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전환의 년대 27 > 통일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통일게시판

장편소설 전환의 년대 27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1,784회 작성일 20-10-28 15:16

본문

20201018225421_5f3c8938218bdca683729de3ac58c991_ems7.jpg

제 5 장

 

1

 

온종일 내리던 눈이 저녁녘에는 그칠듯말듯 성글어졌다. 이윽고 눈이 멎더니 밤하늘에 은빛별들이 돋아나기 시작하였다. 삼라만상은 포근한 눈이불을 덮고 잠든듯 했다. 한낮까지도 앙상해보이던 정원의 나무가지들에는 눈꽃들이 소담하게 피여났다. 첫눈치고 많이 온셈이였다.

김정일동지의 집무실은 여느밤과 다름없이 불빛이 밝았다. 금방 인민군 한 구분대를 현지지도하고 돌아오신 그이께서는 림성욱이와 한 로학자를 부르시여 그들과 마주 앉으시였다. 로학자는 주체사상탑기초설계심사에 참가한바있는 건축구조학계의 권위자이며 건설건재대학 교수인 원하림박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늘 아침 주체사상탑건설장에서 올라온 문건과 림성욱이를 통해 두개의 대립되는 기초설계때문에 아직도 격렬한 론쟁이 벌어지고있는 사실을 보고받았으나 구체적으로 료해하실 시간적여유가 없으시였다. 예정대로 인민군구분대에 대한 현지지도를 마치고 돌아오신 후에야 그이께서는 좀 더 실정을 상세히 알아보시려고 림성욱과 함께 원하림을 집무실로 불러주신것이였다. 림성욱은 이미 여러차례 그이의 접견을 받은 사람이여서 몸가짐이 자연스러웠지만 로학자는 그와 전혀 달랐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차려입구 곤색양복에 흰 와이샤쯔와 자주빛문양의 넥타이가 로학자를 한결 젊어보이게 했지만 그의 거동은 어색하고 굳어져보였다. 몇시간전에 리발을 하고 빗어넘긴듯 한 머리에서는 가벼운 향수냄새가 풍기였다.

차대우에는 따끈하게 끓인 인삼차가 담긴 고뿌와 과자접시가 놓여있었다. 그이께서는 로학자에게 먼저 차를 권하시였다.

《나이 많은분을 기다리게 해서 안됐습니다. 어둡기전에 돌아오게 될줄로 알고 일곱시경에 만나자고 했었는데 좀 늦었습니다. 시장하시겠는데 과자라도 드십시오.》

이러시며 그이께서는 친히 박사의 손에 차고뿌를 들려주시였다.

《원, 무슨 말씀을… 괜찮습니다. 별로 한 일없이 교단에서 늙어가는 저를 잊지 않으시고 이렇게 찾아주시니 황송하기 그지없습니다.》

원하림은 두손으로 차잔을 받아든채 그이앞에 희끗희끗한 머리를 숙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원하림박사를 처음 만나신것은 4년전 대동강수력발전소건설장을 현지지도하실 때였다. 그때 공사장에서는 발전소언제를 일떠세울 자리때문에 골치를 앓고있었다. 바로 원하림박사가 그 난문제를 해결하였다. 세멘트매닥질을 한 작업복을 입고 타입공들과 함께 어울려 직심스럽게 다짐질을 하고있는 그 체소한 늙은이가 새로운 공법을 창안하여 난문제를 해결한 건축구조학자라는것을 아신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를 만나본 다음 나라의 귀중한 인재인 로학자의 건강이 념려되시여 그가 직접 타입작업에 참가하는것을 금하게 하시였으며 그후에는 그의 고질적인 기관지천식에 효험이 있는 약재들까지 보내주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오늘도 원하림의 건강과 가정생활에 대하여 알아보시며 차를 드는것을 기다리다가 그를 찾게 된 까닭을 말씀하시였다.

《오늘 박사선생을 만나자고 한것은 꼭 도움을 받고싶은 일이 있기때문입니다.》

그이의 소탈하신 말씀에 로학자는 황송하여 일어서려고 하였다.

《제가 무슨 도움될 일을 할수 있겠는지…》

학자는 역시 어질고 겸손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손을 잡아앉히시고 말씀하시였다.

