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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길 제1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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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6,447회 작성일 20-03-0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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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택이 3층에서 1층으로 달려내려갔을 때 김일성동지께서는 승용차에서 내려 중앙현관앞으로 걸어오고계시였다. 주인홍이 옆에서 우산을 펼쳐드리였으나 아마직양복을 입으신 그이의 한쪽 어깨에는 비물자국이 나있었다.

《청사를 돌아보자고 왔습니다. 이 청사는 수도에서도 가장 잘보이는 높은 곳에 자리잡고있는것만큼 선참으로 복구하여야 합니다.》

그이께서는 정준택이 올리는 인사를 받으며 말씀하시였다.

《수령님께서 전번 감북산갱도에 오시였을 때 빨리 본래 청사로 나가라고 하셔서 지붕공사만 대충하고 이사를 했습니다.》

정준택이 말씀올렸다.

《잘 했습니다. 계획일군들이란 원래 밤을 패는 사람들인데 갱도가 좋지 않습니다. 요즘은 장마철이여서 갱도에 습기도 많을것입니다.》

그이께서는 문득 현관앞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그리고는 3층으로 된 청사를 유심히 쳐다보시였다. 대부분 유리와 합판을 섞어서 댄 창문들이고 더러는 창틀이 부서지고 벽체가 무너져내려 창문조차 달지 못하고있었다.

정준택은 그이께 아직 폭격흔적을 가시지 못한 청사를 그대로 보여드리는것이 더없이 송구스러웠다.

그이께서는 아무말씀없이 현관문을 거쳐 1층복도에 들어서시였다. 복도의 넓은 세멘바닥도 많이 깨져서 맨땅이 드러난 곳이 적지 않았고 복도벽에는 기총탄자국과 파편자국들이 숭숭 나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콩크리트계단은 뭉청 내려앉아 없어지고 그대신 림시로 나무계단을 했는데 볼품이 없었다.

그이께서는 찌국거리는 나무계단을 밟고 2층에 올라 방들을 차례로 돌아보시였다. 수판알을 튀기며 계획작성에 여념이 없던 직원들은 뜻밖에 수령님을 뵙게 되자 어쩔바를 몰라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2층을 다 돌아보고 3층에 올라 위원장방부터 들려보시였다.

《해가 잘 드는것은 좋은데 왜정때 건물이다보니 방이 좁습니다. 나라사정이 허락되면 앞으로 국가계획위원회청사를 모란봉기슭에 하나 잘 지읍시다. 그러나 지금은 이 청사부터 빨리 복구해야 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방을 천천히 돌아보고 정준택에게 말씀하시였다.

《자체로 정무원돌격대를 인차 조직하겠습니다.》

《그만두시오. 여기 정무원들은 계획사업 한가지만 보는데도 바빠서 밤을 새우는데 언제 청사를 복구할 짬이 있겠습니까. 청사복구는 내가 맡아해줄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사실 계획일군들의 수고가 많습니다. 이번에 경공업과 농업부문의 계획을 보았는데 아주 잘 되였습니다. 물론 좀 더 심화시킬 부문이 전혀 없는것은 아니지만 그만하면 완성되였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매우 만족해하시였다. 분에 넘친 치하를 받은 정준택은 두손을 맞잡고 황송스러워 하였다. 오직 한사람 정준택의 뒤에 선 한윤호만은 고개를 떨군채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있었다. 자기가 맡은 중공업부문 복구안은 아직도 완성되지 못하였던것이다.

《방대한 복구계획을 제대로 세운다는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전쟁때부터 꾸준히 준비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찌할번 했습니까.》

《중공업부문은 아직 완성하지 못하였습니다.》

정준택이 치하만 받을수 없다고 생각했던지 그이께 말씀드렸다.

《중공업부문은 어느 부문보다 혹심하게 파괴되고 복구자금도 많이 드는것만큼 그럴수 있습니다. 계획작성에서 제기되는것이 있으면 말하시오.》

정준택은 고무해주시는듯 한 그이의 따뜻한 눈길을 감촉하자 지금까지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있는 문제를 말씀드리기로 결심하였다.

《수령님, 공작기계생산문제인데 희천공작기계공장에서는 래년부터라도 한쪽으로 공작기계를 생산하면서 건설도 계속하여 3개년계획기간에 완공하는것으로 타산하려고 합니다.》

《잘했습니다.》

그이께서 대뜸 지지해주시였다.

