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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총대 5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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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6,503회 작성일 21-01-0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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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불멸의 향도》

 

                    장 편 소 설

 

2009-05-04-U01.jpg

 

                                박    윤

 

 

( 제 50 회 )

 

 

제 7 장

 

4

 

북방의 이깔숲은 대지의 화려한 단장에 뒤질세라 무수한 가지들을 노란 황금바늘잎으로 아름답게 장식하더니 얼마 못가 골짜기에서 휩쓸어오는 광풍에 와수수 떨며 급기야 알몸이 되여버렸다. 어쩌면 울긋불긋한 단풍이 가식처럼 느껴졌는지 남보다 빨리, 바삐 시들어버린 잎새들을 털어버리고 재빛의 미출하게 곧고 듬직한 제모습 그대로 초연히 서있는것이였다.

진달래가 불타던 산벼랑들과 키낮은 잡관목들만이 대머리를 겨우 가리운 변변치 않은 머리칼처럼 느껴지던 높은 산악들도 이제는 들뜬 명절기분이 지나갔다는듯 쓸쓸하게 본색 그대로의 자태를 전부 드러내버렸다. 간밤에는 이 변덕많은 북방땅에 눈이 내렸다. 광구가 자리잡은 산정들은 백설과 백금산이 한데 조화를 이루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얼음메부리가 치솟은듯 우아하고 장쾌하다.

김혜정은 교대작업시간이 되자 보수중인 대형파쇄기동체에서 내려와 조쇄직장뒤의 공지로 올라갔다. 여기서는 북천이며 광석을 싣고 간선으로 빠지는 화물렬차의 모습들이며 좁은 골짜기를 따내고 비좁게 들어앉은 광산지휘부건물이 한눈에 안겨든다. 두 면이 바위로 둘러있어 해바라기를 하기도 안성맞춤이다. 파쇄기가 대보수에 들어간만큼 벌써 며칠째 모두들 현장에서 침식을 하며 철야전투를 벌리고있었다.

광산의 외아들이자 나라의 맏이벌인 특대형기계이다. 래일까지 파쇄기가 돌아가지 못하면 계획이 뒤틀린다고 광산기사장이 벌써 세번씩이나 달려들어 소래기를 꽥꽥 질렀다. 그에 대답하는 직장장이나 분초급당비서의 목소리 또한 거칠고 높았다.

만약 처음 이 광경을 목격하는 사람이라면 큰 싸움이라도 난줄 알고 간이 콩알만 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웬걸, 그것은 이곳 광산사람들의 일상적인 말투이다. 큰 돌을 캐고 큰 기계를 다루고 큰 소음에 습관된 그들이고 보면 그런 투박한 대화가 오히려 그 성격에 어울리는것이라 하겠다.

어머니의 몸이 불편하다는 련락이 와서 리순금이를 아침에 집으로 떠밀어보냈다.

말없이 영악하게 맡은 일을 착착 해제끼는 처녀였다.

사별장에서 리순금은 마치 한마리의 명랑한 새마냥 잠시도 앉아있지를 못하고 줄곧 《날아》다녔다. 이제는 광부들이 그 녀자가 없으면 무엇인가를 잃은것처럼 서운해하고 사방 두리번거렸다.

리순금에게서는 늘 연하고 기분좋은 향기가 풍겼다. 마치 직장사무실앞에 김혜정이랑 함께 가꿔놓은 자그마한 화단을 지날 때처럼. 그것은 광산상점에서 파는 소박하고 값싼 향수냄새였다. 사람들은 기름내와 돌냄새만이 떠도는속에 어디선가 그 다정한 향내가 풍겨오면 언듯 리순금이구나 하고 느끼며 얼굴에 기분좋은 미소를 짓는것이다.

