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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계승자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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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4,254회 작성일 20-07-2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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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림원국은 피부를 떼낸 어깨죽지의 아픔을 참으며 수술장에서 나왔다.

복도에는 먼저 수술대에 올라 한쪼각의 피부라도 떼내여 환자에게 주려고 싱갱이를 벌리던 사람들이 순서를 정했는지 그닥 붐비지 않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있었다.

도인민병원의 의사, 간호원들, 항구기계공장의 로동자들과 일군들, 시내 청년들이 태반이였다. 마흔살이 넘은 사람은 제외되였다. 그래도 환자를 위해 피와 살을 바치겠다고 막무가내로 밀려드는 사람들에게는 까닭을 설명하고 리해시켜 돌려보내지 않을수 없었다.

원국은 수술실복도에 들어찬 사람들이 맨 처음 피부를 떼내는 영예를 지닌 자기를 호기심과 부러움에 차서 보는것을 느끼고 죄를 지은듯이 고개를 숙인채 사람들사이에 난 비좁은 통로를 빨리 걸어나왔다.

그한테는 아무런 긍지도 영예감도 없었다. 그는 기술부원장에게 환자와 자기의 남다른 관계를 설명하고 바로 자기의 불찰로 그렇게 되였다고 눈물나는 반성을 하였다.

기술부원장이 수술하는 마당에서 그런 뒤늦은 참회가 무슨 필요한가고 어성을 높여 그를 밀어냈으나 원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서 떼내는 지정된 면적의 두배가 넘는 피부를 거의다 마취주사를 놓지 않고 떼냈다. 그런데도 그의 마음속자책감, 뼈아픈 후회와 죄스러움은 조금도 덜어지지 않았다. 피부를 떼낸 어깨죽지는 몹시 저렸으나 그는 아픔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

지금까지도 줄창 그를 괴롭히고있는것은 자기가 공장사로청위원장자리에서 떨어져 번민에 휩싸여 모대기면서 박웅수를 추동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아직 기술적세부의 완비를 못한 공구강열처리로의 실험을 재촉하지 않았더라면 열처리로가 터지지 않았을것이고 친구가 불행을 당하지 않았을거라는 후회막심한 생각이였다. 열처리로가 터지면서 쓸어나오는 불길에 화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 박웅수를 안고나올 때는 얼마나 당황하고 절망에 싸여 몸부림쳤던가. 고열의 그 화염이 어찌하여 밀페구앞에 서있던 자기쪽으로 터지지 않고 박웅수한테로 뻗쳤는가. 차라리 사랑도 실패하고 공장사로청위원장자리에서도 밀려나 인격도 명예도 다 떨어진 자기가 열처리로의 그 불세례를 당했더라면 좋았을것이다!

해임되여 열처리직장 로동자로 일하게 됐을 때 그는 공장사로청원들을 보기가 면구스러워 다른 공장에 가려고 했지만 박웅수가 그를 붙잡았다.

박웅수는 그가 사로청사업을 그만둔게 오히려 잘되였다고, 인제는 새로운 공구강연구에 둘이 힘과 지혜를 깡그리 바치게 되였다고 그를 위로했다.

원국은 자기의 사업과 생활에서 가장 어려운 때마다 발벗고 나서고 고통을 나눌줄 아는 친구가 그지없이 고마왔다. 리성을 잃을번했던 그는 친구를 도와 공구강기술을 완성시키는데서 생활의 안정을 찾으려 했다.

그날부터 림원국은 공장사로청사업에 바치던 그 많은 시간과 정력을 플라즈마열처리로의 개조에 바쳤다. 그런데 이런 사고가 빚어질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행복은 한가지로 오지만 불행은 쌍으로 온다고 누가 말했던가. 운수나쁜 인간들에게 맞춤한 말이다.

원국은 병원앞마당의 굵은 버드나무줄기에 지친 몸을 기대였다.

음산한 날씨였다.

잎이 떨어져 가늘게 여윈 잔가지들우로 묵은 타래솜같은 구름뭉치들이 침침한 그늘을 던지며 낮추 떠내려오고있었다.

찬 대기속으로 싸락눈알갱이들이 날려내리더니 잔바람질에 흰모래알처럼 콩크리트바닥을 굴러갔다.

원국은 한낮인데도 백열등을 환하게 켠 수술실창문을 올려다보았다. 제발 수술이 잘 되였으면… 그는 간절히 바랐다.

그의 마음속에서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에 대한 감사와 흠모의 정이 다시금 뜨겁게 굽이쳤다.

