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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약의 나래 제2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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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468회 작성일 21-04-1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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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8

 

림수봉이 네명의 전문가를 데리고 내려왔다. 두명은 금속공학자이고 다른 두명은 기계공학자였다. 티탄합금생산문제라면 금속공학자들만 필요하지만 그 가공설비문제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토론하는것만큼 기계공학자들도 필요했다. 두 분야의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서만 정확한 결론을 내릴수 있었다.

일행은 먼저 당비서실에 들리였다.

《무척 기다렸습니다. 우리는 어제쯤 내려오는줄로 알았습니다.》

황석태는 문을 열고 들어서는 손님들이 자기 소개를 할 사이도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례로 손을 잡았다.

림수봉은 첫인상에 풍기는 당비서의 호협한 성품이 마음에 들었다. 어데선가 한두번 스쳐본 기억이 있는것 같기도 했지만 그것이 텔레비죤화면이였던지 아니면 중앙에서 열리는 무슨 집회였던지 잘 생각나지 않았다. 아무튼 직접 상면을 하기는 지금이 처음이였다. 그런데 황석태는 마치 구면의 친구를 맞이하듯 부자연스러운 구석이 조금도 없이 반가움을 드러냈다. 그는 헌헌한 낯빛으로 담배를 권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부원장동무가 승인해준다면 우리는 지체없이 가공설비를 갖추겠습니다.》

《개인이 승인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지요. 집체적토론을 충분히 거쳐서 과학적담보가 확인되면 가공설비를 내밀도록 합시다. 만일 이번에 성공했다는 방법이 공업적으로도 가능하다면 과학원으로서도 크게 한시름 놓게 됩니다. 정무원에서도 티탄합금가공기술개발문제가 여러번 론의되였는데 그때마다 나는 머리를 들지 못했습니다.》

림수봉의 솔직한 말에 끌리며 황석태가 말했다.

《박치영동무를 제련소시험소로 넘겨오려고 전화할 때 부원장동무가 합의해주어 정말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금속공학연구소가 당조직은 우리한테 소속되였으나 어디까지나 과학원의 사람들이 아닙니까. 그런데 내가 연구소의 한 젊은 연구사를 시험소에 옮겨놓겠다는것을 부원장동무가 선선히 동의해주었거던요. 이제 압착가공만 공업적으로 성공하면 다시 연구소로 돌려보내겠습니다.》

《연구사업을 보장하는것이니 우리로서도 응당한 도리이지요. 충분히 리해했습니다.》

림수봉은 박치영의 발기가 처음부터 상반되는 견해의 대립으로 복잡한 곡선을 그으며 실험실적성공에 이르렀다는것도 알고있었다. 그 실태를 보고할 때마다 손관식은 황석태에 대한 불만을 은근히 비치였다. 하지만 그를 좋게 설득시켰다. 황석태를 직접 만나본 일이 없으니 그가 어떤 일군인지를 구체적으로 알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불만이 섞인 손관식의 말에서조차 부인할수 없는것은 황석태가 누구보다 나라의 과학기술발전과 과학자들의 생활에 관심이 큰 당일군이라는 사실이였다.

《부원장동무가 그렇게 리해해주니 고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박치영동무를 공업시험소로 옮겨놓자 독단을 부리며 월권행위를 한다고도 하였고 앞으로 연구사업의 성과를 연구소가 아니라 제련소의것으로 만들기 위한 속심이 숨어있다고도 했습니다. 전자는 어느 정도 접수가 되는것이였지만 후자는 억울한 비난이였습니다. 그 무슨 명예심으로 가공설비개발을 추진시켜왔다면 나는 오래전에 당비서자리를 내놓아야 했습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주신 과업을 관철하는 길에서 그런 불순한 감정을 조금이라도 가지고있다면 그는 당일군은 고사하고 당원의 자격도 없을것입니다.》

황석태는 즐겁게 웃으며 자기 심정을 숨김없이 헤쳐보이였다. 성공을 믿어의심치 않는 그에게는 지나간 모든 일들, 지어 비난을 받던 일까지도 즐거운 추억으로 돌이켜졌다. 그는 성공의 회고담을 나누는듯 한 심정으로 다시 말했다.

《이번에 지내보니 과학기술사업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사업은 없는것 같습니다.》

《당비서동무가 이번에 참으로 수고를 많이 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황석태는 림수봉의 말에 약간 면구스러운듯 한 기색을 지어보이더니 화제를 돌리였다.

《이제 어떻게 할 계획입니까?》

《삼사일간 우리 동무들이 료해를 하고 광범한 토론에 붙여서 결론을 짓도록 할 예정입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날도 저물었는데 인제는 려관에 가서 푹 쉬도록 합시다.》

사흘후에 예견했던대로 과학기술합평회가 제련소회관에서 열리였다.

림수봉과 황석태가 집행석에 앉았다. 객석에는 그 연구사업에 참가한 사람들은 물론 연구소와 제련소의 많은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참가했다.

