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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계승자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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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14,067회 작성일 20-07-2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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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밤늦어 차성규의 사무실에 강원도당에서 전화가 왔다.

항구기계공장에서 열처리로가 터져 한 청년이 사경에 처했다는것이였다. 초저녁에 있은 일이였다.

차성규는 경황없는 도당일군의 말에 내용이 빈약해서 화를 내고는 공장당비서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서야 구체적인 사연을 알수 있었다.

화상당한 청년은 도인민병원에 후송되여 응급치료를 받아 생명은 위태롭지 않았다.

차성규는 래일 다시 알아볼 작정을 하고 퇴근길에 나섰다. 그는 밤추위가 느껴져 코트자락의 단추를 꼼꼼히 채우고 정원길을 걸어갔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계시는 집무실창문에는 불이 환히 켜져있었다.

시계를 보니 밤 11시가 넘었다.

차성규는 어쩐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로청간부혁명을 하느라 드바쁜 때인데 자기가 너무 일찍 퇴근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자동지께서는 이번에 교체할 청년간부들중에서 도사로청부위원장 이상급사람들은 당중앙위원회 부서에서 직접 료해해보고 만나본 다음에 결정하라고 말씀하신것이였다.

차성규는 오늘도 하루종일 도당에서 올려온 청년간부문건들을 뒤져보고 불만스러운것은 도당비서들과 의논하고 다시 선발하도록 하였다.

차성규가 정원소로길로 걸음을 옮기는데 청사의 바깥현관 채양아래서 인기척이 들렸다.

화강석두리기둥옆으로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천천히 걸어나오시였다.

집무로 겹쌓인 피로를 푸시려고 정원에 소풍하러 나오신것 같았다.

그이께서는 잎떨어진 은행나무들쪽으로 걸어오시다가 정원등빛이 덜 비치는 그늘진 곳에 서있는 차성규를 알아보시였다.

《왜 아직 퇴근하지 않고 그러고있습니까?》

차성규는 서류가방을 손에서 바꿔잡으며 머뭇거렸다.

《퇴근하던중입니다.》

《도사로청간부들은 다 선발했습니까?》

《며칠내로 끝낼수 있습니다.》

《중앙사로청부위원장들은?》

《학생담당부위원장을 론의중인데 모레아침에 문건을 드리겠습니다.》

《중앙사로청위원장감은 골랐습니까?》

《세사람 골랐는데 문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출신도 좋고 청년사업경험도 많은 동무들입니다.》

《나이는?》

《서른여섯살에서 서른여덟살 어간입니다.》

《장주천동무보다는 십년 아래구만.》

《예. 아주 젊은 동무들입니다. 간부부에서도 그렇고 우리 부서에서도 그런 동무들이 중앙사로청사업을 감당해내겠는지 걱정하고있습니다.》

《동무는 우리가 내놓은 사로청간부혁명방침의 진수를 파악하지 못한게 아닙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너그럽게 웃으시였다.

《걱정말고 썩 더 젊은 동무를 고르시오. 서른여섯이면 아이도 두엇은 되겠는데 안됩니다. 중앙사로청위원장감으로는 나이가 많습니다. 서른한두살이면 몰라도… 아니 되도록이면 서른살전의 젊은 청년을 골라보시오.》

《알겠습니다.》

《밤이 늦었는데 어서 집으로 가시오.》

《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차성규는 서류가방을 옮겨쥐였다.

《할 말이 더 있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바깥날씨가 찬데는 아랑곳없이 량팔을 가슴에 얹고 진지하게 들을 차비를 하시였다.

차성규는 항구기계공장에서 공구강열처리로가 사고나 박웅수란 청년이 화상을 당해 도병원에서 응급처지를 받고있다는것을 말씀드렸다.

김정일동지의 안광에 저으기 엄한 빛이 어렸다.

