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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평양은 선언한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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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4,301회 작성일 21-05-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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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정원은 외등이 켜져 대낮처럼 환했다. 류수명은 팔목시계를 자주 보며 그이께서 도착하시기를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있었다. 그는 도일군들에게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지도를 받을수 있도록 준비시켜놓고 밖에 나왔다. 그가 현관앞에서 서성거리는데 도의 한 일군이 나와 곁으로 다가섰다.

도행정경제위원회 부위원장 송규태였다. 키가 훤칠하고 이마가 약간 벗어진 그는 의아한 눈빛으로 자기를 돌아보는 류수명에게 어줍게 웃어보였다.

《군들을 본때있게 꾸려보겠습니다. 책임비서동지는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저 형성안들에 만족해하시면 건설전투를 크게 벌리자고 했습니다. 2∼3년사이에 와닥닥 해제낄수 있습니다.》

류수명은 그의 말을 여겨들을 마음의 여유가 없어 다시 팔목시계를 보았는데 그것은 들어가 기다리라는 뜻이기도 하였다.

《저… 우리 군소재지들의 형성도안이 보기에 어떻습니까? 다른데것도 더러 보셨겠는데… 저희들로서는 토론도 많이 하고 화가까지 동원해서 그렸는데 여기 와보니 좀 초라해보입니다. 전야와 도로, 건물들의 색갈을 연하게 칠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그런거야… 내용이 문제지요.》

《예, 그렇습니다. 만족해하시면 만세를 부르겠습니다. 허허…》

류수명은 사교성이 좋은 이 일군에 대하여 깊은 파악이 없었다. 회의 같은데서 몇번 만난 일이 있고 도에 출장가서 한번인가 두번 인사를 나눈 일이 있을뿐이였다. 수명은 그의 말들에 대하여 지도를 받기전 일군들이 흔히 체험하는 긴장과 불안의 표현으로 여기고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도당책임비서동지가 나와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송규태를 들여보내였다. 이윽고 박윤식책임비서가 나왔다. 중키에 남다른 특징이 없이 수수하게 생긴 그는 소박성과 겸손성이 겉에 내배여있는 일군이였다. 그는 류수명의 곁에 다가서며 송구스러운 얼굴로 말하였다.

《래일로 미루면 안되겠소? 아니 이제는 오늘이지…》

수명은 시름겨운 얼굴로 한숨을 조용히 내쉬였다.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밤중으로 만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아까도 당부했지만 말을 길게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때 저쪽으로부터 한대의 승용차가 미끄러져왔다. 다른 차가 보이지 않는것으로 보아 수원들은 집에 먼저 들여보내신것이 틀림없었다. 현관앞에 멎어선 차에서 내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반겨 다가서며 인사를 올리는 박윤식의 손을 뜨겁게 잡으시였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건강은 어떻소?》

스스럼없이 잡아주시는 손길의 따스함과 가슴을 치는 육친의 정에 박윤식은 순간에 목이 메여 약간 갈린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건강합니다.》

《아니, 좀 약해진것 같은데… 요새도 사지등벌에 나가 밭김을 맨게 아닙니까? 작년에도 거기에 나가 농장원들과 함께 보름씩이나 김을 맸다는 보고를 들었는데…》

《요즘은 나가보지 못했습니다.》

《거기 농사작황은 어떤것 같습니까?》

《금년에는 아주 좋습니다. 사지등벌 스무개 농장들에서 현지교시를 관철하자고 농장원들이 한사람같이 떨쳐나서 퇴비도 많이 내고 흙갈이도 잘해서 올해에는 풍작이 들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됐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평범한 소작농의 아들인 이 도당책임비서에 대하여 깊이 알고계시였다. 지난날 박윤식은 전쟁에도 참가하고 당의 보살핌속에 대학공부까지 하였으며 광산에 가서 굴진공들과 같이 일하며 로동계급의 혁명성과 품성을 배운 일도 있었다.

