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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계승자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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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11,445회 작성일 20-07-24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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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당중앙위원회 청년사업담당일군인 차성규는 둥근 대리석기둥들이 늘어선 홀을 지나 층계를 올라갔다.

최근 청년운동문제와 관련하여 마련된 협의회에 참가하는 차성규의 마음은 무거웠다.

그는 며칠전에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요구하시여 사로청중앙위원회와 각도 사로청위원회들의 사업실태를 료해한 두툼한 문건을 그이께 올리였다.

평소에 청년사업을 볼 때는 그다지 느끼지 못하였는데 정작 사로청사업실태를 자료적으로 모아놓고보니 생각이 깊어지는것이였다.

근래에 와서 사로청사업에서는 청년돌격대에 의해 완공된 이천-세포간 철길건설을 내놓고는 별로 두드러지는 성과가 없었다.

차성규자신은 사로청사업이 모가 나지 않고 구태의연하게 진행되는데 불만이였지만 빠개놓고보면 이렇다하게 잘못된것도 있는것 같지 않았다.

사로청중앙위원회와 도사로청위원회들에서는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들에서 제시한 방침과 결정을 관철하기 위해 동맹전원회의들도 매번 크게 진행했다. 월사업요강이나 지도서, 통보서를 비롯하여 사로청사업문건들을 매달 빠짐없이 산하동맹조직들에 내려보내였다. 그리고 동맹내부사업과 경제활동도 그만하면 괜찮고 여러가지 정치행사와 좋은일하기운동같은 사로청이 주관하는 사업들이 청년사업부가 봐준 계획서대로 집행되였다고 볼수 있다.

차성규가 걱정하는것은 중앙사로청위원장 장주천의 사업과 생활이였다. 장주천은 관료주의가 혹심하고 술을 지나치게 마셔 일을 빚어내군 하였다. 얼마전에는 함남도사로청사업을 지도하러 내려갔다가 그곳 사로청일군들로부터 술대접을 받았다. 도사로청위원장이 평양행 렬차도착시간이 되였다고 알려주자 장주천은 분위기를 깨친다고 버럭 성을 내면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다가 렬차를 놓쳐버리고 다음날 소집한 중앙사로청회의마저 미루지 않으면 안되였다. 자기 말을 잘 듣지 않고 맞선 공장사로청위원장을 떼버린것을 비롯하여 장주천의 사업에서 주관적이고 즉흥적이며 전횡적인 일들을 빚어낸 자료들은 적지 않았다.

차성규는 부서일군이 묶은 장주천의 사업과 생활자료를 놓고 번민이 컸다. 그는 장주천이와 한 부서에서 일한적이 있는것으로 해서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사이였다.

차성규는 장주천을 사무실에 불러다놓고 사정을 보지 않고 결함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며칠간 자기 사업정형을 검토해보고 다시 만나자고 하였다. 지난 기간에 결함이 생기면 적당히 꾸중하는 정도로 그쳤더니 도가 넘는것이였다.

차성규는 청년사업문제를 놓고 협의회가 있게 된다는것을 알자 어쩐지 마음이 무겁고 불안해졌다. 협의회가 자기 사업정형을 검토받는 계기로 생각되였고 청년사업이 보다 심각하고 중요한 론의의 초점에 올랐다는것을 인식하게 된것이였다.

차성규는 벽둘레에 앞차대와 쏘파를 놓은 장방형의 방에 들어섰다.

당중앙위원회 신준석비서와 조직부 책임일군 그리고 또 두어명의 당중앙위원회 일군이 앉아있다가 뒤늦은 차성규를 눈인사로 맞아주었다.

조금후에 수수한 평상복을 입으신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활달한 걸음으로 들어오시였다. 그이께서는 자리에서 일어선 일군들을 둘러보고 다 왔음을 알자 앉으라고 손짓하시고 자신께서는 차성규의 옆에 있는 쏘파에 앉으시였다.

차성규는 그이께서 서류가방안에서 꺼내 앞차대에 놓으시는 노트와 문건중에 자기가 올린 사로청사업실태자료가 있는것을 보았다.