《주체사상탑 통판기초안을 내놓은 설계가가 선생님이 키운 제자라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강문혁이 말입니까?》

원하림은 상반신을 곧추 펴면서 눈을 크게 떴다. 무슨 일로 자기가 당중앙위원회에 왔는지 비로소 알게 된 그는 더욱 심중한 표정을 지었다.

《예, 그… 그렇습니다.》

원하림은 긴장한 눈길로 김정일동지를 쳐다보았다.

《그 동무가 어떻습니까? 선생은 스승으로서 자기 제자를 보다 잘 아실겝니다.》

원하림은 정중한 자세로 두손을 모아잡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성실하고 량심적인 학생이였습니다. 저의 제자들가운데서 그중 학구적인축에 속해있었습니다.》

원하림의 말 마디마디에 자기가 키운 제자에 대한 확신과 긍지가 넘쳐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시며 로학자의 말을 주의깊이 들으시였다.

어느때인가 수령님께서는 심운호의 운명에 대한 보고를 받으시고 몹시 가슴아파하시며 일군들이 그런 일을 그때 당시에 제때에 알리기만 했어도 일이 그렇게는 되지 않았을것이라고 말씀하시였다. 그날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시는 어느 분야에서건 그런 불행이 빚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굳게 결심하시였다. 나라의 귀중한 인재들의 문제를 개별적인 일군들이 제멋대로 처리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보호하실 결심이시였다. 오늘 림성욱과 원하림을 부르신것도 그래서였다. 그이께서는 림성욱이한테서 보고를 받으신후 다시 전화로 알아보시고나서 탑기초설계를 놓고 복잡한 론전이 벌어져 한 젊은 설계가의 대담한 발기가 묵살될것 같아 즉시 원하림을 부르시였던것이다.

《어서 계속하십시오.》

그이께서는 원하림의 뒤말을 재촉하시였다. 원하림은 강문혁이 과학앞에서는 티없이 깨끗하고 기백이 있는 젊은 설계가라는것과 지금은 자기가 내놓은 기초설계가 부결당할 형편에 이르러 매우 상심해하고있다고 말씀드렸다.

《구체적으로 말씀하십시오. 오늘 아침 소장동무한테서 대충 이야기를 들었지만 좀 더 자세한것을 알고싶습니다.》

《…며칠전에 진행된 최종협의회에서도 문혁동무가 제기한 기초안은 역시 지지를 받지 못하고 보류당했습니다. 그 안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지반의 특수성, 각이한 지층에서 각이하게 나타날수 있는 침하현상, 자연의 우발적인 변화를 들면서 그런 제반 조건에서 통판기초가 탑의 안정성을 확고히 담보할수 있는지 없는지 검증되지 않았다는것입니다. 그것이 검증되자면 탑을 세우고 수백년을 두고봐야 할텐데 신성불가침한 주체사상탑을 놓고 그런 시험적인 시공을 할수 없으며 또 그런 긴 기간을 두고 검증할 가능성도 없는만큼 재래식공법대로 해야 안전하다고 주장합니다.… 아직 구조학물계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반대하는데 대해서는 저도 리해가 갑니다. 그런데 물계도 잘 알고 안정성을 담보해주는 과학적인 계산수치를 직접 확인한 일군들까지 미적지근한 태도를 취하며 보류하자는쪽으로 기울어지는데 대해서는 도무지 리해할수 없었습니다.… 한번도 해보지 못한 방안이기때문에 조심하느라고 그러는것 같습니다. 그러다 혹시 잘못되는 날엔 어떻게 되겠는가 하고말이지요. 일군들의 그런 보신주의가 새것이 솟아나지 못하게 합니다. 듣자니 문혁동무는 최종심의가 있은 그날부터 설계일을 손에서 놓고 차라리 시공일이나 하자고 결심했답니다. 자기의 지혜를 다 바쳐 나라일에 이바지하자던 마음이 통하지 않을 때에는 흔히 그렇게 전공을 바꾸는 방법으로 돌아앉습니다. 물론 그건 그것대로 옳지 않습니다만…》

원하림은 그이께서 자기의 말을 주의깊이 듣고계신다는것을 알고 더욱더 심중해졌다.

