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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환의 년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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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1,857회 작성일 20-10-2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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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해에 있을 당대회전까지 진행해야 할 여러 기념건설대상가운데서 제일 시급하게 설계도면을 제공해야 할 곳은 창광거리였다. 주체사상탑이나 개선문, 인민대학습당은 위대한 수령님 탄생 70돐에 즈음하여 완공할 예정이므로 아직도 좀 여유가 있었지만 창광거리 제1계단공사는 6차당대회전까지 완결짓기로 내정되여있는만큼 시일이 급했다.

림성욱은 물론 김광성이까지도 얼마동안 다른 대상들은 뒤전에 밀어놓다싶이하고 창광거리형성안개작에 매달려있다싶이했다. 그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보자는 다급한 심정에서 창광거리설계에만 전심하다보니 인민대학습당은 남정기에게 일임하다싶이한채 거의나 돌아볼념도 못하였다. 주체사상탑기초설계안은 어차피 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 보고올리고 지도를 받아야만 할것 같았다. 시간이 다급한 중요대상건설에 맞다들었을 때 흔히 그렇게 한것처럼 이번에도 림성욱과 김광성은 지도일군으로서가 아니라 가장 능력있는 건축가들로서 직접 손에 제도기를 들고 창광거리형성안을 새로 만드는 사업에 달라붙었다. 물론 주역을 담당한것은 성욱이였다.

김광성은 시당비서란 중요한 직책이 있어 거기에만 매달려있을수가 없었다.

쌍벽을 이루는 두 건축가가 주동이 되여 불철주야 개작전투를 벌린 결과 지난번에 김정일동지로부터 수정방향을 받은지 불과 20여일이 지나서 마침내 새로운 형성안이 완성되고 모형사판까지 만들어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창광거리형성안이 새롭게 개작완성되였다는 보고를 받으시자 지체없이 모형사판을 당중앙위원회로 가져오도록 하시였다. 만사를 제쳐놓고서라도 즉시 봐주실 의향이시였다.

소회의실에 모형사판을 준비해놓는동안 김정일동지께서는 정무원 총리에게 전화를 거시여 정무원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주시였다.

정무원에서는 인민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당 제6차대회를 빛나는 로력적성과로 맞이하기 위해 래년 정초부터 생산전투를 진행하겠다는 제의서를 당중앙위원회에 올려보냈다. 한데 적어도 그것이 2. 4분기에는 전민이 농촌지원전투를 진행하게 된다는것을 잘 타산하지 못하고 작성한 제의서였다.

그 제안이 잘되지 못한것임을 총리도 느끼고있었던것 같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래년도의 생산전투에 대한 제의서를 보다가 생각되는것이 있어 전화를 걸었다고 하시자 총리는 그러실줄 알았다고 하면서 자못 송구해하였다.

《그래 총리동문 그 생산전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까?》

그 물음에 총리는 자기의 심정을 솔직히 고백했다.

《예, 이제 와서 발뺌하는건 아닙니다만 2.4분기에는 전투에 들어가도 크게 소득이 없을것 같아서 밀막아버리려고 했습니다. 그때는 전국이 농촌지원을 해야 한다는 사정이 고려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당대회를 앞두고 년초부터 3. 4분기까지 계속 전투를 전개하자는 의견이 우세해서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의 결론을 받기로 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총리의 말을 듣고 무거워지던 마음이 다소 가벼워지시였다.

《총리동무가 옳게 봤습니다. 앞으로 일군들이 월별, 분기별로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고 현실성이 없고 은을 내지 못할 생산전투는 조직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형식주의입니다. 난 총리동무가 이번 기회를 통하여 정무원일군들이 일을 겉발림식으로 하지 말고 실속있게 하도록 주의를 환기시켰으면 합니다. 일군들속에서 실속있게 일하는 기풍을 세워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미리 막아야 하는건데…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창광거리 모형사판이 완성되였다는데 시간이 있으시면 곧 당중앙위원회 소회의실에 와서 같이 보시면 좋겠습니다.》

얼마후 김정일동지께서는 총리까지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으시자 집무실을 나서서 소회의실로 건너가시였다. 거기서는 림성욱이와 김광성외에 곽운필, 국가건설위원회 위원장이 대기하고있었다. 다들 몹시 긴장한 표정들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눅잦혀주시려고 곽운필에게 먼저 말씀을 건네시였다.

