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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전환 제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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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5,592회 작성일 21-02-2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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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동지께서 들어서시였다.

그이께서는 언제나 그러하신것처럼 활달한 동작으로 하나하나 손을 잡아 인사를 나누시였다. 첫사람으로부터 다음사람으로 옮겨갈 때면 눈에서 강한 빛이 날리군하셨다. 그것으로써 그이께서는 이쪽의 총체적인상과 함께 어떤 기분상태의 세부에 이르기까지 알아내시는것 같았다.

원시준에게는 《혈압이 더 오르지 않습니까?》라고 하시였다.

그이께서 원시준을 알게 된것은 국제문제연구소에 있는 그가 강연을 하였을 때부터였다. 당과 국가의 중요간부들이 참가한 자리였는데 원시준은 동서방의 력사와 문화를 종횡무진으로 언급하면서 현시기 국제정세에서 초미의 문제로 되고있는 몇가지를 정확하게 그리고 실감있게 례를 들어가면서 분석하였다.

후에 알고보니 그는 오래전부터 정치학을 전공했다는것이였다. 그것으로 해서 자주 접촉이 있었는데 또한 그로 하여 이 특별한 모임의 대상자로도 지명되였던것이다.

다음은 리종화에게 《요즘은 잠이 모자라지 않습니까?》라고 물으시였다.

리종화는 원만형인 얼굴을 쳐들면서 《부족공황은 계속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는 무엇이나 인차 해학으로 넘길줄 아는 재능을 가지고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 그를 아시게 된것은 오래전부터였다. 리종화는 동방언어 몇가지는 물론 영어와 프랑스, 도이췰란드어 등을 자유롭게 구사할수 있어서 대외사업에도 자주 나갔다.

《수면의 부족공황이라!》

역시 웃음을 자아내는 말이였다.

맨나중에 엄한정의 차례가 되였는데 이미 오래전부터 면식이 있는 철학 및 경제학전문가였다.

그이께서는 미소를 지으면서 《요새는 건강이 어떻습니까?》라고 하며 그의 한결 더 근엄해진 차림새를 훑어보시였다.

이윽고 팔목시계를 보신 그이께서는 아직 한 10분 여유가 있는데 새로 들어온 소식이 없는가 물으시였다. 그에 대해서는 원시준이 대답해야 하였다.

원시준은 몸을 천천히 일궈세우더니 워싱톤과 모스크바, 모스크바와 빠리사이에 직통전화가 개설될것이라는것을 말하고 방금전에 있었던 유모아장면을 설명해드리였다.

《그것은 유모아가 아니라 완전히 풍자입니다. 원선생은 기억력만 좋은가 했는데 풍자에도 솜씨가 있습니다.》

그이께서는 원시준의 팔을 잡아흔들며 계속하시였다.

《쓰딸린은 <공산당선언>을 읽어주는데 브레쥬네브는 평화전략을 해설해준다, 이것은 커다란 차이입니다. 본질적차이이기도 합니다. 저는 오늘 <공산당선언>에 대한 토론을 어떻게 꼭지를 뗄가 생각했었는데 결국 보면 그 토론은 벌써 시작된셈입니다.

<공산당선언>에는 부르죠아들로 하여금 전률케 하라고 했는데 오늘에 와서는 어떻게 되여 꽃다발을 보내오게 할수 있었겠는가? 흥미있습니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모두가 놀라와하였다. 웃음으로 번지였던것이 급격한 락차를 이루어 시대와 사상의 변화라는 신중한 문제로 나타났던것이다. 세칭 딱딱하고 요지부동이라고 하는 정치와 과학의 마당에서 웃음이 터져 정서를 한껏 흔들어놓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토론은 예정했던대로 연역법과 귀납법을 구사해가며 자유롭게 진행되였다.

엄한정이 먼저 수첩을 펼쳐들었다.

《<공산당선언>은 말그대로 어느 개별적문제를 해결하는 저작이 아니라 공상으로부터 과학에로 전환된 공산주의리론의 총론이라고 말할수 있을것입니다.》

이렇게 시작해놓고 문헌이 차지하는 의의를 첫째, 둘째 순서를 꼽아가며 거침없이 내리엮었다.