《그리고 수령님께서 말씀하신대로 구성에다 공작기계공장 하나를 더 차려놓으려고 합니다.》

정준택은 이렇게 서두를 떼고 그가 가장 우려하는 구성공작기계공장의 방대한 규모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시작하였다.

그이께서는 정준택의 말을 주의깊게 들으시였다.

보고를 마친 정준택은 그이께서 자금을 타산하지 않고 너무 욕심을 부린다고 말씀이 계실것 같아 조마조마하였다.

그이께서는 정준택의 보고를 거듭 새겨보시는듯 한동안 말씀이 없으시였다. 이윽고 그이께서는 정준택을 돌아보시였다.

《대담하게 잘 설계했습니다.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제기하시오. 공작기계는 기계를 만드는 어머니기계인것만큼 돈을 아낄 필요가 없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환히 웃으며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말씀하시였다.

한윤호와 빈번히 마찰을 일으키면서 마지막까지 고충으로 남아있던 문제가 일시에 풀리는데 신심을 가진 정준택은 2∼3일안으로 중공업부문 복구안도 완성하여 비준에 제기하겠다고 말씀을 올렸다.

《그렇게 하시오. 그러되 너무 무리하지는 마시오. 계획일군들은 나라의 귀중한 보배들인데 건강을 돌봐야 합니다. 내가 식량과 부식물값을 보내주도록 해당 부문에 지시할테니 밤새우며 일하는 동무들에게 더운 밥에 따끈한 국을 끓여주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전쟁때 갱도에서 늘 밤을 지새며 건강을 혹사한 동무들이 아닙니까. 청사 가까이에 정무원사택도 지어주어야 하겠습니다. 직장에서 아무리 식사를 잘해준다고 해도 집에서 더운 밥을 먹는것만이야 하겠습니까.》

정준택은 말씀을 올릴 때마다 그이께서 귀중한 복구자금을 뭉청뭉청 떼주며 동의를 주시는데 용기를 얻고 지금까지 기회만 오기를 기다리던 다른 또 하나의 문제를 말씀드려 비준받기로 결심하였다. 그것은 수령님의 집무실과 저택복구문제였다.

내각사무국에서 후방관리사업을 맡아보고있는 로장윤은 며칠전에 정준택을 찾아와 김일성동지께서 정전이 된지도 퍼그나 날자가 지나간 지금에도 여전히 룡흥리골안의 협착한 단층집무실에서 일을 보시고 멀리 수도교외에서 출근하시는것을 여간 안타까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이의 집무실이 자리잡을 내각사무국과 저택의 복구도면을 사업과 생활에 편리하도록 구조를 조금 변경시켜가지고 그이께 올리였다.

그런데 그이께서는 사무실과 집은 원상대로만 복구하면 된다고 하시면서 종시 도면들은 비준해주지 않으시였다. 그리하여 수도복구가 본격적으로 벌어지고있는 이즈음에도 내각사무국과 저택복구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있다는것이였다.

《내힘으로는 어쩔수 없으니 위원장동지만 믿습니다. 평양시복구건설문제를 합의할 때 꼭 그 도면들을 비준받아주십시오. 하루가 급합니다.》

로장윤이 거듭 당부한 말이였다.

정준택은 지체없이 그 도면들을 둘둘 말아가지고 방금 방을 나서신 그이의 뒤를 따라갔다.

《가만, 여기는 왜 합판으로 막았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복도를 지나다가 걸음을 멈추고 물으시였다.

《직탄을 맞아 복도가 무너졌습니다.》

정준택이 말씀올렸다.

《봅시다.》

그이께서 복도를 막은 간벽에 문이 난것을 보고 그것을 열려고 하시자 주인홍이 앞으로 달려나왔다.

《수령님, 나가실수 없습니다.》

주인홍이 그이의 앞을 막아섰다.

《허허허.》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대낮에 추락사고가 날가봐 그러나? 괜찮아 문이 있는데 열고 나가보자구. 어느정도 파괴되였는가 알아봐야 복구대책도 세울게 아닌가.》

그이께서는 량해를 구하듯 말씀하며 주인홍을 가볍게 옆으로 밀어놓으시였다.

《그문은 청사를 복구할 때 쓰려고 낸것입니다. 지금은 쓸수 없습니다.》

정준택이 말씀올리였다.