《시작합시다.》

김정일동지의 우렁우렁하고 청신한 목소리가 조용한 방안에 울렸다.

그이께서는 앞차대에 두팔굽을 얹고 일군들을 천천히 둘러보다가 차성규에게 눈길을 멈추시였다.

《부장동무는 왜 그렇게 불안한 얼굴입니까? 오늘 협의회 주인이나 같은데 그래가지고 문제토의를 자유롭게 하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음을 지으시며 당황해하는 차성규의 얼굴에서 혈조가 내리는것을 지켜보시였다.

《불량청년들의 패싸움때문에 그러는 모양이구만.》

《면목이 없습니다.》

차성규는 자기의 마음속을 꿰뚫어보시는 그이의 눈길을 피하여 고개를 떨구었다. 그가 죄송스러워하는것은 자기가 불량청년들의 패싸움건을 보고받고 중앙사로청에 전화하며 야단치는 때에 지도자동지께서는 실무지도과정에 그 문제를 벌써 료해하시고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주신것이였다.

《너무 심각해할건 없습니다. 당중앙위원회 청년사업담당일군이 지방도시의 뒤골목에서 일어나는 불량청년들의 싸움질까지 일일이 책임질수는 없는것입니다. 사로청이 청년들을 어떻게 교양했으면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빚어졌는가 하는 문제를 론의해보자는것입니다. 차성규동무는 내게 준 이 문건에서 최근 사로청실태를 객관적으로 반영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근본적인 병집을 드러내는 해부학적인 투시와 분석은 없는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이미 곳곳에 색연필로 밑줄을 그어 상세히 본 문건을 번져가다가 마감장을 덮고 앞차대의 한켠에 밀어놓으시였다.

《동무들도 알다싶이 사로청 6차대회가 있은지도 벌써 두해가 지나갔습니다.》

그이께서는 자신의 발언을 기다리는 일군들을 둘러보고 말씀하시였다.

《그동안 청년사업에서는 성과가 많습니다. 사로청이 지난 60년대 말에 비해 당의 로선과 정책관철을 중심에 놓고 사업을 잘 전개했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 사로청조직들의 활동도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청년들이 당과 혁명을 위해서, 조국과 인민을 위해서 일을 많이 하였습니다. 우리가 다 알고있는것들이니 일일이 꼽을 필요가 없을것입니다. 여긴 성과를 론하는 회의장도 아니고 시간도 없는데 그만하기로 하고 문제의 본질로 넘어갑시다.》

그이의 목소리는 근엄한 어조를 띠였다.

《차성규동무도 이번에 사로청전반사업실태를 종합해보고 느꼈겠지만 지금 사로청사업은 쇠소리가 나지 않고 기백이 없습니다. 다른 근로단체조직들과 별반 차이나는점이 없습니다. 청년들의 정치조직인데 끓어번지지 못하고 주저앉아있습니다. 여기 서류에 있는것처럼 당의 로선과 정책을 받들고 동맹전원회의나 협의회도 자주 하고 각종 문건들도 틀림없이 내려보내군 했습니다. 그런데도 사로청사업은 겉으로 볼 때 정치조직이 활약한다는 맛이 나지 못하고 회의나 협의회가 끝나면 인차 잠잠합니다. 불량청소년들이 생긴다는것은 사로청조직들이 맥이 없고 겉은 번번하나 속은 곪고있다는것을 말해줍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내가 보기에는 사로청사업이 명실공히 청년사업으로서의 활력을 가지지 못하는것은 아직도 지난날 재래식당사업의 틀거리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는데 하나의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때문에 사로청조직들의 전투적기능과 역할이 떨어지고 이 문건에 있는것과 같이 청년들속에서 간과할수 없는 일련의 결함들이 생기게 된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른편 쏘파에 앉은 신준석비서쪽에 반쯤 몸을 돌리시였다.