장내가 정돈되자 림수봉이 일어서서 모임의 취지를 간단히 말한 다음 먼저 가공설비의 개발을 책임진 동무의 설명이 있겠다고 하였다.

앞에 앉았던 박치영이 종이두루마리와 원고를 들고 연단으로 나갔다. 종이두루마리는 자기의 설명에 생동성을 부여하기 위한 직관물이였다. 그는 변론준비를 빈틈없이 갖추었다.

《다 아시는바와 같이 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지난 봄에 우리들을 찾아오시여 티탄합금가공기술을 자체로 개발할데 대한 과업을 주시였습니다. 당위원회는 우리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이 영예로운 과업을 최단기간내에 수행하도록 일련의 대책을 지체없이 세웠습니다. 당조직의 지도와 고무속에서 우리는 연구사업을 줄기차게 벌려왔습니다. 티탄은 그 생산과 가공에 있어서 다른 금속과는 달리 특수한 조건과 첨단기술을 요구하고있습니다. 그런것만큼 그 가공기술의 개발에는 많은 애로가 제기되였습니다. 우리 연구집단은 앞선 나라들의 압착가공원리를 널리 체득한 기초우에서 무수한 난관을 극복하고 우리가 자체로 만들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여왔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실험실적인 성공을 보았습니다.》

청중을 향하여 변론의 첫머리를 이같이 뗀 박치영의 얼굴에는 한없는 긍지와 자부심이 흘렀다. 그는 연탁옆의 받침대에 직관물을 걸어놓고 한장씩 번지면서 설계의 기술공정과 작용원리를 류창하게 설명했다.

림수봉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참으로 재능있고 똑똑한 청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자기가 심혼을 바쳐 연구한것이라 하더라도 대중앞에서 저렇듯 조리있게 설명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박치영은 론술을 끝내면서 한음조 높아진 흥분된 음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오늘까지도 우리 연구성과를 공업화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하고있습니다. 저는 앞에서 설명한바와 같이 충분한 과학적근거를 가지고있습니다. 질이 좀 낮을뿐 공업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모든것은 앞으로의 실천이 증명해줄겁니다.》

그는 직관물을 걷어가지고 물러갔다. 서로 다른 감정을 담은 시선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그를 주시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보냈지만 연구소의 몇사람은 힐난의 눈길을 던지였다.

림수봉은 두손을 포개여 앞탁에 얹으며 객석을 둘러보았다.

《다른 동무들은 선자리에서 질문을 하든가 자기의 견해를 토론하든가 합시다.》

왼쪽좌석에서 키가 늘씬하고 주먹코가 덩실한 중년의 남자가 일어섰다. 공업시험소 부소장이라고 하였다. 그는 박치영이 미처 설명하지 못한것을 몇가지 보충하면서 기술적담보를 열렬히 주장했다. 그의 뒤를 따라 여러 사람이 겨끔내기로 일어섰다. 그들은 별로 새로운 견해도 없이 전자의 설명을 되풀이하며 지체없이 공업화해야 한다고 하였다. 긍정의 의견은 더 들을 필요가 없었다.

《양영복선생이 여기에 있었으면 좋았을걸 그랬습니다.》

림수봉이 옆에 앉은 황석태에게 건늬는 말이였다.

《연구소소장동무가 대체로 그와 견해가 같습니다.》황석태는 견해를 같이하는 연구소소장이 참가했으니 이 모임에 양영복이 참가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뜻으로 그렇게 응대했다.

《그럼 연구소소장동무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림수봉은 의자등받이에 몸을 젖히고 앞자리에 앉은 손관식을 주시했다. 손관식은 선뜻 일어서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껏 흘러온 모임의 분위기로 보아 이 장소에서까지 반기를 들기가 주저되는 모양이다.

《동무도 공업화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는데 그럴만한 근거가 있을것 아닙니까. 서슴없이 말하시오.》

바재이던 손관식이 마침내 일어섰다. 장내에 엄숙한 긴장이 서리였다. 그의 발언을 도화점으로 박치영이 개발한 가공기술을 부정하던 일부 연구사들의 견해가 폭발할것이 예견되였다. 숨죽은 시선들이 그에게 쏠리였다. 손관식은 시선을 떨구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우리는 박치영동무의 발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 리유는…》

그는 알수 없는 내심의 괴로움으로 얼굴을 붉히며 뒤를 잇지 못했다. 황석태가 그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티탄합금가공기술을 자체로 개발할데 대하여 그처럼 절절히 호소하시였으나 양영복선생이나 소장동무는 아무런 발기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박치영동무가 발기를 하자 의혹을 가졌댔습니다. 그후 얼마 지나서는 양영복선생이 앞선 다른 나라들에서 현재 널리 리용하고있는 압착가공기술과 전혀 다른 월등한 기술을 개발해보겠다고 나섰습니다. 물론 남의것보다 월등한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그것은 먼 후날에나 가능할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동무들은 완강하게 박치영동무의 발기를 반대해나섰습니다.》

황석태는 자기 말에 대한 반응을 가늠해보는듯 림수봉을 쳐다보았다. 림수봉은 시선이 마주치자 조용히 눈시울을 내리깔았다. 한순간 침묵을 지키던 그가 손관식을 향해 입을 열었다.