한 30분나마 걸린 토론에서 독창적인 사고라는 측면에서는 별로 걷어쥘것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원시준이 성큼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품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를것만 같았다. 그러나 엄한정의 론리가 어떻게나 째였던지 그를 당장 면박할만한 틈을 얼른 발견하지 못하고있었다. 체대는 좀 작은 축이지만 언제나 엄청나게 크고 요란한 문제를 제기해서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래우군하는 원시준이다.

《나는 엄한정동무의 토론을 부정합니다.》

그는 잠간 사이를 두고 엄한정을 건너보았다. 난처한 시선으로 엄한정이 쳐다보고있다. 고심끝에 겨우 추려낸 의의와 결론이 단마디로 부정당하고보니 반사적으로 몸이 떨리였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동안은 참아야 하였다.

원시준은 계속하였다.

《엄한정박사가 내놓은 <공산당선언>에 대한 분석은 착상도 좋고 결론도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마당에서 그것이 얼마만한 가치가 있는지 할 때 거의 령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단결의 가치다, 과학적공산주의총서다 또는 프로레타리아의 앞길을 밝혀주는 홰불이다 하는것은 100년전 그때 이야기였지 지금에 와서는 사정이 전혀 다릅니다. 오늘 사회주의건설도상에 있는 공산당, 로동당들의 앞길에 과연 무엇을 내놓은것이 있는가?… 없습니다.

우리가 다 잘 알고있지 않습니까. 맑스나 엥겔스 자신들도 불과 20년이 지나서 출판된 도문판 서문에서 지적하기를 벌써 적지 않은 부분이 낡았다고 한것을 말입니다. 사정이 이렇기때문에 오늘날의 <공산당선언>이 새로 나와야 한다는것입니다.》

총알처럼 여문 말마디로써 성문화된것을 내리읽는것 같이 류창하게 울리는 그의 토론은 대번에 방안공기를 압도하였다.

《아직 토론도중 같은데 미리 한가지 물읍시다.》

엄한정이 눈살이 꼿꼿해지더니 넥타이를 늦추어놓으며 한마디 던지였다.

《그러니 수정보충정도가 아니라 전면부정인가요? 그에 대한 립장부터 밝히고 계속해주었으면 합니다.》

잠간 좌우를 둘러보고난 원시준은 품을 넓게 해입은 닫긴깃옷의 웃단추를 하나 터놓더니 대답하였다.

《명확하게 말해서 전면부정입니다. <공산당선언>이 나온 그때로부터 한세기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공산주의리념이 단 한치도 성장한것이 없다고 본다면 그것은 인류에 대한 모독으로 될것입니다. 인류는 전진하고있습니다. 혁명도 그 리념도 전진하고있습니다.》

억양을 높여 여기까지 단숨에 내쏟고난 원시준은 반응이 어떤가 알아보기 위해 좌우를 살피였다. 비대한 리종화는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고 엄한정은 《부정이라!》 하고 받아외우며 금방 일어날것처럼 들먹들먹하고있다.

원시준이 계속하였다. 급한 고비를 넘기였는지 한결 침착해졌다.

《우리가 맑스-레닌주의를 신봉하고 지킨다고 해서 그것을 그냥 오늘까지도 주문 외우듯하고있다면 그건 너무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오늘의 시기에 적합한 <공산당선언>이 새로 작성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정》에 대한 종착점이 이렇게 엄청난데까지 와닿게 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하였다.

원시준의 토론이 끝나기 바쁘게 엄한정이 또 질문을 들이대였다.

《새로운 선언에 대해서 구체적인 어떤 안이라도 생각해둔것이 있습니까?》

《아직 거기까지는 미처…》

물어보나마나한것을 엄한정이 공연한 수고를 하고있다. 원시준의 성격은 언제나 깊이는 덜하고 충격은 큰것을 바란다는것을 누구나 알고있는것이였다. 내킨김에 엄한정이 자기 의견을 내놓기 시작하였다. 엄한정은 방금 원시준이 제기한것이 너무나 실정을 모르는것같아 놀랍다고 하면서 전면적인 반박을 하였다.