《나는 이번에 북부지구에서 돌아오면서도 그렇고 국제청년운동실태와 최근 사로청사업정형을 분석해보고 현시기 우리 나라 청년운동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내가 언젠가도 말했지만 청년문제는 당과 혁명의 장래운명, 나라와 민족의 전도를 결정하는 관건적인 문제입니다. 수령님께서는 혁명의 길에 나서신 첫 시기부터 청년문제를 혁명의 승패와 민족의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로 보시고 탁월한 사상과 령도로 청년운동을 현명하게 이끌어오시였습니다. 혁명의 개척기와 항일무장투쟁시기, 민주건설시기와 조국해방전쟁시기 그리고 전후 사회주의건설시기에 우리 청년들은 수령님의 령도를 받들고 혁명위업의 계승자, 혁명과 건설의 전위투사로서의 사명과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여왔습니다. 우리 혁명은 지금 70년대에 들어섰습니다. 우리는 이 70년대에 위대한 수령님의 주위에 주체혁명력량을 더욱 튼튼히 묶어세워 사회주의건설을 힘있게 내밀어야 하고 미제와 남조선괴뢰들의 반공화국책동을 짓부시고 조국통일위업을 앞당겨야 합니다. 시대와 혁명앞에 나선 이 력사적과업을 수행할 역군은 다름아닌 청년들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 나라에서는 광복후와 전후시기 착취와 압박을 모르고 자라난 청년들이 국가와 사회의 주인으로 나서고있습니다. 이제는 조국보위초소에는 말할것도 없고 공장의 기대앞이나 농장벌을 비롯하여 사회의 모든 령역에서 부모들을 대신하여 새 세대들이 나섰습니다. 이것은 우리 혁명대오에서 일어난 새로운 변화입니다. 그렇기때문에 수령님께서는 사로청 6차대회에서 대를 이어 혁명을 계속해야 할 영예로운 사명이 청년들에게 맡겨져있다는것을 중요하게 밝히시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량팔을 가슴에 얹고 말씀을 이으시였다.

《세대가 교체되는것은 사회발전법칙입니다. 혁명위업의 명맥을 잇고 장래를 걸머질 담당자는 청년들입니다. 세대를 이어가며 수행되는 혁명위업을 중단없이 줄기차게 전진시키고 완성해나가자면 새 세대 청년들이 전세대의 혁명정신을 이어받아 선행세대가 이룩한 투쟁업적을 고수하고 계승발전시켜나가야 합니다. 이런 정치철학으로부터 수령님께서는 인간의 육친의 대, 인생의 대우에 혁명의 대라는 새로운 사회정치적문제를 청년운동앞에 제기하시였습니다. 혁명의 대문제는 국제청년운동실태에 비춰볼 때 현 시대의 가장 절박한 문제입니다. 오늘 국제청년운동은 제국주의자들의 부르죠아사상문화공세와 현대수정주의자들의 악랄한 책동으로 하여 심한 우여곡절을 겪고있습니다. 적지 않은 나라들의 공청과 청년조직들은 새 사회건설, 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한 투쟁에 청년들을 조직동원하는데서 사상교양사업을 홀시하거나 줴버렸으며 공청조직과 대학생동맹을 민주화, 사회화한다는 구실밑에 자유화하고있습니다. 이런 위험한 수정주의적경향, 반동적청년운동로선으로 하여 일부 사회주의나라들의 청년조직들은 <구락부>로 전락되고 수많은 청년들이 썩어빠진 부르죠아생활양식의 수렁속에 깊이 빠져들고있습니다. 그래서 일하기 싫어하고 투쟁하기 싫어하면서 선배들이 이룩해놓은 혁명의 전취물을 말아먹고있습니다. 이것은 사실상 그 나라들에서 혁명의 대가 끊어지고있다는것을 말해줍니다.》

방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어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금 앞차대에 팔굽을 얹고 신중한 낯빛으로 말씀하시였다.