한생의 반려로는 한 공장의 이름난 로력혁신자를 선택하였는데 혼사말이 오고갈 때 그는 앞으로 자신이 어떤 일군으로 발전될것인가에 대하여는 꿈에도 생각 못하여 모든 면에서 처녀한테 눌리는것 같아 가슴을 조였다고 한다. 그는 행운의 날개가 돋쳐 크게 비약한 일도 없이 당의 말단기층조직에서부터 사업하여 승진의 계단을 하나하나 밟아올라온 근면하고 성실한 당일군이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이 모든 사연을 잘 알고계시였으며 그가 도당책임비서라는 높은 직책에서 사업하고있지만 틀이 전혀 없고 억세면서도 무던하고 유순한 체취를 그대로 간직하고있어 늘 대견해하시였다. 그이께서는 박윤식을 데리고 현관안으로 들어가시였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 대기실에 들어서자 형광등불빛이 환한 넓은 방안에는 시원한 선풍이 회오리치는듯 하였다. 문가까이에 꼿꼿이 서있던 송규태와 두명의 군당책임비서가 그이께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넓은 응접탁우에 펼쳐져있는 두개의 군소재지형성도안쪽으로 다가가시여 한눈으로 형성도안들을 훑어보시고 설명하라고 이르시였다. 박윤식이 조용히 말씀드리기 시작하였다.

《이 두개 군의 소재지들은 전후복구건설시기부터 60년대말까지 사이에 건설되였는데 이제는 도로와 건물 모든것이 낡아져 사회주의건설에서 군의 위치와 역할의 견지에서 보나 인민대중의 지향이나 시대적인 요구로 보나 대대적으로 개건확장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습니다. 더우기 지금 건설중에 있는 대도로가 이 군소재지들의 옆으로 지나간 조건에서 이 지역의 현대적면모를 갖추는데서도 필요한 문제로 제기되였습니다… 도당위원회는 당조직들을 발동하고 도적인 력량을 기울여 건설을 벌리기로 토의하고 준비사업을 다그쳐왔습니다.…》

이어서 그가 군소재지의 형성도를 가리키며 도로망의 확장과 건물들의 배치 등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자 김정일동지께서는 아무런 말씀도 없이 도안을 주의깊게 들여다보시였다. 그이께서는 달포전 현지지도의 길에서 돌아보신 군의 자연지리적조건과 거리들에 대하여 상기하며 형성도에 표시된 군소재지의 전반적인 모습을 그려보고 요소요소의 위치며 건물배치상태를 살펴보시였다. 그이의 시선이 미치는 면과 선, 점들이 지면에서 눈부시게 살아오르는듯 하였다. 온 방이 깊은 사색의 바다속에 잠겨드는듯싶었다. 그이의 침묵에 송규태는 얼굴빛이 어둑해져 불만스러운 눈길로 박윤식의 얼굴을 빤히 지켜보았다. 그의 짤막짤막한 설명이 성차지 않아서인것 같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설계도면에서 살림집의 내부구조를 오래동안 살펴보시였다. 그러시고는 자리에 가서 앉으시며 일군들에게도 앉으라고 권하시였다. 류수명이 그들을 안락의자에 앉히였다.

친애하는 그이께서는 박윤식책임비서를 보시며 나직이 물으시였다.

《도에서 군으로 내려오는 도로와 군에서 리에 내려가는 도로들의 넓이는 어떤 타산으로 정한것입니까?》

일군들은 조용히 앉아있었지만 방안공기가 설레이는듯 하였다. 박윤식이 일어섰다. 그이께서는 앉아서 말하라고 손짓하시였다. 박윤식은 자리에 도로 앉아 침착한 얼굴로 말씀드렸다.

《지금 도로들이 좁고 좋지 못합니다. 길닦이를 자주 하지만 도로조건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못하고있습니다. 화물자동차들이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자유롭게 어길수 있는 정도로 도로폭을 넓히려고 합니다.》

《군에서 리까지 내려가는 도로가 폭이 좀 좁지 않겠습니까?》 하고 그이께서 물으시였다.

