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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약의 나래 제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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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927회 작성일 21-03-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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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장

5

 

금속공학연구소는 9월제련소의 구내옆에 있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60년대말에 연구소를 처음 내올 때부터 그곳에 자리를 잡도록 하시였다. 과학기술과 생산실천을 결합시키고 연구사들과 생산자들의 지혜를 하나로 합치기 위해서는 연구소를 생산현지에 두는것이 합리적이였다. 지나온 생활은 이 조치가 얼마나 정당하였는가를 보여주었다. 연구소의 무수한 실험이 제련소에서 거듭되였고 거기에 현장기술자들과 로동자들의 창조적지혜가 안받침되였다. 실상 티탄합금은 연구소와 제련소의 공동의 창조물이라고 할수 있었다. 비록 연구소가 행정적으로 과학원에 소속되여있지만 우리 나라 티탄공업의 창설이라는 공동의 목적으로 연구소와 제련소는 하나의 뉴대로 이어져있었다. 그러한 뉴대를 상징하듯 연구소는 제련소와 울타리를 접하고 서쪽의 나지막한 언덕에 자리잡고있었다.

제련소를 떠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양영복을 차에 태우고 연구소로 오시였다.

다른 수행원들은 제련소에 남고 고중환만이 뒤따랐다.

제련소의 책임일군들중에는 당비서 황석태가 동행했다.

연구소마당에 들어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사위를 둘러보시였다.

울타리옆으로는 키높이 자란 나무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있었다. 한창 물이 오르는 줄기와 가지들이 조잡하지 않고 껍질이 미끈한것으로 보아 감나무인것 같았다. 현관을 사이에 두고 청사곁을 따라 량옆으로 뻗은 화단에는 며칠전에 꽃씨를 심은듯 아직 흙밥이 생생했다.

갑자기 허공에서 선풍이 이는듯 한 소리가 들리여서 무심결에 머리를 드시였다. 청사의 처마밑에 매단 비둘기장들에서 수십마리의 비둘기가 날아올랐다. 비둘기들은 재빛나래를 퍼덕이며 지붕우에서 원무를 그리였다.

《우리 과학자들이 생활을 매우 정서적으로 하는것 같습니다.》

그이께서는 고중환을 돌아보며 말씀을 계속하시였다.

《어떤 사람들은 흔히 자연과학자들을 연구사업에만 몰두하는 정서가 메마른 사람들로 알고있는데 그것은 그들을 모르고 하는 소리입니다.》

《이곳 소장동무가 생활을 정서적으로 깨끗이 꾸리는 사람입니다.》

고중환은 빙긋이 웃으며 뒤에 선 소장을 눈길로 가리켰다. 손관식소장은 륜곽이 부드럽게 둘러맺힌 얼굴에 어줍은 미소를 그리였다.

이윽하여 김정일동지께서는 손관식의 안내를 받으시며 그의 방으로 들어가시였다. 채광은 좋지만 크지는 않은 방이였다. 비품들이 소박하고 아담하게 꾸려졌다. 방안에 류달리 운치를 돋구는것은 창턱에 놓인 두개의 청자기화분과 그와 조금 떨어진 원탁우의 어항이였다. 화분에는 소담스레 자란 제라늄이 꽃을 활짝 피웠다. 유리어항에 반사되는 타는듯 한 그 꽃송이의 빛갈이 유유히 헤염치는 금붕어의 감빛색갈과 현란한 조화를 이루었다. 마치도 어항속에 붉은빛을 부드럽게 발산하는 특수한 조명장치라도 있는듯싶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앞상을 마주하고 복판의자에 앉으시였다.

그 맞은편에 고중환과 황석태, 양영복과 손관식이 나란히 앉았다. 매일 아침 손관식소장이 실장들을 불러 사업을 토의하던 때를 련상시켜주는 단출하고 허물없는 좌석이였다.

《어떻습니까? 집에 돌아가 누우셔야 하는걸 괜히 오신게 아닙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양영복에게 다정히 물으시였다.