《동무들은 국제청년운동의 이런 심각한 실태를 강건너에서 타번지는 불이라고만 생각하고 각성을 늦춰서는 안됩니다. 동무들도 알다싶이 우리 나라 청년운동은 지난 60년대 후반기에 벌써 반당반혁명종파분자들, 수정주의자들의 책동으로 한차례의 시련을 겪었습니다. 청년운동의 지도적위치에 있던 그들은 수룡리에 가서 청년들을 모아놓고 방식상학을 하면서 <나비 쌍쌍 날아간다>는 노래만 불렀습니다. 나라가 아직 허리를 펴지 못했고 사회주의건설을 다그쳐야겠는데 청년들이 혁명을 하지 않고 <나비 쌍쌍>노래나 불러가지고 어떻게 하겠습니까. 반당반혁명종파분자들이 청년들속에 이런 수정주의사상을 불어넣은것은 청년들을 부화타락시켜 혁명의식, 계급의식으로 무장하지 못하게 만들어 나중에는 청년들을 당과 혁명을 반대하는 길로 돌려세우려는데 그 본질적목적이 있었습니다. 당 제5차대회와 사로청 6차대회를 계기로 우리 나라 청년운동은 자기 궤도에 들어섰지만 아직 우리 청년들속에는 반당반혁명종파분자들이 퍼뜨린 수정주의날라리풍이 요소적으로, 잔재로 남아있습니다. 사로청일군들의 사업방법과 작풍은 의연히 낡은 재래식당사업의 틀거리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는것으로 하여 혁명의 대문제, 3세, 4세 청소년들이 대를 이어 혁명을 계속하는 문제는 구호와 회의, 문건들에서 형식적으로 취급되고있습니다. 이런 형편에서 청년사업을 어떻게 추켜세워야 하겠는가? 협의회 서두에 내가 길게 말한것 같은데 동무들의 의견을 들읍시다.》

검은 회색빛갈의 닫긴 양복을 단정히 입은 신준석비서가 일어섰다.

《앉아서, 앉아서 이야기하시오.》

그이께서 조용히 이르시였으나 신준석비서는 정중한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오늘날 청년사업이 이렇게 된데는 저의 잘못이 큽니다. 제가 사로청을 중시하지 않고 직맹이나 농근맹들과 별반 다름없이 여기고 청년동맹의 특성에 맞게 사업을 연구하고 조직하지 못한데 원인이 있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10년전 당중앙위원회에서 사업을 시작하실 때에 벌써 로동계급의 당이 청년사업을 틀어쥐고 청년들을 혁명적으로 교양육성하는것이 청년문제해결의 관건적고리로 된다는 귀중한 사상을 제기하시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시기 우리는 이 혁명의 승패를 좌우하는 청년들의 사상교양문제를 범상한것으로 여기던 나머지 홀시하거나 형식적으로 대해왔고 아래에 내려보내는 사로청사업의 요강이나 지시문들로 안심하고 만성적으로 취급해왔다는것을 심각히 돌이켜보게 됩니다. 저는 앞으로 사로청사업에서 중시해야 할 문제가 계급교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새 세대 청년들이 착취사회의 피어린 생활을 체험해보지 못했고 혁명투쟁의 시련도 겪어보지 못했기때문에 계급교양문제가 현시기 청소년들교양에서 특별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신준석비서가 자리에 앉자 몸집이 갱핏하고 정기도는 눈매가 날카로와보이는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 책임일군이 쏘파에서 일어났다.

《당조직들에서 올라오는 자료에 근거하여 저는 요즘 사로청사업에서 제기되고있는 적지 않은 문제들이 중앙사로청위원장인 장주천동무에게 걸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지도부 책임일군의 목소리는 제강소의 압연기에서 단 강쇠를 밀어낼 때의 억센 쇠부딪침소리같았다.

《장주천동무는 당중앙위원회에서 부부장사업을 하던 동무인데 사로청사업을 맡아가지고 크게 자리를 내지 못했습니다. 사로청이 이천-세포철길건설공사같은 대상건설을 좀 했다고 해서 벌써 성과에 자만하고 자기를 과신하던 나머지 청년사업을 주먹치기식으로 되는대로 하고있습니다. 당사업체계와 방법에서 변혁이 일어나고있는 시기인데 장주천동무는 정치적반응이 매우 굼뜹니다.

