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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총대 4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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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323회 작성일 21-01-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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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불멸의 향도》

 

                    장 편 소 설

 

2009-05-04-U01.jpg

 

                                박    윤

 

 

( 제 48 회 )

 

 

제 7 장

 

2

 

봉명주가 씩씩하게 방을 나서자 교대하여 심중한 낯빛을 한 유진성장령이 들어섰다.

《최고사령관동지, 미제침략자들의 전쟁계획과 관련하여 저희들이 세운…》

《가만! 숨이나 좀 돌리기요. 자, 앉소. 미제가 그런 엄청난 시한탄을 터친데는 좀 문제가 있소. 그건 그렇구 동무는 대대정치지도원을 하던 한 녀군관이 자기 대원을 위해 백금산으로 진출한 사실을 알고있었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집무탁우에 놓인 문건철을 일별하시며 담담한 어조로 물으시였다.

유진성의 얼굴이 금시 불그레해졌다. 대장의 당황해진 얼굴에는 가책과 고뇌의 빛이 살아올랐다.

《예, 그 김혜정동무를 사업상으로나 인간적으로 알고있었습니다. 그 동무는 아버지문제가 복잡한 녀대원때문에 많은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현지에 내려가 깊이 료해하지 못했습니다.》

유진성은 힘들게 말을 이어나갔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놀라운 생각이 들어 이 진중하고 원칙성이 강한 군지휘성원을 실망과 분노가 엉킨 엄격한 눈길로 바라보시였다.

《동무들이 나를 받들어 혁명을 해오면서 아직도 이 최고사령관의 심정을 다 모르는게 안타깝구만.》

김정일동지께서는 가까스로 자신을 자제하시며 야전복주머니에 손을 찌르시였다. 문득 그이께서는 끊어버린 담배를 찾는다는 생각이 들자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천천히 창문쪽으로 걸어가시였다. 그이께서는 유진성을 등지신채 창밖을 내다보시였다. 구름한점 없이 파랗게 트인 창공아래 검푸른 전나무숲과 단풍나무들이 아침바람에 설레이고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자신의 감정을 누르시다가 조용히 말을 떼시였다.

《나는 간밤에 광산당조직에서 올려보낸 문건을 보면서 속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김혜정동무의 신념과 행동이 그래 동무들의 심장을 흔들지 않던가. 모르겠소, 정말 모르겠소! 심장을 가진 우리 혁명가들이 어떻게 그렇게 랭담할수 있는가.

그 녀성정치지도원은 아버지문제때문에 고민하는 자기 대원을 이끌어 오직 당만 믿고 따른다면 그 길에 전사의 운명도 정치적생명도 빛난다는것을 확신시켜왔소. 하지만 동무들은 녀병사를 외면했소.

동무들은 그를 외면했지만 그 김혜정이는, 우리 당에 의해 육성된 녀성정치지도원은 돌아서지 않았소.

난관과 시련이 막아서도 굴하지 않고 오직 당만 믿고 따르면 된다고 일깨워 주면서 끝까지 그 북방땅을 찾아가 돌을 캐고있단말이요.》

《저희들이 최고사령관동지의 뜻을 잘 받들지 못했습니다.》

불쑥 자책감에 잠긴 유진성이 잦아드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얼굴을 돌리시였다. 그이의 안광에 푸른 섬광이 번개쳤다.

《아니, 이건 단순히 당의 의도를 집행하는 행동의 탈선이 아니요. 이건… 신념문제고 인간성에 대한 문제요! 내가 왜 우리의 사회주의정치, 붉은기정치를 선군정치라고 부르는가. 병사들을 떠나서 무엇이 있는가! 최고사령관은 밤낮으로 병사들을 찾아가는데 동무들은 나의 사랑하는 병사들을 어디로 보내려는가말이요.  나의  말이 가혹하다면 리해하여주시오. 하지만 병사문제를 놓고는 이 김정일이가 단 한걸음도 양보할수 없다는걸 알아야 하오!》

《?!…》

《설사 그 녀대원의 아버지가 역적의 죄를 지었다 해도 최고사령관의 슬하에서 자라난 병사는 떼여버릴수 없소!》

김정일동지의 근엄한 음성이 방안을 울렸다.