박웅수의 화상입은 피부를, 얼굴모습을 조금도 손상가지 않게 해주라고, 사랑하는 처녀도 알아보지 못하게 잘해주라고 적십자병원의 박사선생, 유능한 외과의사를 보내주셨다지… 이름없는 로동자청년의 불행을 두고 어쩌면 그리도 은정깊은 조치를 취해주실가. 웅수, 걱정말어. 수술이 잘 될거야. 넌 정말 운이 나쁘면서도 행복한 인간이야. 어서 수술을 이겨내고 완치되여라.

림원국은 수술실창문을 올려다보며 마음속으로 부르짖었다.

환자에게 피부를 떼준 공장청년들이 두셋씩 짝을 무어 병원마당을 지나간다.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환자를 위해 바친 자기들의 고결하고 아름다운 소행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이 비껴있었다.

원국은 버드나무줄기에 피해서서 그들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자기는 피부가 아니라 뼈를 떼주고 심장을 바친대도 그들처럼 아름다운 마음과 자부심을 지닐것 같지 못했다. 친구를 제때에 구원하지 못한 인간에게 그러한 순결한 자아희생의 정신세계는 있을수 없는것이 아닌가.

그는 나무곁에서 떠나지 못했다. 수술이 끝나는걸 기다릴 작정이였다.

친구에 대한 자책감을 덜수 있다면 무슨 일인들 마다하랴.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괴로움은 더해갔다.

사업과 생활에서 실패했고 장래가 없는 불우한 자신의 운명에 대한 절망적인 생각이 무겁게 겹쌓여지기만 했다.

마른 줄기와 가시만 남은 장미덩굴에 가리워진 병원 쇠울타리밖으로 회색코트를 걸친 처녀가 반달음질해오고있었다. 목에는 얇은 가을뜨개수건을 둘렀는데 깍지핀을 지른 부드러운 머리칼이 찬바람에 날려 흰 살결의 얼굴주위에 흩어지고있었다. 처녀는 진수옥이였다. 원국은 한순간 놀라고 기쁨에 떠서 달려가고싶었으나 인차 고통스레 얼굴을 떨구었다.

병원마당에 들어선 진수옥은 어깨에 멘 낯익은 취재가방을 추스르고 현관문쪽으로 걸어갔다.

원국은 온몸이 굳어짐을 느끼며 처녀를 등지고 돌아섰다. 그러나 진수옥은 무언가 육감으로 알아차렸는지 걸음을 멈추고 버드나무쪽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처녀는 그를 알아보고 천천히 다가왔다.

원국은 진수옥의 구두뒤굽소리가 등뒤 가까운 곳에 멎어섰는데도 돌아서지 않았다.

하필 이런 때 나타나다니! 진수옥은 내가 공장사로청위원장자리에서 떨어진것을 알고있을것이다. 사고를 저지른것도… 젠장, 지난 일을 없었던것으로 외면하고 지나쳤으면 좋으련만…

《원국동무…》

진수옥의 목소리는 반가움으로 떨렸다.

《오래간만입니다.》

림원국은 그렇게도 자기의 마음을 끌었던 상냥스러움과 도고함이 조화된 정채도는 진수옥의 눈을 얼핏 쳐다보고는 자기와 상관이 없는 사람을 대하듯 처녀의 어깨너머 다른 곳을 무표정한 눈길로 보았다.

《고생 많았겠어요.》

진수옥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말 못하는 속진정이 세차게 흘렀다.

원국은 처녀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눈시울만 내리깐채 덤덤히 서있었다.

진수옥은 바람에 멋없이 날리는 코트앞자락을 손으로 바로잡았다.

《원국동무, 여기 그냥 있겠어요? 전 수술장에 갔다오겠어요.》

《동무를 만나려고 여기에 있는게 아닙니다. 내 친구의 수술에 량심의 립회를 서있을뿐입니다.》

《까다로운 성미는 조금도 숙어들지 않았군요.》

진수옥은 마치 녀선생이 잘못을 범한 학생에게 질책하듯 한마디 던지고는 돌아서서 병원현관문쪽으로 갔다.

처녀는 퍼그나 시간이 흘러서야 왼쪽팔을 늘어뜨리고 아픔을 참느라 창백한 얼굴에 입술을 깨물며 나왔다.

원국은 진수옥이 어깨살의 피부를 떼냈다는것을 알았다. 자기 아버지의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고 배척한 사람한테 피부를 떼주다니!…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처녀를 쟁취하겠다고 남의 옷을 빌려입고 머리칼에 기름을 바르고 사무실의 문을 걸고 한 자신이 그지없이 부끄럽게 여겨졌다.

진수옥은 그한테로 조용히 걸어왔다.

