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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빛나는 아침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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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9,067회 작성일 20-07-05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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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를 끝내고나니 온몸이 나른해왔다. 가까스로 건조로어구까지 걸음을 옮겨짚은 강병철은 나무쪽걸상우에 펄썩 주저앉았다. 그는 꼬박 사흘동안 밤을 새며 허용수치보다 20%나 높은 정광수분을 제거하기 위해 애를 썼다. 건조로능력을 높여야 강철생산을 늘일수 있으며 따라서 장군님께서 돌려주신 신임에 대한 보답으로 될것이였다. 때문에 그는 결심을 품고 이 공정을 풀기 위해 달라붙었던것이다. 담배를 붙여문 그는 연기를 내부는것인지 한숨을 크게 쉬는것인지 알수 없게 어깨를 들었다놓았다. 전혀 불가능하다면 아예 단념해버리겠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수분을 타고 슴새는 류전을 방지하는것만으로도 10%는 더 능력을 높일수 있는것이다. 또 그 방도가 기술적으로 가망이 적을만치 복잡한것도 아니였다. 겸해서 이 며칠사이에 그가 현장에서 밤을 밝히게 된것은 지배인이 출장갔다 돌아와서 귀띔해준 한마디 말때문이였다.

《정확한것은 모르겠지만 김일성장군님께서 함남도사업을 현지에서 지도하고계시다는거요. 비료공장, 제련소 등 중요공장기업소를 다 돌아보셨다는 말이 있소.》

침착하고 정확한 점에서는 누구도 따를수 없는 지배인의 말이고보면 그것을 십분 믿어야 할뿐만아니라 혹시 함북도에 오시게 되면 우리 제강소도 돌아보실수 있다는 암시가 충분히 납득되였던것이다. 그렇다면 한시바삐 서둘러야 하는것이다. 첫 출강준비도, 건조로의 확장도…

담배꽁초를 파철더미쪽으로 휘익 던지고나서 그는 자리에서 훌쩍 일어났다. 오금이 저려나는것을 참으면서 로두리를 또 돌아보는것이다. 로를 돌아보는 공정은 극히 단순한것이였다. 콘베아로 날라온 정광을 로판우에 골고루 펴는것이며 밑에서 가열하게 된 철판에 전기를 투입하고 그것을 다시 회전로공정으로 넘기면 된다. 그 과정에 류전을 감시하기 위해 강병철이 손수 만들어놓은 세군데의 전류계눈금을 살펴보면 되는것이다. 사실상 그는 석달째 이 공정때문에 애를 먹고있었다.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 산업국의 지시로 흥남비료공장에서 여기 제강소에 옮겨와서 인차 착수한것이 이 공정이다. 흥남제련소에서 실험생산한것을 다량생산으로 넘기기 위해서도 이것을 풀어야 하였다. 준비공정이 잘돼야 립철이 순조롭고 립철의 질이 높아야 전기로공정에서 예정지표를 보장할수 있는것이다. 그런데 수분이 허용수치를 초과하면서 전기가 로주변까지 흘러 며칠전에도 감전사고가 일어났던것이다. 물론 일제때처럼 인명에 위험이 있을 정도는 아니였다. 강병철은 발걸음을 멈추고 제1번계기를 올려다보았다. 이쯤이면 10%능력제고는 능히 가능하였다. 한껏 만족해져 시꺼먼 눈이 근시안경안에서 웃고있었다. 그가 고개를 흔들었을 때 급히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기사장동지! 빨리 오시랍니다. 지배인실로!》

《뭐?》

30이 되나마나한 계획과 지도원이 너무나 급히 서둘러 정신을 차릴수 없게 하였다.

《빨리요, 빨리!》

《무슨 일이요?》

팔을 잡아끄는대로 따라가며 묻는데 지도원은 숨이 차서 대답도 못한다.

강병철이 한달음으로 달려가는데 행정청사현관에서 여러명의 손님들이 걸어나오고있다.

길옆으로 비켜서서 지나가기를 기다리는데 《기사장동무! 잘 있었소?》하는 목소리가 들리였다.

