한 벽돌입니다.》

백홍건은 손에 든 벽돌을 높이 쳐들며 환성에 가까운 목소리로 웨쳤다.

《그렇소?》

《수령께서 내놓으신 안이 1등으로 당선된 셈입니다.》

《1등이라 허허허.》

그이께서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이곳 강남땅에 벽돌공장부지를 정하고 건설에 착수했을 때 제일 어려운 문제로 나선것이 소성로굴뚝을 쌓는것이였다.

건설자들가운데는 소성로굴뚝을 쌓아본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이께서는 건설자들가운데 경험자가 없다고 실망하지 말고 신문에 현상모집광고 내면 굴뚝쌓기와 관련한 좋은 안이 제기될수 있다고 백홍건에게 조언을 주시였다. 그래서 현상모집을 조직하였는데 별로 신통한 안이 제기되지 않았다. 그이께서도 이 문제를 가지고 여러가지로 모색을 하시다가 백홍건에게 벽돌공장마다 높은 굴뚝을 쌓고 벽돌을 생산하자면 기술적으로도 걸리고 시일도 적지 않게 요구될터이니 굴뚝을 쌓지 말고 배풍기를 놓고 벽돌을 구워내는 방법을 연구해보라고 이르시였다.

이렇게 되여 강남땅에 굴뚝없는 벽돌공장이 일떠서게 되였다.

《소성로구석에 쌓아놓은 벽돌까지 다 검사해보았는데 모두 고르롭게 잘 구워졌습니다. 대성공입니다.》

땀범벅이 된 백홍건의 얼굴에서는 노상 웃음발이 사라질줄 몰랐다.

《굴뚝없이 생산한 벽돌이라 어디 봅시다.》

그이께서 백홍건이 들고있 벽돌을 보자고 하시였다.

백홍건이 벽돌에 뽀얗게 앉은 재티를 털고 벙어리장갑으로 벽돌을 감싼 다음 그이께 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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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하지만 그이께서는 벽돌을 인차 받으려 하지 않고 백홍건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기만 하시였다. 유난히 희맑던 얼굴이 해볕에 타서 검실검실해진데다 검댕이까지 묻고 과로에 몹시 깎이기까지 하여 커다란 눈이 더구나 커보이고 코날도 더 예리해져서 본래의 모습을 찾아보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백홍건은 수령님께서 내놓으신 안이 1등으로 되여 당선되여 마침내 굴뚝없이 벽돌을 생산하게 되였다고 기뻐하지만 그이께서는 몸을 혹사하면서까지 벽돌생산을 위해 심혈을 쏟아부은 그의 수고가 헤아려져 그를 무심히 보실수 없었다.

《얼굴이 몹시 축갔소. 건강에 각별한 관심을 돌려야 하겠소.》

그이께서는 가슴이 저려 안색을 흐리시고 백홍건을 묵묵히 바라보시다가 이윽고 그가 올리는 벽돌을 천천히 받아드시였다.

사실 수령님께서 백홍건의 건강을 두고 특별히 걱정하시는데는 그럴말한 사연이 있었다.

광복직후 처음으로 평북도를 현지지도하시던 김일성동지께서 어느날 동양경금속양시공장에 유능한 화학기술자 한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으셨을 때였다. 그이께서는 지체없이 그를 만나보려고 하시였는데 뜻밖에도 그 기술자가 어떤 반동사건에 가담한 죄로 구류장에 갇혀있다는것이였다.

그이께서는 단념하지 않으시고 평양으로 나가던 길에 양시에 들려 구류장에 갇힌 기술자를 직접 만나보기로 하시였다. 그가 바로 백홍건이였다.

뼈대가 굵어보이는 큰 키에 수염이 더부룩하고 옷주제가 말이 아닌 백홍건은 수령님앞에서 어찌할바를 몰라했다.

《앉소, 앉아서 이야기해봅시다.》

그이께서는 자신의 앞에 놓인 의자를 백홍건에게 권하시였다. 그래도 백홍건이 의자에 앉으려 하지 않자 수원들이 그를 부축하여 앉혔다.