《아닙니다. 걷기가 좀 말쨀뿐이지 다른데는 별로 아픈데가 없습니다.》

《로쇠는 다리에서부터 오지요.… 티탄합금직장을 돌아보았는데 정말 대단합니다. 양선생이 큰일을 하셨습니다.》

《무슨 말씀을… 온 연구집단이 수고를 해서…》

양영복은 잠시 무엇인가 주밋거리던 눈치더니 웃주머니에서 정성스레 만든 마분지곽을 꺼내들고 움쭉 일어섰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변변치 않지만 성의로 알고 이걸 받아주십시오.》

《이게 뭡니까?》

《티탄합금으로 만든 사무용가위와 칼입니다.》

《양선생, 고맙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서시여 정히 그것을 받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진심으로 사의를 표하시였다.

손관식은 놀라운 눈길로 양영복을 바라보았다. 양영복박사가 그런 선물을 마련한다는것을 모르고있었던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곽을 열고 가위와 칼을 집어드시였다.

외형은 그닥 정교하지 못했다. 하지만 로박사의 성의가 깃든것이고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생산한 티탄합금으로 만든것이여서 그 어떤 선물보다도 값지고 귀중하게 여겨지셨다. 칼날에 손끝도 대여보고 가위다리를 벌려도 보시였다. 강철제품보다 어방없이 가볍고 손맛이 부드러웠다. 금속제품이 아니라 수지제품을 다루어보시는듯 한 느낌이였다. 색갈도 고려청자기를 바라볼 때처럼 보면 볼수록 은은한게 깊이가 느껴지셨다.

《오늘은 선생이 나에게 칼과 가위를 선물로 주었지만 래일은 우리 과학자들이 티탄합금으로 만든 초음속비행기나 전자제품 아니, 그보다 더 훌륭한것을 우리 인민에게 선물하리라고 믿습니다.》

《그러자면 가공설비가 있어야겠는데 저희들은 이번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소식을 들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무거운 어조로 응대하시였다.

오늘 티탄합금직장을 돌아보시고 다음공정인 가공설비가 없는 아쉬움을 더욱 금치 못하시였다. 만일 가공설비를 갖추지 못한다면 우리의 티탄공업이 첫걸음은 성과적으로 내짚었다 하더라도 최후의 목표에 이르지 못한채 도중에서 주저앉는다는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새로운 대책을 의논해보시려고 이 자리를 마련하신것이다.

《저는 이번에 참을수 없는 의분만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양영복은 머리를 수그린채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때 느꼈던 의분이 되살아나는듯 로인의 가는 목에서 피줄이 두드러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깊은 시선으로 양영복을 바라보며 말씀하시였다.

《양선생은 일본려행이 헛걸음이였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귀중한것을 안고왔다고 봅니다.》

양영복은 말씀의 뜻을 얼른 새길수가 없어서 황석태와 손관식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들도 의아한 낯빛으로 김정일동지를 바라보았다.

《양선생이 민족적의분을 안고 돌아왔는데 나는 그것이 최신설비를 사온것보다 더 귀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씀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양영복에게 기대어린 시선을 보내며 물으시였다.

《양선생, 어떻습니까? 왜놈들것보다 더 월등한 설비를 우리 자체로 만들수는 없겠습니까?》

다른 사람들도 양영복에게 시선을 모았다. 양영복은 눈시울을 내려뜨고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저으기 상기된 주름진 량볼로 보일듯말듯 한 떨림이 몇번 스칠뿐이다. 그는 잠시후에 머리를 숙인채 입을 열었다.

《참말이지 마음같아서는 놈들것보다 월등한 티탄합금가공설비를 당장 만들고싶습니다.

그러나 마음뿐이지 현재로서는 그에 대한 뚜렷한 구상이 없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의 고백을 리해하시였다.

양영복은 지금까지 수십년간 티탄합금생산에 대한 연구만을 해왔을뿐이지 다음단계의 가공기술개발에는 관심을 돌려보지 못했다.

세해전에 그는 웃으면서 티탄합금생산에 대한 연구가 자기의 최종연구목표이며 그것의 성공과 함께 과학자로서의 일생도 끝날것이라고 말한바가 있었다. 70고령의 그로서는 그럴수 있었다.

《년세가 높으신 양선생에게 무리한 요구인줄 압니다. 선생은 이미 한 과학자가 조국을 위해 할수 있는 그 이상의것을 이룩해놓았습니다.

