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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약의 나래 제2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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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1,876회 작성일 21-04-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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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6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께서 다녀가신 후 제련소당위원회는 지체없이 말씀관철을 위한 대책안을 세우고 금속공학연구소와 제련소의 기술력량을 티탄합금가공설비개발에로 힘있게 조직동원하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황석태의 토론을 주의깊게 들으시였다. 연단에 나선 황석태의 얼굴에는 긍지와 신심이 넘쳐흘렀다. 현대적인 무기와 장비생산에서 첨단기술도입을 토의하는 국방공업부문일군협의회 연단이였다. 협의회는 당중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리고있었다. 민수공업부문에서도 국방공업과 밀접한 련관을 가진 기업소의 지배인과 당비서들이 참가했다. 황석태는 과학자, 기술자들의 불같은 기세와 열정을 소개하고 이렇게 계속했다.

《…그리하여 재능있는 우리의 과학자, 기술자들은 그처럼 어렵다던 티탄합금가공기술을 자체로 개발하는데 돌파구를 열어제꼈습니다. 고심어린 연구를 거듭하던 끝에 얼마전에는 실험실적인 성공을 보았습니다. 우리 제련소에서는 이제 두달안으로 티탄합금가공설비를 갖추고 티탄합금가공품들을 원만히 생산보장하게 될것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더없이 반갑고 기쁘시였다.

제련소와 금속공학연구소를 다녀오신지 반년도 되지 않았다. 그사이에 가공기술을 개발하였다는것은 하나의 기적이 아닐수 없었다. 황석태는 그 성과를 과학자, 기술자들에게 돌렸지만 그자신이 누구보다 많은 수고를 하였을것이다. 당이 준 과업앞에서 언제나 주저와 동요를 몰랐으며 그 관철을 위한 투쟁의 앞장에 설줄 아는 황석태였다. 불같은 열정과 완강한 전개력으로 과학자, 기술자들을 고무하면서 성공에로 떠밀어주었을것이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협의회가 끝난 다음 그를 따로 만나시였다.

《나는 동무의 토론을 듣고 어떻게 그처럼 짧은 기간에 티탄합금가공실험에서 성공을 하였는지 정말 놀랐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다녀가신 후 금속공학연구소는 물론 우리 제련소의 기술자들도 한사람같이 분발해나섰습니다. 실상 제련소에는 기술력량이 대단합니다. 과학자와 기술자들은 현장에서 침식을 하면서 불철주야로 고심어린 탐구의 노력끝에 실험에서 성공했습니다.》

《그들 못지 않게 동무도 수고가 많았을것입니다.》

그이께서는 황석태의 틀진 체구와 이목구비가 어느것이나 큼직큼직한 얼굴을 신뢰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시였다. 워낙 불그레한 그의 살갗이 적동색으로 빛났다.

《그런데 황동무, 그동안 과학자, 기술자들의 건강을 돌보지 않고 지나치게 다몰아대지는 않았습니까?》

김정일동지께서는 빙긋이 웃으며 물으시였다. 과도한 열정에 휩싸여 완강히 돌진하는 황석태의 기질을 잘 알고계시였다.

《아닌게아니라 과학자, 기술자돌격대에 망라된 성원들은 무리할 정도로 연구사업을 했습니다. 그대신 그들에 대한 후방사업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어려운 때이지만 그들에게만은 매일 통닭 한마리씩 공급했습니다.》

《통닭 한마리라… 역시 황동무가 통이 큽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소리내여 유쾌하게 웃으시였다.

황석태는 면도자국이 푸릿한 아래턱을 쓰다듬으며 시뭇이 따라웃었다.

