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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총대 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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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8,408회 작성일 21-01-04 17:31

본문

총서《불멸의 향도》

 

                    장 편 소 설

 

2009-05-04-U01.jpg

 

                                박    윤

 

 

( 제 49 회 )

 

 

제 7 장

 

3

 

서유럽특유의 거무칙칙하고 비좁은 거리는 인파와 배기가스와 탁한 공기로 하여 도무지 정신이 들지 않는다. 차도와 걸음길을 낮추 떠도는 희읍스름한 대기는 기압이 낮아 생긴 안개도 땅김도 아니다. 그것은 거대한 공업도시가 가쁘게 숨쉬며 만들어내는 불결하고 지독한 공해였다. 승용차는 베를린주재 리권사무소를 아침 일찌감치 빠져나왔으나 굼뜨게 움직이는 승용차떼의 뒤를 황소걸음으로 느릿느릿 쫓느라 도무지 앞길에 자리가 나지 않는다.

봉명주장령은 결이 나 차유리를 쭈르륵 내리고 머리를 쑥 내밀었다. 눈에 안겨드는건 희뿌연 아침연무속에 지친 나그네처럼 기여가는 각종 승용차흐름뿐이다. 아직 도시중심부에도 가닿지 못한터였다.

《이거야 어디 속이 타 견디겠나. 차라리 지하철도를 리용할걸 그랬소.》

화가 난 봉명주는 담배대를 꺼내물고 성냥을 퍽 그어댔다.

유대좌와 함께 뒤자리에 앉아있던 외무성대표가 풍만한 몸을 들썩이며 웃었다.

《허허. 장령동지를 이 바닥에 주재시키면 한달두 못 가 심장발작을 일으키겠는데요.》

《여보, 부국장동무, 말도 마오. 그래두 게르만족들이 질서가 있는 째인 민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거 말이 아니구만. 도시가 늘 이렇단 말이지?》

《요즘은 유로도입문제와 관련하여 시민들과 정당들사이에 말썽이 좀 있습니다. 시위도 가끔 진행되니 교통이 더 소화불량증에 시달릴수밖에. 게다가 〈만〉자표식을 뻐젓이 내건 신나치즘도 활개를 치고…》

《허허. 참, 록색당과 련합한 도이췰란드수상 슈뢰데르씨가 속을 썩이겠군.》

외무성부국장은 마지 못해 봉명주가 내미는 담배갑을 받아들었으나 피우지는 않았다. 그는 철저한 《금연가》이다.

《〈그린피스〉가 이제는 중요한 정치세력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들의 의견을 따르면 지금대로 환경이 파괴되다가는 21세기 중엽에 가서 인류가 망한다는것입니다.》

《그러니 미국이 이 지구를 안팎으로 위협하고있구만. 전쟁을 휘두르지, 앞장에서 록색공간을 파괴하지. 정말 덜돼먹은것들이야.》

봉명주는 어지간히 속이 진정된듯 담배연기를 푸푸 내뱉았다.

《이 베를린이 극적인 장벽해체후 어지간히 진통을 겪습니다. 최근에는 또 〈나토〉문제로 베를린이 미국의 신경을 되게 건드리고있지요. 유럽동맹군이 버젓이 전투서렬을 편성하고있으니까요.》

《그건 잘하는거요. 요즘 보면 아프리카동맹이라는것도 인츰 나올것 같습데. 세계가 새 세기를 코앞에 두고 움씰움씰 한단말이요. 미국인들이 뒤 본뒤 그냥 바질 입은 기분일게요. 제길!》

《소장동지, 이러다간 회담시간이 늦을것 같습니다. 차라리 걸을가요?》

얼굴이 둥실한 대좌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놔두오. 차라리 잘됐소. 좀 애가 타서 기다리게 하는것도 나쁘지 않소.》

《허허. 그건 외교관례에 심히 어긋나는데요?》

부국장이 한마디 하자 봉명주는 이마살을 찌프렸다.

《허참, 부국장동무, 내 동무네가 그 외교관례라는데 너무 매달리는걸 그리 좋게 보지 않소.

