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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푸른산악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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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6,530회 작성일 20-05-04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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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일 밤부터 내린 비는 16일 아침까지 대줄을 드리우며 멈출줄 몰랐다.

남일은 우비를 찾아든 부관이 다쫓아오는것도 아랑곳않고 겅정겅정 달려갔다. 이동보초병이 본다는것도, 이런 비속에서 단거리경주선수처럼 달린다는것이 총참모장의 체신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것도 모르는듯 했다. 최고사령관동지의 당직부관으로 있던 공정수는 절반 물참봉이 되여 달려들어오는 남일을 보자 화닥닥 놀라 일어섰다.

남일은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대는것으로 큰 일이 아니라는것을 알렸다.

《들어가도 일없겠지?》

남일이 그이의 집무실쪽을 가리키며 묻자 공정수는 머리를 끄덕이는것으로 동의를 표하고는 이상스럽다는 눈길로 남일을 보았다.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생긴것이 아닙니까?》

《아니, 아니요. 그 반대요.》

《그럼 어서 들어가십시오. 총참모장동지야 임의의 시각에도 그냥 들어가게 되여있지 않습니까. 그놈의 회담이 그런 질서까지 만들게 했군요.》

《다른 사람은 없겠지.》

《지금 중앙녀맹위원장동지가 와있습니다.》

《박정애동무가?》

남일은 방금 전화를 받았을 때만치나, 아니 그보다 더한 놀라움에 휩싸였다.

그이께서 지난밤을 꼬박 밝히신것을 생각하게 되였다. 6군단의 일부 부대들을 최현군단에 완전배속시키는 문제로부터 최현군단의 초기작전과 차기작전의 구체적세부까지 밝히시며 최현군단장의 결심지도를 손수 수정하시였다. 이렇게 볼 때 그이의 한밤은 치렬한 전투속에서 흘러간셈이였다. 그런데 녀맹위원장이라니. 도저히 리해되지 않는 일이였다.

《들어간지 오래오?》

남일의 물음에 공정수는 들어간지 30분 조금 지났다고 하였다.

《바쁘신 일이면 들어가야 하지 않습니까.》

《뭐 바쁘다면 바쁘고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않은것이요. 수건이나 좀 빌려 주오.》

그가 공정수가 준 수건으로 얼굴로부터 옷의 비물을 한창 훔치고있을 때 문이 열리며 박정애가 나타났다. 남일과는 오래전부터 면목이 있는 박정애였으나 가볍게 목례를 했을뿐 더 말을 하지 않았다.

문가에까지 나오신 김일성동지께 깊숙이 허리굽혀 절하고 총총히 걸어나가는 녀맹위원장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혀있었다.

방안에 들어가신 김일성동지께서는 남일의 비젖은 모습에는 아랑곳 않으시고 흥분한 어조로 말씀을 떼시였다.

《내가 오늘 우리 나라 어머니들한테 큰 신세를 지자는 부탁을 했소. 전재고아들을 키워달라는 부탁이였소.》

남일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폭격현장에서 보신 참경을 말씀하실 때의 비통한 음성이, 처녀애를 아프게 보실 때의 모습이 되살아올랐다.

그이께서는 추연한 기색으로 창문쪽을 보시다가 머리를 저으시였다.

《한데 녀맹위원장동무는 외국에 보내는것이 더 좋지 않겠는가 했는데 그 동무로서는 충분히 그럴수 있다고 보았소. 그러지 않아도 지금 여러 나라 적십자단체들과 민주주의국가 녀성단체들로부터 전재고아를 받아들이겠다는 제기가 많이 들어오는것이고 또 그곳에 가면 먹고 입고 살 걱정이 없는것만은 사실이지.

하지만 난 그 의견을 받아들일수 없었소. 지금까지 보낸 아이들을 생각해도 가슴이 터지는듯 하오. 티없이 맑은 동심에 남의 땅, 남의 하늘만을 보며 산다는것은 비극이 아니겠소.

그래서 난 셈이 든 아이들을 내놓고는 다 우리가 맡아 우리 어머니들이 키우게끔 하자고 했소. 애육원도 더 신설하고.

어렵지. 어렵지만 난 그 애들이 다 떠나간다면 맥을 잃을것 같아서 더욱 그랬소.

남일동문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오? 동문 어릴 때부터 다른 나라에서 살았는데 어땠소?》

남일은 가슴이 저려들었다.

《세방살이가 무슨 좋을탁이 있겠습니까.》

《그건 우리 어머니가 늘 하던 말씀이였소.》

김일성동지께서는 큰 숨을 들이쉬고는 집무탁에 다가가셨다.

《참 무슨 용무로 왔소?》

남일은 그이의 비감어린 모습으로 하여 방금전의 활기를 잃어버렸다.