《로인들은 아무리 식사조건이 좋아도 과로하면 몸이 나빠질수 있겠는데 양영복선생의 건강은 어떻습니까?》

《그 선생은 돌격대에 망라되지 않았습니다.》

《건강을 고려해서 돌격대에는 망라시키지 않고 고문격으로 연구사업을 지도하게 하였습니까?》

《아닙니다, 그 선생은 처음부터 이번에 실험적으로 성공한 가공법을 반대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사뭇 놀라시였다. 전혀 뜻밖이였다. 양영복박사의 지도밑에 연구사업이 진행되였으리라고 믿고계셨던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그 가공법을 발기하고 연구사업을 주도했습니까?》

《박치영이라는 젊은 연구사입니다. 머리가 비상하고 과학적판단이 빠른 재능있는 동무입니다. 그래서 양영복박사도 일본에 갈 때 그 동무를 데리고 갔댔습니다.》

《앞길이 창창한 젊은 동무가 가공법을 발기하고 실험적으로 성공하였다니 더구나 반갑습니다. 그런데 양영복선생은 왜 반대를 합니까?》

《박치영동무의 가공법이 마음에 들지 않을뿐더러 장차 공업적방법이 불가능하다는것입니다. 일부 그의 의견을 따르던 연구사들도 점차 생각을 달리하는데 그 선생만은 여전히 고집을 부렸습니다.》

《과학연구사업에서는 흔히 상반되는 견해가 있을수 있습니다.》

《나이탓으로 쓸데없는 고집만 세우는것 같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황석태는 로망스러운 늙은이를 부모로 모신 자식처럼 안타까운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일순 양영복을 두고 생각하시였다. 그가 나이탓으로 분별없이 고집을 부린다는것이 잘 믿어지지 않으시였다. 금속공학연구소에 가셨을 때에 그에게서 받은 인상이 되새겨지시였다.

공업기술강국이라고 우쭐해서 남을 숙보는 일본놈들의 처사에 의분을 금치 못하던 그의 가슴속에는 민족의 존엄을 지키고 떨치려는 강렬한 지향이 끓고있었다. 그 의분과 지향이 그를 새로운 탐구에로 힘있게 추동하리라고 생각하시였다. 그런데 그가 젊은 학자의 성공적인 연구사업을 부정하면서 고집만 부린다고 한다. 참으로 모를 일이였다. 접견당시의 인상이나 지난날의 과학적공적만을 가지고 오늘에 이른 그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판단할수는 없을것이다. 한정된 시간을 사는 인간은 생의 말기에 성미가 괴벽해지기도 하고 어리석을 정도로 단순해지기도 하는것이다.

《아무튼 양영복선생을 잘 돌보아주시오. 해방후 첫날부터 위대한 수령님을 따라 한생을 충실히 살아오면서 조국앞에 많은 과학적공적을 쌓아올린 학자가 아닙니까. 워낙 열손가락에 꼽을수 있을 정도로 그 수효가 적었던 우리 과학의 1세대들중에서 아직 생존해있는 학자는 몇명 되지 않습니다. 나는 지난번 과학원에 나갔을 때 그들과 자리를 함께 하고 오래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들에게서 참으로 귀중한 조언을 많이 들었습니다. 나는 그들이 오래 생존해있는것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양영복선생이 나이탓으로 쓸데없이 고집을 부린다고 하여도 너그럽게 리해하시오.》

《알겠습니다. 그 선생도 실험에서 성공을 본 지금에는 견해를 달리할것입니다. 과학앞에서는 허심하고 정직한분입니다.》

《그 선생의 건강은 어떻습니까?》

《고질병이다보니 심장탈이 아직 깨끗이 낫지 못했습니다. 나이탓으로 나날이 걷기도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집에서 일하도록 했습니다. 의사 한명을 담당으로 붙여주면서 제정된 일과를 엄격히 지키도록 했습니다. 일과에 대한 통제를 부인에게 당조직이 주는 과업으로 맡겼습니다. 그랬더니 량주가 아침저녁으로 산보도 합니다.》

《그것 참 잘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가볍게 웃으시였다. 부인과 함께 다정히 산보를 하는 양영복을 그려보시였다. 아마도 부인은 그 산보길에서 전에 없던 생활의 즐거움을 느낄것이다.