《원동무가 제기한 바로 그런 력사적요구에 의해 주체사상이 창시되였다고 봅니다. 때문에 오늘에 와서 새로운 또 다른 하나의 <공산당선언>을 만들 필요도 없거니와 그런것은 또한 어느 누구도 요구하지 않을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공산당선언>에서 전자들이 내놓은 공산주의에 대한 과학적인 해명과 그것을 위한 사상리론적 기본방안들은 오늘에도 그대로 생명을 가지고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거기에 인민대중의 역할을 중시하지 않았다든지 혁명이 승리한후에 사회주의건설을 어떻게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것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지나친 요구라고 생각됩니다.》

이밖에도 엄한정은 결코 자기가 《교조》에 빠지지 않고 《창조적사색》을 하고있다는것을 과시하듯 구체적인 토론을 더하였다.

중간휴식시간이 되였다.

×

다른 때에도 그러한것처럼 모두 로대쪽으로 나갔다. 그때 문득 엄한정은 영심의 얼굴이 나들문 유리창에 나타났다 사라지는것을 느끼게 되였다. (그렇지, 그이께 낱낱이 말씀드려야지. 정색한 자리에서 꺼내는것보다 이렇게 한담을 할수 있는 때에 자연스럽게 터놓는것이 더 좋을거야. 설사 영심이문제가 시제당장 해결되지 못한다 해도 그런 일이 우리 생활에서 다시는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서라도 말씀드려야 한다.)

엄한정은 로대 한끝까지 나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솟아오른 룡악산을 바라보고계시는 김정일동지쪽으로 다가갔다.

그때 문득 (그런것을 들고다니는것은 속물들이나 하는짓이다. 자기문제, 더구나 자기 딸 문제를… 거기에 무슨 공정성이 있는가. 리기적이 아닌가.)라는 말이 들려왔다. 그것은 마치 천둥이 울리는것처럼 요란하게 그의 머리를 흔들었다.

순간에 기가 죽어 주춤해진 그는 얼마동안 한자리에 서있다가 팔을 들어올리며 심호흡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만두자, 그리고 다시한번 생각해보자.)

다시 토론이 계속되였다.

토론에서 제 주장이 두드러지는것은 역시 원시준이였다. 그러나 그도 인차 잠잠해지고 말았다. 침묵이 깃들게 되자 김정일동지께서 좌우를 둘러보시였다.

《더 토론할 문제가 없겠습니까?》

또다시 좌우를 둘러보시였지만 토론할 의사표시가 별로 없어보이였다. 모두의 표정은 《어서 결론을 하십시오.》라고 하는것 같았다.

이윽해서 그이께서는 상체를 뒤로 제치고 나직이 말씀을 시작하시였다.

《나는 오늘의 토론에 큰 기대를 가지고있었습니다. 그것은 무엇때문인가? 제목자체가 <공산당선언>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이 사업을 시작한지도 벌써 몇달이 지나갔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초기저작들을 연구하면서 맑스주의형성과정을 깊이있게 리해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순수 학술적인 단계를 벗어나 공산주의혁명투쟁의 넓은 광야에 나서게 된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사색의 폭을 넓혀서 맑스-레닌주의에서 진수를 포착하고 그것을 오늘의 견지에서 분석하고 론의해야 할 때가 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이께서는 말씀을 중단하고 좌우를 둘러보시였다. 번개의 섬광과도 같은 시선이 사람들의 얼굴을 스치더니 정적에 잠긴 방안공기를 쫙 가르며 지나갔다. 잠시후 말씀이 계속되였다.

《<공산당선언>을 놓고 공산주의사상의 총론이요, 단결의 기치요, 프로레타리아에게 장악된 혁명의 무기요 하는 평가에 대하여 저도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이 저작에 대한 의의는 앞으로 시간이 감에 따라 더욱더 확대될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저작을 연구하면서 우리 시대에 새롭게 제기된 하나의 문제를 얻게 되였는데 그에 대해서 간단히 말해보려고 합니다.… 그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말하여 혁명에서 수령에 대한 문제입니다. 수령!》

《수령말입니까?》

엄한정이 눈을 크게 뜨고 이쪽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그렇습니다. 수령입니다. <공산당선언>을 보면서 혁명에서 수령에 대한 문제를 끄집어낸다는것은 너무나 비약이 심하다고 할수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어보시오. <공산당선언>은 프로레타리아혁명의 행동강령이 나온것과 함께 혁명의 수령이 출현하였다는것을 온 세상에 선포한것으로 됩니다. 이것으로 해서 혁명운동에는 새로운 시기가 도래하였습니다. 프로레타리아는 자기의 수령을 가지게 되였고 동시에 혁명의 지도사상을 가지게 되였던것입니다.》

《아! 그렇지요.》

엄한정은 저도 모르게 책상을 가볍게 치며 탄성을 올리였다. 뒤따라 다른 사람들도 동감을 표시해서 고개를 끄덕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미소를 짓고 방안을 둘러보시였다.