지난 세기 영국외교의 고답적인 귀족쌀롱에서 굴러나온 허세란말이요. 내 대외사업에 몸을 잠그면서 얻은 불만이 뭔가? 이 허례허식을 말하자면 군대식으로 싹 쓸어버리자는거요. 선군외교시대가 아닌가? 특히 적대국가와의 외교에서는 우리 식의 공격적인 외교관례방식을 세워야 하오!》

《허허허. 장령동지를 두고 대적투쟁의 땅크라고 하더니 이젠 알겠습니다. 늘 협상결과가 좋으니 우리도 참고하긴 해야겠습니다.》

《그런 소린 마오. 어떤 벽이 막아서도 철두철미 최고사령관동지의 말씀대로만 하면 길이 열리는 법이요.》

승용차는 중낮이 거의 되여서야 정부청사에서 얼마 멀지 않은 호텔에 도착하였다.

마치 궁중시종무관처럼 요란한 장식의 제복을 입은 호텔수위곁에 서서 시계를 들여다보던 지프리 밀튼대좌가 승용차에서 내리는 봉명주에게로 급히 다가왔다.

《아, 밀튼대좌. 왜 회담시간이 늦어져 걱정이요?》

밀튼은 봉명주가 내미는 손을 잡으며 쓰겁게 웃었다.

《그보다도 교통사고라도 났나해서 우려했습니다.》

《그래, 던소장은 왔소?》

《지금 부하들에게 신경질을 부리고있습니다. 리오타가 비위를 맞춰주고있지만…》

봉명주는 승강기안에 들어서며 밀튼을 흘끔 돌아보았다.

《회담의제가 달라진건 없겠지?》

《없습니다. 다만 던소장이 결국 오합지졸을 끌고온셈이지요. 성들과 각 기관들이 서로 리해관계가 다른만큼 자기 대표들을 다 보냈으니까요.》

봉명주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프렸다.

《그건 협상당자인 우리에게도 좋지 않소. 던이 주요발언을 하겠지만 리오타가 조종하겠구만.》

《…》

밀튼은 례의 쓰거운 미소를 지으며 눈길을 떨구었다.

봉명주는 미심쩍은 눈길로 그를 바라보고나서 승강기를 나섰다.

조미군부대표들이 수인사를 한후 협상탁 좌우로 자리를 잡자 봉명주는 턱을 들고 회담장안을 살펴보았다.

미군측은 가관이였다.

앞줄에만도 미8군사령부 및 륙군성 수석대표인 마이클 던소장과 국방성 리오타국장, 밀튼대좌, 정책장교 베이컨중좌, 보도비서장 달프중좌와 초면의 사복쟁이가 차지했고 뒤줄과 보조탁에만도 10명이상의 보좌관들과 참모성원들이 문서철을 잔뜩 끼고앉았다. 그에 비하여 우리측은 단출하다. 수석대표인 봉명주소장과 총참모부 유성철대좌 그리고 외무성 부국장과 통역인 리천중좌뿐이다. 하지만 체통이 크고 장대한 봉명주가 중앙석을 차지하니 자못 위풍이 당당하다.

백악관출입기자들과 제한된 규모의 외신기자들이 시작부터 회담장안에 떠도는 긴장감을 느껴서인지 소심하게 주변을 오갔다.

(흠, 적측 협상인물들이 많은것을 다르게 해석할번 했는걸. 말하자면 회담에 대한 미군부의 신중성으로만 분석할번 했단말이야.

하지만 조미관계에 서로 다른 리해관계를 가진 주요기관들이 거지반 참가했다는것자체가 회담에 대한 그들의 관심을 말하는것이고 동시에 그들의 불안을 엿보게 하는거지. 이게 중요한거야.

전후 정부간 군부고위급공식회담이 처음으로 개최된것자체가 우리 군력과 국력의 필연적인 산물이거든!…

그렇다! 이건 최고사령관동지께서 말씀하신대로 총포성은 없지만 그와 대비도 되지 않는 치렬한 군사외교대결이다. 아니 전쟁이다!)

