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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비약의 나래 제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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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242회 작성일 21-04-0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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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

3

 

황석태는 어떻게 세괃게 낫을 후려치는지 번쩍이는 낫날에서 휙휙 휘파람소리가 났다. 팔뚝같은 강냉이대들이 뭉청뭉청 잘리웠다. 방금 잘리운 강냉이대 밑둥에서는 금시 말간 즙액이 솟아올랐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제련소종업원들에게 풋강냉이를 공급하려고 사무원들과 함께 부업농장에서 강냉이가을을 하는 황석태는 신바람이 났다. 이 밭으로 말하면 재작년에 그가 앞장에 서서 개간을 한것이였다. 해마다 씨를 뿌리고 김을 맬 때에도 이 밭에 아낌없이 땀을 뿌렸다. 제 손으로 얻어낸 밭에서 제 손으로 가꾼 강냉이를 수확하는것이여서 이다지도 즐거운것일가? 두고랑을 타고 베여나가지만 한고랑씩 맡은 다른 사람들보다 앞섰다. 런닝그는 줄지어흐르는 땀에 화락하니 젖어버렸다. 강냉이잎에 스치며 빨갛게 실금이 간 덜미와 팔굽의 피부로 땀이 배여들며 얼얼한 느낌을 주었다. 그 느낌은 아픔보다도 활기찬 로동의 열기를 피부에 자극해주는듯싶었다.

《비서동지, 이거 막 쓰러질 지경입니다. 좀 쉬고 합시다.》

뒤에서 애원과 웃음기가 겹쳐흐르는 녀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석태는 비로소 허리를 폈다. 갑자기 눈이 쓰리였다. 허리를 굽히고 일을 할 때에는 얼굴에 내돋는 땀이 그대로 땅우에 떨어졌으나 곧추 서고보니 눈으로 흘러들었다. 꽁무니에 찼던 수건을 얼른 뽑아서 얼굴을 문질렀다. 그리고나서 뒤를 돌아보았다. 종합식당책임자녀인이 낫을 들고 서있었다. 어지간히 거리가 멀어서 표정은 가늠되지 않았으나 기를 쓰고 따라오려다가 그만 힘이 진한 모양이다. 선자리에서 잠시 쉬고있는 다른 사람들도 보이였다. 시계를 보았다. 일손을 잡은지 두시간이 넘었다.

《자, 휴식합시다!》

그는 큰소리로 웨쳤다. 기다렸다는듯이 밭이랑마다에서 강냉이개꼬리우로 사람들이 머리를 들었다. 자기에게로 쏠리는 그들의 시선을 의식한 황석태는 남먼저 밭머리의 버드나무밑으로 갔다. 혼자였다면 팔다리가 시도록 강냉이를 더 베여나갔을것이다. 그러나 자기가 일손을 놓지 않으면 누구도 휴식을 하려고 하지 않을것이 뻔했다.

오이랭국바께쯔를 들고나온 녀자들 셋이 버드나무그늘밑에서 기다리고있었다.

황석태는 한 녀자가 늄식기에 떠주는 오이랭국을 단숨에 쭉 들이켰다. 가슴이 시원히 열리는듯 했다. 로동이란 이래서 좋은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차례로 랭국을 마시며 즐겁게 떠들었다. 어떤 남자들은 랭국보다 먼저 담배부터 피워물었다.

황석태는 전이 넓은 밀짚모자로 슬슬 부채를 부치며 강냉이밭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로동자들과 함께 돌을 춰내고 나무뿌리를 뽑으며 그 밭을 일구던 낮과 밤들이 생각났다. 질통을 지고 달리다가 추켜든 홰불에서 불찌가 떨어지는통에 솜저고리를 태워먹은 곳이 저기가 분명하지. 주먹을 흔들며 부업지개간에 몸을 사리는 일군들을 눈알이 빠지게 지적하던 현지 당회의장소는 바로 여기 버드나무밑이고…

《비서동지!》

한순간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는데 다급히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부업농장 책임자 한석규였다. 눈이 우묵하고 코날이 성큼한 그는 물날은 군복차림의 젊은이였다. 군대에서 중대사관장을 하다가 작년에 제련소에 왔다. 황석태는 부업농장을 추켜세우려고 그를 책임자로 임명했다. 오늘 그는 금요로동을 나온 사람들의 후방사업을 위해서 밭에 나오지 않고 남아있었다.

《비서동지, 박치영동무한테서 농장에 방금 전화가 왔습니다.》

헐썩거리며 달려온 책임자는 숨가쁘게 말했다. 황석태는 저으기 긴장했다. 박치영네가 실험을 하다가 사고라도 낸게 아닌가? 지금까지 그들의 실험은 거듭 실패만을 하여왔다.