《그걸 왜 진작 말하지 않았습니까. 한 청년이 사경에 처했는데… 내가 늘 강조했지요. 사람문제는 일보와 문건의 첫 머리에 올라야 한다고.》

《래일 경과를 다시 알아보고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청년의 생명에 관한 문제인데 그렇게 완만히 다뤄서는 안됩니다. 환자가 어떤 청년입니까?》

《기술자이고… 열처리직장 초급단체위원장이라는것 같습니다.》

《항구기계이면 공장사로청위원장을 하다가 장주천동무때문에 떨어졌다는 그 림원국청년이 있는 곳이지요?》

《그렇습니다.》

《화상환자는 패혈증이나 독혈증에 걸리기 쉬운데 일없답니까?》

《예. 공장당비서동무가 말한데 의하면 응급치료는 잘한것 같습니다.》

《도병원에 알아보지는 못했지요?》

《공장당비서동무가 구체적으로 말하기에…》

차성규는 가방에서 그이께 올리려 했던 서류를 끄집어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화상환자에 대한 서류를 훑어보시였다. 불만스러우시였다. 환자청년에 대한 부서의 걱정과 관심이 구체성있는 료해가 못되고 대책적연구가 없는 일반적인 사업보고에 국한되였다.

《성규동무, 아까도 말했지만 청년사업문제를 가지고는 언제든지 내 방에 찾아오시오. 더우기 이렇게 개별적인 청년의 운명문제는 그것이 아무리 작고 사소한것이라도 뒤로 미루지 말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서류는 내게 주고 어서 퇴근하시오.》

차성규는 가책이 커서 선뜻 자리를 뜨지 못하다가 지도자동지께서 재촉하시여서야 걸음을 뗐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성규가 나무그림자들이 비껴 밤그늘의 음영이 짙은 정원길 저쪽으로 사라진 다음에도 한동안 그대로 서계시였다.

어쩐지 그 박웅수라는 로동자청년의 생명이 위험한것 같은 촉박해오는 심정을 누를길 없으시여 소풍을 그만두고 집무실로 돌아오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곁에 이르자 송수화기를 들어 도인민병원부터 찾으시였다. 원장도 기술부원장도 퇴근해서 없고 외과과장이 당직의사였다. 며칠후에 있을 피부이식수술에서 집도할 과장이여서 병상태와 수술, 림상치료에서 나서는 구체적인 의료상문제들을 료해할수 있으시였다.

그이께서는 필요되는 특수재료들과 희귀약품들을 종이에 적으시였다.

《화상면처치를 하고 수혈도 하고 욕창도 방지해서 생명엔 위험이 없단말이지요. 의사선생들이 수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피부이식수술이 문제구만. 외과과장선생, 어떻습니까. 지방병원인데 수술을 잘할수 있습니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저희들이 힘자라는껏 잘하겠습니다.》

외과과장의 목소리는 그이께서 깊이 관심하시는 환자를 수술해낼 결의에 넘쳐있었으나 어덴지 의사로서 자기 기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덜 느껴지는 대답이였다.

공장에서 생산계획을 힘자라는껏 하겠다는 결심이라면 그대로 믿고 지나칠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하다가 못해도 후날 할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한 청년의 생사문제, 건강을 담보하는 문제인것이였다.

《과장선생, 기술부원장선생은 내과학전문이고 원장선생은 고려의학계통이니 외과수술에서는 과장선생이 그 병원에서 권위자입니다. 내가 다시 물어서 안됐는데 이식수술을 해서 환자를 원상대로 회복시킬수 있겠습니까?》

《원상대로 말입니까?…》

외과과장의 목소리는 잦아들었다.

《그렇습니다. 화상을 당하기전의 원래 모습대로 말입니다. 어려운 일이긴 하겠지만 가능한껏 그렇게 했으면 합니다. 그 로동자청년이 몇살입니까?》

《병력서에 스물여섯으로 되여있습니다.》

《총각이겠지요?》

《예.》

《과장선생이 알다싶이 환자는 장가를 들지 않은 새파란 청년입니다. 그리고 사로청초급단체위원장입니다. 그러니 팔이나 어깨부위의 화상자리는 몰라도 얼굴만은 꼭 본래모습대로 흠자리없이 피부이식수술을 해야겠습니다. 그래야 사로청원들과도 마음 편히 사업할수 있고 의젓한 용모로 처녀앞에서도 주눅이 들지 않을것입니다. 어떻게든 부모가 물려준 청춘의 용모를 그대로 되살려주어야 합니다.》

한참만에야 수화기에서 외과과장의 걱정어린 무거운 대답이 울렸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의 수술재간으로는… 그렇게까지 해낼것 같지 못합니다. 저는 이제까지 그런 류형의 환자와 맞다들면 허물이 생겨도 화상자리나 잘 아물게 하고 후유증이 없이 건강해지면 수술을 성공한것으로 여겨왔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자신이 없단말이지요.》

김정일동지께서는 무겁게 뇌이시였다.