《아! 장군님!》

너무나 놀라와 순간에 몸이 굳어진 강병철은 어쩔바를 몰라하였다. 어느새 벌써 장군님께서는 몇걸음앞까지 다가오시였다. 그제서야 강병철은 급히 앞으로 나서면서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리였다. 장군님께서는 강병철의 팔을 잡으시고 그간 잘 있었느냐고 물으시였다.

《장군님! 저는 이렇게 건강합니다.》 강병철은 안경을 벗어들면서 고개를 들었다.

《좋습니다. 건강하다니 마음이 놓입니다.》

웅글은 그이의 음성이 공장소음을 압도하고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이때 강병철은 웃음이 함뿍 피여난 그이의 얼굴과 젊은 기운이 넘쳐흐르는 몸가짐을 볼수 있었다.

《공장구경을 하려고 왔습니다. 동무가 몇달동안이나 침식을 잊고 복구했다는 공장을 보여주시오. 쇠물이 나오는것을 봅시다. 어서 앞서시오.》

그이께서 손에 드시였던 모자를 쓰고나서 강병철의 등을 떠미시였다.

강병철은 너무나 뜻밖에 당하게 된 놀라움과 기쁨으로 해서 몸둘바를 몰라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생산의 첫 공정에서부터 출강작업에 이르는 전공정을 보여드릴 생각을 하였다.

김일성동지를 모신 7~8명으로 이루어진 일행이 철도인입선을 가로질러 콘베아를 따라나가다가 건조로쪽으로 꺾어들었다. 장군님의 뒤에 따라선 최준걸은 이곳 제강소와 강선제강소를 대비해서 생산기술공정이 호상 다르다는것과 아울러 전국적범위에서의 강재생산의 현실태를 보고드리였다.

《여기서 수분을 제거하고 다음 저쪽 립철로쪽으로 넘겨주게 됩니다.》

강병철은 건조로가 들여다보이는 나들문앞에 멈춰서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되자 작업중에 있던 로동자들이 일제히 달려나와 손을 들어 만세의 환호성을 올리였다. 모자를 벗어 흔들며 답례하신 그이께서는 수고한다는 인사를 하신후 어서 작업을 계속하라고 하시였다. 로동자들이 각기 자기 위치로 흩어지자 그이께서는 작업장안에 들어가 자세히 돌아보자고 하시였다. 그러시면서 걸음을 건조로쪽으로 옮겨짚으시였다.

《장군님! 여기에 들어가시면 안됩니다.》 강병철은 앞을 막아서며 애원하듯 말씀을 올리였다.

《로동자들이 일하는것을 보면 안됩니까?》

《이안에 들어서시면 안됩니다.》 강병철은 안경이 미끄러져내릴만치 고개를 흔들며 딱한 표정을 지었다.

《공기도 나쁜것 같지 않고 위험할 정도로 기계가 돌아가는것도 없잖습니까?》

《장군님! 위험합니다.》

《위험하다?》

《그렇습니다. 이 발판으로는 전기가 흐르고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서있는 이 땅바닥에 전기가 흐릅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로동자들은 어떻게 일을 하고있습니까?》

《그건 부득한 유해직종으로서…》

김일성동지의 얼굴에는 순간에 그늘이 어리였다. 처음에는 리해가 가지 않는다는 의아한 표정이시더니 급기야 침울한 시선으로 뽀얗게 흐려진 작업장안을 들여다보시였다. 건조로우에는 물안개와 연기가 한데 섞인 매캐한 냄새가 떠돌고있었다. 한마디 말씀도 없이 이윽토록 작업장안을 살피고계시던 그이께서는 몇걸음앞에서 삽질을 하고있는 로동자쪽으로 다가가시였다.

《동무! 수고합니다.》

그이께서는 삽을 든 팔목을 덥석 잡아흔드시였다.

계속해서 그이께서는 강병철에게 말씀하시였다.