광산속보판에는 그의 이름과 함께 사진이 자주 나걸리더니 이제는 아예 찹쌀풀로 붙여놓은듯 떨어질줄 모른다. 계획을 두배로 넘쳐해서, 선동연설을 잘해서, 교대작업이 끝난후에도 지원로동을 잘해서… 그것은 옛 정치지도원의 숨은 노력의 뚜렷한 흔적이기도 하였다. 김혜정은 그의 성장이 기뻤으나 한편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라던 일을 아퀴짓지 못해 속을 바글바글 태우며 고민했고 때없이 우울해지군 했다. 그사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찾아와 딸을 만나보고 힘들게 돌아섰다. 어머니의 눈빛에는 측은함과 걱정이 어렸으나 딸의 투박해진 손을 조심히 쓸어보는 아버지의 얼굴에는 대견함과 기대가 깃들어있었다. 격정과 과격한 열정이 차넘치는 한철준의 짧은 편지들이 이제는 쌓여서 그리 크지 않은 화장품곽의 뚜껑을 밀어제끼려 하고있다.

김혜정은 마른 잔디우에 주저앉아 주머니에서 손거울을 꺼냈다. 두툼한 누빈 솜옷을 입은 낯선 처녀가 거울안에서 불만스럽게 눈살을 찌프리고있다. 그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적동색에 가깝게 타버리고 거칠어진 볼편을 쓰다듬었다. 아침짬을 리용하여 가볍게 화장했던것이 벌써 손에는 뽀얀 돌가루가 묻어났다. 언젠가 한철준에게 썼던 편지구절이 생각난다.

자기는 늘 얼굴에 하얀 분을 바르고 산다고, 산정의 백금산돌가루가 언제나 자기의 살뜰한 《공주》를 이렇게 단장시키고있는것이다.

손거울속에서 그 낯선 처녀가 하얀 이를 반짝이며 살며시 미소를 던진다.

옆에서 연하고 그윽한 꽃향기같은것이 물씬 풍겼다.

와뜰 놀라며 얼굴을 돌리자 보꾸레미를 손에 든 리순금이 발랄하게 웃으며 서있다.

《언닌 뭐예요? 지금보다 더 고와지면 난 어떻게 해요. 곁에 붙어다니기도 괴로울거야.》

《어떻게 또 올라왔니?》

김혜정은 미소를 머금고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리순금은 발쭉발쭉 웃으며 잔디밭우에 앉았다.

그 녀자는 코가 오똑한 귀여운 자그마한 얼굴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 우리 엄마두 이젠 이골이 찼어. 글쎄 앓는다고 해놓구선말이예요. 저 광산자재과앞을 지나는데 엄마가 찾지 않겠어요. 호호, 이 꾸레미를 척 주지 않겠어요.

언니한테 가져다주라나요.》

리순금은 호들갑을 떨며 눈을 반짝이였다. 키는 크지 않지만 몸매가 잡히고 목이 상큼해서인지 그는 여간 날씬해보이지 않는다. 언젠가는 광산속보판에 고정재산으로 나붙은 그의 사진을 누군가가 슬며시 뜯어가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어느 엉큼한 제대군인총각의 소행이라는것이다.

입이 좀 큰 편이지만 고운 선이 흐르는 자그마한 얼굴이며 가늘고 조형적인 허리와 다리는 뭇총각들의 얼혼을 빼고도 남음이 있다고 여겨져 김혜정은 부지중 미소를 짓지 않을수 없었다.

《뭔데?》

《호호호. 엄마가 언니 몸보신을 시키라나. 단너삼을 넣고 푹 찐 닭곰이래요. 요즘 우리 엄마와 아버진 여간 극성이 아니예요. 이제야 눈들을 떴나봐.》

가볍게 한숨을 쉬는 리순금을 바라보는 김혜정은 속이 뭉클해졌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순금의 부모님들은 다 속이 깊구 본시 인정이 무른 좋은 사람들이야. 이젠 순금이한테 딴데로 시집가라고 성화먹이지도 않구…》

《피ㅡ 하긴 언니넨 조국이 통일된 다음에 결혼하겠다는데 나두 처녀영웅이 될 때까지 기다려 봐? 파파 늙은 할머니가 되여가지구 연지곤지 찍구 수천으로 지은 첫날옷을 입으면 굉장할거예요. 호호호.》

리순금이가 또 까르르 웃어댔다.