그러나 원국은 나무에 기대선채 싸락눈이 땅에 떨어져 바람에 여기저기 밀려다니는것을 묵묵히 지켜볼뿐이였다.

진수옥이쪽에서 먼저 말을 건넸다.

《원국동무, 너무 걱정마세요. 의사선생님들이 그러는데 수술은 잘된대요.》

《…》

《추운데 걷지 않겠어요?》

진수옥은 나직이 말했다. 원국은 처녀를 조금이라도 바래주는 례의를 차려야 하리라고 생각했다.

병원문을 나서니 싸락눈이 녹아 젖은 길이 꾸둑꾸둑 얼기 시작했다.

《춥겠어요.》

처녀의 따뜻한 념려의 말이 원국의 페부를 찔렀다. 그는 외출복삼아 작업복삼아 입은 자기의 목깃이 닫긴 데트론옷차림을 내려다보았다. 그에게는 코트가 없었다. 겹옷속에 어머니가 떠준 털내의를 껴입다가 겨울이 닥쳐와 날이 아주 추워지면 솜옷을 입는것이였다. 그는 생활에서 외모에, 옷차림에 별로 마음을 쓰지 않았다.

《기자동무는 어데로 가겠습니까?》

《글쎄요… 날이 저물었으니… 려관에 가야죠.》

진수옥은 피부를 뗀 어깨가 저려나는지 몸을 약간 기울이며 얼굴을 찌프렸다.

《려관은 이쪽으로 가면 빠릅니다.》

원국은 세멘트포장도로에서 가지를 친 석비레를 탄탄히 깐 길을 가리켰다.

처녀가 그쪽으로 몇걸음 옮겼으나 원국은 땅에 뿌리박힌듯 잠자코 서있었다.

진수옥은 돌아서더니 서운한 눈길로 그를 쳐다보았다.

원국은 처녀의 날카로움이 무딘 그 서늘한 눈빛에서 원망에 가까운 그리고 애수를 띤 복잡한 감정을 읽었다.

《절 바래주지 않겠어요?》

처녀의 조용한 목소리에는 남자가 거역할수 없는 강렬한 힘이 느껴졌으나 원국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내심의 파도는 처녀와 함께 걷고싶은 충동이 뒤설레였다. 하지만 무슨 낯으로 지난날처럼 함께 바다기슭을 걷는단말인가? 자기의 분별없는 사랑의 행위, 경거망동으로 해서 취재길에 왔다가 봉변을 당했지만 처녀는 무랍없이 다시금 찾아왔다. 그리고 자기 아버지의 기술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탓하지 않는다. 이런 처녀와 어떻게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겠는가. 공장사로청위원장자리에 있을 때조차도 이 처녀를 선망의 눈길로 보았고 위축감을 느끼지 않았던가.

원국은 처녀가 혼자 가지 않고 지꿎게 서서 비난기어린 눈길을 던지자 자기의 무력한 자존심에 스스로도 화가 났다.

《기자동무… 난 사실…》

《이름을 불러주세요. 수옥이라고…》

《난 이제 공장에 가야 합니다.》

《구실이겠지요. 유감스럽군요. 전 원국동무한테서 그전날의 자존심과 정열을 볼수 있으리라고 기대했어요.》

《…》

《려관이 그닥 멀지는 않겠지요?》

진수옥은 한번 내비친 의사를 좀처럼 거두려하지 않았다.

바람이 싸락눈을 휘몰아다가 두사람의 발치에 뿌려던졌다.

림원국은 처녀의 요구에 순응하는것이 괴롭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지만 덤덤한 표정으로 바지주머니에 손을 찌르고 걸음을 뗐다.

두사람은 간격을 두고 말없이 걸었다.

얼마쯤 지났을 때 진수옥이 말을 꺼냈다.

《인사가 늦어 미안해요. 어머니는 건강하신가요?》

《예, 별로… 어머니는… 수옥동무가 준 머리수건을 늘 쓰고다닙니다.》

《허물없고 친절한분이예요. 어머니를 만나뵙고싶군요.》

《…》

《전 그래도 원국동무가 말로라도 집에 청할줄 알았어요.》

《속에 없는 말을 왜 하겠습니까. 그리고 인제는 공장사로청위원장도 아닌데 손님을… 청할 명분이 없지요.》

《복잡한 생각을 앞세우는군요. 옹졸해요. 전 사람을 어떤 직분에 따라 평가하는걸 싫어해요.》

찬바람이 옷자락을 날렸다. 쩝쩔한 바다물냄새가 풍겼다. 해변이 가까왔다.

길은 해변을 끼고 오른쪽으로 꺾어들었다.