박윤식은 얼결에 군당책임비서들을 돌아보게 되였다.

《군과 리사이 도로에는 주로 뜨락또르들이 다니고 대형화물자동차들의 운행은 적어 그렇게 정하였습니다.》

그이께서는 알릴듯말듯 머리를 끄덕이시였다.

《현재는 그렇지만 앞으로는 달라질것입니다. 동무들이 나라의 전반적인 경제발전을 예견하지 못하였습니다. 지금 온 나라 각지에서 사회주의건설이 얼마나 거창한 규모로 벌어지고있습니까. 그리고 어느 대상이나 속도전으로 건설되고있습니다. 앞으로 경제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수송수요는 날을 따라 늘어날것입니다. 도로는 나라의 경제와 직접 련관되여있습니다. 동무네 군들이 나라의 경제와는 별개로 고립되여있지 않는것만큼 도로도 경제발전에 상응하게 건설해야 합니다. 지금 확장해놓은 도로가 10년이나 20년후 수송을 감당해내지 못하면 그때 가서 또 확장공사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전문가들과 잘 토론해서 도로들의 폭도 더 넓히고 우불구불한데도 펴서 될수록 직선으로 길을 내야 하겠습니다. 하나를 건설해도 로동당시대의 창조물답게 만년대계로 건설해야 합니다.》

일군들은 숨을 죽이고 그이의 가르치심을 수첩에 적어나갔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서는 계속하여 군소재지의 형성안이 전반적으로는 괜찮게 되였지만 부분적으로는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있다, 인민보건시설과 편의봉사망들에 대하여 관심을 적게 돌렸다고 지적하시였다.

《인민병원을 대도로 가까이로 내온것도 그렇고 리발소, 피복수리소, 미용원 같은 편의봉사망들을 사람들이 다니기 불편한 뒤구석에 멀리 숨긴것도 다 잘된것 같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한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민들이 불편이 없이 유족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누리도록 하기 위해 건설합니다. 겉만 번듯해서 뭘합니까. 인민들이 살기 좋아야지… 인민병원은 공기가 신선하고 조용한 유측으로 옮기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송규태가 말씀을 적는것도 잊고 그이쪽만 바라보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잠시 말씀을 끊고 일군들을 둘러보시다가 박윤식에게 물으시였다.

《군소재지에 농장원세대가 몇%로나 됩니까?》

60% 됩니다.》

《주택들의 내부구조가 주민구성을 놓고보아도 잘되지 못하였습니다. 너무 천편일률식입니다. 군안의 정무원들이나 로동자, 사무원들 세대에는 그 구조가 적합할수 있지만… 농장원들의 생활적인 특성은 고려되지 못하였습니다. 부엌칸도 좁고 창고도 너르지 못합니다. 터밭을 가꾸는 농쟁기나 김치독을 비롯한 살림도구들을 넣어두자면 창고가 커야 합니다. 저렇게 좁으면 좋은 집을 쓰고 살면서도 불편해하지 않겠습니까?》

《저… 지금있는 집들의 창고는 더 좁은데 별로 불편해하는것 같지 않아서…》 하고 송규태가 얼버무렸다. 박윤식이 아연한 눈빛으로 그를 흘깃 돌아보았다. 그이께서도 안색이 심중해지시였다.

《우리 인민들은 설사 생활에서 무슨 고충이 좀 있어도 참습니다. 그래서 말이 없습니다. 그럴수록 우리 일군들은 사람들이 무엇을 괴로워하며 무엇을 바라는지 그 심정에 민감해야 합니다.》

《저희들이 깊이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하고 박윤식이 자책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렇다고 머리를 끄덕여보이시였다. 문득 그이의 가슴에 따뜻한 회억의 물결이 밀려들었다.