꽃방석에 앉혀서 여생을 편히 쉬시게 하고싶습니다. 그러나 사정이 절박한것만큼 티탄합금가공설비제작문제도 마저 도와주셔야 하겠습니다.》

《무슨 말씀을… 저의 지혜가 닿는껏 숨이 지는 날까지 당의 뜻을 따라서 연구사업을 계속하겠습니다. 그러나… 가공설비개발은 너무도 힘에 부치는 과제입니다.》

양영복은 힘겹게 말씀올렸다.

《기계공업전문가를 비롯해서 필요한 여러 분야의 유능한 전문가들로 연구집단을 무어주면 어떻겠습니까?》

《저에게 일정한 구상이나 착상이 있다면 그것이 필요하겠지만 현재로서는…》

《티탄합금가공설비가 현재 우리에게 얼마나 절실한가는 누구보다 양선생이 잘 알것입니다.

양선생, 자체로 만들어낼 신심이 그렇게도 없습니까?》

안타까운 호소가 절절하게 울리는 말씀이시였다.

그러나 양영복은 아무 말도 못하고 머리를 떨구었다.

곁에서 그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들의 얼굴에 민망스러워하는 빛이 떠올랐다.

황석태는 양영복의 덜미에 노기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처럼 간곡한 말씀에도 침묵을 지키는 양영복의 태도에 분이 치밀었던것이다.

《왜 기어이 해내겠다고 선뜻 대답을 드리지 못합니까?…》

그는 좀더 말하고싶었으나 친애하는 지도자동지앞이여서 입을 꾹 다물었다. 양영복박사가 숙였던 머리를 황석태에게 획 돌리였다.

《비서동무의 앞이라면 혹 과학적인 확신이 없으면서도 해내겠다고 다짐할수도 있겠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나…》

로인의 목소리는 걷잡을수없이 떨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가 말로 채 번지지 못한 심정이 그대로 느껴지시였다. 빈말을 모르는 결곡하고 량심적인 로학자의 솔직성에 오히려 믿음이 가시였다. 확신이 부족하여 서뿔리 단언하지 않지만 그는 앞으로 가공기술연구에 전심을 다할것이다. 물론 그 성공여부는 기약할수 없을것이다.

《양선생, 건강에 류의하십시오. 절대로 무리하지 마시고…》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이 자리에서 확답을 드리지 못하는 저를 용서하십시오.》

한껏 죄스러운 낯빛으로 이렇게 말씀을 드린 로인의 꼭 다문 입술가장자리에 경련이 스치면서 주름살이 깊이 잡히였다.

《다른 일도 아니고 고도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사업인데 어떻게 쉽게 말할수 있겠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일순 생각에 잠기시였다. 티탄합금가공기술개발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설사 우리의 과학자들이 개발한다고 하여도 그때까지는 일정한 기간이 걸린다. 티탄합금생산기술을 자체로 개발하는데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그 가공기술개발에 다시 그만한 기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앞선 나라들을 따라잡는 지름길은 선진기술을 하루빨리 받아들이고 그것에 토대하여 새것을 창조하는데 있다. 근대와 현대의 과학발전사가 그것을 보여주었다. 문예부흥의 말기에 이딸리아가 세계과학기술의 절정에 오를수 있었던것은 종교암흑시대가 끝장나게 된 사회력사적조건도 있었지만 동방의 발전된 문명과 남먼저 접촉하고 섭취할수 있었기때문이였다.

동방에로의 배길을 일찌기 개척한 이딸리아는 동방에서 이미 발명한 화약과 라침판, 인쇄기술을 받아들일수 있었다. 맑스는 이딸리아가 재빨리 도입한 이 3대발명이 부르죠아계급의 출현을 예고해주었다고 하였다. 분명히 그것은 그 나라 과학부흥과 정신문화발전의 힘있는 전제로 되였다. 그후 세계과학의 중심은 영국으로 옮겨지고 다시 그 순위가 뒤바뀌였다. 상대적으로 뒤늦게 과학기술경쟁의 출발선에 나섰던 다른 자본주의나라들이 앞선 나라를 따라잡고 더 전진할수 있었던 비결의 하나는 당시의 인류가 축적한 과학기술지식을 효률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발판으로 한단계 더 올라섰기때문이였다. 하지만 우리는 제국주의자들의 봉쇄정책으로 선진과학기술의 도입에 커다란 지장을 받고있다. 이것은 전례없이 어려운 조건에서 우리가 최첨단과학요새를 점령하기 위한 력사적진군길에 나섰다는것을 의미했다. 남들이 개척한 비약의 길이 아무리 순탄하고 효률적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열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방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서리였다.

