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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번영의 길 제3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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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7,838회 작성일 20-04-0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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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jpg

제 5 장

 

별들은 무엇을 속삭이는가

 

1

 

김일성동지께서는 벽에 걸린 조선지도앞에 서계시였다. 그이의 눈앞에 이해에 조업의 테프를 끊은 공장들과 기업소들이 하나하나 떠오르시였다. 올해에만도 분계연선으로부터 압록강, 두만강기슭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도들을 다 찾으신 그이이시였다.

희천기계공장, 문평제련소, 남포유리공장, 평양방직공장… 이 한해사이에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복구신설되여 조업을 개시한 공장, 기업소들은 100여개에 달한다. 3개년계획기간의 생산장성률을 해마다 48% 이상으로 설정하고 간고한 행군길에 나섰을 때 어떤 나라 사람들은 그런 높은 속도는 세계에 보기 드물다고 감탄은 하면서도 과연 그런 목표를 달성할수 있겠는가고 의심하고 심지어 현실성이 없다고 시비까지 하였다. 그러나 우리 인민은 그 어려운 목표를 기어이 점령하고야 말았다. 우리 인민자체의 힘으로 점령한것이기에 그 성과는 더욱더 귀중한것이다. 이제는 이 모든 성과를 더욱 공고히 하고 그에 토대하여 인민생활을 한단계 더 높이고 복구건설의 속도도 더욱 다그쳐야 할 때가 왔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이즈음 줄곧 생각하여오신 이 문제를 해당 부문 일군들에게 제기하기로 하시였다. 그리하여 처음으로 부르신것이 국가계획위원회 책임일군들과 농업부문을 보는 김일 그리고 오래동안 계획사업을 본 정준택이였다. 사업을 전개하자면 반드시 현실적가능성이 담보된 과학적이며 동원적인 계획이 선행되여야 하는것이다.

그이께서는 지도를 보시며 올해의 성과와 명년에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시는 가운데서도 자주 출입문쪽에 주의를 보내시였다. 계획일군들이 도착할 시간이 거의 다가오고있었던것이다. 그때 출입문이 열리면서 서기가 들어왔다.

《로장윤동무가 왔습니다.》

《로장윤동무가?》

그이께서는 부르지도 않은 로장윤이 온것을 의아하게 생각하시였다.

《급하게 알려드릴것이 있다고 합니다.》

서기가 그이의 의문을 다소나마 풀어드리려고 이렇게 말씀드렸다.

《들여보내오.》

광대뼈가 불거진 로장윤이 얼굴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빠른 걸음으로 그이의 집무실에 들어섰다.

《무슨 일이요?》

그이께서 로장윤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며 물으시였다.

《제가 어저께 만경대에 나가 할아버님을 뵈웠는데 할아버님께서 병환에 계셨습니다.》

《병환에?》

그이께서는 몹시 놀라와하시였다.

《지금까지는 정정하시였는데…》

《저희들도 그렇게 알고있었는데 의사들의 말에 의하면 할아버님께서 근래에 들어와 자주 편치 않아하신다고 합니다.》

《그래 지금은 어떻게 앓고계시오?》

그이께서 걱정이 어린 어조로 물으시였다.

《감기인것 같습니다. 그런데 열이 떨어지지 않고 기침을 하시는것이 걱정입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한동안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창밖에 눈길을 주시였다.

팔동교너머 연무에 싸인 만경대쪽 하늘이 아스랗게 바라보였다. 그이께서 탄생하시고 유년시절을 보내신 만경대다. 만경대의 추녀낮은 그 초가집에는 아직도 팔순을 넘기신 할아버님과 할머님께서 농사를 짓고계시는것이다.

인생말년에나마 고생속에 굽어든 그분들의 허리를 펴드리고 락을 보게 하여드릴수는 없을가.

《로장윤동무, 이해에 할 일들을 다 결속하고 새해에는 내 한번 만경대에 나가겠소. 그러니 그전이라도 나를 대신해서 로동무가 할아버님의 병문안을 자주 해주오.》

그이께서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그 목소리는 전에 없이 괴로움과 안타까움에 젖어있었다. 만경대를 지척에 두고도 시간을 내지 못하여 안타까와하시는 그이이시였다.

로장윤은 불시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들었다.

《수령님, 너무 걱정마십시오. 저희들이 할아버님을 잘 모셔드리겠습니다.》

《고맙소.》

그이께서 나직이 말씀하시였다. 로장윤이 나가자 계획일군들과 김일, 정준택이 집무실에 들어왔다.