봉명주가 근엄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자 퇴색한 금발에 얼굴이 불그레한 던장령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난 전쟁이후 미조사이에 처음으로 정부급고위군사회담이 열리게 된것을 긍정적으로 환영합니다. 미국방성은 이러한 무게있는 회담이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확신과 기대를 표명하면서 우리측의 공식립장을 언급하겠습니다.

봉장령, 우리 미국방성이 귀군부에 제기하는 의견은 전 국방장관인 페리특별조정관이 이미 평양을 방문하여 내놓은 권고안에 반영되여 있는줄 귀측이 인식했으리라 봅니다. 그것은 북조선이 우리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요망한다면 첫째로, 귀측이 국제테로지원을 중지해달라는것이며 둘째로, 핵 및 미싸일의 개발, 생산, 장비 및 판매를 보류할것과 셋째로, 미군유골공동조사사업을 확대하며 넷째로, 남조선에 민주주의정권이 탄생한만큼 남북대화를 재개하며 정상회담을 실현하라는것입니다.

우리의 이 인도주의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립장은 존엄높은 귀측의 권위를 고려하여 각서가 아니라 권고안으로 제기되였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 귀정부의 공식적인 답변을 접수하지 못하였습니다.》

던소장은 간단히 의제를 제기하고 봉명주의 눈치를 흘끔 살폈다.

봉명주는 발언문이 머리속에 다 있었으나 처음부터 외교관례를 무시하고 싶지 않아 그 두툼한 밤색가죽문건철을 펼쳤다.

《던소장의 발언을 류의합니다. 군사정전위원회가 귀측의 불순한 정치적의도로 하여 무력화된 상태에서 제3국이 협상무대로 된것은 불미스러운 일이지만 우리 역시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조미정부간의 장령급회담이 개최된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평화와 전쟁 량단간에 확고히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 조선인민군측은 조미군부사이의 관계정상화가 세계평화의 발전에 기여하리라고 확신하면서 당신측 제안에 대한 우리의 대답을 주겠습니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국제테로지원이란 아무런 타당성도 없는 부당한 론거입니다. 우리를 계속 걸고드는 보수세력의 주장을 또다시 되풀이하는것이 우리로서는 도저히 리해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핵 및 미싸일문제는 세계최대의 핵, 미싸일보유국인 당신들이 들고나올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측의 립장을 제기하겠습니다.

첫째로, 미국측이 우리 공화국의 실체와 사회주의정치체제를 국제사회계앞에 인정하며 둘째로, 우리가 제기한 새로운 평화보장체계를 받아들이는것이며 셋째로, 우리를 반대하는 무모한 전쟁연습들과 〈전역미싸일방위체계〉 및〈국가미싸일방위체계〉수립계획을 그만두며 대화의 걸림돌이 되고있는 남조선의 〈국가보안법〉을 해체하도록 압력을 가하라는것입니다.

이것이 조미사이 관계정상화의 기초적인 조건입니다.》

던은 봉명주의 무게있는 발언이 끝나자 옆에 앉은 수원들쪽으로 흘끔 곁눈질을 하더니 얄팍한 입술을 떨었다.

《각하의 진지한 발언을 류의합니다. 귀측이 제안한 일부 문제들은 우리 국방성의 권한을 벗어나는 정치적현안들을 포함하는만큼 상부에 건의하겠습니다.

군사연습문제를 언급한다면 이미 우리는 귀측과 언약한대로 〈팀 스피리트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했습니다. 미싸일방위체계로 말하면 미국의 안전과 세계평화를 위한것이지 그밖에 다른 목적은 없습니다.

특히 귀측이 엄중한 미싸일발사시험과 인공지구위성발사로 우리를 위협하는 조건에서 이것은 서방세계의 운명과 관련된…》

《가만!》

봉명주는 손을 들어 던의 말을 중지시키고 눈가에 미소를 지었다.

《여보, 세계유일초대국이라고 자처하는 당신들이 크지 않은 우리 나라에 대해서 왜 그리 수선을 떨며 우리의 미싸일계획을 빗대고 그처럼 방대한 규모의 〈전국미싸일방위체계 〉계획까지 내흔드는거요?