가시돋힌 앙상한 덩굴의 해당화들과 소나무들이 해변의 둔덕에 뿌리박고있었다.

소나무들은 옹이 박힌 구부러든 줄기가 곁가지없이 미출하게 올리뻗어 꼭대기에만 푸른갓을 드리웠다.

바람이 소나무우듬지를 잡아흔들 때마다 마른 솔잎들이 떨어져내렸다.

조금만 귀를 기울여도 소나무가지들을 울리는 바람속에서 파도소리를 가늠해 들을수 있었다.

《저기 백양나무옆에 서있는 건물이 려관입니다.》

원국은 더 가지 않으려고 했다.

진수옥은 그쪽은 보지도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가방끈을 추슬러 메였다. 처녀는 저으기 상심한 기분이였다.

《그렇게도 빨리 헤여지고싶은가요?》

《수옥동무, 량해하십시오. 난 병원에 가봐야 합니다.》

《아까는 공장에 가야 한다더니.》

《매한가집니다. 어차피 우리는 헤여져야 하니까요.》

《저는 동무와 같이… 파도사나운 바다를 보고싶었어요.》

《해변은 몹시 춥습니다.》

《원국동문 갑자기 젊음을 잃은 사람같군요.》

진수옥은 바람에 날려 이마에 흩어지는 머리칼을 쓸어올리고 도전적인 투로 말을 계속했다.

《한갖 사업의 실패에 그렇게도 좌절감을 당하다니… 동무의 존엄과 의지가 그게 단가요?》

《기자동무한테는 사업의 실패로 여겨질테지만 나한테는 정신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운명적인 문제입니다. 동무가 그런 내 심정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옳은 판단이예요. 내가 동무를 리해 못하는것처럼 동무도 역시 녀자의 마음을 모르는 사람이예요.》

《기자동무, 부디 지난날 저의 경솔한 행동을 용서해주십시오.》

《용서하라구요?!… 내가 알건대 남자는 녀자앞에서 자기 정열의 분출로 한 행동을 후회하는게 아니라고 봐요.》

진수옥은 경멸하듯 맵짠 말로 그를 후려치고 총총히 걸어갔다.

그 녀자는 려관쪽으로 뻗은 길이 아니라 메마른 잡초들이 량켠에 무성한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그쪽으로 가면 바다가도래굽이였다.

원국은 처녀에게 얻어맞아 상하고 어리벙해진 자존심을 어루만지며 돌아서지 못했다. 그는 진수옥이 왜 그리로 가는지 알수 없었다. 통분해서 길을 잘못 드는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그는 저도모르게 멀찌감치에서 처녀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는 자기의 이런 관심성을 드러내는 행동이 나약한 의지에 뿌리박고있음을 깨달았지만 발걸음은 어째선지 처녀한테로 향해지기만 했다.

잡초들이 우거진 둔덕에 이르니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수평선의 륜곽을 가늠할수 없이 자욱하니 운무가 꼈다.

진수옥은 언젠가 림원국의 집에 왔다간 그날 아침처럼 흰 모래불에 까딱않고 서서 바다를 보고있었다.

바람에 떠밀린 검푸른 파도는 도래굽이의 들쑹날쑹한 바위들에 부딪쳐서는 흰 비말을 뿌려던지며 물러서지 않고 그대로 바위너설을 타고 넘어왔다.

맥이 빠지고 지칠대로 지친 파도였지만 그래도 안깐힘을 써 밀려와 모래불을 적시고 처녀의 발치에서 거품으로 잦아들었다.

찬바람이 진수옥의 코트자락을 퍼덕이고 흩날리는 머리칼이 목덜미를 덮었다.

사위는 땅거미가 스며들기 시작했지만 처녀는 해변을 떠날줄 몰랐다.

림원국은 진수옥이 바로 자기때문에 그렇듯 커다란 심리적충격, 번민에 휩싸여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는 이 순간에도 남자의 주관성과 단순성으로 해서 그리고 자신의 내부적고통으로 해서 진수옥이 바다가모래불에 점도록 서있는 리유를 알지 못했다.

처녀의 마음속에는 자기와는 상관없는 어떤 다른 번민이 있을것이며 이전 공장사로청위원장인 자기에 대해서는 동정이나 하는것으로밖에 더 생각하지 않을것이라고 믿었다.

용모로 보나 학식으로 보나 뒤질데라고는 조금치도 없는 이 평양의 기자처녀가 무엇때문에 한갖 로동자청년에 불과한 자기에 대해 마음 쓰겠는가.

그런데도 원국은 까닭모를 강렬한 힘에 끌려 처녀한테로 가고있었다.