《하여튼 열어봅시다.》

그이께서 간벽에 난 문을 여시였다. 그러자 벼랑앞에 섰을 때처럼 찬공기가 복도로 휩쓸어들었다. 정준택도 찬바람을 맞자 몸을 오싹 떨었다. 눈앞에 펼쳐진것은 더구나 참혹하였다. 3층청사가 지붕으로부터 맨 아래층에 이르기까지 허궁 무너져 내려앉았는데 밑바닥에는 부서진 콩크리트쪼각들도 보이지 않고 커다란 폭탄구뎅이만 입을 쩍 벌리고있었다. 여기저기 철근에 매달린 콩크리트쪼각들이 고드름처럼 드리워있었다.

《앞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뒤에 돌아와보니 청사가 몹시 파괴되였다는것이 알립니다.》

그이께서는 침통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청사를 빨리 복구해야 하겠습니다. 이곳은 지대가 높기때문에 시민들이 모두 쳐다봅니다.》

정준택은 그이께서 이렇게 말씀하며 어느사이에 문턱을 넘으시였고 자신들도 그이의 뒤를 따라 나섰는지 알지 못했다.

주인홍이 내려앉은 복도끝에 다가서서 앞을 막고있었다.

여기서는 평천리와 보통벌, 서평양일대가 한눈에 굽어보였다.

《평천리에는 금속건구공장과 부재공장을 건설해야 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평천리쪽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씀하시고 보통벌쪽으로 눈길을 옮기시였다.

절반나마 허물어진 보통문을 지나 나루배가 오고가는 보통강너머에는 논벼가 꽉 들어찬 보통벌이 펼쳐져있었다. 다시 보통벌을 지나면 야산과 언덕들에 반토굴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것이 가물가물 보였다.

《앞으로 저 보통벌은 주택지구로 전변시켜야 하겠습니다. 왜정때 보통강이 범람하여 보통벌이 늘 물에 잠기군 하였는데 이제 거기다 현대적인 락원의 거리를 일떠세웁시다. 그리고 저 보통문도 빨리 복구해야 하겠습니다. 미국놈들이 문화유적도 파괴한것을 보면 야만은 야만입니다.》

그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청사 가까이로 시선을 옮기시였다. 정준택은 저택과 내각사무국청사 복구도면들을 보여드릴 시각이 각일각 가까와옴을 느끼며 가슴을 조였다.

여러가지 나무들이 빽빽이 자라고있는 그곳에 저택지붕이 뾰조름히 솟아오른것이 여기 뭉청 내려앉은 복도끝에서도 똑똑히 보였다. 그러나 가까이 가보면 그집도 지붕만 간신히 남아있을뿐 여느 집들과 마찬가지로 내부는 형편없이 파괴되여있었다.

저택에서 이쪽으로 눈길을 옮기면 인차 내각사무국청사가 지척에 바라보였다. 지붕은 보이지 않고 지붕을 얹어놓고있던 철골트라스들이 꼬이고 뒤틀린채 반나마 무너진 벽체밖에 드리워져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 저택과 내각사무국청사복구문제와 관련하여 말씀이 계시리라고 생각하고있는 정준택은 그 시각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며 긴장하게 서있었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스치듯 그 두 건물을 바라보시고는 이내 눈길을 서평양쪽으로 옮기시였다. 모처럼 마련된 절호의 기회를 놓칠수 없다고 생각한 정준택은 잔기침을 하며 그이의 앞으로 한걸음 나섰다.

《수령님.》

정준택은 힘들게 말을 떼고 옆구리에 끼였던 도면말이를 앞으로 꺼내들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이께서는 갑자기 신중해진 정준택을 돌아보시고 이상하다는듯이 그의 얼굴에서 눈길을 떼지 않으시였다.

《한가지 협의해주실 문제가 있어 그럽니다. 저앞에 바라보이는 저택과 내각사무국청사복구문제인데…》

《그 문제는 이미 결론해주지 않았습니까. 원상대로 복구하라고…》

그이께서는 다시 서평양쪽으로 눈길을 돌리시였다.

《서평양쪽에 목재공장을 하나 앉혀야겠습니다. 내가 그 공장을 어디에 배치하는것이 좋겠는가 하고 그동안 여러군데 돌아다니며 보았는데 아무래도 서평양쪽이 맞춤할것 같습니다. 운반조건도 좋고 부지도 그만하면 괜찮고… 그리고 그쪽에 목재공장과 함께 석재공장도 배치하여야 하겠습니다. 이제 수도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목재와 석재에 대한 수요가 대단할것입니다. 시건설에 필요한 공장들을 건설하도록 계획화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또 있습니까?》

그이께서 다시 정준택을 찬찬히 바라보시였다.