아래켠 조쇄직장사무실문이 벌컥 열리더니 누런 안전모를 쓴 분초급당비서가 꺼부정한 허리를 펴고 이쪽을 올려다본다.

《다리부러진 노루들이 다 거기서 해바라기를 하누만! 이봅세! 혜정동무, 광산당위원회에 동물 급히 보내라누만.

리순금이도 함께 데리고 가우.》

《예?!》

김혜정은 냉큼 일어나 아래켠을 내려다보았다.

《엥이, 뭘 그러구 섰나! 급하대!》

분초급당비서는 손에 든 벙어리장갑을 내저으며 벌씬 웃어보였다.

김혜정이와 리순금이 광산당위원회로 빠지는 역건물옆 상점앞을 지날 때였다. 맞은쪽 양복부앞에서 얼굴이 환해진 유부들이 두팔을 휘저으며 그들을 찾았다.

《혜정아!》

《아이, 어머니! 웬일이세요?》

김혜정은 마주 달려가 유부들의 손을 잡았다. 유부들의 얼굴에서 주름살들이 펴지고 입가에 웃음이 철철 흘렀다.

《글쎄 그 애들이 래일 낮차루 온다누나. 방금 신철이 외삼촌이 알려주구 광산당위원회로 갔어.》

《네? 누가 온다구요?》

《누구긴, 우리 신철이가 단아 그 애를 데리고온대. 잔치를 하러온다네. 이거 머리가 뗑해서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혜정아, 저녁에 꼭 좀 오너라. 응? 글쎄 희생된 단아아버지가 2중영웅칭호를 받았다누나. 두루 의논을 좀 하자. 순금이두 와야 한다.》

양복부안에서 아낙네들이 큰 변이나 난것처럼 소리치자 유부들은 성수가 나서 그쪽으로 씽 달려들어갔다.

김혜정은 금시 마음속이 명절날을 맞은것처럼 기껍고 밝아지는것을 느끼며 리순금의 손을 잡아끌었다.

단아, 맹꽁이, 넌 그처럼 설음과 고민에 찬 편지를 내게 보내오더니 드디여 한생의 아름다운 그 대문을 열어제끼는구나.

축하해, 진심으로 축복해. 영웅적으로 최후를 마친 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기뻐하시겠니. 단아, 이제는 우리 세대 차례야. 난 그 해군정찰병이라면 푹 믿을수 있어.

그는 너를 안고 나래를 치며 행복의 기슭으로 날을거야. 이런 때 한철준동무도 함께 와주었으면…

광산당위원회앞의 급한 계단을 오르는 김혜정은 야릇한 감동에 젖어 들뜬 기분을 진정하지 못했다.

《야, 정치지도원동지도 빨리 그날을 맞아야겠는데…》

어쩐지 상심한 낯빛으로 리순금이 숨을 할딱거리며 힘들게 계단을 올리짚는다.

김혜정은 돌아서서 방긋이 웃었다.

《왜, 난 그날이 먼줄 아니? 그다음은 네 차례구.》

《언니두 참, 언닌 영낙없는 물렁팥죽이예요.》

리순금은 뾰로통해서 내쏘더니 그만 웃어버리고말았다.

광산당비서방에 들어서자 차원호와 이야기를 나누고있던 유진성장령이 진중한 얼굴로 그들을 맞이하였다.

잠을 설친것처럼 장령의 얼굴은 부석부석하게 느껴진다.

