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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푸른산악 41 (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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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579회 작성일 20-05-2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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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야ㅡ 희한번쩍합니다.》

공정수의 말에 남일은 자기의 군복차림을 다시 살펴보았다.

오늘 처음 입게 된 모직군복이였다.

《지금 누가 들어가있소?》

《오영동무가 와있습니다.》

《오영이가 무었때문에 왔는지 모르오?》

《군복을 다시 입겠다고 하며 찾아왔습니다. 들어간지는 벌써 30분이 넘는데ㅡ》

《왜, 공부하기가 싫증났다오?》

《1211고지전투소식때문이지요. 그 동무네 학급전체를 대표해왔다는것 같습니다.》

《허.》

요즘은 신문과 방송에서는 물론 만나는 사람모두가 1211고지전투를 말하고있다. 공장과 광산들에서는 《여기도 1211고지다!》라는 구호까지 써붙이고 일들을 한다고 한다.

《그래 1211고지에서 놈들이 주저앉았다는 말은 했소?》

《했습니다. 한데도… 어서 들어가보십시오. 방금 최현동지의 련락군관이 왔길래 함께 들어가봤더니… 장군님께선 빨찌산때의 이야기를 하시는것 같았습니다.》

《음.》

남일은 판문점에 가기에 앞서 그이께 인사를 올리로 찾아온것이다. 적들은 판문점의 소분과위원회에서도 종전의 태도를 바꿨다. 지금까지 고집하던 우리측의 1만6천㎢의 지역을 더 얻어가지겠다던 주장을 철회하고 수석급대표회담을 하자고 빌붙어나선것이였다. 그 통보를 접한 순간 남일은 눈물을 머금었다. 비록 첫 걸음이라지만 이 승리야말로 장군님의 거인적의지와 빛나는 령군술, 장군님을 위해 청춘도 생명도 다 바쳐싸운 전사들의 애국심으로 얻어진 귀중한 결실이였기때문이였다.

남일이 그이의 집무실로 들어서니 김일성동지께서는 오영과 함께 색연필로 그려진 그림을 보고계셨다.

《아, 외교관이 오셨구만.》

그이께서는 웃음을 지으시며 《이걸 와보오.》라고 손짓하셨다.

《오영이가 그린것입니까?》

남일은 오영이 미술에 취미가 있는것을 알고있었다.

《아니요. 오영이야 제 아무리 재간이 있어도 이런 그림이야 못그리지.》

그이께서는 남일이 들어선때문에 떠날가 말가 망설이는 오영을 보시자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그럼 이젠 가봐라. 딴 생각말고.》

《알겠습니다.》

오영은 예전과 달리 허리를 굽혀 절하는것으로 인사를 올렸다.

《할아버지한테랑 들려서 꼭 말씀드리거라.》

《녜.》

오영의 눈에 물기가 맺혔다.

그가 나가자 김일성동지께서는 남일을 향해 돌아서시였다.

《오늘 오전에 뜨게 한 비행기들의 시험비행은 오후에 하기로 했소.》

《무슨 정황이 생겼습니까?》

《아니, 아니요.》

그이께서는 빙그레 웃으시였다. 오늘 비행학교를 마친 젊은 비행사들이 쏘련에서 접수한 새로운 분사식비행기를 몰고오게 된다.

여느 나라 사람들은 2년씩 걸려야 한다는 비행훈련을 1년도 채 못된 사이에 끝낸 동무들이다.

《난… 우리 사람들이 다 봤으면 해서 그러오. 그래서 지방당조직들과 군부대들에도 알려주었소. 비행운들을 남기는 분사식비행기들인지라 적기와 혼돈하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고, 저 오영의 동생도 오늘 비행기를 몰고오게 되오. 그때문에 오태희로인한테도 알려주라고 했소.… 보면 얼마나 기뻐하겠소.》

남일은 그이의 갈리신 음성에 가슴이 쩌릿해들었다.

《그건 그렇고 이 그림을 다시 잘 보오.》

그이께서는 우선우선한 웃음을 지어보이시였다.

남일로서는 도저히 뜻을 가늠할수 없는 그림이였다. 만화같기도 하지만 그런것도 아니였다.

자동총과 보병총을 엇가로 세워놓은 우에 큼직한 돼지가 입을 쩍 벌리고있었다.

《모르겠소?》

《네, 어린애의 그림같기도 한데ㅡ》

《틀렸소.》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이건 최현동무가 그려보낸것이요.》

《최현동무가?!》

《그렇소. 최현동문 힘든 전투가 있게 되거나 끝날 때면… 이 비슷한 장난을 하오. 무송현성전투땐 술만 주면 된다고 목젖을 여러변 튕겨보였고… 지금도 뭘 좀 내라는거요… 하긴 지금은 내가 크게 웃기를 바래서지… 웃기를…》

그이의 얼굴빛이 일순간 흐려지셨다. 집무탁우에 놓인 모서리가 하얗게 닳은 수첩을 보시다가 근엄한 안색으로 말씀하시였다.

《이제 판문점에 가면 그전보다 더 강하게 맞받아치시오. 만약 또다시 공갈과 위협을 들이대면… 걷어치우라고 하시오. 우린 조그마한 양보도 해서는 안되오. 놈들이 군사분계선설정을 우리측 요구대로 한다지만 또 이러쿵저러쿵 할수 있소.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단 한치의 땅도 더 줄수 없소. 그렇게 되면 이 나라 모든 인민들과 전사들, 피흘리며 목숨바친 전사들에게서 영원한 저주를 받게 될것이요. 명심하오.》

《알겠습니다.》

남일을 떠나보내신 그이께서는 11월 1일부터 진행된 당중앙위원회 4차전원회의 문건들과 속기록들을 보시고 오후에는 장천일이며 정미순이 와있는 인민군 후방병원으로 떠나셨다.

처음 얼마간은 허가이의 문제로 마음이 언짢으시였다. 당중앙위원회 4차전원회의에서는 허가이의 관료주의적독단과 전횡을 비판한끝에 일치한 제기로 그를 부원장직에서 해임하였다.

이 땅에 태를 묻고 이 땅을 사랑하는 순박한 량심들과 도저히 어울릴줄 모르는 사람이였다. 병원이 가까와지자 마음이 밝아지셨다. 비록 거기에는 대부분 중상자들이 있었지만 그들모두가 죽음을 이겨내고 소생을 맞는 억센 전사들인것이다.

차창밖으로는 한가을이라지만 여전히 푸른색을 잃지 않고있는 산발들이 흘러갔다.

(불 탄 산을 푸르게 한다고…)

리수복이 쓴 시를 조용히 뇌여보시였다.

(아름다운 희망, 위대한 행복ㅡ)

지나온 반생이 눈앞으로 비껴갔다.

오중흡, 오중성, 최희숙, 마동희, 강건, 최춘국, 김책… 사랑하는 옛 전우들의 모습과 함께 보셨거나 보지 못한 수많은 전사들의 모습을 애틋하게 그려보셨다.

그들은 거의나 푸른 봄이라 일컫는 청춘에 떠나갔다. 허나 이 나라의 봄이 영원하듯이 그들의 삶도 영원할것이다.

《장군님!》

부관이 하늘을 가리켰다.

아홉대의 분사식비행기가 하얀 비행운을 그리며 푸른 하늘을 날아예고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빙그레 웃으시였다.

《우리 비행기요.》

비행기의 이름을 《제비》라고 부르기로 하셨다.

제비는 봄맞이를 알리는 새이기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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