《그래 동무의 죄가 무엇입니까?》

그이께서 백홍건에게 물으시였다.

《저는… 저는 반동입니다.》

《반동?》

《예.》

백홍건은 괴로움을 참기 힘든듯 불시에 두손으로 가슴을 움켜잡더니 기침을 쿨럭쿨럭하였다.

《반동으로 된 근거는 뭡니까?》

《공장의 귀중한 재산들을 도난당했습니다. 며칠전에는 창고에 화재까지 났습니다.》

《그걸 모두 동무가 책임져야 합니까?》

《저는 공장운영위원회 위원장입니다.》

《그럼 다음 근거는 뭡니까?》

그이께서는 백홍건의《죄》를 이미 료해하고계시였으나 다시 물으시였다.

《저는… 저는 기사입니다. 일본놈들의 손발노릇을 해온…》

백홍건은 말을 채 맺지 못하였다. 다시 기침을 하기 시작하였던것이다. 터져나오는 기침을 참으려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안깐 힘을 썼으나 소용이 없었다. 기침은 걷잡을수 없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 구레나룻이 덮인 얼굴은 상혈이 되고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걱정어린 눈으로 앞에 앉은 기술자를 묵묵히 바라보시자 백홍건을 잘 알고있는 한 일군이 페가 나빠져서 기침을 한다고 말씀올렸다.

《페가? 왜 나빠졌습니까?》

《저의 불찰입니다. 먹고 살기 위해 할수 없이… 일본놈들이 강요하는 유독성실험을 했습니다.》

더듬거리며 간신히 말을 마친 백홍건은 가슴을 부여잡고 또다시 기침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이의 안색이 침통하게 흐려졌다. 그이께서는 더는 재촉하지 않고 그의 기침이 멎을 때까지 기다리시였다. 그리고는 한번도 중단하지 않고 그의 말을 끝까지 다 들어주시였다. 그것은 식민지지식인이 겪지 않으면 안되였던 원한에 사무친 이야기였다.

…당시 백홍건이 일하던 실험실에서는 여러가지 실험들을 하였다. 거기에는 인체에 해로운 실험도 있었다. 일본놈들은 유해로운 실험은 꼭 조선사람인 백홍건에게 맡기였다. 처음에는 항거도 해보았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패전을 눈앞에 둔 태평양전쟁말기의 분위기는 몹시 살벌하였다. 경찰서에서는 백홍건에게 《불온분자》의 딱지를 붙이고 취조까지 들이대였다.

백홍건은 실험대에서 타오르는 진황색연기가 자기의 페를 사정없이 침식하고 간부위를 손상시킨다는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그 실험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백홍건은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도 기침을 하고 기침이 멎으면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이께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에 다가가시였다. 그리고는 오래동안 뒤짐을 지고 말없이 서계시였다.

백홍건이 또다시 기침을 하였다. 온몸을 비틀어짜는듯 한 기침소리는 듣는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훑어내리였다. 그이께서는 더는 참을수 없는듯 천천히 돌아서시였다. 백홍건에게로 한걸음한걸음 다가서시는 그이의 두눈에 물기가 핑 서리였다.

《그렇게, 그렇게 혹사당하고도… 놈들에게서 그런 모욕과 차별을 강요당하고서도 반동이라고…》

그이의 목소리는 갈리였다.

《장군님!》

불시에 백홍건이 고개를 푹 떨구며 눈물을 쏟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모진 아픔을 참기 힘든듯 백홍건의 물결치는 잔등을 두손으로 쓰다듬으며 오래도록 말없이 한자리에 서계시였다.

《동무는 치료를 받아야 합나다. 이제 당장 나와 같이 평양으로 갑시다.》

순간 백홍건이 갑자기 제정신이 든듯 와뜰 놀라며 그이의 곁에서 황황히 물러섰다.

《안됩니다, 안됩니다.》

백홍건은 절망적으로 손을 내저었다.