《음, 우리의 녀전사들이 왔구만. 혜정동무, 그사이 고생이 많았소. 자기의 의리를 지킨다는것이 헐치 않지?》

유진성은 의미깊은 눈길로 두 처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는 김혜정의 손을 잡고 차원호앞으로 돌아섰다.

《당비서동무, 이 녀성군인들이 광산에 와서 아예 강철처럼 더 굳세게 단련된것같구만.》

차원호당비서는 어쩐지 얼굴이 불깃불깃해져서 눈길을 떨구었다.

《대장동지, 이들에게는 정말 가혹한 시련의 한해였습니다.

하지만 강물은 드디여 바다로 흘러드는군요.》

차원호의 젖은 목소리가 별안간 김혜정의 가슴을 쳤다.

김혜정은 비로소 두사람의 모습에서 무엇인가 심상치 않은 일종의 격정과 감동을 녀성적인 예민한 감각으로 느끼게 되는것이였다.

유진성이 정색한 표정으로 두 처녀를 내려다보았다.

《혜정동무, 우리가 일을 바로 못해서 동무들의 마음속에 상처를 입혔소. 하지만 동무들은 오직 우리 장군님만을 믿고 따르는 군인으로서의 자기의 신념과 의리를 고스란히 지켜왔거든.

혜정동무, 순금동무, 기뻐하시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동무들의 갸륵한 소행을 보고받으시고 귀중한 가르치심과 믿음을 안겨주시였소!》

《예?! 우리 장군님께서요?!…》

김혜정은 하마트면 그 자리에 쓰러질번 하였다. 눈앞에 거대한 활화산이 활활 타며 막아서는듯 얼굴과 눈이 뜨거움에 달아오르고 금시 하늘땅이 빙빙 도는것 같다. 우리 장군님께서 평범한 녀전사들의 일을 아시다니! 아니, 이건 꿈일가? 정말 생시일가?

유진성은 너무나도 생동하고 눈물겨운 반응을 나타내는 김혜정을 바라보기 힘든듯 눈길을 돌렸다.

자책감에 젖은 그의 숙연한 목소리가 방안을 울리였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오직 당만 믿고 따르려는 깨끗한 마음을 안고 시련과 곡절을 꿋꿋이 헤쳐온 김혜정동무의 간고한 투쟁을 두고 못내 대견해하시며 우리들에게 구체적인 실태를 료해하도록 하시였소. 장군님께서는 〈이 녀성정치일군의 고결한 행동을 두고 우리는 무엇을 보게 되는가.

우리 당만을 믿고 변함없이 총대정신을 안고 투쟁한다면 반드시 행복한 전사가 된다는 귀중한 진리를 이 동무들이 깨우쳐주고있소.

그 길에 정치적생명도 참된 인생도 빛난다는것을 이들은 조그마한 의심도 없이 믿고있었거든.

이게 귀중한것이고 우리가 바라는 일심단결의 기초요!〉라고 하시며 김혜정동무와 리순금동무에게 다시 군복을 입힐데 대한 간곡한 말씀을 주셨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는 리순금동무를 자신의 보증으로 화선입당시켜 군관학교에 보내여 중대정치지도원으로 키울것과 김혜정동무는 빨리 애인인 한철준동무와 결혼시켜 부대 가족지도원으로 임명할데 대한 뜨거운 사랑과 믿음을 안겨주시였습니다.》

김혜정은 너무도 벅찬 충격에 온몸의 맥이 풀리는것같은 느낌을 받으며 겨우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처럼 긴장되여 활력과 정력으로 자기를 떠밀던 그 모든 열정이 한순간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알수 없었다. 마치 얼어붙었던 동토대가 풀리고 봄날의 따뜻한 해빛에 대지가 녹듯 이 한순간에 그의 마음속의 굳은 앙금들이 쭉 풀려나간듯싶다. 김혜정은 창너머 높은 산악들사이의 푸른 창공에 떠있는 빛나는 해를 바라보았다. 순간 온몸에 환희와 격동의 전률이 번개치면서 눈물이 샘줄기처럼 솟구쳐올랐다. 그 눈물속에 해는 조금도 시울지 않고 그 선명한 륜곽까지 똑똑히 안겨들었다.