이게 우리를 구실로 새로운 군비확장을 획책하려는 불순한 기도가 아닌가?》

그러자 던은 흥분으로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는 자제력을 잃은듯 눈을 번쩍였다.

《각하, 그건 대단히 잘못된 인식입니다. 우리의 견해를 찍어 말한다면 당신들도 강력한 초대국입니다. 우리 미국과 대응한 초대국이 바로 당신들인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야 무엇때문에 우리가 당신들을 견제하고 안보의 총력을 여기에 집중하겠습니까!》

《허허, 초대국이라! 거 귀맛 좋구만!》

봉명주는 가볍게 웃으며 던소장을 쏘아보았다.

《북조선군은 우리가 알기에 군사력에서 단연 세계 앞자리를 차지하고있습니다.》 던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채 문서장을 벌컥벌컥 뒤졌다. 《륙군과 특공대, 포병무력은 단연 세계 1위입니다.

땅크나 지상장갑무력이 세계적수준이고 비행대와 잠수함도 아시아의 패권을 쥐고있지요.

게다가 대륙간탄도미싸일과 핵무기를 장비했고…》

《핵무기? 그건 무슨 잠꼬대같은 소리요? 우리야 이미 세계앞에 우리의 핵투명성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당신은 벌써 제네바합의정신을 잊었는가?》

봉명주가 엄격히 따지고 들자 던은 비로소 실언을 깨달은듯 낯색이 창백해지였다. 뒤좌석에서 급히 쪽지가 날아들었다.

던은 이마살을 찌프리고 리오타에게 쪽지를 넘기더니 얼굴을 들었다.

그의 눈에는 복잡한 상념들이 엉켜돌았다.

《각하, 말이 난김에 하는 소린데 우리 군사위성은 당신측 지역, 찍어 말하면 금창리에서 지하군사시설을 발견하였습니다.

미국방성과 강한 정치세력인 공화당은 귀측이 금창리지하시설을 세상에 공개할것을 주장하는바입니다.》

《허허, 그래 금창리를 공개하면 우리의 핵투명성을 인정하겠다는거요?》

《그렇습니다.》

《좋소. 우리는 공개할수 있소!》

봉명주가 시원스럽게 대답하자 협상탁너머는 삽시에 벌둥지처럼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흥분한 기자들이 덤벼치며 돌아갔다. 리천중좌도 통역하다말고 봉장령을 의아한 눈길로 치떠보았다.

아연해진 외무성 부국장이 슬며시 봉명주의 옆구리를 찔렀다.

던소장은 격동에 젖은 눈길로 봉명주를 쳐다보았다.

《그게 사실입니까? 우리 미국방성은 금창리군사시설을 공개해 준다면 당신들의 제안을 전면적으로 류의할것입니다.》

《우리는 빈말을 하지 않소.》

《공개사찰은 언제쯤 예견할수 있습니까?》

눈시울이 얇은 던의 눈에 환희의 불꽃이 튕겼다.

《아무때나! 하지만 그건 사찰이 아니요.》

《그렇다면?!》

봉명주는 준절한 눈길로 상대방을 쏘아보았다. 삽시에 회담장안은 물을 뿌린듯 고요해졌다.

《사찰이 아니라 우리는 참관을 허용할수 있소!》

《참관?!》

던은 눈길이 얼어붙어 봉명주를 빤히 쳐다보다가 리오타와 밀튼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사찰이나 참관이 어떤 측면에서는 자기들의 목적과 일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성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렇소. 참관이요. 참관이라면 그에 따라 참관비를 내야 하오. 중대한 전략적지대 참관이고 보면 그 값이 비싸오. 그래도 당신들이 참관하겠는가?》

또다시 쪽지가 날아들었다. 던은 아예 공개적으로 리오타와 얼굴을 맞대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앞줄끝에 앉아있던 사복쟁이까지 일어서서 그 쪽지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한참만에 던이 얼굴을 들고 무게있는 어조로 물었다.