《운필동문 래일부터 쾅쾅 냅다 밀 생각밖에 없겠구만.》

《예, 그래서 전 형성안이 또 퇴박을 맞을가봐 조마조마합니다.》

곽운필은 씽긋 웃으며 림성욱이와 김광성을 곁눈질해보았다. 그렇지만 마주 웃을만 한 계제가 못되여 림성욱이와 김광성은 여전히 굳어진 자세로 서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미소를 지으시며 모형사판앞으로 다가서시였다. 다른 사람들도 역시 거기에 시선을 집중하였다.

개작수정한 창광거리형성은 첫번째안과는 현저히 달라보였다. 건축물들의 배렬과 배치부터가 새로왔으며 건축물형태들도 훨씬 더 다양해졌다.

옛날의 륜환선거리흔적을 그 어느 한모퉁이에서도 찾아볼수 없었다. 70년대초에 일떠세운 천리마거리에 비추어봐도 대비할바없이 현대감이 나고 뒤이어 건설한 비파거리보다도 훨씬 다채로왔으며 불과 3∼4년전에 건설한 락원거리보다도 더 립체감이 났다. 급속하게 발전하고있는 현대건축추세에 맞게 새 맛이 나는 거리를 형성해보려고 애쓴 설계가들의 진지한 탐구와 노력이 알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형성과 건물형태전반에서 아직도 기존틀을 채 벗지 못한 감이 났다. 분명히 처음 대하는 거리였고 처음보는 건축물모형들이였지만 천리마거리, 비파거리, 락원거리에서 그리고 사진과 록화화면에서 자주 보았던 유럽의 현대식거리와 비슷한 거리, 그런 건물을 보는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리를 구성하고있는 건축물들은 거의나 한판에 찍어낸듯 크기와 높이, 형태상의 차이는 있어도 어딘가 모르게 어슷비슷해보였다. 개개의 건물에서 독특한 미와 개성이 덜 보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거리형성전반을 음미하기도 하시고 부분부분을 뜯어보기도 하시면서 모형사판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해보시였다. 거듭 살펴봐도 역시 마음에 들지 않으시였다. 그이께서는 가슴이 답답하시였다. 우리 나라 건축계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잠재력이 이 정도일수는 없다고 생각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셨다가 근엄한 음성으로 물으시였다.

《동무들, 이게 답니까?》

《예?》

림성욱이와 김광성은 놀란듯 동시에 머리를 쳐들었다.

《이게 전부인가말입니다. 큰 변화가 없습니다. 아직도 종래의 거리형성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대도로를 따라 살림집들을 세우고 그 사이사이에 상점이나 식당 같은 봉사건물들을 앉히지 않은것은 전과 다르다고 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무들은 도로옆에 이렇게 넙적넙적한 건물들만 길다랗게 련결해놓았습니다. 보십시오. 종전의것과 별로 큰 차이가 없지 않습니까?》

림성욱이와 김광성은 아무런 대답도 드리지 못하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여전히 사판에 시선을 주신채 그 주위를 천천히 도시며 말씀하시였다.

《건물모양새도 그렇습니다. 얼핏 보면 좀 달라진것 같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는게 알립니다. 크게 변화가 있어보이지 않습니다.》

그에께서는 사판에서 눈길을 떼시고 일군들을 둘러보시였다.

《…동무들도 감상했으니 알겠지만 우리가 창조한 <피바다>식혁명가극들은 누가 봐도 종래의 유럽가극이나 우리 나라의 고전창극과는 완전히 다른 독창적인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가진 가극이라는것이 제꺽 알립니다. 그런데 건축도 예술인데 동무들이 만든 이 창광거리형성은 <피바다>식혁명가극에서 보는것과 같은 혁신성과 독창성을 느낄수 없습니다. 예술가들로서 새롭게 발견한것이 별로 없습니다. 나는 낡은 륜환선거리를 없애치우고 거기에 새로운 거리를 일떠세울 생각을 할 때 그 거리형성에서부터 혁명을 일으켜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우리 인민의 생활과 면모는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의 요구에 맞게 급속히 변모되고있는데 건축이 따라서지 못하면 안됩니다. 건축은 사람들의 사상감정과 생활에 큰 영향을 줍니다. 동무들이 작성한 형성안은 아직 당에서 바라는 건축에서의 혁명적인 방향전환이 감촉되지 않습니다.》

림성욱은 말씀을 적으려고 수첩을 손에 펼쳐들었지만 사무치는 격정으로 하여 도저히 쓸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동무들이 낡은 도식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는것 같습니다. 그 기성의 틀에서 대담하게 벗어나야 합니다. 집들을 대도로옆에만 줄지어 세우지 말고 각이한 높이, 각이한 양상의 살림집들을 자연스럽게 널려놔보시오. 사면팔방 어디에서 봐도 현대감이 나게 말이요. 창광거리는 금강산의 일만경치를 옮겨다 놓은것처럼 변화무쌍하게 건물들이 솟아오르게 해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솟아오르는 거리를 상징하시듯 한팔을 높이 쳐드시였다.