그이께서는 흥분을 가라앉히시려는듯 다시 창문쪽으로 시선을 돌리시였다.

《정말… 그 김혜정이는 속이 깊은 동무요. 그런 동무라면 이 최고사령관이 만시름을 놓고 일하겠소.》

집무실에는 한동안 침묵이 깃들었다. 창밖에서 바람소리가 들렸다.

《최고사령관동지… 그 녀동문 리평해동무네 군부대관하 부대참모장인 한철준동무의 애인입니다.》

유진성의 가책어린 짓눌린 목소리에 그이께서는 몸을 돌리시였다.

《김강인의 지휘관?… 그 통일이 된 다음에 결혼하겠다던 싸움군?!…》

김정일동지의 눈가에 금시 따뜻한 봄빛같은것이 흘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유진성을 뚫어지게 바라보시였다.

《우린 정말… 좋은 전사들을 가지고있소. 정말 좋은 전사들과 함께 혁명하고있소. 그 광산초급당비서도 속이 깊은 동무요. 나라앞에 지은 죄를 씻으려고 스무해가까이 광석을 캐며 당에 묵묵히 진정을 바쳐오는 그 녀전사의 아버지에 대하여 그는 깊은 애착을 가지고 평정과 보증을 해왔소.

제대군인인데 혁명적군인정신으로 일을 해제끼는 당비서요. 기억을 더듬으니 그 차원호동무생각이 나오.

금골과 백금산을 돌아보고 떠날 때 수백리길을 따라 서던 진실한 동무요. 그에게 우리 세상은 로동계급의 세상이니 일을 잘해달라고 당부했었지.…》

김정일동지께서는 깊은 사색에 잠기시였다.

책임부관이 들어와 최고사령부 작전지휘성원들과 관계부문 일군들이 도착했음을 알렸다.

총정치국장과 총참모장 그리고 인민무력부장, 당중앙위원회 일군들과 외무성 책임일군들, 인민군주요지휘성원들이 집무실에 들어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신후 자리에 앉히시였다.

총참모부 책임일군이 앞에 나서서 미제침략군이 작성하고 최근 군부에 하달한 엄중한 전쟁모략인 《작전계획 5027ㅡ98》에 대하여 보고를 하였다.

머리를 단정히 바투 올려깎은 상장은 작전지도상에서 미제침략군이 다섯개 단계로 나누어 세밀하게 작성한 우리 공화국에 대한 침략단계와 이른바 결속단계에 이르기까지 작전계획의 구체적인 내용과 정황을 설명하였다.

《최고사령관동지, 명백한것은 이번에 미제침략자들이 작성하고 실전에 옮기려는 전쟁계획이 지금까지 전례를 찾아볼수 없을만큼 호전적이고 침략적이며 극히 엄중한 성격을 띠고있다는것입니다. 한편 군사전략적으로 놓고볼 때 전쟁의 발발과 작전단계, 이른바 전쟁종결과 전후처리문제까지 예상한 세부적이며 포괄적인 점이 우리의 주목을 끌고있습니다.》

일군의 발언이 끝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지휘성원들을 둘러보시였다.

《옳은 분석이요. 문제는 제네바합의후 꼬리를 사리며 우리의 눈치를 보던 미행정부가 어떻게 되여 극비밀리에 추진하던 이런 위험하고 엄중한 전쟁문서를 서슴없이 세상에 공개하게 되였는가 하는 그 정치적리면이요.》

김정일동지께서 사태의 중점을 예리하게 찌르시자 유진성은 가볍게 기침을 하고나서 입을 열었다.