《각하! 우리 국방성은 금창리군사시설이 무조건 해명되길 기대합니다. 참관비의 액수를 제기해주십시오.》

봉명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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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봉명주는 미소를 지은채 도고한 표정으로 던을 넘겨다보았다.

《우리는 당신들의 경제봉쇄와 자연재해때문에 지금… 난관을 겪고있소. 당신들과의 대결의 결과나 인도주의적견지에서 우리는 식량 70만톤값이면 비슷하다고 보오.》

던은 약간 놀란듯했으나 인차 머리를 흔들었다.

《그건 너무 값 비싼겁니다. 최근 공개한 로씨야군사박물관의 참관비가 최고 15만딸라로 세계기록집에 등록되였다는걸 아시지요? 이거야 수억딸라계선을 넘지 않습니까?》

《허허, 여보, 그걸 단순히 딸라로 계산할수 있는가? 정 그렇다면 그만 둡시다!》

봉명주의 단호하고도 준절한 음성이 회의장안을 흔들었다.

던은 로골적으로 뒤좌석을 돌아보았다. 이윽고 그는 쓸쓸한 표정으로 봉명주를 쳐다보았다.

《각하, 우리는 식량 60만톤을 제공할수 있다는것을 확언합니다. 하지만 70만톤계선에 이르자면 유감스럽게도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좋소. 그건 당신들이 협의해서 결정하오.》

《각하, 우리 국방성의 권한안에서 이 문제를 처리하면 어떻습니까? 방금 제가 회담시작때 제기한 페리씨의 권고안이 어느 정도 당신들의 리해를 받고있다는것을 우리가 모르는바 아닙니다. 이것은 이번 회담의 성공을 기대하게 하는것입니다. 또 금창리참관의 성사도, 당신측 제안도 일정한 한도내에서는 미국보수계를 움직일수 있는것만큼 너무 무리한 요구는 일을 망칠수 있습니다.

이 문제가 국회로 넘어가는 경우 강경보수세력은 다른 파격적인 대안을 다시 고집할수도 있습니다. 귀측에서 게도 구럭도 다 놓칠수 있는 이 측면을 신중히 류의할것을 기대합니다.》

던은 침착한 어조로 찍어말하며 중떠보는듯 한 시선으로 봉명주를 예리하게 살폈다.

봉명주는 서리발같은 눈길로 던을 쏘아보았다. 그는 눈길을 떨구지 않은채 문서철을 벌컥벌컥 번지다가 쾅 소리나게 덮어버렸다.

《나는 당신들이 무엇을 념두에 두는지 알고있소. 좋소! 이왕 터진김에 그 문제를 언급합시다. 아니, 오늘 회담은 미리 의제가 주어져 있지만 이것이 기본문제이고 현시기 조미사이의 투명성을 요하는 본질이요.

우리는 이미 범죄적이고 위험천만한 전쟁문서인 〈작전계획5027ㅡ98〉을 알고있소. 당신들은 지금 교활하게도 회담탁에 마주앉아 있지만 이른바 힘의 론리에 의거하여 우리 공화국을 타격소멸하기 위한 5단계의 전쟁계획을 공개적으로 제기해왔소. 뒤방에서 그런 실질적인 전쟁음모를 꾸미고 신형무기제작에 열을 올리면서 이 협상탁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어디 대답해보오!》

던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당황한 눈길로 옆과 뒤를 돌아보았다. 한참동안 침묵이 흘렀다. 쪽지는 좀 늦어서야 던의 눈앞에 나타났다.

《각하, 오해하고 계십니다. 당신은 미국정치를 잘 모르십니다.

모든 정치와 마찬가지로 미국정치도 혁신과 보수가 한집안에서 살아가고있지요. 그 작전계획을 이런 현대미국정치의 모순과 과잉으로 리해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천만에! 우리가 제국주의의 침략적본성을 모르고 이 자리에 나온줄 아는가. 아니, 당신들은 상투적으로 그런 호전적인 전쟁문서를 은밀히 내돌려 상대측을 위협하고 그 반응을 떠본후 행동을 개시했소. 여보, 우리를 그런 2부류 국가로 오인한다면 큰일날수 있소.