불현듯 지난 봄날에 있었던 일이 기억에 떠오르시였다. 그날 《별빛》연구집단에 망라된 학자들이 안해들과 함께 휴식의 하루를 보내도록 하여주시였다. 그 집단의 학자들은 오래동안 가족들과 떨어져서 연구사업을 하였다. 그래서 그런 휴식을 마련해주시였다. 봄볕이 무르녹은 외진 산골짜기에서 학자들과 안해들의 산놀이가 벌어졌다. 점심시간 한때에는 자신께서도 그들과 함께 식사를 나누시였다. 마치도 식솔이 많은 대가정이 산놀이를 하는듯 한 화기에 넘친 분위기였다. 학자들의 건강과 연구성과를 위해서, 안해들의 행복을 위해서 축배를 들어주시였다. 그들이 올리는 축원의 잔도 기쁘게 받으시였다. 즐거운 식사가 끝났을 때 거나해진 학자들과 그의 안해들을 둘러보며 말씀하시였다.

《이제부터 오락회를 합시다. 오늘 오락회에는 부부2중창과 부부쌍무로 종목을 제한합시다.》

녀인들이 그 제의에 남자들보다 먼저 우렁찬 박수로 화답했다. 녀인들이 주저하고 쑥스러워하리라고 예견하셨는데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앞을 다투어 과학자부부들의 2중창이 울려가고 쌍무가 펼쳐졌다. 간혹 주밋거리는 남자는 있어도 녀자들은 누구나 선뜻 나섰다. 사랑하는 남편과의 이런 기회를 얼마 가져보지 못했던 생활의 공백을 비로소 메꾸게 된 기쁨이 그들에게 용기와 활기를 주었을것이다. 뒤를 내미는 남편의 팔굽을 잡아일으키며 한 녀인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음치라는거야 세상이 다 아는데 뭘 그래요. 그래도 결혼식날에는 우리가 2중창을 해보지 않았나요.》

그러자 남편은 하는수 없이 일어섰다. 안해는 음색도 곱고 성량도 괜치 않았지만 물리학자인 남편은 그야말로 노래에 솜씨가 없었다. 멋들어지게 뽑아넘기는 안해의 고운 목청에 이끌리여 남편은 석쉼한 탁성으로 따라불렀다. 행복과 사랑에 겨워 붉게 물든 그들부부의 얼굴에는 결혼식날의 추억이 비끼는듯 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과학자부부들의 출연이 끝날 때마다 남먼저 박수를 보내주시였다. 그들의 행복과 즐거운 기분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부드럽고 훈훈한 정서에 잠기시였다. 시간이 어지간히 흘렀을 때 한 녀인이 앞으로 달려오더니 무랍없이 청을 드리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도 한마디 불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동무가 내 마음을 알아주누만. 동무들앞에서 노래를 한번 불러보지 못하고 돌아가면 오늘 밤잠이 오지 않을거요. 소원을 풀 기회를 주어서 고맙소.》

김정일동지께서는 호탕하게 웃으며 일어서시였다. 특별히 음악을 사랑하시고 음악에 조예가 깊으신 그이이시였다. 목청을 가다듬을 사이도 없이 이 순간 자신의 가슴에 넘치는 감정을 《동지애의 노래》에 담아 거침없이 부르시였다.

숨을 죽이고 듣고있던 과학자들과 그의 안해들은 저도 모르게 모두 일어서서 어깨를 겯고 따라불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황석태의 조심스러운 부름소리에 그날의 회상에서 깨여나시였다.

그는 진작 품고있는 심정을 터놓지 못할가봐 겁내듯이 저으기 초조하고 긴장한 낯빛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말씀없이 시선으로 그의 말을 재촉하시였다.

《저희들은 이번에 성공한 방법을 곧 생산에 도입하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티탄합금가공설비를 즉시 갖추겠다는겁니까?》

《그렇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에게서 시선을 떼고 잠시 침묵하시였다.