《그래, 내가 여기까지 왔다가 이 수고하는 동무들의 손목이라도 한번 잡아보지 못한다면 영원히 한이 되지 않겠습니까? 동무들은 매일 만나서 서로 돕고 이끌며 일하고있지만 나야 그렇지 못하지 않습니까. 자! 동무들, 모두다 한번씩 손을 잡아봅시다. 쇠가루가 발린 그 손을 잡아보잔말입니다.》

그이께서는 장화등까지 정광이 푹푹 빠지는데를 걸으시여 10여명이나 되는 로동자를 다 만나시고 밖으로 나오시였다. 뒤에 바투 붙어서서 로동자들의 나이와 경력 같은것을 간단간단히 말씀드리고있던 강병철은 눈에 시뻘겋게 피가 져서 따라나왔다.

《최준걸동무! 여기 기사장이 말하고있는것이 사실입니까? 건조로에서 흐르는 전류때문에 인명에 해롭다는것이 사실인가말입니다.》

《장군님!》 최준걸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였다. 그보다 더 놀라운것은 어느때 어떤 문제에서나 즉석에서 대답을 올리기마련이였던 그가 한동안 말을 못하는것이였다. 이윽해서 그는 고개를 들고 나직이 그러나 명확하게 말을 떼였다.

《강병철기사장의 말이 옳습니다. 유해직종이며 동시에 위험직종입니다. 그러나 현재 이런 방식의 제철제강공업에서는 이 공정을 넘어뛰거나 무시할만한 기술을 아직 연구해내지 못했기때문에 부득이 이것이 현재까지 허용되고있습니다. 적어도 공장인명재해의 절반을 여기서 발생시키고있다는 통계가 국제적으로 보고되고있습니다.》

그는 더이상 설명할것이 있는것 같은데 그이께서 너무나 놀라와 하실것 같아서인지 끝내 보태지 않고말았다.

《그렇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허리에 손을 짚으시고 마당을 거닐기 시작하시였다. 발걸음을 옮기실적마다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리였다. 맨앞에 김책이, 그다음에 최준걸의 순서로 수행원들이 둘레를 지어서서 그이의 사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침묵하고있었다. 건조로가 들여다보이는 나들문앞까지 가셨다가 다시 돌아서서 마당 저쪽 한구석에 자리잡은 수도가까지 그사이를 오가기를 무려 3번, 그동안 한마디의 말씀도 없으시다가 그이께서는 문득 강병철이앞에서 걸음을 멈춰서시였다.

《기사장동무!》 그이께서는 발을 모으고선 강병철을 직시하시면서 말씀하시였다. 《저 건조로에서 작업을 중지하시오.》

마디마디가 천근같은 무게를 가지고있는 그이의 말씀은 우선 먼저 강병철이, 그다음에는 수행원들의 가슴들을 세차게 울려놓았다.

《작업을 중지하다니!》, 《그러면 강철생산은 어떻게 되는가?》 등의 의문이 일시에 사람들의 얼굴마다에 떠올랐다.

숨을 죽이고서서 장군님의 다음말씀을 기다리고있던 강병철은 고개를 들고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장군님! 여기서 작업을 중지하면 이 계통의 생산은 완전히 멎게 됩니다. 이것을 복구하기 위해 로동자들이 몇달동안 고생을 했습니다.》

《기사장동무!》하고 그이께서는 강병철의 말을 중단시키시였다. 《지금 우리에게는 강철이 천금같이 귀중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로동계급의 생명보다 귀중할수 없습니다. 우리는 절대로 강철과 로동자의 생명을 바꿀수 없습니다. 작업장어방에 사람이 들어서기조차 무서운데 어떻게 여기서 일할것을 요구할수 있습니까? 강철생산에 지장이 있어도 중지하시오.》

그이께서는 근엄한 표정을 짓고 서있는 김책이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김책동무! 어떻습니까? 이 로를 그냥두겠습니까?》

《장군님! 없애버리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기사장동무를 비롯한 이곳 기술자들의 지혜를 믿습니다. 어떻습니까? 인명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을 연구할수 없겠습니까?》

강병철은 고개를 들고 《그렇게 하겠습니다.》하고 크게 대답하였다.

《그러면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그이께서는 좌우에 둘러선 동무들에게 설명을 더 보태시였다.