사로청사업을 아직도 낡은 재래식당사업틀거리대로 벌리고있다는게 말이 됩니까?》

차성규는 그가 청년사업을 담당한 자기를 빗대놓고 말하는것 같아 쏘파등받이에 엇비스듬히 기대여 조용히 듣고계시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를 얼핏 보고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러나 그 일군은 차성규의 괴로움과 불안은 개의치 않고 말마디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로부터 장주천동무는 사로청위원장사업의 태반을 문건놀음과 전화질, 지도서와 요강에 의한 일반적인 포치로 굼때고있습니다. 도사로청에 내려가기는 하지만 관료주의와 독단으로 하여 아래일군들과 청년들이 무서워 범접조차 못합니다. 틀을 차리고앉아 회의만 늘어지게 하여 초급사로청일군들로부터 비평이 제기되고있습니다. 대접받기 좋아하던 나머지 술에 취해가지고 정기렬차까지 연착시키는 안하무인격의 행동을 하였습니다. 저는 장주천동무를 그냥 두었다가는 아무래도 사로청을 말아먹을것 같아서 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수건으로 이마를 문지르는 차성규쪽을 보시였다.

《중앙사로청위원장을 떼면 청년사업이 잘될것 같습니까? 성규동무?》

차성규는 얼굴의 땀을 훔친 손수건을 옆주머니에 넣고 일어났으나 힘겹게 말을 꺼냈다.

《장주천동무를 떼는것은 지내 극단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장주천동무의 결함이 그의 사업과 생활을 뒤에서 잘 도와주지 못한 저한테 책임이 있기때문에 이 자리에서 그를 두둔하거나 변호하는게 아닙니다. 사실 장주천동무는 사로청사업을 맡아가지고 일을 많이 했습니다. 사로청 6차대회도 치르고 청년들이 대를 이어 혁명을 계속해나가기 위한 사로청조직정치사업에서 성과도 큽니다. 사로청중앙위원회로부터 초급단체에 이르기까지 정연한 사업체계도 세워놓았습니다. 저는 장주천동무가 결심을 다지고 나서서 사로청조직체계를 잘 발동하여 청년들을 당의 방침과 결정관철을 위한 투쟁에 조직동원하면 청년사업이 한계단 올라설수 있다고 봅니다.

이제 생소한 사람을 교체하느니보다 사로청사업에서 파악이 깊은 장주천동무를 잘 이끌어주는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성규의 말이 공감되고 그의 괴로와하는 심중이 리해되시였다.

천성이 온화하고 사람문제처리에서 심중한 차성규였다. 당내 동지들사이에 우의가 깊고 사람을 아끼는것은 차성규의 타고난 성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장주천동무한테 그냥 사로청을 맡긴다면 청년운동전반에서 전환으로 될만한 개선을 가져올수 있다고 봅니까? 아니, 앉아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눠봅시다.》

《글쎄… 전환으로까지는…》

차성규는 자신을 못가지고 말꼬리를 흐렸다.

방안의 일군들이 모두 차성규를 지켜보고있었지만 그는 곁에서 딱해보일 정도로 벌겋게 상기된 얼굴을 숙인채 침묵하고있었다.

신준석비서가 김정일동지쪽으로 몸을 돌렸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차성규동무의 견해를 중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장주천동무는 틀을 차리고 독단을 부리는 결함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볼 때 손탁이 세기때문에 이제껏 사로청을 든든히 틀어쥐고 크게 편향이 없이 일을 해왔다고 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침묵하시고 다른 일군들의 의견을 기다리시였다.