《그건 무슨 소리요? 시간이 급합니다. 빨리 내 차에 오르시오.》

《용서하십시오. 그것만은… 장군님!》

《왜 안된다는거요?》

《저를 가까이 하면 해- 해롭습니다.… 저는 페를 상한 몸입니다.》

《페를 상했다구? 페를 상했으면 어떻단 말이요?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마오!》

불시에 그이의 노한 목소리가 쩡 울리였다. 백홍건은 어쩌지 못하고 안타까이 울기만 하였다.

《이 동무를 내 차에 태우시오.》

그이의 단호한 말씀을 누구도 막을수 없었다.

백홍건은 그이의 세심한 보살핌속에 1년이상의 치료를 받았다. 건강이 회복되자 그이께서는 그를 산업국 화학공업처장으로, 산업성 관리국장으로 체계적으로 키워주시였고 전쟁시기 화학건재공업성이 새로 나오자 상으로 임명하여주시였다.

화학전문가인 그는 실상 건재공업에 대해서는 별반 아는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이께서 전후복구건설을 위하여 강남땅에 벽돌공장을 세워야 하겠다고 말씀하시자 아무런 조건도 대지 않고 한마디 《예.》 하고 대답했을뿐이였다.

깊은 감회에 잠기시였던 수령님께서는 백홍건에게서 받은 벽돌을 수원들앞에 높이 들어보이시였다.

《동무들, 보시오. 이것이 이 동무들이 생산한 첫 벽돌입니다.》

벽돌은 수원들의 손에서 손으로 넘어갔다.

《이런 벽돌을 1년에 얼마씩 생산할것으로 계획을 잡았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백홍건에게 물으시였다.

《7∼8천만매입니다.》

《7∼8천만매라…》

그이께서 백홍건의 말을 받아외우며 생각에 잠기시였다.

백홍건은 그 수자가 그이께 만족을 드리지 못하였다는것을 깨달았다. 사실 그 자신도 그 수자에 만족을 가지지 못하였다. 그래서 국가계획위원회에 몇번 제기했으나 정준택은 설비도 자금도 다 걸리니 당분간 그대로 두고 참자고 하였다.

그이께서는 다시 백홍건으로부터 소성로 1기당 벽돌생산량을 료해하시였다.

《광복직후 종합대학교사를 하나 짓는데 벽돌이 얼마 들었는지 압니까? 300만매 들었습니다. 그때로서는 크게 마음을 먹고 지은 건물이지만 지금 보면 그렇게 크다고 볼수 없습니다.》

백홍건은 자기들이 타산한 7∼8천만매의 벽돌로 김일성종합대학 교사만 한 크기의 건물을 짓는다면 얼마 지을수 있는가 하는것을 재빨리 계산해보았다. 백홍건은 그 수자가 너무도 적은데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7∼8천만매는 확실히 적습니다. 소극적입니다.》

그이께서는 서운한 표정으로 백홍건을 바라보시였다. 어찌하여 벽돌생산수자를 그렇게 소극적으로 잡지 않으면 안되였는가,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가 물으시는것만 같았다.

백홍건은 이미전에 그 수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국가계획위원회에 몇번 제기했지만 접수되지 않은데 대하여 그이께 말씀드릴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할수도 없었다. 그것은 책임회피나 다름없었기때문이였다. 자책과 후회에 휩싸인 백홍건은 그이께 무슨 말씀을 드렸으면 좋을지 몰랐다.

《여기다 소성로를 몇개나 건설할것으로 타산하였습니까?》

그이께서 다시 물으시였다.

《5기입니다.》

《5기, 그러니 7∼8천만매에서 어떻게 벗어나겠습니까?》

그이께서는 몹시 아쉬워하며 무겁게 걸음을 옮기시였다. 백홍건은 그이께 실망을 안겨드렸다는 자책으로 몹시 괴로왔다. 이제라도 사실그대로를 보고드려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정준택이 그이의 앞으로 한걸음 나섰다.

《저희들이 계획을 세우면서 소극성을 범한것 같습니다. 사실 여기 원암벌에 5기의 소성로를 일떠세워 한해에 7∼8천만매의 벽돌을 생산할것으로 목표를 세운것은 저희들입니다.》

언제나 사색에 잠긴듯 한 표정인 정준택의 얼굴에 심각한 자책의 빛이 어리고 목소리는 조금 떨리였다. 한편 백홍건은 한순간이나마 책임문제를 가지고 저울질을 한 자신을 돌이켜보며 얼굴을 붉히였다.