《내가 동무들을 오라고 한것은 시급히 포치하여야 할 몇가지 문제들을 협의하기 위해서입니다.》

그이께서는 이렇게 서두를 떼시고 올해에 중공업, 경공업, 농업분야에서 거둔 성과들들을 간단히 개괄하시였다. 그리고는 자신께서 생각하고있는 문제에 력점을 찍으며 말씀을 이어가시였다.

《오늘 우리 나라에서는 강철과 연, 전선, 세멘트, 유리, 스레트와 같은 자재들과 선박용발동기, 탄차, … 수천만메터의 천이 생산되고있습니다. 령세농민문제도 적지 않게 해결되였습니다. 이것은 파괴된 우리 인민경제를 기본적으로 우리의 자재, 우리의 기술, 우리의 자금으로 복구할수 있다는것을 말해주고있습니다.

지난 한해동안 허리띠를 졸라매고 간고한 행군길을 다그친 결과 자금의 예비도 축적되였습니다. 때문에 나는 올해를 빛나는 승리로 장식한 우리 인민들에게 년말상금을 줄것을 제기합니다.》

일군들의 얼굴에 다같이 놀라는 표정이 떠올랐다. 그이의 발기로 몇달전에는 320여종에 달하는 인민소비품의 국정소매가격을 12%로부터 최고 50%까지 낮추었었다. 이 조치만으로도 인민들에게 차례지는 혜택은 대단하였다. 그런데 또다시 년말상금까지 줄것을 제기하시니 그들은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다음문제》 그이께서는 잠시 말씀을 멈추었다가 다시 계속하시였다. 《이제는 한단계 크게 비약할 때가 왔습니다. 우리는 진군속도를 더욱 다그쳐 새해 1955년도의 높은 고지에로 과감히 올라서야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나는 3개년인민경제계획을 반년 내지 1년 앞당겨 실행하는 방향에서 명년도 목표를 더욱 높이 설정할것을 제기합니다.》

계획일군들의 얼굴에 놀람에 가득찬 표정들이 떠올랐다.

최일만의 얼굴에는 놀람보다도 오히려 당황해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명년도 계획작성사업을 마지막단계에서 마무리하고있는 그는 계획목표를 가능한한 높이 세우느라고 했으나 이렇게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던것이다.

《반년 내지 1년을 앞당긴단 말씀입니까?》

최일만이 아직도 잘 믿어지지 않는다는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소. 반년 내지 1년이요. 좋기는 1년을 앞당겨 명년도안으로 3개년계획을 기본적으로 완수하는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휘황한 미래를 최대한으로 앞당기는 방향에서 목표를 높이 세워야 합니다.》

최일만은 아무런 대답도 못 드리고 덤덤히 앉아있었다. 하지만 그의 내심에서는 복잡한 생각들이 고패치고있었다. 우리 나라의 복구건설속도가 너무 높다고 은근히 시비를 하고있는 그 나라 사람들은  3개년인민경제계획을 1년이나 앞당겨 완수할 목표를 내세웠다는것을 알면 더구나 펄쩍 뛸것이다.

《왜 자신이 없소?》

김일성동지께서 문득 최일만에게 물으시였다. 최일만이 흠칫 놀랐다.

《아- 아닙니다. 그런 방향에서 계획을 다시 조절해보겠습니다.》

최일만은 자기의 속생각을 그이께서 환희 들여다보신것 같아 황급히 변명하듯 대답했다.

《내가 제기한 목표가 너무 높지 않는가 생각할수 있는데 돌아가서 광범하게 토론해보시오. 계획은 반드시 기초조사를 면밀히 하고 현실조건과 모든 가능성을 옳게 따져가며 정확히 세워야 합니다. 내 언젠가도 말한 일이 있지만 부령야금공장에서는 규소철생산설비의 복구기간을 3달이면 할수 있는것을 7달로 정하였습니다. 이러한 결함은 성진제강소와 청진제강소 내화물직장들의 복구기간을 정하는데서도 나타났습니다.》

최일만은 차차 속이 켕기기 시작하였다. 그이께서 계획사업에서 나타나고있는 결함들을 지적하기 시작하시였던것이다.

그러나 최일만은 그이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아직 한마디 말도 없이 자기곁에 조용히 앉아있는 김일과 정준택에게 자꾸 신경이 가는것을 어찌할수 없었다.

바투 깎은 머리에 어깨가 우람하게 떡 벌어진 오랜 혁명가인 김일의 옆에 앉아있는 최일만은 마치도 높이 솟은 산악밑에 다질린 때처럼 자기로서도 알지 못할 위압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신경이 가게 하는것은 정준택이였다.