지난 여름의 비내리는 밤 헛간의 짚검불속에서 잠을 자고 처녀를 찾아 목에 겨불내가 나도록 달려가던 그 아침이 떠오른다. 이 메마르고 바람질하는 초겨울이 아니라 비에 씻겨 유난히 푸른 해변의 소나무들, 싱싱하게 핀 해당화덤불들이 반겨맞는 따뜻하고 청신한 해변의 여름날 아침이 못견디게 그리워진다.

그날 아침 고요한 바다를 배경으로 모래불에 서있는 진수옥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왔던가.

사랑에 불타는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경황없이 달려온 자기의 옷자락에 붙은 짚검불오리를 손으로 집어내던 그 녀자의 미소는 얼마나 부드러웠던가…

원국은 생활에 대한 순진한 정열이 끓어번지던 그 추억과 환영의 세계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수옥동무, 그러다 감기들겠습니다.》

림원국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바람에 삼키웠다.

진수옥은 흠칫 몸을 떨었다.

처녀는 돌아섰다. 그리고 눈물이 가득 고여 초점을 잃은 눈으로 원국을 쳐다보았다.

애수와 실망이 넘쳐흐르는 그 눈의 깊은 곳에서는 원망과 비난의 불길이 세차게 타오르면서 녀자의 천성적인 나약한 눈물을 말리우고있었다.

처녀는 손수건으로 눈굽을 찍고 연약해진 의지를 부축하기라도 하듯 머리칼을 추슬렀다.

《왜 왔어요? 우린 헤여지지 않았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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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처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슬픔에 젖어있었으나 예리한 경멸의 어조가 풍기였다.

《제가 걱정되는거지요?》

《그렇습니다.》

원국은 복잡한 감정을 에돌지 못하고 솔직히 표현했다.

진수옥의 눈에 한줄기 경멸의 빛이 지나갔다.

《난 파도세찬 바다를… 파도가 있어 썩지 않는 바다를 보고있어요. 바다는 그때처럼 변함없이 뒤설레고 정열을 잃지 않고있군요.》

원국은 괴로이 숨을 톺았다.

《난 동무와의 지난날을 부끄럽게 여깁니다.》

《녀자앞에서 자기가 내뿜은 감정과 행동에 대해 후회만 하고 책임질줄 모르는 소심한 사람… 유감스럽군요.》

진수옥은 싸늘한 미소를 짓고 한걸음 다가섰다.

《원국동무, 난 동무를 존경하고… 사랑했어요. 그러나 지내보니 동무는 남자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군요.》

《고맙습니다. 자신을 잘 알게 해주어서… 난 지난날 나의 사랑이 외롭지 않았다는것만으로도 동무의 리해를 받았다는것만으로도 기쁩니다. 자기 처지를 모르는 어리석은 감정이였습니다.》

진수옥은 머리를 설레설레 젓고 한숨을 쉬였다.

《우린… 서로 리해할것 같지 못하군요. 안녕히 계세요.》

《부디 행복하십시오.》

원국은 목안에서 뜨거운것을 삼키면서 진정으로 처녀를 바래웠다.

그 녀자는 어스름에 재빛색갈을 띄여가는 모래불에 자욱을 남기며 힘겹게 걸어갔다.

문득 누구인가 등뒤에서 모래불을 성급히 밟으며 다가왔다. 어머니였다.

《언덕길에서 널 보구 왔다.》

어머니는 보꾸레미를 들지 않은 손으로 귀밑머리를 쓸어넘기며 침울해서있는 아들의 눈치를 불안스레 살폈다.

《어데로 가세요?》

《병원으로 가는 길이다. 웅수를 주려구 닭곰을 했다.》

어머니는 모래불로 멀어지는 진수옥을 보느라 눈시울을 쪼프렸다.

《평양기자처녀가 아니냐?》

림원국은 대답을 않고 파도세찬 바다쪽에 고개를 돌렸다.

《글쎄, 어쩐지 비슷하다 했지. 날이 저무는데 어데로 가느냐? 집에 청하지.》

어머니는 아들의 표정은 아랑곳 않고 무작정 반가와했다.

《인제야 내가 사로청위원장도 아닌데 뭣때문에 손님을 청하겠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 기자처녀야 우리 집에 손님이 아니지 않니.》

어머니는 책망조로 뇌이고 머리에 쓴 민들레꽃무늬수건을 매만지였다.

나이에 조금 늦은감이 있는 수건이였으나 바탕색이 고상하고 따스한 천이여서 어머니는 날이 추워지자 곧 머리에 썼다.