좋소! 그 오만한 전쟁계획에 대한 우리의 립장을 알려주겠소. 우리는 전쟁에도 협상에도 준비되여있소. 우리에게는 당신들처럼 조잡하게 다섯단계가 필요없소! 우리에게는 한단계면 되오. 던소장, 한 단계로 찍으시오. 전쟁날자를 찍으시오! 세계에 선포하고 해봅시다!》

《각하!…》

청천벽력같은 위혁적인 선언에 던은 그만 사색이 되여버렸다. 회담장안에 폭풍이라도 들이닥친듯 촬영기가 돌아가는 소리마저 멎어버렸다. 상대측 협상성원들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돌처럼 굳어졌다.

《던소장, 왜 대답을 피하는가? 전쟁날자를 찍으시오! 전쟁계획을 버젓이 내건 사람들이 뭘 질질 끄는가?》

《각하, 무슨 롱담을 그렇게…》

《허허, 롱담이 아니요. 이제 알게 될거요. 당신들이 장소때문에 그런다면 제3국에서 진행해도 좋소. 우린 미국땅에 포탄이 떨어지는것을 끔찍해하는 당신들의 심리를 알고있소. 저 고비사막이나 그뢴란 아니면 당신네가 로씨야를 얼려서 빼앗은 얼래스커에서 진행하면 어떻소? 큰 손해는 없을거요!》

봉명주는 회담탁을 탕탕 두드리며 여유있게 을러멨다.

던소장의 얼굴에 가련한 표정이 짙게 어렸다. 이번에는 그의 앞으로 쪽지가 날아들지 못했다. 그는 초점잃은 시선으로 두팔을 벌려보였다.

《각하, 당신은 지금 본관의 권한밖의 문제를 가지고 우리를 우롱하고있습니다.》

《우롱이라니? 누가 신성한 정부급회담석상에서 본의아닌 말을 하겠소. 이건 우리 혁명무력의 명백한 강경립장이요.

그대신 조건이 있소. 당신들이 전쟁에서 패하는 경우 〈미합중국〉이라는 국호를 지도상에서 아예 없애버리라는거요. 우리는 승리를 확신하오. 하긴 그런건 전승국이 결심할 문제지만!…》

회담장안에 폭소가 터져올랐다. 비로소 기자들이 활기를 띠며 회담탁으로 모여들었다.

휴회를 선언하려는 순간 회담장 량쪽에서 두사람이 동시에 들어섰다. 격동과 흥분에 젖은 리권사무소 일군이 급한 걸음으로 다가와 봉명주에게 통신을 전달했다. 한편 반대켠 문으로 들어온 의례장교 그로스중좌가 사색이 되여 황급히 다가오더니 마이클 던소장에게 천연색의 대형활자가 얼른거리는 신문과 문건들을 넘겨주었다. 미군측성원들이 일제히 던에게로 모여와 신문과 문건을 펼쳐들었다.

봉명주는 침착한 눈길로 통신문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유표한 검은 안경테를 쓸어만지며 입가에 놀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성명이였다.

 

우리의 혁명무력은 미제침략군의 도전에 추호도 용서없이 섬멸적인 타격으로 대답할것이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성명

 

최근 우리 공화국을 군사적으로 말살하려는 미제의 오만한 침략기도가 위험계선을 넘어서고있다.



우리가 제3국의 출판물을 통하여 입수한 《5027작전계획》에 의하면 북침을 노린 제2의 조선전쟁은 모두 5개의 단계로 나누어 감행된다고 한다.

1단계는 《억제》단계로서 그 누구의 행동을 《억제》한다는 구실밑에 남조선과 그 주변지역에 미제침략군무력을 집결시켜놓고 공화국북반부의 공중과 해상, 국경을 봉쇄하는 등 본격적인 제재를 가하는 작전단계이다.



2단계는 《무력화타격》단계로서 방대한 야전포병무력과 비행대, 순항유도무기들로 공화국북반부 전지역에 대한 장기적인 공중타격전으로 우리를 《무력화》시킬것을 노린 작전단계이다.