《전 40여년의 기나긴 세월을 교단에서 흘러보내며 학구적이고 성실하고 량심적인 제자들을 키우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제가 키워낸 제자들이 다 그렇게 자라난건 아닙니다. 제 잘못으로 사이비학도들도 더러 생겨났습니다. 가라지나 돌피같이 곡식흉내를 내는것이 섞여있었습니다. 전 이번 협의회장소에서도 저의 제자들중에 가짜가 있다는 슬픈 사실을 발견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집이나 탑의 기초를 성실하게 쌓습니다. 통판기초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탑의 안전성을 운운하면서 사실은 <자신의 안전성>부터 생각하는것입니다. 말하자면 자기보신입니다.… 무작정 넓고 깊게 파고 막대한 세멘트와 강재를 쏟아부으면서 기초를 마련하려고 합니다. 그들의 주장대로 하면 세멘트와 강재만 해도 굉장한 량이 더 들어가야 합니다. 주체사상탑의 정치적의의를 내대고 그런 주장을 하니 문혁이같은 사람들의 말은 이가 먹지 않습니다. 통판기초안은 자재도 노력도 시공기일도 막대하게 절약하면서 천연암반을 그대로 리용함으로써 사실상 탑의 견고성을 훨씬 더 담보할수 있는 혁신적인 안입니다. 참된 과학자만이 내놓을수 있는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안이 묵살당할 처지에 놓여있습니다.》

로학자의 말은 절절하게 울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 짐작하신대로 일이 잘못 번져지고있는것이 놀라왔고 또 숨김없이 터놓는 로학자의 진실한 마음이 고마우시였다.

《알만합니다. 솔직한 말씀을 들려주어 감사합니다.》

김정일동지의 치하의 말씀에 원하림의 안색은 금시 환하게 밝아졌다.

《지금껏 혼자 속으로만 끙끙 앓다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앞에 툭 털어놓고 말씀드리게 되니 가슴속이 후련합니다. 이런 기회를 마련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실은 제가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편지를 써올릴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당위원회에서 지도자동지께서 저를 찾으신다는 련락을 해주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럼 제가 마침 제때에 선생님을 찾은셈이군요. 이 일로 편지를 쓰자고 했습니까?》

《그렇습니다. 지난밤에 저의 집으로 한 처녀가 찾아왔었습니다. 우리 대학 건축학부 졸업생인데 저의 강의도 적지 않게 받은 처녀입니다. 그 처녀는 강문혁동무의 기초안에 대한 저의 견해를 알고싶어서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저의 견해를 말없이 듣고난 처녀는 통판기초안이 그렇게 훌륭한것이라면 왜 적극 나서서 도와주지 못하느냐고 담차게 들이대는것이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비록 그것이 훌륭한것이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야단났다고 하자 처녀는 건축구조학계의 권위자라고 하는 선생님마저 그러시면 아직 자리를 제대로 잡지도 못한 새 세대들이 어떻게 혁신적인 탐구를 할수 있겠는가고 하면서 울지 않겠습니까.》

《그 처녀가 강문혁동무와 아주 가까운 사이인게군요.》

《저도 문혁이의 애인인줄 알고 물어봤는데 그렇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그저 같은 청년지식인으로서 옆에서 보고만 있을수 없어 찾아왔다는것이였습니다. 알고보니 한때 우리 대학에서 교편을 잡은적도 있는 건축가 심운호의 딸이였습니다.》

《아, 미영이가 찾아왔었구만!》

원하림은 놀란 눈길로 그이를 쳐다보았다.

《아니 그럼 미영을 아십니까?》

《네, 나도 그 동무를 만나봤습니다.》

《이젠 알만합니다. 미영이가 그래서 그렇게 용감하게 들이댔군요. 그 미영이가 어제밤 제게 큰 자극을 주었습니다. 선생님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겠으면 당에 솔직한 심정을 아뢰고 지도와 도움을 받는것이 옳지 않는가, 자기는 체험을 통해 우리 당의 고마움을 알고있다고 하였습니다. 제 그래서 어제 밤새껏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오늘 편지를 쓸 작정을 했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음이 후더워지시였다. 자기 힘으로 풀기 어려운 문제에 부닥치자 당에 의거하려고 맘먹은 로학자나 미영의 한결같은 그 사고방식이 대견하게 생각되셨던것이다.