그러나 누구도 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론의를 더할수록 사람의 운명문제가 날카롭게 제기되는것으로 하여 말하기 저어되는 모양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일군들을 둘러보시고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오늘 협의회의 본질에서 벗어나 개별적일군의 운명문제를 론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한 일군의 운명문제가 아니라 변화된 현시점에서 청년사업을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하는 문제, 말하자면 수백만 청년들의 운명문제입니다. 구체적으로 볼 때 우리는 장주천이 한사람을 떼거나 고쳐주는 문제가 아니라 사로청사업전반에 남아있는 낡은 재래식사업방법의 틀을 깨고 청년사업에서 참신한 활력과 기백이 솟구치게 전환을 일으키자는것입니다. 장주천이와 같이 청년사업에서 틀을 차리고 령감티를 내면서 주관과 독단을 부리는 사로청일군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나는 이번 실무지도과정에도 그런 청년일군들을 여러명 보았습니다. 이것은 낡은 재래식사업방법이 사로청안에 깊이 뿌리내렸다는것을 시사해주며 이것이 결코 중앙사로청에 앉아있는 장주천동무를 떼거나 결함을 고치는것으로 해결될수 없다는것을 말해주는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사로청조직들의 전투적기능과 역할을 높이고 청년사업을 일신시키겠는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사로청사업을 추켜세울 현실적방도에 관한 자신의 구상을 아직은 말할수 없으시였다. 그이께서는 현지에서 료해하고 체험한것을 협의회과정에 더 무르익히시였다.

협의회가 끝난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성규를 따로 남게 하시였다.

《동무는 아까 중앙사로청위원장의 결함을 부정하지 못하던데… 그런 사실들을 알고있었겠지요?》

《예… 전 어떻게든 장주천동무를 고쳐주려고…》

차성규는 사로청사업실태보고에 장주천의 결함자료를 포함시키지 않은것이 속에 걸렸다. 그것이 사로청의 일개 책임일군의 일이기 전에 청년사업전반에 미치는 심중한 영향문제라는것을 아프게 깨달은것이였다.

《그럼 내한테도 터놓고 말했어야지요. 혼자서 중앙사로청위원장을 충고주느라 애썼구만.》

그이의 너그러운 말씀에 차성규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는 서류가방안에서 장주천의 생활자료를 꺼내 그이께 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서류를 마감까지 읽어보시고 앞차대에 놓으시였다.

차성규는 장주천의 일로 마음을 조였지만 그이의 얼굴에는 질책의 엄한 표정은 떠오르지 않으시였다. 오히려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시였다.

《흥미있습니다. 도사로청회의에서 장주천동무가 회의를 오래한다고 일어나서 <령감동맹>회의라고 비판했다는 공장사로청위원장은 어떤 청년입니까? 여긴 그의 이름도 없구만.》

《림원국이라고 하는데 배짱이 여간 아니라고 합니다. 장주천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지르면 도사로청일군들과 공장, 기업소 초급사로청일군들이 고개를 틀어박고 숨도 크게 쉬지 못한다는데 이 동무는 떡 뻗치고서서 마감까지 할 소리를 다 했다고 합니다.》

《몇살입니까?》

《스물일곱입니다. 도사로청적으로 제일 나이가 어립니다.》

《장주천동무나이의 거의 절반밖에 안되는구만.》

《예, 아버지벌이 됩니다. 그러니 집행석에 앉은 장주천동무는 기가 막혔습니다. 성이 꼭뒤까지 났지만 림원국이 하도 당돌하고 배짱이 센데다가 말하는게 또한 사리정연해서 장주천은 그만 제풀에 분이 삭았다고 합니다. 오죽 똑똑하고 마음에 들었으면 장주천동무가 그를 조카사위로 삼으려고 했겠습니까.》

《그건 어떻게 된 일입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더욱 흥미를 가지시였다.