3단계는 《지상공격작전》단계로서 공화국북반부의 동서 량해안에 대한 대규모적인 상륙작전과 항공륙전작전, 직승기륙전작전, 특공대작전을 배합한 전면적인 지상공격작전으로 우리 혁명의 심장인 평양에 대한 작전적포위를 실현하고 청천강계선까지 《점령》하는 작전단계이다.

4단계는 《전쟁성과확대》단계로서 청천강이북의 공화국북반부전역을 《점령》하며 5단계는 《종결》단계로서 《자유민주주의체제하의 통일》을 실현한다는것으로 되여있다.

미제는 이 작전계획을 실현하기 위하여 미제침략군 54만 5천여명과 남조선괴뢰군 63만여명, 항공모함전단 5∼7개, 스텔스전투폭격기 《Fㅡ117》, 《Fㅡ111》, 핵무기를 적재한 전략폭격기 《Bㅡ1》, 《Bㅡ2》, 《Bㅡ52》를 비롯한 현대적인 첨단장비들과 대형타격수단들을 투입하게 되여있다고 한다.

이 계획에는 전쟁의 불집을 일으키는 방법이 3가지로 설정되여 있는바 핵문제와 인권문제를 구실로 우리에게 제재를 가하다가 그 연장선우에서 타격을 가하는 방법, 우리의 《핵의혹시설》들에 대한 《외과수술식》타격을 가하는 방법 그리고 정세를 지속적으로 긴장시키다가 정세악화를 구실로 우리에 대한 선제타격을 단행하는 방법 등으로 전면전쟁을 유발시키게 되여있다.



요즘 미제가 우리의 있지도 않는 《지하핵시설》문제와 인공지구위성발사로 인한 《정세악화》설을 요란스럽게 들고나오는것은 바로 《5027작전계획》에 따르는 전쟁의 불집을 터뜨리기 위한 구실을 마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미국이 이처럼 잠시나마 뒤집어썼던 《유화》와 《관여》의 허울을 벗어던지고 《5027작전계획》시행에 나서게 된 리유는 명백하다.

고립압살전략으로도 《개혁》과 《개방》에로 유도하기 위한 《유화전략》으로도 우리의 사회주의제도를 무너뜨리지 못하게 되자 드디여 분별을 잃고 무모한 모험에 나서게 된것이다.



오늘 조성된 제반 사태는 우리 혁명무력의 예리한 경계심과 혁명적립장이 천만번 정당하였다는것을 그대로 보여주고있다.

불을 불로 다스리는것은 우리 혁명군대의 기질이며 고유한 대응방식이다.

미제는 어리석게도 저들의 무모한 작전계획을 내돌리는것으로 그 누구의 기를 꺾어보려 하지만 그것은 망상이다.

우리에게는 우리 식의 작전계획이 있다. 《외과수술식》타격이요 《선제타격》이요 하는것들은 결코 미국만의 선택권이 아니며 그 타격방식도 결코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

우리 인민군대의 타격에는 한계가 없으며 그 타격을 피할 자리가 이 행성우에 없다는것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불과 불이 오가는 전쟁마당에서 《5027작전계획》의 실행을 주도하는 미제침략군뿐아니라 총알받이로 앞에 나서려는 남조선괴뢰들과 뒤에서 기지를 제공하거나 심부름을 하는 일본을 비롯한 온갖 어중이떠중이들모두가 우리의 타격목표로 된다는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우리는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피하지도 않으며 일단 전쟁이 강요된다면 다시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을것이다.

미제가 《대화》와 《협상》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정세를 전쟁접경에로 끌어가고있는 오늘의 엄중한 사태에 대처하여 우리 혁명무력은 미제침략군의 도전을 추호도 용서치 않고 섬멸적인 타격으로 대답할것이라는것을 주체조선의 존엄을 걸고 엄숙히 선언한다.

침략자들은 무주고혼의 신세를 절대로 면치 못할것이다.

              주체87(1998)년 12월 2일 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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