《미영이가 소장동무한테는 찾아가지 않았습니까?》

그이께서는 로학자옆에 여직 잠자코만 앉아있는 림성욱에게 시선을 돌리시였다. 림성욱이 잠시 쭈밋거리다가 게면쩍은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저한테는 오지 않았습니다. 미영인 저를 보수주의자, 소극분자로 간주하는 모양입니다.》

《그렇다?》 하고 웃으시는 김정일동지께서는 림성욱의 말이 여러가지로 뜻이 깊게 여겨지신듯 고개를 끄덕이시였다.

《미영인 소장동무가 강문혁동무를 어떻게 도와주고있는지 아직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전 이번 협의회에서 설계자와 마찬가지로 자신도 심의받는 립장을 취했습니다. 두개의 기초안이 모두 우리 사업소에서 나온 설계라는 생각만 하구…》

《소장동무가 심사자들의 의견을 허심하게 참작하려고 생각한것을 나쁘다고 할수는 없습니다.… 한편 소장동무가 통판기초안을 지지하면서도 적극 내밀어주지 못한것이 리해가 됩니다. 시당비서가 그러니 소장으로서 그럴수밖에 없었을겝니다.》

그이께서는 김광성이를 생각하시는듯 잠시 말씀이 없으시다가 림성욱에게 물으시였다.

《소장동무자신은 거기서 과학적인 담보를 찾아냈다지요?》

《네… 통판기초안은 한마디로 과학적인 담보가 확고합니다.》

《그런데 김광성동무의 견해는 무엇입니까?》

림성욱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인차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제 잘못이 큽니다. 아침에 전화상으로도 말씀드렸지만… 소장인 제가 문혁동무의 설계를 적극 내밀어주었으면 시당비서동무도 견해를 달리할수 있었으리라고 봅니다.》

《어떤 견해말이요? 강문혁동무의 제안이 주체사상탑건설의 기초설계가 아니고 론문이면 지지해주겠다고 한것 말입니까?》

《네.》

《그건 궤변입니다.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평양시건설을 당적으로 책임진 비서가 책임을 회피한것입니다.》

그이의 격한 음성이 방안을 울리였다. 림성욱은 당황하여 더 이상 말씀을 올리지 못했다.

《젊은 설계가가 대담하고 의의있는 혁신안을 제기했는데 일군들이 론문이면 지지하고 어쩌고 하면서 부정하다니… 강문혁동무가 시공으로 돌아서자고 한 그 마음이 리해됩니다. 그가 얼마나 괴로왔으면 그 지경에 이르렀겠습니까?》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강문혁동문 비록 그런 립장을 취하긴 했지만 자기의 설계를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그는 신념을 버리지 않고 자기 제안을 주장하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창문앞에 다가서 햇눈이 하얗게 덮인 정원을 내려다보시였다. 집무실안에는 한동안 정적이 깃들었다. 벽에 걸린 전자시계의 초침소리가 들릴 정도로 방안에 침묵이 깃들었다. 이윽고 창가에서 돌아서신 그이께서는 흥분된 음성으로 말씀하시였다.

《문혁동무는 성실한 과학자, 우리 당의 품숙에서 자라난 진짜배기 설계가인것 같습니다. 수령님의 주체사상은 인간의 자주성과 창조성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철학인데 주체사상탑을 세우는 사람들이 창발적인 설계를 부정했다는것은 아주 잘못되였습니다. 건설자들이라면 주체사상탑은 어디까지나 인간에 대한 믿음, 인간의 자주성과 창조적능력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라는 기초우에 세워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괴로운 안색을 짓고 창가에 서계시다가 조용한 음성으로 말씀을 이으시였다.

《소장동무, 씨앗은 땅에 묻어주지 않으면 싹을 틔우지 못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그냥 말라버리게 됩니다. 과학자의 넋, 발견은 씨앗입니다. 그 씨앗을 아끼면서 주체시대라는 대지에 소중히 묻어주어야 합니다.》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난 림성욱이 상반신을 곧게 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명심하고 문혁동무를 잘 도와주겠습니다.》

림성욱의 목소리는 흥분에 떨리여 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요즘 강로인은 저와 만나면 늘 문혁의 일을 묻군 합니다. 정말 아들에 대한 관심이 대단한 늙은이입니다.》

《강로인이라니?》

《이전에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구두수리소에 찾아가 만나주신…》

《그 로인이 문혁동무의 아버지란 말입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구두수리소에서 낯을 익힌 그 나많은 수리공, 함께 배를 타고 대동강에서 건설부지를 돌아본 평양토배기로인이 탑건설에 동원된 아들자랑을 하던 일이 떠오르시였다. 문혁이가 그 로인의 아들이라니 여간 반갑지 않으시였다.