《무슨 일로 전화를 걸어왔소?》

성급히 재촉했다.

《실험에서 드디여 성공했답니다. 이 기쁜 소식을 비서동지에게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단 말이지!》

황석태는 걷잡을수 없는 기쁨에 허둥거리며 한석규의 어깨를 와락 부여잡았다. 저도 모르게 눈앞에는 박치영의 발기를 지지하게 된 때부터 오늘까지의 일들이 삼삼히 떠올랐다.

경애하는 김정일동지께서 연구소를 다녀가신 그날부터 황석태는 그이께서 주신 과업을 기어이 관철하려는 일념으로 가슴을 불태웠다. 티탄합금가공문제가 얼마나 절박하였으면 그이께서 친히 연구소에 찾아오셨으랴! 생각할수록 피가 끓었다. 그는 지나온 나날에 그이께서 주신 과업을 놓고 언제 한번 주저하거나 타산을 앞세워본 일이 없었다. 불타는 충성심과 넘쳐나는 정력은 그를 언제나 자신심으로 충만시켰다. 그러한 자신심은 다년간 건설장과 제련소에서 당사업을 맡아하는 과정에 그 어떤 장애와 저항도 뚫고나가는 완강한 기질로 굳어졌다. 과학연구가 특수한 분야의 창조활동이라고 하지만 그것 역시 당조직이 대중을 어떻게 발동시키는가에 달려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그 이튿날 연구소의 학자들과 제련소의 유능한 기술자들을 회관에 모아놓고 궐기모임을 조직했으며 그다음부터 그들과 여러번 자리를 같이하고 방도를 토론했다. 그러나 누구나 일반적인 결의들을 토론할뿐이지 과학기술적인 착상이나 방도를 내놓지 못했다. 황석태는 과학기술연구사업이야말로 지금껏 자기가 알고있는 다른 사업들과는 전혀 다른 어려운 사업이라는것을 비로소 깨닫는듯싶었다. 그런데 하루는 박치영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귀가 번쩍 열리는 의견을 내놓았다.

《나는 일본에 갔을 때 그들이 만든 가공설비를 보고 그 원리가 어떤것인지를 판단할수 있었습니다.》

박치영은 자기가 판단한 기술적원리의 내용들을 설명했다. 모임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누구나 경탄의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박치영의 추리와 판단이 참으로 놀라왔던것이다. 자기에게 쏠리는 경탄과 선망의 시선을 느낀 박치영은 더욱 활기를 띠고 말했다.

《가공설비의 기술원리들을 알고있는 이상 그것을 만들어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의 전자자동화공업수준을 고려할 때 남들것처럼 고도로 자동화된 설비는 불가능할것입니다. 그러나 부분적인 작업공정에 손로동이 가해지는 설비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박치영은 그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렬거하기 시작했다.

황석태는 흥분했다. 며칠을 두고 잠을 이루지 못하며 애를 태우던 가슴에 박치영의 말마디들이 단비가 되여 뿌려지듯 했다. 학술내용은 알수가 없지만 처음으로 해결방도를 제기하였다는 사실자체가 무등 반가왔던것이다.

박치영이 자리에 앉자 황석태는 기대어린 눈길로 좌중을 둘러보며 물었다.

《동무들, 어떻습니까? 이 동무의 발기가?》

좌중이 술렁거렸다. 박치영을 다시 쳐다보며 그의 과학적판단이 예민하고 놀랍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고 젊은 사람이 언제 저렇게 깊은 지식을 쌓았는가고 격찬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능하다는 견해였다.

그런데 오래동안 침묵을 지키던 양영복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잦아들자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아시는바와 같이 나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로부터 직접 말씀을 받은 학자로서 이 장소에서 신통한 방도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아직 이렇다할 구상을 못 가지고있는 저로서는 그 무슨 의견을 말할면목도 없습니다. 죄스러울뿐입니다. 치영동무의 발기를 듣고보니 그를 잘 알고있는 저로서도 놀람을 금할수 없습니다. 그러나 치영동무의 발기에는 모순점이 없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일본의 설비에 갖추어진 수감부와 정밀측정계기에 의한 자동조종장치는 우리로서 불가능합니다. 치영동무는 사람이 그것을 대신하여 작업공정을 맞물려줄수 있다고 보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하겠는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나의 솔직한 심정을 말한다면 외국의것을 본따면서도 여러가지 특수한 부분품들의 제한으로 그보다 훨씬 성능이 못한 설비를 만든다는것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나 개인으로 말하면 민족적의분을 풀기 위해서도 놈들의 거만스러운 코대를 꺾을수 있는 완전히 새롭고 월등한 티탄합금가공기술을 탐구해볼 결심입니다.