림성욱은 그이를 우러르며 눈앞이 뿌옇게 흐려드는것을 걷잡지 못하였다. 그는 장대한 몸을 구부정히 숙이고 떠듬떠듬 말씀을 올렸다.

《알겠습니다. 저… 그건… 여태 본적없는 완전히 새로운것입니다. 제힘으로 해낼수 있겠는지 모르겠습니다.》

림성욱은 솔직하게 말씀드리며 숱진 눈섭을 슴벅이였다. 며칠밤을 새우며 설계에 전념하느라고 충혈이 진 그의 눈에 어린 우려의 빛을 보신 그이께서는 너그럽게 말씀하시였다.

《소장동문 얼마든지 할수 있습니다. 이번에 세상사람들을 놀래울 건축물을 일떠세우고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시오. 소장동문 그럴 때가 되였습니다. 신심을 가지고 다시한번 만들어보시오. 파격적으로 해야 합니다. 동무들도 머리를 짜보고 나도 좀 연구해보겠습니다.》

뜨거운 믿음이 어린 그이의 말씀은 방안의 무거운 분위기를 얼마간 날려버렸다.

《오늘은 분위기가 너무 심각해졌는데 머리도 식힐겸 명곡이나 듣다가 헤여지는게 어떻습니까? 반대없다면 다들 내방으로 건너갑시다.》

그이께서는 다정한 미소가 어린 시선으로 일군들을 둘러보시다가 자신의 집무실로 앞장서 걸어가시였다. 모두들 그이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책임서기가 먼저 들어가 록음기를 틀어놓았다. 그 어떤 장벽을 일제히 무너뜨리고 광활한 공간에 뛰쳐나가는 인간의 환희와 격정을 내뿜는듯 한 선률이 불시에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건축을 조형예술이라고 한다. 하지만 건축은 일정한 대상에 극한된 회화적인 묘사만이 아니다. 교향악과 마찬가지로 고도로 째이고 조화된 추상의 산물에도 가깝다. 그래서 건축을 《응고된 음악》이라고 일컬어왔다.

림성욱이는 파격적인 선률이 록음기에서 울려나오는 순간 자기들한테 돌려주시는 이 시간이 단순히 음악감상을 위함이 아님을 깨달았다. 자기들의 심장을 불태워주고 창조적령감을 불러일으켜 주시려는 그이의 의도가 슴배여있다는것을 느끼며 그는 눈굽이 뜨거워졌다.

《동무들은 이 관현악이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의 노래선률에 기초했다는것을 알것입니다. 나는 어제 결산분배를 진행하는 한 협동농장에 갔다 올 때부터 이 명곡을 다시 듣고싶은 생각이 났었는데 짬을 내지 못했더랬습니다. 그래 같이 감상하자고 한겁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말씀을 이으시였다.

《나는 이 노래를 좋아합니다. 예술가의 환상이 마음에 듭니다. 이 관현악은 민족적향취가 강하고 개성이 두드러진 아주 특색있는 명곡이 아닙니까.》

민족관현악기와 양악기가 배합되여 울리는 이채로운 관현악화음이 집무실안에 소용돌이쳤다. 해빛이 넘치는 황금의 대지, 벼이삭이 물결치는 소리, 무르익는 낟알의 향기, 푸른 하늘, 흰구름… 음악은 해빛찬란하고 희열에 넘친 청산벌의 자연과 사람들의 생활을 격동적으로 펼쳐갔다.

그 숭엄한 세계에 잠기면서 림성욱은 머리속에 그 《응고된 음악》의 세계가 어렴풋이 떠오르는것 같은감을 느끼였다.

왜 그런지 얼마전에 고향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비록 몸은 그전과 같지 않았으나 떼목우에 올라 힘껏 노를 거머잡았을 때 그의 눈에 비껴든 고향의 정경은 얼마나 아름답고 다채로왔던가. 석수천의 맑은 물결과 깎아지른듯 한 벼랑, 양떼 흐르는 산기슭, 숲속의 정가로운 옹달샘… 신비롭게 조화를 이룬 그날의 대자연… 림성욱은 음악감상이 끝나자 자리에서 정중히 일어났다.

김정일동지께서 그에게 친히 명곡이 들어있는 록음테프까지 안겨주시였다. 림성욱은 록음테프를 받아쥐고 무슨 말인가 할듯 하다가 목메인듯 두눈을 슴벅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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