《솔직히 말해주어 감사합니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래일 적십자병원에서 유능한 외과학박사선생을 내려보내줄터이니 함께 의논해서 수술하도록 하시오. 수술에 필요한 특수재료들과 의약품들도 다 보장해주겠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고맙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환자를 원상대로 회복시키겠습니다.》

《그래주시오. 앞날이 구만리같은 청년인데… 당이 로동자청년을 어떻게 귀중히 여기는가를 의사선생님들이 실천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수술과 치료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은 즉시에 알려주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더운 차를 한모금 마시고나서 쏘파에 앉아 차성규가 올린 문건을 펼치시였다.

박웅수라는 초급단체위원장청년이 무엇때문에 그런 사고를 일으켰는지 자세히 알고싶으시였으나 기술실무적원인은 간단히 언급되여있었다. 새로운 공구강기술, 플라즈마식열처리로… 박웅수와 해임된 이전 공장사로청위원장이 소총명을 부리고 명예심에 들떠 공학전문가들과 기술일군들이 반대하고 충고주는데도 귀담아듣지 않고 고집을 세우다가 빚어낸 사고로 분석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서류를 밀어놓으시였다.

전화종이 울렸다. 도당책임비서 석태진의 귀에 익은 정중한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울려나왔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밤중에 이렇게 전화를 해서…》

《괜찮습니다. 조금도 방해되지 않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서정환동무의 아들을 찾았습니다.》

《재영이말입니까?! 어디서 찾아냈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너무도 기쁘시여 송수화기를 바꿔잡으시였다.

《글쎄 등잔밑이 어둡다고 시교외에 있는 곡산공장보이라에 있지 않겠습니까. 공장당비서가 도당위원회에 찾아온걸 제가 만났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을 뛰쳐나와 방황하던 재영이가 기관장의 구원을 받고 보이라에 마음을 붙이기까지의 사연을 다 들으시였다.

《재영이가 살아있을뿐아니라 건강해서 보이라공으로 일하고있단말이지요. 기쁜 일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재영이는 자기를 아들처럼 여기는 보이라기관장이랑 같이 령산탄광에서 캐오는 저질탄을 땔 비등식보이라를 만들려고 고심하고있답니다.》

《저런?! 대단하구만.》

《공장당비서가 그러는데 재영이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몹시 만나뵙고싶어 한답니다. 그래서 언제든지 만나뵈면 가슴에 쌓인 고민을 죄다 털어놓겠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기 속마음을 헤아려주신분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이시라고 눈물이 글썽해서 말하더랍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송수화기를 틀어쥐신채 말씀을 못하시였다.

그전날 서정환이 공장지배인을 할 때 순녀가 데리고왔던 넥타이를 맨 소년을 기억에 떠올리니 마음이 아프시였다. 편협한자들이 당에 충실한 일군에게 마구 정치적감투를 씌워 빚어낸 불행을 다시금 깊이 감수하시였다.

죄없는 일군의 운명을 칼질해서 고통을 주고 상처를 입힌것 말고도 그의 행복한 가정을 파괴하고 푸른 하늘같이 맑고 깨끗이 성장하는 후대의 정신속에 먹구름을 칠해놓았으니 얼마나 가슴아픈 일인가. 자신께서 당사업을 맡아보시면서부터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시였다.

《서정환동무한테는 알려주었습니까?》

《밤이 늦어 전화를 못했습니다. 래일아침에…》

《난 서정환동무내외가 재영이를 만나는것을 의미깊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그들의 상봉은 단순한 상봉이 아니라 친부모와 친아들간의 피줄을 잇는 문제, 사상정신과 마음, 친혈육의 인정세계를 다시 결합하는 복잡하면서도 눈물나게 행복스런 가정사변으로 돼야지 않겠습니까.》

《전 그렇게까지 생각을 못했습니다.》

《책임비서동무, 시행정위원장 서정환동무는 령산탄을 캐 때려고 무진 애를 쓰는데… 재영이가 기관장동무랑 같이 그 비등식보이라를 성사시키면 아버지의 행정위원장사업을 크게 도와줄수 있지 않습니까?》