《저 동무는 려관에 가는걸 더 좋아해요.》

원국은 애써 심드렁히 말했으나 어머니앞에 내심의 고통을 감추지 못했다.

어머니는 번뇌를 담아 바다물처럼 서글픈 빛을 띤 아들의 눈을 들여다보고 가슴아파했다.

《오래간만에 온 처녀를 노엽혔는게로구나.》

원국은 눈물이 핑 고였다.

《어머니, 난 왜 이렇게 속이 비틀어졌을가요? 쓸데없이 자존심만 살아 어리석게 처신하거든요.》

《기자처녀가… 네가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널 찾아온걸 보면… 참, 고마운 처녀다.》

어머니는 고집스런 아들이 모래불에서 떠날념을 않고 망연히 서있는것이 측은해서 어린시절 장난세찬 아들을 데려올 때처럼 어깨를 끌어당겼다.

《래일 려관에 찾아가 화해를 하려무나.》

《그럴 필요가 없어요. 우린 영 헤여졌어요. 뭐 처음부터 별다른 사이는 아니였지만…》

《어미앞에서 저를 속이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어떠냐. 그러지 말고 내가 기자처녀를 만나볼가?》

《그러지 마세요. 나같은 로동자가 신문기자처녀에게 대비나 돼요?》

어머니는 슬픔을 덜어주고싶어서 아들의 어깨를 꽉 껴안았다.

《원국아, 넌 종합대학을 졸업하고서도 그러는구나. 내겐 네가 사로청간부를 할 때나 로동자로 일할 때나 언제나 아들이다. 잘나구 못나뵈질 않는다.》

원국은 어머니의 손을 끌어잡고 속생각을 터놓았다.

《어머니, 우리 고향에 가 살가요?》

《사리원에?… 어째서?》

《난 공장에 있기 괴로워요.》

《그런 생각일랑 말어라. 여긴 네가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곳이 아니냐. 이젠 정이 든 고장인데 쓴맛을 좀 봤다고 가겠니. 일없다. 지내느라면 마음 아픈것도 다 아무느니라.》

원국은 어머니가 눈물나게 고마왔다. 원쑤들에게 남편을 잃고 하많은 생활의 난관을 헤치며 살아온 어머니는 어떤 일에서도 실망하거나 동요를 모른다. 그런 어머니가 부러웠지만 젊음이 넘치는 혈기로 하여 자기는 도무지 그렇게 대범할수 없었다. 훼손된 명예로 번민하는 청춘, 존엄과 정열의 청춘은 출로를 찾으려 하는것이다.

원국은 둔덕길에서 어머니를 병원으로 보내고 자기는 공장으로 향했다. 한시바삐 공장을 그만두고 어딘가 멀리로 훌 떠나가고싶었지만 어째서인지 발걸음은 공장으로만 다그쳐진다.

박웅수는 병원에 있지만 그의 공구강열처리로의 운명이 걱정되고 열처리직장사로청원들이 자기를 기다릴것만 같은것이였다. 아침에 열처리직장장이 마사진 로를 허물어치우라고 했다는데 설마 그러기야 하랴 하면서도 불안감을 삭일수 없었다.

그가 반달음질하다싶이해서 공장에 들어섰을 때는 구내가 아주 어두웠다. 곧바로 트라스천정이 높은 열처리작업장에 간 원국은 눈앞에 벌어진 사태앞에서 심장이 멎는것만 같아 그자리에 굳어졌다.

공구강시험로가 있는 구석진 곳에 먼지가 뽀얗게 꼈는데 누군가 함마를 휘둘러 두텁게 쌓은 로벽을 까내고있었다.

한켠에서는 여러명의 열처리직장청년들이 맞들이에 벽체에서 떨어진 내화벽돌과 깨진 세멘트쪼각들을 담아내였다.

림원국은 다짜고짜 달려들어 함마질을 하는 청년의 팔목을 틀어잡았다. 그가 이 공구강시험로를 처음 쌓을 때 박웅수랑 같이 밤을 밝혀가며 일해온 열처리직장초급단체부위원장 배근식임을 알아본 원국은 성이 꼭뒤까지 나서 그의 가슴을 밀치다싶이 한대 쥐여박았다.

배근식은 함마를 뺏기는 동시에 저만치 내화벽돌무지에 나가 넘어졌다.《다른 사람도 아닌 네가 로를 마슨단말이야?!》

원국은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화풀이를 채 하지 못해 맞들이에 벽돌쪼각들을 주어담다가 당황해 서있는 사로청원들의 발치에 함마를 집어던졌다.

배근식은 엉기적거리며 버럭무지에서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며 억울해서 부르짖었다.