《우리는 짧은 기간내에 가장 현대적이고 웅장한 수도를 일떠세우자고 합니다. 토굴속에서 나오지 못한 수도시민들에게 하루빨리 현대적인 고층아빠트들을 지어주어야 하고 동시에 학교, 병원, 극장 등도 건설해야 합니다.》 그이께서 모두를 둘러보며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여기 원암벌에 10기의 소성로를 일떠세워 적어도 벽돌생산량을 1억매이상으로 돌파하여야 합니다.》

《사실 당재언덕의 원토만 가지고도 수십억매의 벽돌을 능히 생산할수 있습니다.》

지배인이 그이께 자신있는 어조로 말씀을 드리였다.

《옳습니다.》 그이께서 인차 공감을 표시하시였다. 《방금 나도 동뚝길로 오면서 당재언덕을 보고 그렇게 타산했습니다. 여기 강남요업공장에서 1억매의 벽돌을 생산하자면 소성로를 더많이 건설하여야 합니다. 국가계획위원회에서는 여기 원암벌에 소성로 10기를 건설하는것으로 안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내생각에는 소성로 10기가운데서 5기는 자동차로 벽돌을 나를수 있게 벌판에 세우고 나머지 5기는 대동강물길과 운하를 리용하기 편리하도록 제방뚝옆에 세우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우리 함께 가서 맞춤한 자리를 잡아봅시다.》

이렇게 말씀하신 그이께서는 정준택과 백홍건, 지배인을 데리고 동뚝길로 오시며 이미 보아두신 소성로건설자리로 가시였다.

정준택은 고개를 무겁게 떨군채 그이의 뒤를 말없이 따랐다.

그이께서 동뚝가까이에 새로 건설할 소성로자리들을 일일이 잡아주셨을 때에는 벌써 저녁노을이 대동강반을 붉게 물들이고있었다.

《이렇게 하면 여기 강남에서만도 1억매의 벽돌을 생산할수 있을것입니다. 그러면 전국적으로 한해에 적어도 5억매의 벽돌생산수준을 돌파할수 있습니다. 5억매! 어떻습니까? 이렇게 보면 전국적으로 한해에 벽돌을 4억매 생산할것으로 계획을 잡은것은 너무 적다는것이 알리지 않습니까?》

그이께서 정준택을 돌아보며 물으시였다.

《예, 4억매는 확실히 적습니다.》

정준택은 얼굴을 붉히며 꺼져드는 목소리로 대답을 올리였다. 그가 이번에 그이께 올린 전후복구안에서 명년도의 전국적인 벽돌생산량을 크게 마음먹고 잡았다는것이 고작 4억매였던것이다.

《이런 결함을 다른 부문의 계획을 잡는데서도 나타났습니다. 전후복구안을 다시 검토하여보고 좀 더 대담하게, 통이 크게 세워야 하겠습니다. 특히 중공업부문에 힘을 넣어야 하겠습니다.》

정준택은 비준에 제기한 전후복구안이 부결되였다는것을 알아차렸다.

《계획을 다시 짜보겠습니다. 여기 요업공장의 벽돌생산량을 잡으면서도 유리한 점들을 다 타산하지 못하였습니다. 과학적이면서도 대담한 계획을 세우겠습니다.》

정준택이 결연한 어조로 말씀드리였다.

《그렇게 하시오. 그러니 오늘 우리가 고생은 좀 했어도 동뚝길로 오기를 잘했습니다.》

그이께서 환히 웃으며 말씀하시였다.

동뚝길! 이 한마디의 말씀이 각별한 의미를 띠고 정준택의 뇌리를 쳤다.

시간은 흘렀다.