《정말 그런 과정에 만나면 좋을것 같습니다.》

《그 방향에서 책임비서동무가 사업을 밀어주시오. 자기 힘으로 제 고장의 탄을 캐 때는 당의 중요한 과업을 관철하는 길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설사 피줄이 달라도 사상정신과 마음이 하나로 통할수 있을겁니다.》

정일동지께서는 석태진의 감동에 찬 대답을 들으며 생각에 잠기시였다. 정말 그렇게 화합이 되였으면 얼마나 좋을것인가. 자신께서 내놓은 적절한 방도이지만 그들의 상봉이 뜨겁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소원이 절절하다보니 그 방도마저 미약한것 같고 너무도 론리적이고 왜소한것으로 여겨지시는것이였다. 어떻게 하면 부자간에 뿌리깊이 남은 불신과 배은의 묵은 상처를 가시고 눈물겨운 정과 피가 통하는 포옹을 마련해줄것인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에 골몰하시다가 그제야 아직도 송수화기를 쥐고있다는것을 깨달으시였다.

《나때문에 책임비서동무가 전화를 끊지 못했구만… 기왕 송수화기를 들었을 때 사업이야기나 더합시다. 그래 령산탄광개발사업은 잘돼갑니까?》

《예. 도내 공장, 기업소당조직들을 발동시켜 일을 적극 내밀고있습니다. 로력과 탄광건설용화물자동차를 충분히 집결시키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투를 벌리고있습니다. 다음주부터는 동발을 세우고 보수한 갱에서 석탄을 캘수 있습니다.》

《청년돌격대사업은 어떻습니까?》

《제가 도사로청에만 맡기고 방임했다가 뒤늦게야 바로잡았습니다. 공장, 기업소들에서 숱한 청년들이 청년돌격대에 자원해나섰습니다. 탄광에서 기본도로까지 나가는 산협길을 내는 과업을 청년돌격대에 맡겼는데 벌써 일자리를 큼직이 내고있습니다.》

《거의 다 사로청원들이겠지요?》

《그렇습니다. 20대 안팎입니다. 참 열여덟살또래 어린 청년들중에 채순봉이라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생각나시겠는지…》

《순봉이!… 생각나다뿐이겠습니까. 영예군인 채혁동무의 아들이지요. 다리를 절면서도 아들을 교양하겠다고 밤중에 짚신을 신겨 데리고오던 사람입니다. 당과 조국을 위해 싸운 자기의 희생정신을 아들에게 물려주지 못해 속을 태우는 혁명의 2세입니다. 훌륭한 아버지입니다. 난 그날밤 채혁동무네와 같이 승용차를 타고가면서 우리 혁명의 계승문제에 대해, 청년사업문제에 대해 느낀게 많습니다. 고무도 받고 교훈도 컸습니다. 혁명의 3세, 4세들에 대한 사상교양문제, 청년들을 혁명사상으로 교양하는 문제는 혁명과 나라의 장래운명을 결정하는 사활적인 문제라는것을 다시금 확신하게 되였습니다.》

《채혁동무는 도사로청에서 순봉이를 싸움질했다고 청년돌격대에 받아주지 않으니까 저를 찾아와 도움을 청했습니다. 저는 그 동무와 전쟁시기 한 부대에서 싸웠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모든 부모들이 채혁동무처럼 자식들에게 우리 당의 혁명사상과 투쟁정신을 물려주기 위해 애쓰고 사회앞에서 책임을 진다면 오늘날 청년문제, 청년운동의 중요한 한 고리가 풀려나간다고 볼수 있습니다. 책임비서동무는 도당위원회사업에서 사로청지도와 함께 이 문제를 중시하고 아래당조직들이 소홀히 하지 않도록 관심을 돌려야 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석태진이와 전화를 끝낸 다음에 집무탁을 마주앉으시여 문건을 보려 했으나 뚜껑만 번지였을뿐 여전히 청년사업에 관한 사색에서 벗어나지 못하시였다. 가렬처절한 전쟁과 복구건설의 준엄한 시련을 거친 세대가 이제 무엇을 해야 할것인가. 원쑤들로부터 혁명과 조국을 수호하고 사회주의를 지켜낸것으로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 사회주의는 계속 건설해야 하고 혁명은 갈 길이 멀다. 세월은 흐르고 세대는 바뀐다. 평화로운 조국과 행복한 가정에서 새 세대들이 태여나 청년으로 자랐다. 자식들이 부모들의 피줄을 이었고 용모와 성격을 그대로 닮았다고 해서 자기들처럼 당을 받들어 혁명에 헌신하리라고 장담하거나 안심할수 있겠는가. 당조직들이 당원들과 근로자들속에서 혁명의 세대가 바뀌는 이 력사의 전환기에 계승성의 견지에서 세대의 사명감을 깊이 자각하도록 교양사업을 심화시켜야 할것이다. 내부교양사업은 물론 신문과 방송, 문학예술작품들을 비롯해서 당선전선동사업들에서 새 세대교양문제를 적극적으로 취급해야 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랜 시간을 당, 국가, 군사부문사업과 관련한 중요문건들을 보시였다.