《아까 말씀드린 내각청사복구문제입니다. 이번에 복구할 때는 일부 내부구조를 변경시키려고 합니다. 여기에 도면이 있습니다. 봐주십시오.》

정준택은 무작정 그이의 앞에 내각사무국청사복구도면을 펼쳐드렸다.

《로장윤동무가 그런것을 들고다니기에 비판해주었는데 이젠 정동무까지 그럽니까? 안됩니다. 동무들이 내 사무실가까이에 면담실이요 회담실이요 하는것을 두려고 하는것 같은데 그런것은 당장 없어도 일없습니다. 널직한 사무실에서 면담도 하고 회담도 하고 그러면 되지 않습나까. 틀이나 차리고 앉아있을 때가 아닙니다.》

그이께서는 도면은 보지도 않고 엄하게 말씀하시였다. 하지만 정준택은 오래도록 이런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고있던 사람이라 쉽사리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내부구조를 변동시킨다고 하여 자재와 자금이 별로 더 들것은 없습니다. 허락해주십시오.》

《그래도 허용할수 없습니다. 말이 났을 때 이야기하는데 우리 집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압니다. 일부 무너진 벽체를 다시 쌓고 지붕은 비새는 곳만 수리하고 그대로 둬두어도 일없습니다. 절대로 우정 일감을 만들어 일판을 벌려놓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수령님, 수령님께서는 저희들에게 원상대로 복구할것이 아니라 크고 웅장하게 복구하라고 늘 일깨워주시지 않았습니까. 저택과 사무국청사도 원상대로만 복구할수 없습니다. 허락해주십시오.》

정준택의 간청에 그이께서는 잠시 아무말씀도 하지 않으시였다. 언제한번 목소리를 높여본 일이 없고 그이께서 말씀시면 그저 《알았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만 대답하던 정준택이였다.

설사 그이께서 하시는 말씀에 반드시 의견을 올려야 할것이 있다 해도 그자리에서 경솔하게 말씀올리지 않고 일단 돌아가서 그 말씀의 진수가 무엇인가를 깊이 파악하고 집행하기 위한 대책까지 타산해본 다음 자기의 의견을 말씀드리는 정준택이였다. 하기에 그이께서는 정준택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시고 그 의견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 해도 너그럽게 받아들이군 하시였다. 그이께서 사랑하시는 정준택은 바로 이런 사람이였다. 이러한 정준택이 그이께서 하시는 말씀을 전혀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뿐아니라 그자리에서 의견을 올리며 한걸음도 물러서려고 하지 않는것은 참으로 의미심장한 문제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시고 한동안 말없이 서계시다가 천천히 돌아서서 성한 복도에 들어서시였다. 정숙이 깃든 청사에 그이께서 옮겨놓으시는 무거운 발자국소리만이 들려왔다.

정준택은 자기가 올린 말씀이 그이께 큰 걱정거리로 되였다는것을 깨달았다. 그는 몹시도 괴로왔다. 정준택은 도면말이를 가슴에 붙안은채 머리를 수그리고 그이의 뒤를 따랐다. 그이께서는 여전히 무거운 걸음으로 3층에서 1층까지 내려오시였다.

《정동무!》

문득 그이께서 정준택을 돌아보시였다.

정준택은 머리를 들었다. 그이의 한없이 인자하신 눈길, 그러면서도 시름과 걱정이 어려있는듯한 눈길이 자기를 지켜보고있었다.

《내가 동무들의 심정을 모르는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이 어떤 때입니까? 한푼의 자금도 쪼개서 쓸 때가 아닙니까. 돈이란 쓸데 안써도 안되지만 안쓸데 써서는 더우기 안됩니다. 참읍시다. 어떻습니까?》

김일성동지께서는 거의나 사정하듯이 말씀하시였다. 그이께서는 천천히 돌아서시여 다시 몇발자국 옮기시였다. 주인홍이 열어놓고있는 현관문은 바로 지척이였다. 이제 그이께서 현관문을 나서시면 그이의 집무실과 저택복구문제를 토의할 절호의 기회는 영영 잃어버리고 만다. 모두가 이것을 느끼였다.

《수령님!》

가늘게 떨리는 낮은 목소리가 다시금 울리였다. 안타까이 간청하는 그 목소리는 1층복도의 넓은 공간을 꽉 채우며 사람들의 가슴속으로 뜨겁게 흘러들었다. 무엇이라고 말할수 없는 안타까움과 절박성으로 하여 사람들은 모두 걸음을 멈추었다. 그이께서도 멈추어서시였다. 그이께서는 정준택의 눈굽에 물기가 핑그르르 도는것을 보시였다.