《자본가들은 리윤을 위해서 인명을 희생시키지만 우리는 인간을 위해서 모든 재부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산에서 오래동안 총을 들고 싸운것도 우리 민족과 우리 사람들의 재난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강병철의 고개는 점점 더 숙어졌다. 천근무게로 지지눌리우는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서 말씀드리였다.

《장군님!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신임과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강병철은 확신성있게 대답하면서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이때 그의 얼굴에는 신심과 긍지가 어려있었다. 그는 어떻게 되여 무엇을 담보로 하여 그런 대답을 올리게 되였는지 알지 못하였다. 다만 그는 그이의 말씀을 듣는 순간 이름할수 없는 힘이 온몸에 굽이쳐흐르는것을 느끼였고 그로 하여 기술적가능성이라든지 자기 능력에 대한 타산을 하기에 앞서 솟구쳐오르는 격정을 그대로 쏟았을뿐이였다.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우리는 그것을 믿겠습니다.》

뒤이어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였다. 그 웃음소리는 얼마동안 팽팽해졌던 분위기를 단번에 쓸어버리고 통쾌하고 명랑한 기분을 마당에 차넘치게 하였다.

다음은 전기로직장으로 넘어갔다. 강병철은 검고 눅눅한 땅에 발을 옮겨짚으며 생각에 잠기였다. 장군님의 뜻을 새길수록 온몸에 서리가 내돋을만치 죄책감이 번져나갔다.

돌이켜보면 왜정때의 자기 생활은 통털어서 인간에게 고통을 안겨주며 겨레에게 불행과 재난을 들씌우는것으로 되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뚜렷하고 몸서리칠만치 죄악으로 느껴지는것은 야마다에서의 강철생산이였다.

(이전에 나의 가책이란 기껏해서 일제에게 기술을 가지고 순종했다는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나는 일제에게 민족적차별과 멸시를 당했다는것으로 해서 그 비중은 어슷비슷하다고 저울질했었다. 그러나 오늘에 와보면 당시 내가 만들어낸 강철은 순수 철성분에 의한것이 아니라 로동자들의 피, 특히는 조선사람의 피가 섞여있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그 강철은 또다시 우리 인민을 잔인하게 학살하는 수단으로 되였던것이다. 이렇게 놓고보면 그 죄악이란 극형에 처해 마땅한것이다.

그런데 오늘에도 그 거꾸로 섰던 사고방식에서 나는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있는것이다. 그렇다! 그이의 가르치심대로 나는 인간을 위한 새 강철을 만들어야 한다. 여직까지 나는 장군님께서 지니신 품성과 인자함을 다만 나의 과거를 너그럽게 대해주시고 합금로에서 저지른 과오를 아량있게 용서해주시는것으로만 알았다. 그러나 이제 와보면 만인에게 베풀어지는 그이의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 그 찬란한 해빛의 한줄기가 나에게도 와닿았던것이다. 그렇다! 나는 이때까지 일제에 의해서 또 나자신에 의해 만들어진 캄캄한 지옥에 들어앉아있었다. 나는 단연 광명의 줄기를 붙잡고 밝은 세상으로 뛰쳐나와야 한다. 그리하여 장군님께서 가르치신바와 같이 인간을 위한 강철을 만들어야 하며 겨레를 위한 복무의 길에서 한치의 드팀도 없이 걸어가야 하는것이다.)

강철로앞에 이르렀다.

때마침 출강할수 있는 시간이 되였기때문에 그이께서 잘 보실수 있도록 철사다리를 타고 조괴장우에 안내해드리였다. 신호가 울리고 기중기가 움직이더니 전기로가 천천히 옆으로 기울어지면서 쇠물이 쏟아져내리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흑안경을 끼시고 장쾌한 장면을 바라보고계시였다. 출강구에서 흘러내린 쇠물은 폭포처럼 수직으로 떨어져내리면서 불꽃을 사방에 튕기였다. 모든것이 섬광을 반사하여 눈에 부시였다. 붉기도 하고 희기도 하고 또한 푸르기도 한 현란한 광채가 온 공간을 꽉 채웠다.