그대로 비준하시는것들도 있었지만 방도가 적당치 않아 보류할 서류도 있었고 어떤 문건은 해당부문 일군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다른 각도에서 대책안을 써넣어주기도 하시였다. 당보에 게재할 그닥 길지 않은 론설원고는 그이께서 너무도 많이 가필하시여 어떤 페지는 타자친 원고글자우에 약간 비껴쓰신 그이의 활달한 필체의 글줄들로 꽉 찼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에 쌓인 한더미의 문건들을 다 보시고나서 사색을 정돈하시려는듯 방안을 조용히 거니시였다.

그러다가 차성규에게서 받은 서류가 탁자우에 그냥 놓여있는것을 보고 집어드시였다.

한 로동자청년의 사고문제와 관련한 그 서류는 아까 이미 보고 치료대책까지 다 세워주신것이였지만 그이께서는 처음 대하는 문건처럼 펼쳐들고 구체적으로 다시 보시였다.

몇페지 안되는 서류였지만 그이의 관심은 종이에 씌여있지 않은 리면의 사실에 쏠려있었다.

새로운 공구강기술… 소총명… 공명심… 실패하고 열처리로가 터졌으니 그렇지 성공했더라면 젊은 청년으로서 있을수 있는 그런 결함은 문제로 되지 않았을것이다. 청년들에 대한 사랑의 관점에서 문제를 본것 같지 않다. 도당청년사업관계일군들이 자기들 산하의 청년들을 진실로 아끼고 사랑한다면 이런 때 불행에 빠진 그 로동자청년의 잘못을 덜거나 감쌀수도 있었을게 아닌가.

김정일동지께서는 문건의 글줄에서 자신의 번민과 석연치 않은 마음을 풀어줄 다른 해석을 찾지 못하고 서류를 탁자우에 놓으시였다.

문득 그이께서는 생각나는것이 있으시여 문건을 다시 펼쳐들고 공구강기술이라는 대목에 밑줄을 그으시였다.

그이의 뇌리에는 멀리 흘러간, 김일성종합대학시절의 일이 떠오르시였다.

평양교외의 한 공장에 실습을 나가신 그이께서는 손수 선반기를 돌려보시면서 공장로동계급이 대중적기술혁신운동에로 떨쳐나서도록 이끌어주시였다. 절삭기대들의 칼이라고 할수 있는 공구강은 그이께 있어 생소하신것이 아니였다. 그때 공장에서는 공구강이 잘 보장되지 않아 공구제작이 걸리고 생산을 힘있게 내밀지 못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공구직장에 가시여 현장기술자들과 기계공학연구소에서 내려온 연구사와 로동자, 기대공들에게 현재 쓰고있는 강재를 가지고도 대담하게 새로운 열처리방법을 개발하면 질좋은 공구들과 형타를 만들수 있지 않는가고 가르치시였다. 그이의 말씀에 고무된 로동자, 기술자들은 새 기술혁신안들을 적극 연구도입해서 공구의 질을 개선하고 보장해서 높은 생산성과를 거두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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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때 친숙해지셨던 기대공들과 현장기술자들, 공장일군들의 낯익은 얼굴들을 하나하나 감회깊이 추억해보시였다.