황석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다시 말씀드렸다.

《가공설비에 필요한 프레스를 비롯해서 적지 않은 기계와 부속품들은 제련소에 있는것을 리용할수 있습니다. 새로 필요한것은 수자형자동로보트와 몇가지 고정밀측정기구들입니다. 그것도 구성공작기계공장과 측정기구공장에서 해결해올수 있습니다. 제일 어려운 공사는 진공가열로와 진공작업공정을 꾸리는것인데 우리에게는 티탄합금을 생산하면서 개발한 진공기술이 있습니다. 그런것만큼 국가적으로 필요한 건설자금과 자재만 보장해주면 우리자체의 힘으로 얼마든지 해낼수 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생각깊은 표정으로 말씀하시였다.

《말대로 성공적이라면 자재와 자금은 얼마든지 보장해줄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문제란 언제나 심중히 다루어야 합니다. 실험에서 성공했다 하더라도 공업적으로 실패하는 경우가 있을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적담보가 충분히 토론된 다음에 공사를 벌리도록 하시오. 이제 과학원동무들을 내려보내겠습니다. 과학기술문제에 대한 결정권은 나에게 있는것이 아니라 과학원에 있습니다.》

《과학원동무들을 언제쯤 내려보내주시겠습니까?》

《인차 내려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티탄합금가공문제는 국방공업은 물론 전자공학을 비롯한 여러 첨단과학발전을 위해 시간을 다투며 성공을 기다리는 초미의 문제입니다. 이번에 동무들이 개발한 기술이 공업적으로 가능하다면 참으로 대단한 일을 했습니다.》

《금속공학연구소의 많은 연구사들과 제련소기술자들은 공업적으로도 십분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지고있습니다!》

황석태는 신심에 넘쳐있었다.

이날 오후에 김정일동지께서는 고중환을 부르시였다. 새로 지은 회색남방샤쯔를 단정히 입고 나타난 그는 언제나와 같이 침착하고 리지적인 인상을 풍겨주었다.

《티탄합금가공기술연구에서 실험적으로 성공했다는 소식을 알고있습니까?》

《모르고있습니다.》

고중환은 모르고있다는것이 자기 사업의 빈구석을 드러내는것처럼 생각되는지 가볍게 낯을 붉히였다. 그가 모르는것을 보면 주로 제련소가 주도해온 사업이여서 금속공학연구소에서는 아직 과학원에 보고하지 않은 모양이다.

《나는 오늘 오전에 9월제련소 당비서로부터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는 실험실적인 성공에 확신을 가지면서 티탄합금가공설비를 갖추기 위한 공사를 지체없이 벌리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까?!》

고중환은 두눈을 커다랗게 뜨며 부지중 가볍게 부르짖었다. 그에게도 역시 반갑고 놀라운 소식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 티탄합금가공기술때문에 얼마나 심려하시는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그런데 양영복선생을 비롯한 몇몇 학자들이 반대를 한답니다. 상반되는 견해는 과학계에서 흔히 있는 일입니다. 과학원의 유능한 동무들을 내려보내서 실태를 정확히 알아보고 공업적으로도 가능한가를 결론하도록 하여야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여전히 흥분된 표정으로 대답을 올린 고중환은 머리속에 얼핏 떠오르는 생각을 따르며 인차 뒤를 이었다.

《림수봉부원장을 직접 내려보내겠습니다.》

티탄합금가공설비는 많은 점에서 기계공학의 기술이 적용되였을것이다. 그런것만큼 기계공학의 권위자인 림수봉이 적임자였다. 대상의 중요성으로 보아도 그가 내려가보는것이 옳았다. 고중환은 그렇게 생각했다.

《좋습니다. 부원장동무가 책임지고 심의하는것이 나쁘지 않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도 림수봉이 내려가면 그 어떤 편견도 없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것이라고 여기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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