김일과는 달리 자기의 경력상 약점을 메꿔보려는듯이 일 하나밖에 모르는 고지식하고 외곬으로만 뚫린 정준택을 그는 마음속으로 더없이 경멸하면서도 두려워하였다. 눈길이 엄엄하고 두툼한 입술을 꾹 다물고다니는 김일과는 지금까지 상종하는 기회가 드물어 마찰을 일으킨적이 없었지만 정준택과는 웬일인지 자주 부딪치군 하였다. 그때마다 컴컴하게 느껴지는 검정테의 안경알 저쪽에서 우묵한 눈이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한자리에 모여앉아 밤새껏 먹자판을 벌려놓고 온갖 뒤소리들을 다 늘어놓은 사실들을 밑창까지 빤히 보는것 같아 은연중 속이 뜨끔하군 하였다.

최일만은 언제부터인가 정준택이때문에 자기가 늘 골탕을 먹는다고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흥남비료공장 류안계통건설과 강선제강소 분괴압연직장복구를 둘러싸고 의견이 대립되였을 때 바로 그러하였다.

최일만은 두사람의 동정에 잔뜩 신경을 도사리고 앉아있었다.

《그것은 제가 국가계획위원회사업을 볼 때 아래실정을 잘 모르는데서 범한 실책이였습니다.》

뜻밖에도 정준택이 그이의 앞에서 자기비판을 하였다.

최일만은 정준택이 무슨 오그랑수를 쓰지 않는가 하여 정신을 가다듬고 그를 힐끗 곁눈질로 보았으나 대방의 표정은 너무도 진지하였다. 그는 아무래도 모를 일이라는듯 두툼한 아래입술을 삐죽 내밀고 앉아있었다.

《명년도에 농업부문에서는 300만t의 알곡생산목표를 내세우고 투쟁하여야 하겠습니다. 사실 우리가 한해에 알곡을 260만t 내지 280만t 생산해도 대단합니다. 그것은 전쟁전 1949년도와 대비해보아도 잘 알수 있습니다. 동무들도 기억에 생생하겠지만 전쟁전 그때는 참으로 우리 인민들에게 있어서 황금시절이였습니다.》

그이께서는 책상우에 잠간 눈길을 보내시였다. 책상우에는 그이께서 하시는 말씀에 참고로 될만 한 자료들이 별로 있는것 같지 않았다. 다만 얇다란 타자문건이 놓여있을뿐이였다.

《1949년도에는 알곡을 297만t 생산했는데 그때엔 시장에도 쌀이 많았고 공업원료로도 많이 썼습니다. 게다가 외국에도 10만t 이나 수출하고 5만t씩이나 예비를 저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농민들의 생활은 넉넉했습니다. 지금처럼 죽을 쑤어먹는 령세농민들도 없었습니다.》

가슴아프신듯 그이의 얼굴빛은 한순간 흐려지시였다.

《저희들이 일을 잘하지 못하여 전쟁이 끝난지 한해도 넘었는데 아직도 일부 령세농민들이 식량고생을 하고있습니다.》

김일이 자책어린 목소리로 말씀올리였다.

최일만은 지금 우리 인민들이 겪는 곤난을 전쟁을 치르고난 나라에서라면 반드시 겪지 않으면 안되는 그러한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고있었다. 력사상 전쟁의 후유증은 어느 나라에서나 다 있었다.

쏘련에서도 제2차세계대전을 치르고난 직후의 인민들의 생활이 가장 어려웠다.

그러나 김일성동지께서는 우리 인민들이 겪는 곤난을 전쟁의 후과로만 보지 않으시였다.

김일도 역시 농업을 맡아보는 내각부수상으로 임명된지 불과 반년 남짓하지만 지난해 농사가 잘 안된 책임을 모두 자기에게서 찾고있는것이 틀림없었다.

《확실히 농사를 잘 짓지 못하였습니다. 올해의 알곡생산량을 280만t에서 290만t까지 보는데 이렇게 농사를 잘 지었다면 왜 아직도 죽을 먹는 사람들이 있겠습니까?》

김일이 저으기 침통한 어조로 말씀드렸다.

《그 말이 비슷합니다. 사실 나도 올해의 알곡생산량을 230만t 수준에서 벗어날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이께서도 확정적인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그래서 저도 알곡생산량을 놓고 허풍을 치는 현상과 되게 투쟁하고있습니다.》

김일이 최일만을 피끗 돌아보았다.

최일만의 가슴은 서늘하게 얼어들었다. 그는 얼굴을 들지 못하고 목을 움츠리였다. 짧은 목이 어깨죽지사이에 파묻혀 거의나 보이지 않았다.