주인홍은 자주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수령님, 돌아가실 시간이 되였습니다.》

주인홍이 그이께 말씀올리였으나 그이께서는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하시였다. 불볕에 차체가 불덩어리처럼 달아오른 승용차가 저앞에서 떠날 시간을 재촉하며 부릉부릉 가벼운 배기가스를 내뿜고있었다. 주인홍은 그이께서 어서 빨리 차에 오르시기를 기다리며 차문손잡이를 쥔채 초조하게 서있었다.

노을이 스러지고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자 멀리 수도의 불빛이 대동강물결에 아롱지어 류달리 그윽하게 비껴들었다.

《이제껏 불빛 한점 볼수 없었는데 오늘은 저렇게 불빛바다가 펼쳐졌습니다.》

지배인이 저으기 감격에 젖은 목소리로 말씀을 올리였다.

《전쟁때야 집집마다 차광막을 치고 살지 않았습니까.》

그이께서는 한동안 수도의 야경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시였다.

《수도시민들은 이 순간에도 이곳 강남땅을 바라볼수 있습니다. 수도복구에 절실히 필요한 벽돌을 생산하고있는 이 공장을 말입니다.》

그이의 얼굴에 지금까지 볼수 없었던 신심과 확신에 넘친 밝은 미소가 어리였다.

《영웅도시 평양시를 일떠세우기 위하여 이 공장이 밤낮으로 들끓고있다는것을 우리 인민들에게 보여주어 신심을 돋구어줍시다. 공장에다 많은 전등을 가설하여 그 불빛이 밤에도 수도를 향해 비치게 하는것이 좋습니다.》

어깨가 쩍 벌어진 지배인은 두손을 바지혼솔에 딱 붙이고 《알았습니다.》라고 힘차게 대답올렸다.

《백홍건동무, 다시 말하지만 몸을 돌보며 일해야 하겠소. 복구전설을 하루이틀에 다 하는거야 아니지 않소.》

김일성동지께서는 백홍건에게 이런 당부를 다시금 하시고나서 비로소 활달한 걸음걸이로 승용차에로 다가가시였다.

승용차는 공장을 떠났다. 대동교가 바라보이는 동뚝길에 이르렀을 때 그이께서는 차에서 내리시였다. 뒤따르던 승용차들이 차례차례 멈춰섰다.

그이께서는 아무 말씀도 없이 동뚝에 서계시였다. 발아래에서는 대동강물이 철썩거리고 강가의 버드나무와 백양나무숲을 스치는 시원한 강바람이 그이의 옷자락을 날리였다. 방금까지 다투어가며 맹렬하게 울어대던 풀벌레들의 울음소리도 일시에 딱 멎고 바람소리, 물소리도 숨을 죽인듯 싶었다.

바로 그순간이였다.

《꽈다당!》

지축을 뒤흔들며 수도의 여기저기에서 일시에 포성이 높이 울리였다.

《수령님! 축포입니다.》

주인홍이 어린 아이처럼 환성을 질렀다.

《그렇소. 축포요, 승리의 축포!》

그이께서는 축포가 오르는 수도의 하늘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축포는 포연이 하루도 가실 날이 없던 평양의 하늘을 촘촘히 누비며 거리와 광장들에, 춤추며 노래부르는 시민들의 머리에 무수한 꽃보라를 뿌리였다.

또다시 지축을 뒤흔들며 포성이 높이 울리고 하늘에서는 꽃보라가 날리였다.

정준택은 무엇이라 이름할수 없는 숭엄하고도 경건한 심정에 휩싸였다.

전승의 축포가 오르는 이 밤 명절을 즐기고 축하의 꽃다발을 받으셔야 할 수령님께서 풀덤불이 무성한 동뚝길에서 축포의 아름다운 꽃보라를 바라보시는것으로 그 모든 기쁨을 대신한다고 생각하니 정준택은 마음속으로 걷잡을수 없이 뜨거운것이 치밀어오름을 억제할수 없었다. 그럴수록 전후복구안작성에서 소극성을 범한 자신이 저주롭기만 하였다.

축포의 꽃보라는 여전히 하늘높이 떠오르고 떠올랐다가는 오색이 령롱한 꽃테프로 흘러내리며 대동강반을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물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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