전동기와 감속기치차들이 돌아가는 둔탁하면서도 궁근 소리와 담청빛의 쇠밥을 떨구며 소재를 깎아내는 바이트의 불꽃 튀는 쇠소리, 기대공청년들의 웃음소리와 소재가공에 주의를 집중한 긴장어린 묵직한 말소리들이 뒤섞인 현장의 소음이 귀가에 들려오는듯싶으시였다. 강철소재를 먹어들어가는 공구날들에서 미끄러운 우유빛액체인 랭각유가 끓는 냄새 그리고 변속함치차들속에서 마싱유(기계기름의 일종)가 달아오르는 냄새와 강쇠의 단내를 금시 맡아보는듯 하시였다.

자신께서 집무실이 아니라 기대들이 꽉 들어찬 생산현장, 로동계급의 의지와 열정과 랑만이 굽이치는 공장에 서있는듯 한 심정이시였다.

단추 네알박이 혼방직양복에 샤쯔의 눕힌 깃을 겉에 단정히 드러내놓은 관자노리어방의 머리칼이 희끗희끗 센 사람, 기계공학연구소에서 내려온 연구사의 모습이 유난스레 떠오르시였다. 그는 만성적인 위장병이 있어 얼굴의 살갗은 윤택이 없고 누르스름했으며 식욕이 없어 점심밥을 늘 로동자들의 절반정도밖에 싸가지고다니지 않았다. 기계공학지식이 해박하고 기대공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줄 아는 말이 없고 점잖은 연구사였다.

진… 뭐라고 했던가… 이름은 종시 생각나시지 않는다. 나이는 그때 오십고개에 올라섰다. 공장기술자들과 공구직장에서는 열처리방법개선과 공구강질을 높이는데서 그 연구사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다. 그러고도 연구사는 얼굴에 별로 자랑스러운 빛을 띠지 않고 로동자들속에서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했다.

각종 공구날들의 손톱만 한 끝머리의 강쇠조성을 변화시켜 세기를 높인 일이였지만 그 작은 공구날들에 의해 굳은 소재들이 무우처럼 쉽게 깎이고 절삭시간을 단축하고 정밀도를 높여 숱한 질좋은 기계와 설비들을 만들어낼수 있었다.

공구날은 손가락같이 작지만 기계제작공업에 소리없이 큰 기여를 하는것이다.

그 연구사가 공장을 떠나갈 때에야 공장일군들이 년간생산총화를 지으면서 뒤늦게 그에게 공로메달을 내신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퍽 후에 공장의 한 일군을 만나서 그런 사연을 전해듣고 무척 아쉽게 생각하시였다.

그때로부터 10년세월이 더 지나갔으니 연구사도 예순살을 썩 넘겼을것이다.

기계공학연구소에 그냥 있는지? 공구강부문이 전문연구분야이고 현장에 내려가 살기 좋아하는 사람이니 그사이 다른 공장들에 나가 성과도 많이 거두었을것이다.

그 연구사한테 항구기계공장의 박웅수네들이 연구한다는 새로운 공구강기술을 의뢰하면 어떨가?

김정일동지께서는 해당 일군에게 지시를 주는것보다 그를 직접 만나보고싶으시였다.

지난 시절의 회포도 나누고, 화상을 당한 청년을 도와주라고 부탁도 하고… 그런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다니…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의 이름을 한번 듣기는 했지만 자신께서도 그때 수수한 작업복을 입고 기대공들과 같이 그를 《진선생》이라고만 불러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신것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아침에 다른 사업은 제쳐놓고 과학보건부문을 담당한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을 불러 유능한 외과의사와 피부이식수술에 필요한 특수기재들과 귀중한 의약품들을 강원도인민병원에 보내주도록 하시였다.

지난날 오래동안 과학부문의 당사업을 해온 책임일군은 김정일동지께서 관심하시는 기계공학연구소의 연구사를 기억하고있었다. 그 연구사의 이름은 진원삼이였다.

기계공학연구소에서는 몇해전에 이렇다하게 연구성과를 내지 못하고 《앉아뭉개는》 그를 내보냈다. 평성시주변의 어느 농촌마을에서 살고있을것이라고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책임일군이 과학원 당비서한테 말해 그를 데려오겠다고 하는것을 그만두게 하시였다. 자신께서 인차 동해안일대의 여러 도를 실무지도할 계획인데 가던도중에라도 진원삼의 집에 들려 만나볼 생각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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