《우리는 이것이 미군부가 최근년간에 들어와 상투적으로 써먹는 수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군부는 90년대초 만전쟁을 앞두고도 이보다 그 성격과 규모, 작전전술적깊이에서 제한되고 불투명했지만 류사한 가상적인 전쟁계획을 이라크주변 나라들에 류포시키면서 이라크지도부와 군부의 동향을 주시했습니다. 당시 미국과 정면대결을 생각지 않았던 이라크는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으면서 우유부단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결국 만전쟁의 승패는 전쟁전에 이미 결정된셈입니다. 이번에도 그런 음흉한 정치군사적목적이 숨어있지 않는가 생각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유진성의 분석에 머리를 가볍게 끄덕이시였다.

그이께서는 안광을 빛내이시였다.

《바로 그러한 시도로 해서 부쉬는 당시 력사적안목이 있다는 평판을 받았고 지금도 텔레비죤에 가끔 나타나 제 몸값을 올리며 발언을 하군 합니다.

동무들, 그 측면도 물론 중요합니다. 생각해봅시다. 최근 페리의 두차례에 걸친 평양방문은 강경보수세력의 압력과 이른바 〈포용정책〉의 모순과 파산에서 출로를 모색하는 클린톤의 진퇴량난의 어쩔수 없는 눈치보기행각이였는데 유감스럽게도 미국의 두 정치세력은 살 구멍수를 찾아낼수 없었습니다. 이로부터 미제는 여러가지 정치, 군사, 도덕적파멸로부터의 출로를 이 위험천만한 작전계획에서 찾아보려고 획책한것입니다.

이것은 한편으로 보수당인 공화당의 전쟁강경책에 대한 우리의 립장을 타진하려는데도 목적이 있지만 그 경우 반대로 실지 우리가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 클린톤의 대외정책이 급변할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합니다. 다른 한편 미국의 대외정책과 반대세력들간의 치렬한 대결을 분석해보면 바로 그 강경보수파의 반발을 눅잦히려는 일종의 정치외교적의도도 깔려있는것입니다.

이번에 페리의 평양행각과 그에 따른 이른바 〈페리의 방북보고서〉작성준비과정은 미국의 량당사이의 심각한 모순과 대결을 표면화하였는데 그 중점은 바로 우리의 존엄을 건드리지 않으려는 권고와 타협으로 일관되여있습니다. 로씨야와 중국은 물론 일본이나 지어 남조선당국자들까지 미국에 대고 자제력을 호소하고있는 형편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의미깊은 눈길로 방안을 둘러보시며 가볍게 손으로 집무탁을 두드리시였다.

《그렇다면 미군부가 왜 이러한 정치적, 력사적조건과 정세, 이른바〈동반자〉들의 의도와 지향까지 무시하고 위험천만한 길을 택하였는가? 정찰부문 동무들은 여러가지 문제점과 우연성도 작용하여 이 극비문건이 빠져나왔다고 제기하고있지만 나는 이것이 침략과 전쟁을 떠나서 존재할수 없는 현대제국주의의 본성으로부터 흘러나온 필연적인 결과라고 확언합니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조선이라는 공격목표는 같고 최종적인 선택도 군사적타격이며 다만 그 방법과 전술에서 유연과 강경이 다를뿐입니다.

동무들! 나는 이것을 동무들이 깊이 명심할것을 바라며 우리 당의 선군혁명로선의 견지에서 강력한 대책을 취하자는것을 제기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말씀을 마치시고 심원한 사색과 예지가 비낀 눈길로 인민군지휘성원들의 얼굴을 살펴보시였다.

《최고사령관동지, 문제가 심각한 군사정치적성격을 띠고있는만큼 우리의 강경한 립장을 밝힌 정부비망록이나 외무성 성명을 발표하자는것을 제기합니다.》

유진성이 문건철을 펼치며 이미 구상한듯 한 안을 발표하였다.

《세계정치계를 놀래운 충격적인 사변때마다 관례로 진행해온 정부 대변인성명이나 외무성 성명을 내놓되 거기에 강력한 규탄과 항의를 지난 시기보다 도수를 높여 박아넣으면 어떻습니까?》

머리숱이 적은 기름한 얼굴의 외무성부상이 침착하게 말씀올렸다.