리순금이 달려들어 김혜정의 어깨를 붙안고 흐느끼였다.

김혜정은 비로소 현실로 돌아와 녀전우의 등을 쓸어만졌다.

《순금이, 그래, 그저 우리 장군님만 끝까지 믿고 따르면 돼! 내가 늘 말했지? 응? 장군님만, 장군님만 푹 믿으면 세상은 이렇게 밝고 눈부시단다!》

《정치지도원동지!-》

리순금은 오열을 터뜨리며 김혜정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김혜정의 눈가에서 솟구친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려 리순금의 목덜미와 등을 적셨다. 그래, 이런 눈물은 영원히 마르지 않아도 좋을거야. 철준동무, 동무는 사랑을 목숨을 걸고 한다고 했지요? 항상 저와 함께 있다고 했지요? 전사의 지향을, 우리의 리상을, 그 목숨같은 사랑을 우리 장군님께서 지켜주시고 풀어주시고 가꾸어주십니다!

차원호가 다가와 김혜정의 등을 다정하게 쓸어주었다.

《허허. 쇠돌로 빚어진 녀잔줄 알았더니… 자, 그만 진정하오. 이게 바로 우리 장군님품에서 늘 일어나는 평범한 기적인줄 아오.

우리 인민모두가 당하는 기적이야. 장령동지가 동무들의 군복을 가져왔소. 어서 갈아입고 박신철동무 결혼식준비를 해야지. 기쁨이 겹쌓이는 때 그 기쁨을 함께 나누면 더 커지는 법이니까.》

차원호는 눈을 슴벅거리며 유진성을 돌아보았다.

《장령동지, 이거 정말 이 동무들을 다시 군대로 떠나보내면 우리 광산의 큰 기둥 두개를 쑥 빼가는셈입니다. 나라의 군력이 더 강해지자면 광석을 더 많이 캐야지요?》

유진성의 얼굴에 비로소 미소가 피여올랐다. 유진성은 차원호에게로 돌아섰다.

《우리가 봉창을 해야지. 혁명적군인정신이 펄펄 끓는 쇠소리나는 제대군인들이 올거요. 이 골안에 선군정치의 군가소리가 꽝꽝 넘쳐나게 말이요.》

《그게 정말입니까?》

차원호의 입이 쭉 째졌다.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말씀이 계셨소. 지금쯤 당의 파견장을 가슴에 품은 제대군인들이 만수대언덕에 올라 충성의 결의를 다질게요. 대홍단에 이어 금골과 이 백금산에도 선군정치의 기수, 돌격대들이 도착해서 발파소리를 높이 울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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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유진성의 호걸스러운 말에 차원호는 또 눈을 슴벅거리며 큰 숨을 내쉬였다.

《전 지금도 장군님께서 우리 광산을 찾으셨던 그 여름을 잊지 못합니다. 헤여지기 아쉬워 수백리길을 따라선 저를 몸소 렬차에 태우시고 우리 세상은 로동계급의 세상이라고 믿음을 주시던 그날을 말입니다. 장군님께서는 차창밖으로 저 북천의 아연물을 바라보시며 낯색을 흐리셨습니다. 이제 우리 광부들은 금골사람들과 힘을 합쳐 바다로 흘러드는 저 줄기찬 물을 꼭 맑게 하고야 말겠습니다.》

창밖, 깊은 골짜기를 따라 북천의 급류가 소리치며 흘러내리고있었다.

김혜정의 눈앞에는 눈부신 해빛아래 수정같은 맑은 물결이 해빛에 은빛으로 부서지는 모습이 금시 보이는듯 했다. 푸른 강물은 굽이굽이 소리쳐흐르며 아득한 바다로 거침없이 흘러들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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