《소장동무, 강문혁동무의 새롭고 대담한 설계가 과학임을 충분히 납득시켜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오늘밤 참모회의에서 토론하겠습니다.》

《회의를 몇시부터 합니까?》

《제가 가면 곧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김정일동지께서는 로학자를 바라보며 친절히 량해를 구하시였다.

《아무래도 원하림선생이 좀 더 수고해줘야겠습니다. 난 오늘밤의 참모회의에 선생이 꼭 참가해주셨으면 합니다. 다만 한가지 강조하고싶은것은 정치적으로 의의가 큰 주체사상탑건설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오늘밤의 참모회의는 과학기술적인 문제를 기본으로 론의해야 합니다. 이런 저런 구실을 내세우며 과학을 무시하거나 인간의 창조성을 억눌러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두개의 기초안중 어느것을 선택하는가 하는건 좀 더 진지하게 토론해보십시오. 내 생각에는 될수록이면 오늘밤으로 락착짓는것이 좋겠습니다. 어서 떠나십시오.》

《알겠습니다.》

원하림이 백발의 머리를 숙이고 나직하면서도 힘있게 대답올렸다.

림성욱은 로학자와 함께 집무실을 나와 곧 탑건설장으로 떠났다.

밤도 어지간히 깊어 건설장은 고요했다.

돌격대숙소근처에 달린 외등이 눈덮인 대동강기슭을 희미하게 비치고있었다. 건설지휘부마당에는 대형불도젤이 흰눈을 들쓰고 굳잠에 든듯 서있었다.

승용차에서 내린 림성욱은 원하림과 함께 건설지휘부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였다. 수북이 쌓인 눈이 신등을 덮었다. 누군가 건설지휘부앞으로 지나가다가 얼결에 이쪽을 돌아다보더니 걸음을 멈추고 유심히 주시하는것 같았다. 이어 박광운이가 생눈을 걷어차면서 허겁지겁 달려왔다. 몇걸음앞에 와서 멈춰선 그는 숨을 헐떡거리며 다급히 물었다.

《소장동지, 어떻게 됐습니까. 예?》

박광운은 로학자에게 인사를 차리고 림성욱이와 마주섰다.

《여보, 너무 소동을 피우지 마오.》

림성욱은 대상책임자의 조급성을 눌러놓고 지휘부의 열려진 뙤창을 바라보았다. 마치 굴뚝에서 연기가 서려오르듯 뙤창문에서 담배연기가 쏟아져나왔다.

《이만하면 곰도 능히 잡겠구만.》

지휘부안으로 들어선 림성욱은 로학자에게 걸상을 권하고 얼른 창문을 열어놓았다. 뙤창으로만 빠지던 담배연기가 바깥공기에 빨리우듯 창문밖으로 타래쳐나가기 시작했다.

…그날밤 참모회의는 예정대로 림성욱이가 도착하자 즉시에 열리였다. 회의에는 시당비서 김광성과 탑건설현장 정치부장, 사적지건설총국 부국장, 여러명의 설계가들과 시공일군들이 참가하였다. 먼저 원하림박사가 일어났다. 로학자는 이미 최종심의때 발언한바 있는 통판기초의 과학성을 론리정연하게 재천명하고 문혁의 제안을 선택할것을 강경히 주장해나섰다. 림성욱은 지난 심의과정에 나타났던 사실, 과학적인 문제보다 탑건설의 정치적의의를 중시한 편향을 지적하면서 원하림박사의 주장을 적극 안받침해주었다. 그들의 주장을 지지한 두세명의 토론이 있은후였다. 누구도 다른 견해를 들고나온 사람이 없었으며 드디여 오랜 론의를 거듭해오던 끝에 강문혁의 통판기초안으로 주체사상탑기초공사를 진행할데 대한 문제는 일치한 합의를 보게 되였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