《직장장동지가 지시한건데 나보구는 왜 해봐요?!》

원국은 소둔로옆의 통로로 격자무늬의 모직모자를 쓴 열처리직장장이 서둘러오는것을 띄여보았다.

《근식이, 넌 속대가 없는 사람이야? 의리심도 없구? 웅수는 병원에서 수술받고있다. 동무가 잘못됐다고 그가 하던 일마저 줴버린다는게 도리가 있는 행동이야? 웅수가 시험로를 이렇게 마슨걸 알면 통분해서 죽을지도 모른다.》

드넓은 열처리작업장이 정적에 묻혔다.

가라앉는 먼지냄새만이 고요의 존재인듯싶었다.

멀리서부터 시비를 따져 큰 소리를 칠 태세였던 직장장은 웅수에 대한 소리를 들어서인지 벽돌무지너머에 엉거주춤 섰다.

원국은 열처리직장사로청원들한테로 돌아섰다. 그러나 깨진 벽돌쪼각을 담은 맞들이옆에서 난처한 기색으로 자기의 눈길을 피하고 서있는 사로청원들의 먼지 오른 얼굴들을 보자 말문이 막혀버렸다.

공구강시험로를 쌓을 때와 수십번의 실험을 할 때마다 성심껏 도와나섰던 그들이 인제는 행정의 지시에 따라 로를 치워버리고있다. 공구강시험로와 같은 크지 않은 일에서조차 자기의 신념과 목적이 확고치 못하고 지켜낼줄 모르는 청년들을 어떻게 사로청원들이라고 할수 있겠는가. 원국은 지난날 공장사로청위원장으로서 자기가 해놓은 일이 별로 없음을 깨달았다.

《근식이, 영만이, 재덕이…》

버럭무지에 흩어져있는 사로청원들을 둘러보는 원국의 목소리는 후회와 안타까움과 원망의 복잡한 감정으로 하여 잦아들었다.

《동무들은 설마 새로운 공구강개발이 박웅수 한사람의 창안품이라고 생각지는 않겠지. 이것은 어느 개별적청년의 일이 아니라 공장사로청위원회가…》

《여, 원국동무!》

그의 언행을 제지시키려는 위압조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열처리직장장은 이쪽으로 성급히 오다가 버럭쪼각을 잘못 디뎌 하마트면 발을 곱지를번 하였다.

《원국동무, 동문 여기서 공장사로청위원회를 대표하지 않아. 열처리직장의 로동자란말이요.》

아픈 곳을 찌르는 말이 직장장의 입에서 튕겨나왔지만 틀린것은 조금도 없었다.

원국은 분이 치밀었으나 감정상하는 그런 말에 응대하고싶지 않았다.

그는 직장장쪽에는 곁눈조차 던지지 않고 사로청원들을 향해 랭정히 말을 계속했다.

《난 공장사로청위원회의 자격으로 말하는게 아닙니다. 새 공구강개발을 위한 기술혁신과제는 지난 시기 공장사로청위원회가 동무들 열처리초급단체에 준 과업이 아닙니까.》

《그건 잘못 준 과업이였소.》

사로청원들은 침묵하고있었으나 직장장은 한사코 밀고나왔다.

《우리 열처리직장은 이미 생산지표로 떨어진 공구강들만 착실히 열처리해내도 큰 성과요. 플라즈마식인지 뭔지 그렇게 파악없는 창안을 붙들고 세월을 보낼수는 없소. 동무는 직장의 생산행정사업을 무시하고 자기 공명을 채우려하지 마오. 실패했으면 물러서란말이요.》

원국은 직장장의 빗나가지 않는 공격을 더는 외면할수 없었다.

《직장장동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지난 시기 공장사로청위원회는 열처리직장에서 기술을 혁신하여 공구들의 질을 개선하고 생산을 높이는데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성과도 거두었다는거야 직장장동지도 알지 않습니까. 공장사로청위원회의 그런 사업들이 저의 공명심에서였다면 강질이 낮은 공구들을 구태의연하게 열처리해내고 생산계획만 했다고 평가를 받는 직장장동지의 사업은 어떤 공명심입니까?》

《듣기 싫소! 일개 로동자가 직장책임일군에게 그게 무슨 말본새요? 원국동무는 그런식으로 사리를 따진다고 이번 시험로사고의 책임에서 벗어날것 같소?》

《전 사고의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그리고 웅수동무를 대신해서 공구강개발시험을 책임지고 내밀겠다는것도 말씀드립니다.》