《수령님, 허락해주십시오. 나라사정이 아무리 어렵다 한들 저택과 집무실의 구조를 조금 고칠 세멘과 벽돌이 없겠습니까? 그럴수 없습니다....

정준택은 갑자기 눈물이 콱 쏟아져 더 말을 잇지 못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언제한번 새집에서 가정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생활해본적이 없으시였다. 항일무장투쟁시기에는 하늘을 지붕삼아 풍찬로숙하시였고 조국이 광복된 이후에는 이날 이때까지 여러번 집을 옮기시였으나 단 한번도 새로지은 집에 드신적은 없었다. 이미 쓰던 집을 대충 수리하고 드는것으로 그이께서는 언제나 만족이시였다. 공화국이 창건된 이후 그이께서 처음으로 외국방문을 하시게 되였을 때 일군들이 그이의 저택집무실에 비가 너무도 새서 대수리하겠다고 제기했으나 기와장 몇개 놓으면 된다고 하며 그것마저 엄하게 막으신 그이이시였다. 조국의 광복과 번영을 위하여 혈전만리를 헤쳐오신 그이께 고대광실궁전은 지어드리지 못할망정 쓰시던 방들의 구조야 어찌 편하게 고쳐들릴수 없단 말인가.

정준택은 가슴속에 차고넘친 말들을 남김없이 털어놓고싶었다. 하지만 어쩐지 목이 꽉 잠기여 한마디도 말씀올릴수가 없었다. 수그린 머리와 들먹이는 가슴과 어깨만이 격정에 북받친 그의 심정을 엿볼수 있게 하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침중한 안색으로 그자리에서 몇걸음을 옮기시였다. 그이께서는 정준택의 주위에 선 일군들을 둘러보시였다. 그들모두의 얼굴과 눈빛도 정준택과 같이 흐려있었고 간절한 빛으로 차있었다. 그러자 정준택이 제기하고있는 문제가 한마디로 부결해버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것을 포착하시였다.

《동무들.》 그이의 저력있는 목소리가 천근의 무게를 가지고 울리였다. 《내각사무국이나 우리 집의 구조를 변경시켜 복구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고 해서 내가 그것을 막는것이 아닙니다. 돈이 아무리 적게 들어도 그렇습니다. 동무들은 우리가 얼마나 어려운 길에 나섰는가 하는것을 아직 잘 모르고있는것 같습니다.

우리가 자체의 힘으로 나라의 만년대계의 터전을 튼튼히 다져놓는 어려운 길에 나선것은 우리에게 돈이 많거나 밑천이 풍부해서가 아닙니다. 돈은 없고 나라는 페허가 되였지만 우리는 오직 나라와 민족의 래일을 위하여 방대한 자금이 드는 공작기계공장을 또하나 차려놓자고 하는것입니다. 나라의 어려운 형편과 높은 목표는 우리로 하여금 한그람의 세멘트, 한장의 벽돌, 한토막의 강재도 아껴쓰고 한푼의 자금도 쪼개쓸것을 요구하고있습니다. 그런데 동무들은 무슨 면담실이요, 회담실이요 하고 말을 하고있는데 그것이 당장 없다고 해서 로선관철에 크게 지장을 받을것은 없습니다.》

그이의 말씀이 심금을 세차게 울릴수록 한윤호는 그이께 위안의 말씀이라도 한마디 꼭 올리고싶은 강렬한 욕망에 휩싸이였다. 초조감속에서 그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한윤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수령님, 복구자금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도 형제국가들의 원조가 있지 않습니까.》

《원조?》

그이께서 한윤호를 바라보시였다.

《예, 불원간 그 원조가 우리한테 들어오리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푼도 들어온것이 없습니다. 원조가 들어온다고 해도 기본은 우리의 힘, 우리의 자재, 우리의 자금입니다. 이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동무들, 작은 랑비가 큰 사업을 망칠수 있다는것을 알아야 합니다. 근검절약은 어느때나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복구기에는 더우기 필요합니다. 오늘 한푼을 절약하는것이 래일의 몇백냥보다 더 귀중하다는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오직 래일을 위하여 오늘의 고생을 락으로 여기며 사업과 생활을 검박하게 꾸려야 합니다. 어떻습니까? 아직도 내 말을 리해하지 못하겠습니까?》

사람들은 모두 침묵속에서 그이의 말씀을 경건한 심정으로 받아들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들이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리해하리라고 믿으시며 현관문을 나서시였다.

하늘높이 떠오른 태양이 금빛해살을 아낌없이 뿌려주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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