현재 앞선 나라들에서는 일반적으로 압착가공원리를 적용하고있습니다. 주지하는바와 같이 인류가 티탄을 생산리용하기 시작한것은 금세기 중엽부터이기때문에 그 생산과 가공에서는 아직 연구의 여지가 많습니다. 압착가공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닐것입니다.

기왕 가공설비를 우리자체로 만들바치고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남들의것보다 합리적이고 효률적인 월등한 기술을 개발하는데 우리모두의 지혜를 합쳤으면 합니다.》

황석태는 양영복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남들것보다 월등한 기술을 개발할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여러가지 조건의 제약으로 다른 나라것을 모방하기조차 어려운 조건에서 그것이 가능할것인가? 가능하다면 먼 후날의 일일것이다.

《양선생의 포부는 좋습니다. 그런데 언제쯤이면 그에 대한 연구를 끝낼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그건 확답하기 어렵습니다.》

《여기는 한정할수 없는 먼 후날에 목표를 둔 연구과제를 토론하는 모임장소가 아닙니다. 우리는 빠른 시일내에 생산으로 넘어가야 할 절박한 과제를 안고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며칠을 두고 토론이 더 계속되였다. 그랬으나 더이상 누구도 신통한 방도를 내놓지 못했다.

어느날 저녁에 조용한 기회를 타서 박치영이 황석태를 찾아왔다.

《비서동지, 저에게 필요한 조건을 마련해준다면 몇달사이에 연구를 완성하겠습니다.》

《할수 있는 모든것을 다해 보장해주겠소. 무엇이 필요하오?》

《저는 연구소안에서 연구사업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황석태는 힘겹게 말을 번지는 박치영의 심정을 리해했다. 양영복박사와 연구소소장이 반대를 하는 조건에서 그들의 학술적권위와 직권에 눌리워 마음대로 연구사업을 하기 힘들것이다.

《그래서?》

《저를 당분간만이라도 제련소공업시험소에 옮겨주십시오. 그리고 연구소와 공업시험소에서 제가 선발하는 사람들로 과학자, 기술자돌격대를 무어주십시오.》

《알겠소, 토론해봅시다.》

부쩍 마음이 내켰지만 서뿔리 자기 혼자서 결론할 문제가 아니였다. 다른 문제라면 즉시에 결심을 가졌을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자기가 깊이 알지 못하는 과학기술문제였다. 황석태는 제련소기술일군들과 여러차례 의논했고 연구소의 몇몇 학자들과도 토론했다. 박치영의 발기를 의심쩍어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지만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마침내 결심을 가지고 박치영의 요구대로 대책을 세워주었다. 전화로 과학원 림수봉부원장을 설득시켜서 박치영을 림시 공업시험소로 적을 옮기였다. 그리고는 능력있는 10여명의 사람들로 과학자, 기술자돌격대를 무었다. 그들은 박치영의 주도하에 비상한 열의를 가지고 연구사업을 벌리였다. 그 누구보다도 박치영은 분과 초를 쪼개가며 하루하루를 이어왔다.

황석태는 과학탐구에 쏟아붓는 젊은 학자의 열정에 못내 감탄했다. 의무감이나 자각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그런것이였다. 성공을 하였다는 오늘의 실험은 열두번째만이다. 거듭되는 그 실패에는 위험의 고비도 여러번 있었다. 그 고비들을 넘어 성공에 도달한 치영동무의 심정은 어떠할가? 한시바삐 달려가 그를 축하해주고싶었다.

버드나무그늘밑에 퍼더앉았던 사람들도 모두 일어서서 기쁨에 넘쳐 웅성거렸다.

《내 이제 곧 제련소로 들어가겠소!》

황석태는 누구에게라없이 흥분하여 부르짖었다.

《비서동지, 조금만 기다리면 삶은 강냉이를 내올텐데 한이삭 잡숫고 가세요.》

오이랭국을 풀어온 녀인의 말이였다.

《지금 삶은 강냉이는 여기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또 한가마 삶아서 제련소에 보내주시오. 나는 그걸 과학자, 기술자돌격대원들과 같이 먹겠소.》

흥겨운 어조로 그렇게 말한 황석태는 피끗 떠오르는 생각에 경리과장을 불렀다.