그 침묵에 압도된 황석태는 불만의 눈길로 양영복을 돌아보았다. 선뜻 그가 신심에 넘친 대답을 올리지 못했기때문에 김정일동지께서 저렇듯 마음쓰신다고 제나름대로 생각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선 황석태는 확고한 결심과 완강한 의지가 번뜩이는 얼굴로 말씀드리였다.

《너무 마음쓰지 마십시오. 연구소의 과학자들과 제련소의 기술자들이 지혜를 합쳐서 기어이 티탄합금가공설비를 만들도록 호소해보겠습니다.

그렇게 어렵다던 티탄합금생산기술도 우리자체의 힘으로 개발하지 않았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황석태의 흥분된 얼굴을 미더웁게 지켜보시였다.

《그럼 비서동무가 과학자, 기술자들과의 사업을 잘해서 성공에로 이끌어주시오.》

번듯한 이마와 우뚝 솟은 코날, 두툼한 입술과 수염터가 푸릿한 턱… 황석태는 인상만으로도 진취적인 판단과 완강한 전개력이 엿보이는 당일군이였다. 실상 그는 당에서 주는 과업이라면 물과 불속이라도 서슴없이 뛰여들줄 알았다. 70년대 중엽과 80년대초에 대건설전투가 벌어질 때 당정치일군으로 유감없이 자기의 충실성과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가 여기 당비서로 파견되여온 그때부터 제련소는 생산이 부쩍 올라가고 로동자들의 생활도 적지 않게 개선되였다. 그러한 그가 이번에도 지체없이 대책을 세우겠다니 저으기 마음이 놓이시였다.

《연구에서 애로되는거나 제기할것이 없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양영복과 손관식을 번갈아보며 물으시였다.

손관식이 일어섰다.

《지방의 과학자들은 인민대학습당에 자주 다녀야 하는데 중앙에서 큰 대회라도 있으면 려관사정이 긴장해서 숙식조건이 불편합니다. 그런데 지금 과학자려관건설이 중단되였습니다. 그래서 사정이 허락되면 려관건설을 다그치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사뭇 놀라시였다. 평양에 출장을 오는 과학자들을 위한 전용려관을 건설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해당 일군들에게 친히 과업을 주셨는데 려관건설이 중단되였다니 너무도 뜻밖이시였다.

《부부장동무는 이 사실을 알고있었습니까?》

고중환에게 물으시였다.

《알고있었습니다.》

《어찌된 일입니까?》

《지난해에 비생산건설을 줄일데 대한 국가적조치가 취해졌습니다. 그러자 해당 부문 일군들은 과학자려관건설을 국가계획에서 삭제했습니다. 올해에는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위한 건설이 본격적으로 벌어지자 과학자려관건설은 아예 뒤전으로 밀려났습니다. 평양시건설총국에 여러번 제기도 하였는데 아직 건설력량을 돌릴수 없다고 합니다.》

과학자려관건설을 비생산건물이라고 계획에서 빼여버리다니… 그들은 과학발전이 한걸음 늦어지면 생산이 열걸음 늦어진다는것을 모른단 말인가? 생산력과 과학기술의 호상관계에 대한 초보적인 상식도 없단 말인가? 과학자들을 우대하고 그들에게 최상의 연구조건을 보장해주는것이 곧 우리 민족의 재능을 꽃피우고 나라의 부흥을 가져오기 위한것임을 모른단 말인가? 과학자려관은 생산을 추동하는 결정적고리와 련관된 건설대상이다. 생산건설에 힘을 넣어야 한다는 국가적조치가 취해졌다면 그에 따라 무엇보다 과학자려관건설을 다그쳐야 했다. 우리 민족이 과학기술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도록 제국주의자들이 집요하게 봉쇄를 추구해오는데 우리 일군들속에 과학을 홀시하는 관점이 남아있으니 가슴속에 치미는 분격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돌아가면 당장 대책을 세우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격분에 떨리는 음성으로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손관식은 자기의 제기로 그이께 괴로움을 드린것만 같아서 그 자리에 선채 몸둘바를 몰라하였다.