《동무는 전직관념을 가지고 주제넘게 굴지 마오. 난 동무를 열처리직장에서 내보내겠소. 원국동무는 쓸데없는 미련을 부리지 말고 사고심의회에서 자기 운명을 어떻게 구원하겠는가 그거나 곰곰히 생각해보오.》

원국은 말문이 막혔다. 분김으로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가까스로 리성을 자제했다. 그는 관자노리에 희끗한 머리오리가 있는 나이 오십고개에 이른 이 직장장과 언쟁하는것이 도덕이 아님을 겨우 의식했다. 자기의 사업과 인생실패로 인한 울화를 생산밖에 모르는 이 과격한 성미의 직장장에게 터칠수는 없는것이였다. 그래도 직장장은 지난 몇해동안 새 공구강개발에 힘쓰는 공장사로청의 기술혁신사업에 수동적이긴 하지만 도움을 주었었다.

원국은 직장장의 행정적조치를 거역했지만 자기에게 새 공구강개발사업을 그냥 내밀 아무런 힘도 없음을 서글프게 깨달았다. 욕망, 정신만 살아서 열처리초급단체 사로청원들에게 호소하는데 불과한것이였다. 아닌게 아니라 사고심의회에서 자기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당장은 열처리직장에 일개 로동자로도 몸붙이기 어려운 처지이다. 방금전까지 타오르던 분노와 억울함은 쓸쓸한 공허감과 절망으로 바뀌였다. 그는 파괴된 이 시험로의 운명과도 같은 자기의 처지를 새삼스레 인식하였다. 아무런 기술적담보도 희망도 없이 잃어버린 사업적타성으로 요구만 한 사로청원들앞에서 창피를 느꼈다.

그는 말없이 근식에게 미안한 눈길을 던지고는 버럭무지사이를 걸어나갔다. 다시는 이 열처리직장에 발을 들여놓지 않으리라 마음다졌다.

《원국동무, 거기 좀 서오.》

등뒤에서 나지막하게 울리는 공장초급당비서의 귀에 익은 목소리에 원국은 멈춰섰다.

먼지 끼여 뿌연 뒤창문밑에 공장초급당비서가 목깃이 닫긴 재색양복을 입은 웬 낯선 손님과 같이 서있었다.

그들은 거기에 서있은지 한참되는 모양이였다.

초급당비서가 신중한 기색을 지으며 그더러 오라고 손짓하는 품이 지나가던 길이 아니고 방금전의 일을 다 목격한것 같았다.

원국은 그 자리에 못박혀버렸다.

그가 고집스레 서있자 초급당비서는 손님과 같이 다가왔다.

《원국동무, 이분은 당중앙위원회에서 청년사업을 맡아보는분이요.》

《?!…》

원국은 한순간 자기 문제가 어방없이 커졌다는 생각에 당중앙위원회일군을 조심스레 쳐다보았다.

차성규는 얼굴에 여유있는 웃음을 지었다.

《난 동무를 처벌주러 온게 아니요.》

《…》

《동무를 만나보고싶었소.》

《…》

《당비서동무한테서 동무에 대한 구체적인 료해를 했구 방금전에는 동무가 어떤 청년인지 직접 봤소.》

원국은 당중앙위원회일군이 자기를 긍정하는지, 질책하려는지 의도를 알수 없었다.

《사로청사업에 대해 뭘 제기할게 없소?》

《저는 공장사로청사업과 담을 쌓았습니다.》

《원국동무는 공장사로청위원장자리에서 해임됐는데 의견이 없소? 억울하다거나 불만스러운 일이 있으면 말하오.》

《없습니다. 제가 사로청사업을 잘하지 못했고… 성품이 방정치 못해서… 빚어진 일입니다.》

《한가지 묻기요. 동무사무실에 신문기자처녀가 있을 때 문을 걸었소?》

《그건 지나간 일이고 저로선 수치스러운 일인데 대답해야겠습니까?》

《난 알아야겠소.》

《문을 걸었습니다.》

《누가 걸었소?》

《제가요.》

《밖으로 걸었다던데… 왜 그랬소?》

《그 처녀한테… 사랑을 고백할려고 그랬습니다.》

《그래 성공했소?》

《전 이런 호기심이나 만족할 질문에… 모욕을 느낍니다.》

《음, 내가 지나쳤구만. 량해하오. 그렇지만 호기심에서가 아니야. 어쨌든 대단히 잘못됐소. 사로청원들을 도덕적으로 교양해야 할 공장사로청위원장이 그런 점잖치 못한 행동을 하다니. 가보오.》

원국은 잠자코 물러나왔다. 공장사로청위원장자리에서 떨어졌을 때와 같은 억울함과 울분이 목구멍을 꽉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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