《…우리 증조할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농사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는데 만경대집에 가보면 고간을 늘 알뜰하게 거두시였습니다. 고간에 들어가보면 호미, 낫, 괭이, 삽, 가마니짜는 틀… 없는게 없었습니다. 실농군은 고간에 종곡이며 농쟁기들을 간수해두기때문에 살림방보다 거기에 더 관심을 돌립니다. 주택내부구조를 일률적으로 하지 말고… 창고랑 좀더 크게 만들어주는것이 좋겠습니다…

70년대초에 있은 일입니다. 하루는 우리 수령님께서 새로 건설될 아빠트들의 설계를 보아주시다가 살림방이 좁지 않을가 하고 우려하시였습니다. 그날 수령님께서는 설계일군들을 데리고 시내로 나가 한 로동자의 가정을 찾으시였습니다. 방들의 배치와 넓이가 살림살이에 어떤가에 대하여 세대주와 담화하시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봄가을외투를 벗고 설계일군들과 함께 침대며 책상, 옷장 등 가구를 이리저리 옮겨놓아보면서 새로 지을 살림집 방들의 넓이를 타산해보시였습니다. 그리고는 방 길이와 폭을 60전가량 더 줘야겠다고 하시였는데 그때 일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수령님께서는 살림집을 어떻게 짓는가 하는것이 건설부문의 실무적문제가 아니라 인민들에게 자주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마련해주는 혁명사업이라고 하셨습니다… 시인들의 말로 표현한다면 백두에서 시작된 자주위업의 한갈래 흐름이라고 할가… 그래서 살림집 한채를 지어도 저토록 관심을 돌리고 심혈을 기울이십니다. 우리 인민들이 새 아빠트로 집들이하는 날 따스한 온돌바닥이며 밝은 해빛이 흘러드는 창문을 쓸어만지며 수령님 은덕을 생각하는것이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방안에 따스한 화기가 돌았다.

《어느 시대의 건축물에나 당대의 지배적인 사상과 철학, 종교, 시대정신이 반영된다고 합니다. 순천비날론과 같은 대화학공업기지를 일떠세우거나 자그마한 살림집을 짓거나 우리가 하는 모든 건설에 인민들에 대한 우리 시대의 관점이 반영되고 인민들에 대한 우리 당의 사랑이 깃들어야 합니다.》

박윤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 명심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너그럽게 웃으시며 앉으라고 이르시였다.

《지금 <개편>바람에 동유럽나라들에서는 사회주의제도가 다 허물어지게 됐고 쏘련도 대혼란속에 흔들리고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수령님께서 마련해주시고 한평생 가꾸어오신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제도가 인민대중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있어 이런 국제적인 대혼란속에서도 사회가 안정되여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일군들은 만세만 부르며 앉아있어서는 안됩니다. 이런 때일수록 더 분발하여 인민을 위해 헌신복무하면서 우리 식 사회주의란 어떤것인가, 얼마나 위대한 생활력을 가지고있는가를 과시해야 합니다.

최근에 우리는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이라는 구호를 들었는데 동무들은 이 구호에 깃들어있는 깊은 뜻과 당중앙의 의도를 명심하고 일을 잘해야 하겠습니다. 만약 일이 복잡하고 힘겨워 지쳤을 때에는 마음속으로 이 구호를 한두번 조용히 불러보면 새 힘과 열정이 생길것입니다. 나도 그렇게 합니다.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 이렇게 마음속으로 외워보면 수령님의 한생이 떠오르고 더 분발하게 됩니다. 우리가 집을 한채 짓거나 길을 하나 닦거나… 모든 일을 인민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한다면 그만큼 우리 식 사회주의제도는 더 굳게 다져질것입니다.》

그이께서는 잠시 말씀을 그치고 생각깊은 눈빛으로 일군들을 둘러보시였다.

《우리는 위대한 수령님의 탄생 80돐까지 평양에서만도 5만세대의 살림집을 지어 인민들을 잘살게 하시려고 한생을 다 바치신 수령님께 기쁨을 드리려고 합니다. 동무들은 이런 의도를 잘 알고 건설도 본때있게 하여 수령님의 탄생 80돐을 계기로 우리 식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을 더욱 빛내야 하겠습니다.》

류수명이 시름겨운 얼굴로 손목시계를 보고는 그이쪽을 지켜보았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무엇을 느꼈던지 그를 돌아보고는 안락의자 등받이에 기대면서 모두숨을 후- 내쉬시였다.