최일만은 금년도 알곡생산량을 묶으면서 아래사람들에게 알곡생산수자를 높일것을 은근히 암시하면서 몇번씩이나 통계수자를 다시 집계하라고 을러메군 하였다. 그러지 않아도 그는 국가계획위원회에 옮겨앉은후 일부 사람들이 뒤에서 자기더러 사업에서 치밀하지 못하다느니 과장한다느니 기준이 똑똑치 않다느니 하면서 수군덕거린다는것을 눈치채고있었다. 큰 나라에 대한 환상이 골수에까지 박힌 그는 아래일군들의 그 어떤 혁신적발기도 큰 나라에서 해보지 못한것이면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고 찬물을 끼얹었다. 그런가 하면 때로는 초혁명적인 언사로 사람들을 깜짝 놀래우군 하였다. 더구나 국가계획위원회에 옮겨앉은후 치밀한 조직사업은 하지 않고 말끝마다 성, 국들을 손타구니(손아귀)에 틀어쥐고 냅다 달구라고 아래일군들을 들볶아대기만 하였다.

중공업성에서 한개 부문을 맡아볼 때에는 그러한것이 인차 눈에 띄지 않았으나 수자를 다루는 계획사업에서는 그런 약점이 대번에 드러났다. 최일만은 올해 알곡생산량문제를 가지고도 김일이 이런 각도에서 문제를 엄중하게 심화시킬것 같아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더 전개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준택이 지금 알곡생산을 높이지 못하는데는 비료생산을 응당한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못한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하였다.

《화학비료생산을 결정적으로 늘여야 하겠습니다. 동무들도 다 잘 알고있지만 우리 당 경제건설의 기본로선을 관철하는데서 농업생산을 높이는 문제가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런데 중공업, 경공업발전에 농업생산을 따라세우지 못하는것이 현재의 실정입니다. 다시 반복하지만 농업생산을 높이자면 결정적으로 화학비료생산을 추켜세워야 합니다.》 그이께서는 저으기 근엄한 눈길로 앞에 앉은 사람들을 번갈아보시였다. 《농촌에 화학비료를 많이 공급하자면 흥남비료공장이 빨리 복구되여야 하겠는데 현재 다른 부문에 비해 복구속도가 매우 굼뜹니다. 우리가 흥남비료공장에 가서 류안계통부터 빨리 복구하여야 하겠다고 과업을 주고 온지도 1년이상이 지나갔는데 아직도 류안비료가 언제 나오겠는지 모르겠습니다. 류안계통복구에서 현재 걸리고있는것이 무엇입니까?》

《저도 비료때문에 몇번 흥남에 내려가보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일군들의 관점에 문제가 있는것 같습니다.》

김일이 서슴없이 그이의 말씀을 받았다.

《그러니 관점문제구만.…》

《그렇습니다. 아직도 일부 사람들속에는 질안만 쳐다보면서 류안을 차요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준택이 기다렸다는듯이 김일의 말에 호응해나섰다.

최일만은 속이 뜨끔하여 신경을 곤두세웠다.

(끝내 이 사람들이 날 걸고 넘어지는구나.)

최일만은 김일이나 정준택이 쏘련의 원조로 건설 질안에만 기대를 걸면서 이미 있는 류안계통복구를 홀시하는 자기와 같은 사람들을 념두에 두고 말하고있다는것을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그러나 김일이나 정준택은 최일만이 두려워하는 관점문제를 더 심화시키지 않고 실무적인데로 넘어갔다.

《류안을 중시하고 좀 도와주어야 할것 같습니다.》 정준택이 웃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들었다.

《우선 용접력량이 걸렸습니다. 특히 용접과제가 많이 제기되고있는데 흥남비료공장의 자체력량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그럴수 있습니다. 화학공장은 원래 탕크와 관들이 많은데 그것들이 전쟁때 대부분 파괴되였으니 용접으로 때고 붙이고 할것들이 많을것입니다. 그전에 흥남비료공장에 갔을 때도 리베트방법으로 조립한 탕크들을 선진적인 용접의 방법으로 복구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 공감을 표시하시자 정준택이 수첩을 펼쳐들고 흥남비료공장복구에서 제기되는 용접량과 그에 필요한 용접공인원수를 일반용접부문과 특수용접부문으로 갈라서 말씀드리였다. 그이께서 고개를 끄이시였다.

《용접할 량이 많습니다. 흥남비료공장에 있는 용접공들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겠습니다.》

《일반용접은 비료공장자체로 해결해보겠습니다. 그런데 특수용접이 문제입니다. 속성으로 용접공들을 양성해가지고는 특수용접을 보장할수가 없습니다.》

정준택이 어려운 문제를 기탄없이 말씀드렸다.