《기왕 말이 난김에 몇마디 더 보충하겠습니다. 사람은 세상에 태여나자마자 집단의 한 성원으로 됩니다. 그것은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본성적요구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집단속에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사람이라는 유기체가 뇌수의 지배에 의하여 살아 숨쉬고 활동하는것과 마찬가지로 개개의 사람으로 이루어진 집단도 집단의 뇌수의 지배를 받아야 살아갈수 있기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이전에 프로레타리아는 개별적인간으로 살아오던것이 공산당이라는 집단을 형성하였고 마침내 맑스라는 뇌수를 가지게 됐던것입니다. 실로 이것은 력사적이며 전인류적의의를 가지는 사변이라고 말할수 있을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생명물질발전의 최고성과가 인간의 뇌수라고 한다면 혁명발전의 최고성과는 수령의 배출이라고 할수 있을것입니다. 어떻습니까? 공감이 됩니까? 혁명발전의 최고성과가 수령의 배출!…》

모두가 숭엄한 감정에 젖어들어 대답을 못하고있었다.

오래동안 사색에 사색을 거듭해오던것을 몇마디로 집약해놓았고 그것이 객관의 지지를 받게 되자 그이께서는 마음이 흐뭇해지고 지어 희열을 느끼게까지 되시였다. 그리하여 그이께서는 계속 미소를 띄우신채 말씀을 이어나가시였다.

《기왕 말이 난김에 몇마디 더 첨부하겠습니다. 아까 우리는 한바탕 웃으면서 직통전화이야기를 했는데 실상 그 본질을 캐보면 웃음이 아니라 눈물이 날 심각한 문제가 있는것입니다. 어찌하여 한세기전에 프로레타리아는 부르죠아에게 공개적으로 결사전을 선포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평화전략을 말하면서 제국주의가 변했다고 하게 되였는가. 사실은 제국주의가 변한것이 아니라 공산당이 변했고 그 당을 이끄는 지도부가 변한것입니다. 바로 이렇기때문에 우리는 정신을 바싹 차리고 <공산당선언>에서 지적된 혁명적원칙에 충실해야 할 의무를 지니게 되는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변한것이 과연 어느것인가? 제국주의인가 사회주의집권당의 지도부인가. 이렇게 문제를 제기해놓고볼 때 수령의 역할이 근본적의의를 띠고있다는것을 알게 됩니다. 수령, 정세판단을 정확히 하고 로동계급과 인민대중을 승리에로 이끄는 수령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공산주의탈을 쓴 현대수정주의자들이 그자리에 앉아 혁명전략을 제마음대로 좌지우지하고있습니다. 제국주의자들에게 이른바 <평화전략>을 해설하여 꽃다발을 받게 된다, 이것은 웃음이 아니라 피를 쏟아야 할 정치비극입니다.

대체로 보면 제가 현재까지 도달한것은 이런 정도입니다. 더 구체적인 설명과 례증이 필요할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이 정도로 그치자는것입니다. 다음번에는 수령의 지위와 역할을 더 해명하면서 수령을 어떻게 받드는가, 수령에 대한 립장과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토론해보는것이 좋겠습니다.》

일단 말씀을 중단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빛나는 시선으로 좌우를 둘러보시였다.

엄한정은 수첩에 요지를 받아적으려 하였지만 잘되지 않았다. 별로 생각없이 받아적기만 하는것이라면 젊어서 속기법을 어느 정도 익히였기때문에 거칠것이 없지만 이것은 마디마디가 심오한 내용과 상징적어구들로 이루어졌기때문에 손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수첩에서 손을 떼고 그이쪽으로 시선을 보내였을 때 그이께서는 연필을 드신 손으로 엄한정을 가리키면서 말씀하시였다.

《엄선생부터 의견을 말해보시오.》

《미처 생각할새가 없어서.》

엄한정은 당황해났다.