《길… 거리… 집… 이런 문제를 토론하면 시간가는줄 모르겠구만. 허허…》

사실 그이께서는 이밤이 지새도록 인민들의 생활문제를 놓고 끝없이 의논하시고싶었다. 온 나라 모든 군의 당일군들과 행정경제일군들을 자주 만나 당사업이며 교육사업, 경제사업, 특히 인민생활문제를 두고 흉금을 터놓고 토론하고싶은것이 그이의 소원이시였다.

하지만 국제정세의 심각한 움직임과 혁명과 나라의 운명과 직결된 중요한 분야에 대한 다방면적인 령도에 시간을 다 바치다나니 그 소원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지금 이 순간 그이의 눈앞에는 현지지도의 길에서 만났던 수많은 당일군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리력문건을 통해서만 료해하고 만나보지 못한 일군들, 먼 지방의 기층단위들에서 묵묵히 당을 받들고있는 그들이 가슴저릿하게 생각나시였다.

문득 바람과 해볕에 얼굴이 검스름하게 탄 어느 한 군당책임비서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랜 당사업경험을 통하여 얼굴색과 눈빛만 보고도 일군들의 사람됨됨과 일본새를 가늠하시는 그이이시였다.

《송탄군에서는 일이 잘됩니까?》 하고 김정일동지께서는 문득 박윤식에게 물으시였다.

《예…》

그이의 눈이 그윽하게 빛났다. 몇해전 현지지도의 길에 송탄군을 지나시다가 들었던 농장원들의 노래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는듯싶어서였다. 남녀농장원들이 쉴참에 시내가에서 땀을 들이며 서정적인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바람결에 실려오는 그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는데 동행한 일군이 더 가까이 가서 들으시자고 했다. 노래란 멀리에서 이렇게 엿듣는 재미도 괜찮다고 하며 그자리에서 그냥 들으시였다. 그때의 건드러진 노래가락을 타고 송탄의 구수한 흙냄새며 싱그러운 곡식향기가 풍겨오는듯…

《그전에 송탄군당책임비서를 만난 일이 있는데 그때 그 동무는 군을 잘 꾸리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한번 꼭 가겠다고 약속했는데 오늘까지 가보지 못하였습니다. 참 미안하게 되였습니다. 계속 기다렸겠는데…》

《차영진동무는 군당책임비서로 임명된후 몇해사이에 군이 식량을 자급자족하도록 만들어놓고 지방산업공장들의 원료기지도 크게 조성해놓은 다음 군소재지와 리들을 꾸리기 시작했습니다. 석회석매장지를 찾아내여 세멘트공장도 건설하고 자체로 건설부재들을 생산하면서 건설을 내밀고있습니다. 도의 방조도 크게 받지 않고… 하는데… 도안의 군당책임비서들중에서 산간벽지에 있는 그 동무가 제일 어려운 조건에서 일하고있습니다.》

《그럴테지… 거기는 정말 모든게 부족하고 척박한 고장이요.》

그이께서는 멀리에 있는 전사를 그려보며 측은한 마음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도에서 잘 도와주오.》

수도의 하늘이 희붐하게 밝아왔다. 류수명이 밖에까지 나와 도의 일군들을 바래워주는데 송규태가 그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

《우리 도에 꼭 내려오십시오. 오늘은 이렇게 헤여지지만 이제 한번 마주앉게 될 일이 있을겁니다.》

《?…》

《이건 아직은… 우리 아들애하구 류수진박사선생 따님하구 좀 관계가 있는것 같습니다.》

《예- 그거 좋은 일입니다.》

박윤식은 그들의 이야기를 전혀 들을수 없었다.

불빛이 환하게 흘러나오는 친애하는 그이의 집무실 창문만 넋없이 쳐다보고있었던것이다.

그는 밤을 지새는 령도자의 로고를 생각하니 걸음을 뗄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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