《동무들이 전혀 새로운 방법을 연구할 목표를 세웠다 하더라도 방금 비서동무가 말한것처럼 언제 실현될지 모를 먼 장래의 일입니다. 그런것만큼 당장 실현할수 있는 방법이 나온 이상에는 적극 찬성하고 지지했어야 했습니다. 내 생각에도 동무들의 립장이 잘못된것 같습니다.》

박치영을 지지하던 사람들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떠올랐다. 이 모임에서 판결의 결정권이 있다고 할수 있는 림수봉이 은연중에 자기의 견해를 비쳤던것이다. 손관식은 고개를 숙인채 자리에 앉았다.

황석태는 웃음진 얼굴을 림수봉에게 돌리였다.

《연구소와 제련소동무들의 의견은 더 들어볼 필요가 없는것 같습니다. 이젠 과학원에서 온 동무들의 견해를 들어보는것이 어떻겠습니까?》

수긍의 뜻으로 그와 시선을 마주쳤던 림수봉은 과학원의 전문가들을 한사람씩 불렀다. 그들은 앞줄 맨 복판에 앉아있었다. 먼저 지명을 받은 중년의 금속공학자가 일어섰다. 때이르게 이마가 훌렁 벗어진 그는 돋보기를 벗어들고 박치영네의 학술적성과를 지적하면서 충분히 공업화할수 있다고 하였다. 뒤따라 일어선 두 학자도 제나름의 론거를 들어가며 지지했다. 그러나 마지막사람은 혈색이 도는 얼굴을 수굿하고 얼른 일어서지 않았다. 자기의 결심을 표명하기가 어려운듯 하였다. 그는 림수봉의 집요한 시선을 의식하며 잠시후에야 무겁게 일어섰다.

《저는 자기의 견해를 말하기에 앞서 최첨단기술제품으로 꼽히는 티탄합금가공설비의 기술개발에서 실험실적인 성공에 도달한 연구집단동무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드리고싶습니다.》

이렇게 허두를 뗀 그의 발언은 모임의 흐름에서 빗나갈듯 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과학원에서 온 전문가라는 사정을 고려할 때 그러한 심정의 실토가 리해되였다. 힘겹게 번지는 어조와 진지한 표정이 진실하게 안겨오기도 하는것이여서 청중은 그 누구의 견해보다도 주의깊게 들었다 . 그는 특별히 말마디에 힘을 주며 《그러나…》하고 동안을 두었다가 계속했다.

《저는 지난 사흘동안 깊이 료해하는 과정에 점차 몇가지 점에서 불만스러움을 느꼈습니다. 이번에 연구한 가공설비가 성공적이라 하더라도 그 제작에 필요한 자동조종부분제품들과 정밀수감계기의 결핍으로 설비의 성능은 본보기로 하였던 외국설비의 몇분의 일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론 저는 다른 나라것보다 그 능률에 있어서 뒤떨어지는것이라도 개발하는것이 지금 형편에서 절실하다는것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티탄합금가공은 시간을 다투리만큼 절박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나라 설비에서 자동적으로 조종되는 공정을 사람의 판단과 로동으로 보충하려고 한 부분간의 련관인데 그것이 실험실에서는 가능하지만 실지 생산현장에서는 불가능하다는데 있습니다.》

기계공학자는 그 점을 두고 자세히 설명을 한 다음 이렇게 계속했다.

《많은 동무들이 공업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기때문에 자신의 견해에 잘못이 있지 않는가 하는 의혹을 스스로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설사 빗나간 생각이라 하더라도 제 견해 그대로를 말씀드렸으니 리해해주기 바랍니다.》

객석의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불만의 시선을 보냈다. 박치영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방금 말한 동무가 우려하는 그 문제에 대해서 저의 견해를 말한다면…》

《앉으시오.》

림수봉이 앞으로 팔을 내뻗치며 박치영을 제지시켰다.

《또 다른 견해가 없습니까?》

더는 일어서는 사람이 없었다. 드디여 림수봉이 연단으로 나섰다.

《오늘 절대다수의 동무들이 이번에 개발한 티탄합금가공기술을 공업화할수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미 대량생산에 들어간 티탄합금을 임의의 형태로 가공까지 한다면 우리의 티탄공업은 완성단계에 이를것입니다. 압착가공이 실험적으로 성공한 이상 여기 모인 모든 동무들이 지혜와 열정을 합친다면 능히 공업화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이번에 개발한 가공기술을 공업화할수 있다고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박수가 터져올랐다. 그러나 몇사람은 잠자코 있었다. 손관식은 점점 머리를 깊이 숙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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