《정부 대변인성명, 외무성 성명이라…》

김정일동지께서는 의자등받이에 몸을 젖히시였다.

《국방위원회 1부위원장동무의 의견은 어떻소?》

근엄한 표정을 한 총정치국장이 조용히 일어섰다.

《최고사령관동지, 미국놈들이 이 위험한 작전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만큼 우리 정부 대변인성명이 나가면 세계를 격동시킬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저는 성명내용이 보다 더 고압강경한 내용으로 충만되고 우리 당의 선군정치의 의지가 부각되였으면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총정치국장의 의견에 긍정하시여 머리를 끄덕이시고나서 자리에서 일어서시였다.

《옳습니다. 우리 당의 선군정치의 위력앞에 지금 제국주의련합세력은 어쩔수없이 우리와의 정면대결은 피하고 이렇게 뒤전에서 음모적방법으로 나오고있습니다. 군대가 강하면 조국통일도 미제와의 대결도 우리의 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로 막을 내릴것입니다.

동무들! 나는 미제의 음흉하고 파렴치한 코대를 꺾어버릴 단호한 강철의 선언을 내릴것을 주장합니다. 정부 성명이나 외무성 성명도 좋지만 나는 우리 혁명무력이 평화전략에는 혁명적원칙성으로, 전쟁방식에는 철의 주먹으로 대답하는 강경한 립장을 반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성명을 발표할것을 제기합니다.》

김정일동지의 폭탄같은 선언에 일군들은 격정에 젖은 놀란 눈길들을 번쩍였다.

유진성장령이 흥분으로 가슴을 들먹이며 벌떡 일어섰다.

《최고사령관동지! 그건 말하자면 선전포고와 같은것입니다!》

《옳소. 이건 미제국주의의 전쟁도발에 대응하는 사회주의조선의 전쟁포고요!

나의 붉은기정신은 공격정신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입가에 배포유한 미소를 지으시였다.

일군들의 심각한 얼굴들에 숭엄한 기색들이 력연히 떠올랐다.

어떤 거창한 대사변이 이 순간부터 이 땅에 도래하리라는 예감에 그들은 가슴을 조이는것이였다.

그것은 수령결사옹위정신과 총폭탄정신, 자폭정신으로 무장되고 현대적인 공격능력과 방어수단을 최상의 수준에서 겸비한 우리 혁명무력이 휘몰아치는 력사의 폭풍을 단연히 길들이고 사회주의붉은기를 끝까지 지키느냐 못지키느냐 하는 심각한 운명을 판가리하는 준엄한 선언이였기때문이였다.

집무실로 책임부관이 급히 들어왔다.

《최고사령관동지, 방금 판문점을 거쳐 우리 김강인군인이 돌아왔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시여 책임부관앞으로 다가가시였다. 그이의 자애로운 얼굴에는 밝은 미소와 기쁨이 가득차오르시였다.

《동무들! 이건 정말 기쁜 소식이요. 이젠 이 최고사령관이 발편잠을 자게 되였소. 나의 병사가 돌아왔단 말이요. 놈들의 온갖 회유와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싸워이긴 우리의 귀중한 병사가 말이요.》

김정일동지께서는 군대와 국가의 지도간부들을 돌아보시며 활짝 웃으시였다.

《하하하, 미제가 아무리 무모한 전쟁계획을 휘두르며 위협해도 우리는 조금도 무섭지 않소. 우리에겐 우리 당의 선군정치를 받드는 이런 충직한 병사들이 있단말이요! 나의 병사들이!》

위대한 령장이 그리도 기뻐하시는 모습에 일군들은 또다시 가슴이 뭉클하여 저마다 높뛰는 심장을 겨우 달래고있었다.

집무실창밖에서는 짙푸른 전나무들이 위병마냥 무게있게 서있었고 그 너머 언덕우에서는 불타는 단풍들이 앞을 다투어 가을바람에 설레이며 무르익는 계절의 마감을 다채롭게 장식하는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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