《이것은 한두마디로 론의를 끝낼것이 아니기때문에 우선 느낀것부터 말해보십시오.》

《저는 전적으로 찬동입니다. 말씀을 들으면서 저는 우리 수령님영상을 그려보았습니다.》

《좋습니다. 다음은 원선생.》

원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거침없이 의견을 내놓기 시작하였다.

《제 생각에는 맑스도 <공산당선언>을 내놓기전에는 그때 당시 있었던 하나의 재능있는 학자에 불과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당을 령도하고 직접 공산주의를 위한 투쟁전선에 나선 때부터 생을 끝마칠 때까지를 보면 프로레타리아의 수령으로 인정될만합니다.》

《옳습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손을 들어 흔들면서 매우 만족해하시였다.

흥분과 열정에 휩싸인 그이께서는 닫긴깃옷의 웃단추를 터놓으시더니 토론을 계속하자고 하시였다.

시간은 벌써 낮2시가 넘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얼마간 사색을 정돈한 엄한정이 일어났다. 그렇지만 원시준이처럼 그렇게 능숙하게 전개할 자신이 없었다. 무슨 말인가 하여튼 제딴에는 매우 중요하다고 인정되는것을 한두가지 말할수 있을것으로 생각하였는데 정작 그렇게 되여지지 않았다. 얼마동안 서서 주춤거리다가 드디여 첫머리를 떼였다.

《현재 우리가 론제에 붙인것은 분명히 <공산당선언>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것은 프로레타리아혁명의 지도사상이며 당시 공산주의자동맹의 지도사상입니다.

다시말해서 사회주의혁명사상입니다. 그런데 오늘친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제시하신 혁명에서 수령문제, 이것은 사회주의혁명리론에서 전혀 처음 대하는 새로운것입니다.

사람이 뇌수의 지휘를 받으며 수십만년동안 살아왔지만 사람이 자기의 유기체를 총적으로 통괄하는것이 뇌수의 작용이라는것을 인식하게 된것은 후에 와서야 알게 되였던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산주의운동이 100년이상 전개되였지만 그것이 오늘처럼 이렇게 혁명에 주체가 있고 그것이 수령의 령도에 의해서만 승리에로 인도된다는것을 이제야 터득하게 되였습니다.》

엄한정이 자리에 앉은 다음에 잠간 침묵이 흘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창문을 향해 돌아서시였다. 가슴은 마냥 끓어번지는데 더이상 말이 나가지 않으시였다. 하지만 기분은 마치 높은 령을 넘을 때 마루에 올라선것과 같으시였다.

토론회는 끝났다. 이윽고 그이께서 말씀하시였다. 《엄선생, 이미부터 해오던 론문이 어느 정도 진척되였습니까?》

그러지 않아도 조마조마하던터라 엄한정은 걸음을 멈추고 난처한 기색을 지었다. 그이께서 다시 물으시였다.

《이제는 거지반 끝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

엄한정은 턱을 만지며 어색해 하다가 설명을 하였다.

《처음 같아서는 인차 끝날것으로 보았는데 좀체로 나가주지 않습니다. 좀 쉬였다 다시 해볼가도 생각중입니다.》

《그런가요? 도대체 걸림돌이 무엇인데요.》

《딱히 짚어댈수가 없는것이 고충입니다. 고전연구를 시작하면서부터 차츰 붓이 더 굳어져…》

《아하, 그러니까 시간이 없는게 아닙니까?》

《아닙니다. 절대로 그런것은 아니고 생각이 복잡해지면서…》

《생각이 복잡하다구요?》

이전에 한번 집필요강을 구체적으로 들은적이 있기때문에 그에 대한 륜곽을 가지고계시였다.

그때 그런 정도면 일정한 의의를 가지는 글로 될수 있을것 같다고 지지하고 특히 현실과 결부시켜 더 깊이 생각해보는것이 좋겠다고 의견까지 준바있으시였다.

다른 때 같으면 내킨김에 붙잡고앉아 풀어볼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 일과때문에 그렇게 할수 없으시였다.

《후에 시간을 내서 토론해봅시다. 더 좋기는 지금까지의것을 한번 읽는것인데…》

《아직 그렇게까지는…》

《그렇다면 시간을 내서 한번 현실에 나가보는것이 어떻습니까? 일전에 제철소에 나가보았는데 느끼는것도 많았고 배우는것이 많았습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차에 오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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