《오늘 수확한 풋강냉이를 제련소직원들만 주지 말고 연구소직원들도 똑같이 주시오, 한두키로그람씩이라도.》

《비서동지, 그건 지나친 선심입니다.》

《어째서?》

《그들이 이 밭을 일쿨 때 흙을 한삽 떴습니까, 강냉이밭김을 한고랑 맸습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거요? 그래 과학자들이 연구사업을 줴버리고 밭이나 일구고 밭김이나 매야 하겠소?》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이 제련소직원도 아닌데 뭐 우리가 가꾼 풋강냉이까지 주겠습니까?》

《경리과장동무!》

황석태의 입에서 격분한 목소리가 터졌다. 연구사들의 생활에 관심이 없는 경리과 일군들에 대해 쌓였던 불만이 터졌다. 시퍼런 정맥관이 목밑에서 풀떡풀떡 뛰였다.

《동무도 당원이요? 과학자들을 사회적으로 우대하는것은 지난번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정이요! 나나 동무와 같은 사람은 수백명이 있어도 과학자 한사람이 하는 일을 못하오. 이자 돌이켜보니 나부터 생각을 잘못했소. 제련소직원들에게 한키로그람을 준다면 과학자들에게는 두키로그람씩 주시오, 알겠소?》

경리과장은 기가 질리여서 굳어져버렸다.

《알겠습니다.》

《늘 봐야 동무들은 연구사들을 남의 집식구처럼 여기거던. 옳지않소! 다음번 경리과세포총회에 내가 나가보겠소. 동무들의 그릇된 사상관점을 뿌리빼야 하겠소!》

황석태는 단단히 오금을 박고 삑 돌아섰다. 농장사무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얼마쯤 노기가 가셔졌을 때 뒤를 따라오던 한석규가 입을 열었다.

《제련소에 가면 박치영동무에게 저의 축하의 인사도 전해주십시오. 정말 그 동무는 타고난 과학자입니다. 저는 꼭 성공하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러지!》

말하는양을 보니 그는 박치영과 잘 아는 사이인듯 했다. 여기서 제련소까지는 20여리, 거리도 멀거니와 그들사이에 사업상련계도 있을상싶지 않은데 가까운 사이라면 그 무슨 특별한 사연이 있을것이다.

《동무는 어떻게 박치영동무를 알고있소?》

《그 연구사동무한테서 개별수업을 받고있습니다.》

《개별수업이라니?》

《그 동무가 연구소에 있을 때부터 저는 공부를 하다가 모를것이 있으면 그 동무를 찾아가군 했습니다.》

《그랬댔군.》

황석태는 짐작이 갔다. 농장책임자로 임명을 받았을 때 한석규는 마지못해 수긍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었다.

《비서동지, 제대되면서 저는 대학에 갈 희망을 품고있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입니다.》

《농장에 나가서 일을 잘하면 내 2~3년안으로 동무를 인민경제대학에 추천해주겠소.》

황석태는 그때 그렇게 약속했었다. 한석규는 대학에 가려고 입학시험공부를 하면서 자기또래의 허물없는 지도교원을 물색하던 끝에 박치영을 알게 되였을것이다.

《그래 지금도 박치영동무의 개별수업을 받고있소?》

《부업농장에서 과학자, 기술자돌격대에 지원사업을 하면서 그 기회마다 치영동무한테서 배우기도 합니다.》

《좋은 일이군. 내 박치영동무에게 동무의 축하를 꼭 전하겠소.》

농장사무실에 잠간 들렸던 황석태는 승용차를 타고 제련소로 향했다.

티탄합금직장 마당에는 먼저 소식을 듣고 모여선 사람들로 붐비였다. 박치영은 그들에게 어항과 비슷한 형태로 가공된 티탄합금을 들고 불활성가스속에서 프레스압착에 성공한 기술을 설명해주고있었다.

황석태가 차에서 내리자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리였다. 뒤설레던 분위기가 일시에 잦아들었다.

황석태는 길을 열어주는 사람들의 사품속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서 박치영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박치영의 눈에 대뜸 눈물이 고이는것을 보았다. 그러자 자기의 눈시울도 화끈해지면서 목이 메여왔다. 한참동안 말없이 꽉 거머쥔 손에 힘을 주다가 연구집단의 다른 사람들의 손을 차례로 잡아주었다.

《동무들, 수고했소. 성공을 축하하오!》

저으기 목이 열리여서 박치영에게 하지 못했던 치하와 축하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내였다.

《비서동지가 그동안 우리들의 사업을 끊임없이 고무해주었기때문에 성공할수 있었습니다.》

연구집단에 망라되였던 공업시험소 부소장이 일동의 심정을 대표하듯 그렇게 말했다. 그는 이 순간에 끓어오르는 진정을 말했으나 황석태는 듣기가 거북한듯 미간을 찌프리며 응대없이 머리를 돌려버렸다.

예술선동대대원들이 축하의 노래를 안고 달려와 과학자, 기술자돌격대원들에게 꽃목걸이를 걸어주었다. 박수와 환영곡이 구내가 떠나갈듯 울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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