《앉으시오. 일군들은 내버려둔 과학자려관건설실태를 제때에 보고하지도 않았습니다. 소장동무가 알려주어서 고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무거운 상념을 안고 연구소를 떠나시였다. 경쾌하게 달리는 승용차의 차실안은 선선한편이였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더위를 느끼시였다. 심각한 사색을 불러내는 내부적인 번열때문이였다. 우리의 과학기술발전의 앞길에는 얼마나 많은 난관이 놓여있는가? 제국주의자들의 악랄한 봉쇄, 종래에 맺어진 과학기술협정을 외면해버리는 동유럽사회주의나라들의 배신행위, 나날이 어려워지는 경제적난관, 우리 일군들의 머리속에 남아있는 과학홀시사상, 세계적인 수준을 지향한 높은 목표앞에서 주저하고 동요하는 과학자, 기술자들…

자신의 어깨우에 보이지 않는 중하가 차례차례 덧쌓이는듯 한 중압감에 숨결이 높아지시였다. 웃옷의 목깃을 조금 터치고 두팔을 가슴우에 포개여얹으시였다. 그러시자 위대한 수령님의 믿음과 기대에 넘치신 음성이 머리속에 되새겨지시였다. 당중앙위원회와 정무원의 책임일군협의회에서 하신 교시였다.

《과학기술발전을 옳게 이끌어가자면 정치적령도력과 함께 이 분야에 대한 깊은 파악이 있어야 합니다. 김정일동지는 현대과학기술에 정통한 정치가입니다. 그는 우리 민족이 지닌 남다른 슬기와 재능을 무엇보다 귀중한 재부로 여기고 그것을 최대한으로 꽃피울데 대한 구상을 오래전부터 무르익혀왔습니다.

인간의 슬기와 재능의 창조물인 문학예술과 과학기술은 정신문화의 2대부문을 이루고있습니다.

동무들도 잘 아는것처럼 김정일동지는 지난 70년대에 문학예술부문을 지도하면서 세계가 20세기 문예부흥으로 칭송하는 일대 전성기를 펼쳐놓았습니다.

이제 우리의 과학기술도 김정일동지의 령도밑에 세계의 최절정에로 나래쳐오를것입니다.

명실공히 김정일시대는 우리 인민의 창조적지혜와 재능이 활짝 꽃피는 과학문명의 전성기로 될것이며 우리 민족은 가장 문명한 민족으로 될것입니다.》

장내에 우렁찬 박수가 터져올랐다.

주석단의 앞줄에 묵묵히 앉아계시던 김정일동지께서는 박수소리가 높아질수록 경건하고 엄숙한 감정에 휩싸이시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빈터에서 시작하여 오늘에로 가꾸어오신 과학기술발전의 계주봉을 넘겨받는 력사적순간을 체험하는듯 한 심정이시였다.…

그 심정이 되살아나면서 위대한 수령님의 기대에 기어이 보답하시려는 각오와 결의가 더욱 굳어지시였다. 수령님의 기대는 그대로 우리 혁명의 요구였고 찬란한 미래에로 향한 민족사의 요청이였다.

해방후 우리의 과학기술은 비상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여왔다. 하지만 남들보다 수백년 뒤떨어져 그 출발선에 나섰던것만큼 아직은 선두대렬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있다. 게다가 우리의 앞길에는 어느 선행자도 헤쳐보지 못한 애로가 겹쌓여있다. 그것을 뚫고 비상한 속도로 우리 나라를 과학문명의 강국으로 이끌어가야 할 자신의 사명감을 무겁게 의식하시였다.

어느새 그이의 얼굴에는 심뇌의 그늘이 가셔지고 단호하고 결연한 빛이 떠오르시였다.

승용차는 평양을 가까이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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