《기능이란 곧 년한이라고도 볼수 있는데 속성방법으로는 단꺼번에 높은 기능을 익힐수 없습니다.》

그이께서도 저으기 난감한 안색을 지으시였다.

최일만은 이제야말로 자기가 나설 차례가 되였다고 생각했다.

《특수용접문제는 제가 쏘련측에 제기해서 해결해보겠습니다.》

최일만은 자신있게 말씀드렸다. 그는 국가계획위원회에 옮겨온 이후 다른 부문에서는 몰라도 형제국가들의 원조를 많이 받아들이는데서는 일련의 성과가 있었다고 자부하고있었다.

정준택은 최일만의 제기에 아무런 의사표시도 못하고 수자들이 깨알같이 박힌 수첩장만 들여다보고있었다. 하긴 소털 뽑아 제구멍에 틀어박는식으로 융통성이 없고 시야가 좁은 그가 무슨 의사표시를 하랴. 최일만은 그가 전에없이 가련한 존재로 보였다.

《쏘련측에 제기한다.…》 그이께서 심중한 안색을 지으며 혼자말씀처럼 외우시였다. 《흥남비료공장복구는 그들이 도와 기로 되였으니까 제기할수도 있겠지. 그러나 기본은 우리의 힘입니다.》

《강선제강소동무들은 분괴압연직장복구당시 특수용접도 다 자체로 해결하였습니다.》

정준택이 그이께 담담한 어조로 말씀드렸다. 그러나 다른 계획일군들과는 달리 최일만에게는 그가 하는 말 한마디한마디가 모두 자기의 마음속 가장 아픈 구석을 마구 찔러대는 비수처럼 생각되였고 그이앞에서 자기를 여지없이 수세에 몰아넣으려는 《반쏘분자》의 교활한 술책으로 접수되였다. 사실 한개 기업소에 불과한 강선제강소의 신철이나 림형관, 리웅천이와 같은자들에 의하여 자기의 체면이 깎인것을 그는 지금도 잊지 않고있었고 날이 갈수록 그것은 뜬뜬한 응어리로 가슴속에 맺히는것이였다.

《그 동무들은 나도 잘 압니다.》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그 동무들이 흥남비료공장복구를 도와주도록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정준택이 서슴없이 제기하였다.

《그 동무들뿐만아니라 다른 공장, 기업소들에 있는 기능 높은 용접공들도 흥남비료공장복구를 적극 돕게 합시다. 한시도 타협할수 없는것이 배고픈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배고픈 설음이 마지막설음이라고 하였습니다. 명년도에는 먹는 문제를 결정적으로 해결합시다. 다른 의견들이 없습니까?》

그이께서 모두에게 물으시였다.

《없습니다. 전국이 도와주면 비료공장복구는 명년 시비년도안으로 문제없을것 같습니다.》

정준택이 신심에 넘쳐 말씀드렸다.

《비료만 잘 공급되면 농사는 문제없습니다.》

김일의 얼굴이 비로소 환해졌다.

《돌아가서 명년도안으로 3개년계획을 완수할수 있도록 계획초안들을 다시 검토해보겠습니다.》

계획일군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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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그렇게 하는것이 좋겠습니다. 명년도는 3개년인민경제계획수행에서 넘기 힘든 높은 고지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의 간고한 행군이 높고 험한 올리막길에 접어든셈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어이 그 올리막길을 정복하고 3개년인민경제계획수행의 높은 고지에 올라서야 합니다. 신심을 가지고 행군을 다그쳐 휘황한 미래를 앞당겨나갑시다.》

그이께서는 책임일군들을 바래워주며 그들에게 다시한번 신심과 락관을 안겨주시였다.

최일만이 서기실을 거쳐 복도에 나섰을 때 김일과 정준택은 벌써 2층계단을 내려가고있었다. 정준택은 자기야말로 가장 바삐 보내는 사람이라는것을 시위해보려는듯 불룩한 문서가방을 옆구리에 끼고는 곁눈 한번 팔지 않고 넓은 계단의 한옆으로 총총히 걸음을 옮기는것이였다.

(조건도 보장해주고 계획수자도 톡톡히 안겨주자. 강선도 흥남도 1년 앞당긴 계획을 하기는 쉽지 않을걸… 자체로 복구했다고 만세는 불렀지만 만부하를 걸어보면 진상은 다 드러날것이다.)

최일만의 눈에서 음험한 빛이 번뜩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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