《방금전에 판문점동무들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오늘 아침 놈들의 련락장교가 불시에 나타나더니 수석급대표회담을 계속해야 하지 않는가고 들이대더라는것이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동무들이 8월 10일에 있은 회담을 놓고 다궈대자 사람은 감정동물이고 날씨와 건강관계도 이런저런 영향을 미치니만치 오해를 일으킬 실수도 있지 않는가 하며 담판에 대한 자기들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고 중언부언 늘여놓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련락장교가 나타난 바로 그 시각부터 개성린근의 우리측 지역에 대한 적의 총포사격도 멈춰졌다고 합니다.》

《그러니 담판의 분위기조성을 위해 공격행동을 멈춘다 그것이겠구만.》

《네, 현상자체만을 분석하면 전선서부에 대한 공격이 수포로 돌아간데서부터 다시 평화교섭에 나선것으로 됩니다.》

《포기라…》

《저로서 볼 땐 두가지로 생각됩니다.

어제 오후에 있은 우리들의 불의적인 포병타격과 전선예비부대들의 반타격을 놓고 놈들로서는 우리측의 군사적잠재력에 대해 다시 론의하지 않을수 없었을것이고 이로부터 당분간은 관망하는 자세로 공세를 중지하지 않았는가 하는것이고 다르게는 그런 티를 내면서 장군님께서 예측하신 그대로 전선동부를 때리려는것이라고 봅니다.》

《전선서부에 보강시켰던 모든 유선, 무선통신을 즉시 전선동부부대들과 파장을 맞추도록 해야겠소.

시간이 촉박하오. 전선동부에 대한 놈들의 공격은 시간문제요.

참 비가 오늘 저녁까지 내린다고 했던가?》

《네, 한주간예보에서는 오늘까지 비가 내리는것으로 되여있습니다.》

《그럴테지.》

그이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비껴들었다.

《난 말이요. 놈들이 그리로 가지 않으려 해도 가게끔 하려고 했소.》

그이의 얼굴에는 천진란만한 소년의 미소같은 밝은 빛이 어리였다.

《장군님, 4군단의 기동과 최사곡사포대대들의 진출이 바로 그것을 목적으로 한것이 아니였습니까.》

《그걸 놓고 옛 사람들은 일석이조, 일석삼조라고 했소.》

그이께서는 집무탁을 따라 거닐으시다가 걸음을 멈추시였다.

《동문 지금 곧 개성으로 출발하시오.》

《그럼 적들의 요구에 응하라는것입니까?》

《우리로선 정전담판이 놀음이 아니요. 담판은 담판대로, 싸움은 싸움대로… 이것이지.》

8월 17일 새벽 최고사령부 정찰과 2군단 정찰에서는 거의 같은 시각에 남조선군 5보사와 8보사 전체가 비상소집하였음을 알려왔다.

이날 정각 5시 10분 최현으로부터 한통의 무전전문이 날아왔다.

《전선전반에 걸쳐 포사격, 20여km 너비의 일부 전방고지들에서 적의 전투정찰대의 움직임 포착.》

이로 하여 김일성동지의 새벽산책은 중지되였다.

첫 무선발신이 있은지 40분후인 새벽 5시 50분 최현으로부터 또 한통의 전문이 날아왔다.

《장군님께서 보내주신 친서와 지도를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무산지구전투때의 인사를 함께 올립니다.》 최현으로서는 파격적이라고 밖에 할수 없는 이 전문에 김일성동지 역시 파격적인 답신을 보내시였다.

《나는 지금 6월 4일의 가림천기슭에 있다.》

전투개시시간이 닥쳐왔음을 알리는 말씀이였다.

이날 아침 8시 5분 강원도일대의 비내림상태를 알아보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최현을 전화로 찾으시여 가전리-이포리, 비아리-직동령간 도로의 물고임상태를 알아보시고 63사의 모든 직사포들을 비아리-직동령구간의 사래리쪽 도로에 집중시킬데 대한 지시를 주셨고 그로부터 4시간후에는 포와 비행대의 1차타격을 면하기 위한 대책적방도로 모든 직사포들을 도로변에 아니라 도로복판에 좌지를 꾸려 은페시킬데 대하여 가르쳐주셨다.

이날 밤 11시 최현으로부터 김일성동지의 명령대로 직사포들을 도로복판에 배치하였다는 전문이 왔고 또 하루가 지난 8월 18일 새벽 다섯시 시화된 무전문이 재차 날아왔다.

《각설이떼 출현, 장군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이께서는 무전문을 든채 밖에 나서시였다. 언제 비가 왔더냐싶게 맑은 하늘에는 연분홍 아침노을이 쫙 피여올랐다.

최용건과 부총참모장이 그이의 집무실로 갔다가 산중턱에 서계시는 그이를 향해 달려올라왔다.

《장군님, 시작되였습니다.》

《시작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근엄한 표정으로 하늘 한귀퉁이를 붉게 태우며 비쳐가는 아침노을을 점도록 보시였다.

《그곳은 불바다로 될것입니다.》

너무나도 나직한 말씀이여서 두사람 다 알아듣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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