《장주천동무는 림원국청년이 설마 중앙사로청위원장이 자기 조카를 소개하는데 거절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모양입니다. 바쁜데 언제 또 모여 격식을 차리랴 해서 장주천동무는 제창 조카딸을 데리고 음식이랑 준비해가지고 도사로청위원장네 집에 갔습니다. 림원국의 어머니를 데려오고 공장에 있는 그를 승용차에 태워가지고와서 약혼식을 선포했답니다. 그런데 글쎄 림원국이 술 한고뿌를 들이키더니 이런 강제적인 약혼식이 어데 있는가, 사람을 모욕한다, 난 사랑하는 처녀가 있다고 큰소리로 항변하고서 뛰쳐나갔다고 합니다.》

《저런!… 장주천동무가 되게 봉변을 당했구만.》

《예, 본인의사도 알아보지 않고 강제로 혼사를 성립시키려 했으니 잘못 처신했지요. 그렇지만 림원국이도 도덕이 박정한 청년입니다. 상급에 대한 례의심조차 없고 그저 제 밸대로 행동하는게 꼭 뿔난 송아지 한가집니다.》

《사랑하는 처녀가 있다면야 그럴만도 하지요. 사업상문제를 내리먹이는것도 아니고 혼례라는 인생문제를 강박하는것이 도리여 례의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한데 그렇다고 림원국청년을 공장사로청위원장자리에서 떼버렸단말입니까?》

《그래서가 아닙니다. 속심은 물론 망신한 분풀이겠지만 림원국이도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도사로청위원장이 밤늦어 공장에 가보니 원국이가 자기 방에 <로동청년>신문기자처녀를 가둬놓고 밖으로 쇠를 채우고서 희롱하려고 했답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예, 도사로청위원장과 공장당위원회 지도원이 직접 본 일입니다.》

《모르겠구만, 그렇게 자존심이 강하고 도가 있는 공장사로청위원장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게… 혹시 누가 문을 밖에서 걸었던가 했겠지.》

《…》

《중앙사로청위원장이 정해주는 처녀도 뿌리친걸 보니 둘이 정말 사랑하는 사이일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야 처녀총각이 문을 걸고 말할수도 있는거지요.》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성규를 바래주고 집무실에 가시였으나 청년사업에 대한 사색에서 벗어나지 못하시였다.

장주천위원장의 관료주의가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가. 그는 청년들의 인격과 존엄에 대해서는 개의치도 않는다. 아무리 직급이 높고 독단과 틀이 몸에 뱄다고 해도 어떻게 손아래 청년을 그렇게 대할수 있는가. 아니, 너무도 손아래이다. 장주천이 그 청년의 아버지벌이 된다고 했으니 이것은 머리 큰 사로청간부들이 사로청원 어린 청년들을 손아귀에 거머쥐고 마구 다룰수 있는 도덕적권리를 부여했다는 말과 다를바 없다. 전국의 사로청간부들의 나이가 거의다 그렇게 많으니 한창 세계관과 인생관이 꽃펴날 애젊은 청년들이 기를 펴고 살수 있겠는가. 나이든 사로청간부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크게 웃고 떠들지도 못할것이고 생활의 랑만을 구속당한채 시키는 일이나 수걱수걱 할것이다. 그러니 청년동맹생활이 활기없이 잠잠해질수밖에 있는가. 어째서 청년들을 청년기를 넘어선 나이많은 사람들이 지도하는가? 청년들이 말썽을 부리지 못하게 틀어쥐기 위해서? 그렇다면 젊은 청년들속에는 사로청사업을 틀어쥐고 할만 한 재목들이 없는가? 공장사로청위원장 림원국이만 해도 20대이고 얼마나 똑똑한 청년인가. 결함이 있을테지만 얼핏 듣기에도 대바르고 청년다운 배짱이 있다. 그런 청년들을 골라 사로청간부대렬을 꾸린다면 어떨것인가? 젊으니 령감티는 아예 없을것이고 그러면 청년사업이 자연히 끓고 기백이 날것이다. 젊은 간부들이 자기 또래의 사로청원들과 휩쓸리기도 좋고 서로 마음들이 통해서 한덩어리로 뭉쳐 청년사업을 전진시킬것이 아닌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애젊은 청년간부들이 지도하는것으로 하여 사로청조직들이 생기발랄해지고 전투적기능과 역할이 높아지는것을 상상해보시였다. 아직은 자신의 구상이 난관이 적지 않겠지만 기필코 그것을 청년운동의 현실로 되게 내밀 결심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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