강병철은 쇠물이 쏟아지는 장쾌한 장면과 그것을 지켜보고계시는 장군님의 모습을 번갈아보고있었다. 그 위용, 그 빛발, 그 장엄함이 하나로 융합되였다.

그이께서는 통쾌하게 웃고계시였다. 가장 행복하고 가장 환희롭고 긍지와 신심에 넘칠 때에만 가질수 있는 그런 모습이였다.

순간 강병철의 눈굽이 뜨거워나더니 눈물이 볼을 적시며 주르르 흘러내리였다.

아! 우리의 위대한 령도자께서 지금 만족해서 웃고계신다. 저 웃음을 영원히 가슴속에 간직하고싶다. 저 웃음속에 나자신을 영원히 묻어두고싶다. 내가 한생 바라고 소망했던것이 무엇이였던가. 이런 보람, 이런 자부를 찾아 모대기고 헤매지 않았던가. 인간을 그토록 사랑하고 인간을 그토록 믿으시는 그분! 사랑이 있어 믿음이 생기고 믿음이 있어 사랑이 값높은 그 숭고한 사상, 그것은 온 겨레를 하나의 초점에로 단합시키는 구심점이며 불가극복의 견인력이다. 그 기둥을 나는 붙잡았다. 그 정신적지탱점에 의지해서 나는 동요와 불안을 모르고 한생을 살아갈것이다. 조난을 당하여 망망대해를 표류하던 《배》는 이 지탱점에 닻줄을 든든히 매놓고 향방을 가려볼것이다. 이것이 나의 목적, 나의 리상의 전부이며 최고, 최대의 행복이며 보람이 아니겠는가.

강병철은 구름처럼 피여오르는 환희와 랑만을 감당할 길이 없어 그저 가슴만 움켜잡고있었다. 그의 볼로는 이랑을 지어 눈물이 흘렀다.

《장하오! 장해!》 김일성동지께서 강병철의 어깨를 두드리시면서 큰소리로 웨치시였다. 《강병철동무! 수고했소. 수고했단말이요.》

강병철은 끝내 흥분을 이기지 못해 얼굴을 싸쥐면서 철근란간에 등을 기대였다. 그리고는 어깨를 들먹이였다. 그이께서는 더 많은 치하의 말씀을 하시려다가 그만두고 강병철이 진정하기를 기다리시였다. 그때 좌현이가 급히 장군님께로 다가와서 짤막하게 몇마디 보고를 올리였다.

《그렇소? 빨리 여기로 데려오오.》

좌현이는 방금 나타났던쪽으로 급히 되돌아나가더니 나들문밖으로 사라졌다.

《강병철동무 빨리 마당으로 내려갑시다. 기쁜 일이 있소.》

그이께서는 강병철의 팔을 잡고 철판층계를 급히 내려서시였다.

마당에 나섰을 때였다. 좌현이가 어떤 녀인을 안내해서 이쪽으로 데려오고있었다.

《강동무! 저기 누가 오는가 보시오.》

강병철은 멍청히 서서 바라보고있었다. 흰적삼에 깜장치마를 입은 녀인이 허둥지둥 달려오고있다.

《왜 그러고있소. 대구에서 부인이 찾아왔소.》

《녜?》

그는 한자리에 못박힌채 움직이지 못하였다. 마주오던 녀인도 몇걸음앞에 와서 멎어버리고말았다.

좌현이는 다시 돌아서서 승용차 있는데로 가더니 두 아이를 한아름에 안고 달려왔다. 하나는 네댓살났을 사내애고 다른 하나는 그 아래의 계집애였다.

좌현이의 품에서 빠져나온 사내애는 《아버지!》하고 소리를 지르며 총알처럼 강병철의 가슴에 안기고 계집애는 걸음발이 떨어지지 않아 고사리같은 손을 뻗치고 《아빠! 아빠!》하고있다.

그들의 감격적인 상봉을 지켜보고계시던 김일성동지께서는 최준걸을 손짓해 불러 물으시였다.

《본궁화학에 있던 원 무엇인가 하는 기사의 소식은 아직 모릅니까?》

《작년말에 서울로 나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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